Disciple of the Three Kings RAW novel - Chapter (525)
삼왕의 제자-525화 (완결)(525/525)
525
수없이 반복되어오던 탄생과 멸망.
그것은 혼돈이라는 존재에게 있어 지독한 고통임을, 삼왕은 그와 지내며 알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삶과 힘을 준 혼돈.
또한 어떤 면에서는 아이처럼 순수하기 그지없는 혼돈이었기에.
-부디 그 굴레에서 벗어나십시오.
삼왕은 혼돈을 구원하고 싶었다.
수없이 많은 방법과 경험을 반복하며 혼돈을 구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매번 똑같았다.
실망과 멸망.
혼돈은 더욱 상처 입고 무너져가고만 있었다.
그때 마지막 계획을 짜내었다.
-혼돈께서 인간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혼돈에게 인간이란 무엇인지, 세계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
-혼돈에게 인간의 삶을 주는 것이다.
계획은 수립되었고, 결정되었다.
그것을 위해 삼왕은 자신들의 존재와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자신들의 세계, 멸망에 가까워졌던 세계를 제물로 바치고 혼돈의 힘마저 이용해 지구라는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일 겁니다. 이후엔 어찌 되든 따르겠습니다.
또한 혼돈의 허락하에 그의 기억을 봉인하고, 그를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세상.
삼왕의 시나리오대로.
혼돈을 관리하며,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며 최악의 상황만은 막기 위해, 게헨나의 의지를 이용해 플레이어 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응애!
혼돈이 이로운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에 태어난 순간이었다.
그에게 고난과 역경을 겪게 하고자 했지만 새봄 보육원은 예상외였다.
그가 너무나 큰 고통과 역경을 겪고 더욱더 무뎌지고 상처 입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개입해야 할지 몰라.
마왕은 그리 말했지만.
-아니.
두 왕의 의견은 달랐다.
-인간의 삶에는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고난과 역경, 슬픔과 괴로움이 인간의 가장 큰 것이지.
-뒤의 결과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시간은 흐르며 이로운은 성장했다.
그리고.
-당신들은?
상처 입은 그가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자신들의 곁으로 왔다.
-기회를 주마.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그들은 혼돈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사실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들이 바란 것은 오직 하나.
-그의 기억이 더욱더 봉인되기를, 더욱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향유할 수 있기를.
또한 그에게 주고자 했던 사랑, 그 전부를 쏟아내기를.
그리고 마지막.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이름을 물었고.
-이로운입니다.
계획이 진정 시작된 순간이었다.
힘을 얻은 이로운.
그는 지구라는 세계에 왕으로 내정된 존재였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절대의 권력을 지닌 왕이란 존재는 언제나 표적이 되고 반발을 일으킨다.
혼돈이란 언제고 그런 존재였다.
허나 처음부터 너무나 압도적인 힘을 가진 혼돈은 그것이 모두 무의미했으나.
-천천히 힘이 깨어날 것이다.
이로운은 달랐다.
단계적으로 힘을 찾아갈 것이며, 그 단계 속에서 겪게 될 것이 인간이라는 것임을.
왕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하게끔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부디!”
검왕은 소리쳤다.
그들이 세운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
실패이냐, 성공이냐의 기로에 선 순간이었다.
“당신을 구하란 말입니다! 혼돈!”
소리친다.
“너를 구하라고! 로운아-!”
검왕을 울부짖었다.
그들의 몇천 년을 담아.
삼왕의 의지를 담아, 빌고 빌었다.
그리고.
구우웅-!
혼돈의 손에 거대한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실패인가….”
검왕은 자조하듯 말했다.
혼돈의 손에 몰아치는 힘은 이제껏 수없이 보았던 멸망의 힘이었다.
저 주먹이 쥐어지는 순간, 세계는 예정된 결말인 멸망으로 치닫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세운 계획이 결국 실패로 치닫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안타깝구나.’
혼돈을 구하려 했건만 실패했다.
‘하지만….’
검왕은 혼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서린 분명한 떨림.
‘무언가를 느끼셨습니까?’
그에게 마음으로 물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외롭지 않으셨습니까?’
그들의 관계에서 말은 필요 없었다.
“피하지 않는 것이냐?”
또한 혼돈을 지키며 선 자들을 향해 말했다.
“멸망이 들이닥친다.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도망치지 않는구나.”
“왜 그래야 합니까?”
하세민 등은 이미 모든 것을 이해한 듯했다.
그래서 웃어 보였다.
“여기가 제가 있을 곳입니다. 제가 모시는 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다행이었다.
“끝이 아닐 수도 있겠군.”
저들은, 이미 왕의 자격을 갖춘 자들이었다.
원래 하나의 세계에서 왕격을 지닌 자는 한 명만이 태어난다.
하지만 혼돈이라는 존재가 크게 개입한 세계였기에, 삼왕의 힘으로 여러 세계가 합쳐져 탄생한 곳이기에 저렇게 많은 왕의 지위를 가질 자들이 태어난 것이었다.
저들은 멸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혼돈의 틈에서.
‘저들이 우리의 후계구나.’
자신들의 역할을 대신하며 그 언젠가 혼돈을 구원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고오오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완전한 영멸.
스윽.
그것을 기다리며 검왕이 눈을 감은 순간이었다.
‘끝.’
이제 끝이다.
‘그동안 고생했구나. 나의 동료들이여.’
의지는 함께하지만 먼저 떠난 두 왕을 기리며 검왕은 그렇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파슷.
작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검왕은 천천히 실눈을 떴다.
“고통스러웠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
검왕은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로운의 목소리였다.
“태어남과 자라남에 있어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러셨습니까?”
그가 겪은 인간의 삶.
“너무나 치열했고, 너무나 비열했으며,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그저 고통이기만 하였을까.
검왕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그저 작은 희망과 안도감으로 맞이하려던 끝에, 혼돈을 구원하려던 것이 아닌 고통만 주었다는 것에 자괴감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기쁘기도 했다.”
그가 말했다.
“나를 믿어주는 이들, 내게 의지하는 이들. 형제라는 존재가… 기뻤다.”
“……!”
“배신당하여 그들을 원망했고, 세계가 멸망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언제고 그는 그럴 수 있었다.
그는 혼돈이며, 유일한 멸망이니까.
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나마 세계가 멸망하질 않길 바랐다.
자신을 배신했던 이들을 어느샌가 용서했으며, 지독한 세상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
“당신들을 만나….”
표정 없던 혼돈.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 순간.
“크흡…!”
검왕은 지금껏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신음을 흘렸다.
“행복했다.”
터질 것만 같았다.
쿵! 쿵! 쿵!
초월에 이르고 온몸의 장기와 감정마저 다스리던 검왕은 지금 이 순간 그 벅참을 지우지 못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구원이었다.”
“커흑!”
“사랑이란 무엇이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왜….”
그의 머릿속에 들어찬 과거의 기억들.
피와 살육.
인간이란 것들끼리 저들을 죽이며 욕망을 태워내던 그 순간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아가야.
그때에도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
서로를 사랑하며.
-나를 대신 죽여라!
희생하던 이들 또한 있었음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그저 자신에게 하나의 점일 뿐이었다.
그 하나하나를 깊이 바라보고 지켜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되어보니 알 것 같았다.
“그것이 내가 만든 인간이라는 것임을….”
그들은 자신이었다.
“내가 가지고자 했던 것, 내가 가진 모든 것….”
깨달았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임을.”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을 뿐이었다.
인간을, 세계를 자신과 동일한 선상에 놓지 않았을 뿐.
인간이 개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개미가 자신에게 대드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 또한 그러했을 뿐.
사실은.
“같다는 것을….”
이로운이 자신을 지키는 자들을 지나치며 말했다.
“느꼈습니다.”
“……!”
존대.
그 작은 차이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스승님들을 만나 외롭지 않았으며.”
자신이 가졌던 그 부정이.
“너희를 만나 외롭지 않았다.”
일말의 긍정으로 덧씌워지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신마….”
“주군…!”
이로운의 손아귀에 있던 혼돈이 차츰 사라져갔다.
“하지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모를 것이다. 나 또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모르니까.”
제자와 스승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예. 그렇겠지요.”
이로운은 쓰게 웃어 보였다.
“어찌 보면 모든 것이 멸망하는 게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슬픔과 고통은 없을 테니까요.”
이로운은, 혼돈은.
-슬피 우는구나.
그들의 고통을 지켜보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치우듯, 그리 치웠을 뿐이었다.
사실은.
“저는 도망친 것입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것들에 대한 책임 따위는 지지 않은 채 도망쳤던 것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선택한 것이냐?”
검왕이 물었다.
“힘들 것이다.”
그가 겪게 될 앞날.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며 더 큰 고통에 휩싸일 수도 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그만큼의 차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스승님들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로운이 쓰게 웃었다.
“감당해보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는 이로운.
모든 싸움이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의 자유를 존중하며, 이들과 뒤섞여 살아보겠습니다.”
“신마!”
“하지만.”
이로운은 이제 자신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와 함께 할 수는 없을 거다.”
“……!”
“누군가의 편에 서, 치우치는 것이 아닌 세계를 둘러보고 경험해볼 생각이다.”
안타까운 말이었지만.
“그러십시오.”
하세민은 흔쾌히 답했다.
“하지만 언제고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길.”
그때였다.
스윽.
이로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혼돈의 힘이 검왕의 주변을 서성이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곳에 나타난 것은 이미 죽었던 무왕과 마왕.
그들이 혼돈의 힘에 의해 되돌아왔으며 그들은 전과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 이로운의 곁을 지켰다.
“나는 스승들과 함께 세상을 지켜볼 것이다.”
웃고 있는 이로운.
그의 어깨에.
스윽.
삼왕이 손을 가져다 댔다.
“허나 명심하고, 전해라. 언제고 내 마음이 바뀐다면….”
신이 없던 세상.
“내가 찾아갈 것을.”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축복이 되기를.
그리 바라며.
스윽.
이로운이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나타난 세 명의 스승.
함께 지냈던 혼돈의 틈에서의 시간.
아니 그 이전부터.
-혼돈이여.
자신과 함께해 온 진정한 가족과 같은 존재들.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그들을 향해 이로운은 웃으며 말했고.
“그러자꾸나.”
검왕이 말했고.
“엥. 훌쩍.”
무왕이 코를 비볐다.
“꼴 보기 좋군. 무왕.”
마왕은 웃었다.
그들은 그들의 성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로운이 그들과 함께 빛무리에 사라지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들.”
혼돈.
태초에 존재했던 외로움이라는 존재는 함께가 되어….
스르르-!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언제고 돌아올 집이 있음을.
“고맙다.”
이로운, 혈마이자 천마, 신마이자 혼돈, 삼왕의 제자는….
-인왕.
인간들의 왕은 그날 강림하였고, 자취를 감추었다.
기나긴 시간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삼왕의 제자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