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06)
신들의 배달기사(106)
“크으! 그래, 바로 이거지. 자고로 음식에선 이런 맛이 나야지! 달고, 짜고, 기름지고, 자극적이고!”
“맞습니닷! 솔직히 마을이고 도시고, 님프들 음식은 너무 맛없는 것입니닷!”
평화로운 오후.
루시오의 볼일을 마치고 도랑물 마을을 나와, 조용하고 안락한 마이 홈으로 돌아온 하준은.
간만에 님프식이 아닌 현대의 훌륭한 음식들을 입에 담으며, 피자 도우 위에서 쭉쭉 늘어나는 치즈에 녹아내리듯 흐물흐물 미소를 지었다.
망할 풀때기.
소금 하나 안 친 비릿한 민물고기는 이제 그만!
“으음, 그래서 아무튼. 그 칠죄종이란 놈들이 세상을 멸망시킬 계획을 꾸미고 있다, 그런 말이야?”
“정확히는 계획은 이미 다 꾸렸고, 이제는 진행 중에 있는 것입니닷!”
우물우물.
페퍼로니가 잔뜩 올라간 피자를 만족스레 해치우며, 루시오로부터 녀석이 알아 온 정보를 전해 듣던 그는.
듣다 보니 제법 심각한 이야기에, 잠시 손을 멈추곤 고민에 빠져들었다.
칠죄종.
각각 오만, 탐욕, 질투, 분노, 색욕, 식탐, 나태로 이루어진 거대한 죄악의 덩어리들.
한때 수많은 성좌들이 힘을 합쳐 ‘일곱 갈래로 갈라진 땅, 푸른 불길이 넘실거리는 곳’. 즉, 지옥으로 밀어 넣어 가두어버린 녀석들이.
요 근래 지상이고 신화고 상관없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아직은 그 촉수같이 약한 놈들밖에 못 올라오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또 그보다 강한 괴물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겁니닷!”
“……아니, 잠깐만. 그 촉수들이 약하다고? 누구 오른팔쯤 되는 녀석들이 아니라?”
“그게…… 루시오도 확신할 순 없지만, 책에는 분명 그렇게 나와 있던 것입니닷.”
이어진 설명에 순간 자신이 무얼 잘못 들었나 싶어 눈살을 찌푸린 하준은.
제대로 들은 게 맞다는 듯 확인 사살을 꽂는 루시오를 보고선,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 미노타우로스도 조종하던 무지막지한 녀석이 어디 사천왕쯤 되는 포지션도 아니고, 그냥 그저 그런 잡몹에 불과한 놈이었다니.
‘확실히, 그때 헤라클레스가 있던 바위산에서 여기저기 흔하게 널브러져 있던 걸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거 같긴 한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그시 입술을 저민 그는.
일전에 해운대에서 그 ‘영원’ 길드조차 자칫 전멸을 당할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괴물이 지옥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니.
물론 유독 적응 속도와 발전이 빠른 놈들이라, 충분한 시간만 받쳐준다면 나름 봐줄 만한 정도까진 성장한단 말이 있긴 했어도.
차마 받아들이기가 영 힘든 얘기였다.
“……그러면 신들은? 그렇게 강한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신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 아니야. 전에 미노타우로스를 이용해서 크레타섬을 멸망시키려 했던 것처럼, 여기 지상뿐만 아니라 신화 쪽도 망가트리려 하고 있다며?”
이내 깊어지는 근심을 털곤 질문을 던진 하준은.
성좌들의 존재에 희망찬 얼굴로 루시오를 바라봤다.
일단은 다양한 신화의 신들이 모여서 지옥에 봉인해버린 녀석들이었으니만큼, 어쩌면 이번에도 직접 나서서 해결해줄지 모를 노릇이었으니까.
“그걸 루시오가 어떻게 압니깟? 아직 신님들한텐 뭘 여쭤보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닷.”
“아.”
돌아온 답에 멍하니 눈을 끔뻑인 그는.
그 말마따나 아직 알 수 없는 사실에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신들의 의중을 점쳐보았다.
그래도 어떻게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까.
당장 이쪽은 촉수 한둘만 해도 버거운데.
“하지만 여태 하준이랑 만난 신님들의 반응을 보면,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는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닷. 헤라클레스 님도 그렇고, 헤파이스토스 님도 그렇고, 프레이야 님도 그렇고. 다들 그 지명을 듣고선 엄청 엄청 놀라셨지 않습니깟?”
“……그랬었지, 아마?”
하나 예상외의 견해에 스멀스멀 불길함을 느낀 하준은.
순간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끔찍한 상황에,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신들이 계속 방관할 수도 있다는 얘기야?”
“그건 아닐 겁니닷. 그 왜, 전에 하준이 헤파이스토스 님한테 한번 그곳에 대해 여쭤본 적 있지 않습니깟?”
다행히도 제법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루시오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뒤이은 말에 긴가민가한 얼굴로 기억을 되짚으며, 과거를 되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프레이야의 부탁을 들어주고 헬헤임에서 돌아왔을 때.
헤파이스토스에게 그놈의 일곱 갈래 뭐시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때 헤파이스토스 님께서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던 겁니닷. 애초에 신님들끼리 스스로 책임지셔야 할 문제라고.”
“음, 신들끼리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
결과적으론 신들도 마냥 가만히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란 이야기에 머리를 끄덕인 하준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고선, 마저 남은 피자 조각을 들어 올렸다.
“신들? 책임? 그거, 무슨 얘기?”
“흐어어억! 뭐, 뭐야!”
그리곤 이내 디핑 소스를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가려던 찰나.
난데없이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는.
도대체 언제 들어왔는지, 제 옆에 자리를 잡곤 피자를 집어 올리고 있는 누군가를 돌아봤다.
“……아, 아린 씨?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아니, 애초에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여길? 남의 집인데.”
순간 너무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린 하준은.
슬그머니 옆으로 의자를 옮기며, 영 수상쩍은 눈빛으로 그녀를 살폈다.
설마 조금 전 얘기를 다 들어버린 건 아니겠지?
“방금. 열어줬어.”
“띵동 했는데 하준이 못 들은 거 같아서, 루시오가 열어주고 온 겁니닷!”
의문도 잠시.
마치 ‘나 잘했지?’ 같은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루시오를 흘긴 그는.
혹시 뭐가 잘못됐냐며 눈을 깜빡이는 녀석을 보고선, 나지막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까 초인종이 울렸다고?
전혀 못 들었던 거 같은데.
“……그래, 잘했어.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아무튼 방금 왔다는 말도 그렇고, 루시오가 직접 문을 열어줬다는 것도 그렇고.
그 정도면 중요한 이야기는 다 끝나고 들어왔으리라 판단한 하준은.
또 ‘영원’에서 무슨 부탁할 거리라도 생겼나 하며, 피자 박스를 닫곤 아린을 마주 봤다.
“잠실. 보상한대.”
그사이 금세 한 조각을 해치우곤, 닫힌 박스를 아련히 내려다보던 그녀는.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하준 좀 보면 전해달라던 성준의 말을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보상이요? 왜요?”
그에 무슨 꿍꿍인지 지그시 눈살을 좁힌 하준은, 통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아틀란티스에서 딱히 ‘영원’ 길드를 도와준 적이 없었으니까.
혹시 하도윤이 경비대장이랑 싸우던 걸 중간에 중재해줘서 그런 건가?
“게이트. 우리가 안 깼으니까.”
“아하.”
돌아온 답에 과연 알겠다는 듯 머리를 주억인 그는.
확실히 그들과 같이 촉수를 잡으러 갔던 경비대장이 돌아올 때까진 게이트가 멀쩡했던 것을 기억하며, 조용히 침음을 내뱉었다.
뭐, 듣고 보니 이유야 그럴싸한데.
시기가 영.
“그런데, 그걸 왜 이제 와서 보상하겠다는 거예요? 게이트가 닫힌 지 벌써 열흘이 넘게 지났는데.”
하준은 끝까지 의문을 놓지 못한 채, 찝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저쪽에서 알아서 돈을 챙겨주겠다는데, 이렇게 안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괜히 무턱대고 받았다가 그걸 빌미로 슬금슬금 부탁이라도 해온다면, 서로 신뢰도 잃고 기분만 나빠지는 꼴이었으니까.
“성준. 열심히 이사회 설득했어. 왜 쓸데없이 생돈을 쓰냐고 한 거, 엄청나게 화냈어.”
그에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천천히 이야기를 늘어놓은 백아린은.
매번 이사회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통 말이 안 통한다며 씩씩거리던 성준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우 씨! 이래서 당장 돈만 보는 놈들은 안 된다니까! 설령 영입을 못 하더라도,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유지해둬서 나쁠 게 없는 사람인데!」
“그리고, 나 어제 아침에도 왔어. 그제도, 사흘 전에도, 나흘 전에도 여기 찾았었어.”
끝내 자기 사비라도 털겠다고 나서고서야 겨우 지원을 약속받은 그를 대신해, 매일같이 하준의 집을 찾았던 아린은.
그때마다 텅 비어있던 집 안을 기억하며, 괜스레 울적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그래요? 하하. 그게, 제가 마침 나흘 전부터 좀 바쁜 일이 있었어 가지고…….”
“하준, 그러니까 왜 그렇게 의심을 하고 그럽니깟? 그것도 선의로 돈 주러 온 사람한테 말입니닷.”
하필이면 또 제가 딱 자리를 비웠을 때만 집을 찾아왔었단 이야기에,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인 하준은.
옆에서 툭툭 눈치를 보내는 루시오를 보고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아 참! 그보다 타르타로스 공략은 어떻게, 잘됐어요? 저번에 보니까 새로 도전한다는 거 같던데.”
“그거, 아직. 진입은 다음 주에.”
“아…… 다음 주.”
며칠 전, TV에서 본 소식을 이용해 화두를 돌린 그는.
어째 더 어색해진 분위기를 보며, 바싹 말라가는 입술을 적셨다.
“흠흠. 아무튼 그, 보상은 제가 나중에 따로 성준 씨한테 연락해서 받도록 할게요. 오늘, 이렇게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아린 씨.”
결국 목을 가다듬곤 대충 얘기를 마무리한 하준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 아린을 집 밖으로 내보내며, 잘 가란 인사와 함께 친절히 손을 흔들었다.
툭-
“……아린 씨?”
“그리고.”
이윽고 재빨리 현관문을 쿵 닫으려던 찰나.
아슬아슬하게 끝을 비집고 들어온 발에, 무슨 일인가 빼꼼 고개를 내민 그는.
여전히 할 말이 남았는지 조용히 입을 여는 그녀를 보고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렇지.
정말로 안 줘도 되는 돈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넘겨줄 리가 있나.
쯧. 기왕 이렇게 된 거, 뭐라 하는지 얘기나 한번…….
“싸움. 알려줘. 나, 하준처럼 강해지고 싶어.”
“싫어요.”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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