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
신들의 배달기사(1)
“허억, 헉… 아이 씨, 힘들어 죽겠네!”
아파트 28층.
부스럭거리는 비닐봉투를 손에 든 채 힘겹게 계단을 오른 남자는,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불만을 터트렸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면 고장 났다고 미리 얘기를 해주던가. 이럴 줄 알았으면 콜 안 받았지!”
누가 코앞에서 배달을 시켰길래 신나서 달려왔더니만,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띵동-
“배달이요!”
잠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씩씩거리던 그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영수증에 붙은 호수를 찾아 벨을 눌렀다.
어찌 됐든 배달은 마쳐야 했으니까.
끼익-
“저기요, 아저씨. 무슨 배달이 이렇게 하루종일 걸려요? 어디 멀리서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니고,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고만.”
“…예?”
이윽고 열린 문 사이로 음식을 건네주려던 남자는, 잔뜩 짜증이 난 목소리로 툭툭 쏘아내는 여자를 보고선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젠 여기서도 지랄이네.’
마음 같아선 배달이고 뭐고 확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혹시라도 그랬다가 리뷰 때문에 가게에서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오면, 며칠 동안 콜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
“아니 그게, 여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탁-
“아, 뭐야 진짜. 떡볶이 다 식었잖아!”
차분하게 속을 가라앉히고 사정을 설명하려던 그는, 제 말은 듣지도 않고 뺏어가듯 봉투를 채가는 여자를 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쾅-!
“…미친년. 그렇게 가까우면 지가 나가서 사 먹든가.”
곧 거칠게 닫히는 문을 보며 돌아선 남자는, 여전히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보고선 터덜터덜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에휴. 돈 없는 게 죄지, 돈 없는 게 죄야.”
어서 빨리 취직해서 라이더를 때려치우던 해야지.
이제는 지긋지긋한 진상에 투덜거리며 아파트를 나온 그는, 오늘은 이만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부릉-
“내일은 좀 진상이 없었으면… 어? 뭐야. 아까 픽업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멀쩡히 뚫려있었는데.”
얼마나 달렸을까.
이전에 왔던 길을 따라 자취방으로 향하던 남자는, 중간에 골목을 막고 있는 폴리스라인을 보고선 당황한 얼굴로 자리에 멈춰 섰다.
“아. 또 게이트야?”
이내 중간에 노란색 경고 표시와 함께 ‘게이트 발생 중’이라 적힌 표지판을 발견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스쿠터를 돌려 골목을 빠져나왔다.
“에휴. 돌아서 가려면 또 한참 걸리는데.”
뚜르르르-
달칵.
“여보세요?”
-야, 이하준! 너 배달을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예?”
뒤이어 잠시 신호가 걸린 사이 걸려온 전화를 받은 남자는, 성난 듯 언성을 높여오는 지사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일이래.
-조금 전에 분식집 사장한테 전화 와 가지고, 너 때문에 별점 1점 받아서 업체를 바꾸시겠단다! 안 그래도 요즘 너도나도 다 뛰어들어서 매장 관리하기 힘들어 죽겠는데.
분식집?
순간 머리를 스치는 아까 그 여자의 얼굴에 표정을 구긴 하준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배달 앱을 들어가 보았다.
[바로 코앞에서 시켰는데 배달이 무슨 30분이나 걸렸네요. 떡볶이는 차갑고 튀김은 눅눅하구… ㅜ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포장을 시켰을 텐데 ㅎㅎ. 결국 한 입도 못 먹고 다 버렸네요.]별점이 하나만 박힌 리뷰에, 벌겋게 물든 변기 물 위로 떡과 어묵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사진까지.
“이 씨ㅂ…”
-아무튼! 너 앞으로 한 일주일 동안은 콜 없을 테니까, 그리 알고 있어. 알았어?
뚜- 뚜- 뚜-
끝내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는, 뚝 끊긴 전화에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 눌렀다.
“…이제 어떡하냐. 다음 주에 월세도 내야 하는데. 내일부터 상하차라도 뛰어야 되나.”
그렇게 웬 진상 하나 때문에 당분간 일감이 끊겨버린 제 처지를 한탄하며, 인터넷으로 어디 단기 알바라도 좀 찾아보려던 찰나.
-배달의 만족, 주문!
“응?”
통통 튀는 알림과 동시에 휴대폰 위로 떠오르는 콜을 보고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이상하다. 분명 콜 없을 거라고 했는데. 혹시 깜빡하고 아직 명단에서 안 내린 건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앞으로 일주일을 생각하면 당장 한 푼이라도 더 벌어놔야 했으니까.
번쩍-!
“읏!”
곧바로 수락 버튼을 누른 하준은, 난데없이 밝게 터져 나오는 빛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이거. 고장이라도 났나? 왜 갑자기 플래시가…”
이윽고 뿌옇게 돌아오는 시야에 천천히 눈을 뜬 그는, 순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잠시 넋을 놓고 눈을 비비적거렸다.
“…내가 잘못 봤나?”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
저 멀리 시뻘겋고 커다란 무언가를 매단 채 날아다니고 있는 백마들.
그리고 어디 갔나 했더니, 하얗고 몽실몽실한 게 딱 구름 같은 바닥.
마지막으로 감히 웅장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거대하고 화려한 스케일의 건축물까지.
“여, 여긴 또 뭐야!”
올림포스.
신들의 궁전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