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09)
신들의 배달기사(109)
띠링-
[현재 미드가르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믿지 못할 소문. 그 소문의 주인공을 밝혀내십시오.] [제한 시간: 168시간] [주의 * 배달에 실패하거나 포기할 시 천벌을 받게 됩니다.] [배달 팁: 3,000,000p]“……하준은 진짜 미친 겁니닷. 진짜 진짜 또라이인 것입니닷!”
부릉-
간만에 돈 되는 일을 받고, 헤파이스토스의 오두막을 떠난 지 반나절째.
지친 프레이야의 도움으로 곧장 아스가르드 구석으로 날아와, 미드가르드를 향해 핸들을 잡은 하준은.
눈앞에 비치는 메시지 뒤로, 아까부터 넋이 나간 얼굴로 조용히 제 욕을 반복하고 있는 루시오를 보고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일단 무조건 크게 부르고, 안색이 안 좋으면 그때 가서 가격을 낮추라며. 그게 협상의 기본이라면서?”
자기는 가르쳐준 대로 했고.
덕분에 겨우 80만 포인트로 퉁치려던 보상을, 무려 근 네 배에 달하는 300만 포인트까지 끌어올렸다.
이만하면 충분히 훌륭한 협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건지.
“그게 그렇다고 막 여신님한테 꼽주란 소리가 아니었지 않습니깟! 그때 하준 표정이 어땠는지 알기나 하십니깟? 솔직히 거기서 프레이야 님한테 불경죄로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었던 것입니닷!”
그에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쏟아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은 님프는.
아직도 그 여신 뒤에 비치던 한기만 생각하면 오한이 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말, 그나마 지금껏 쌓아온 신뢰와 무시 못 할 업적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초면부터 그랬다고 생각하면 아주…….
“괜찮아, 괜찮아. 아무튼 무사했으면 됐지 뭐.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받을 보상만 늘어난 거잖아?”
통 걱정이 줄지 않는 루시오에,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하준은.
여전히 사이드미러로 비치는 뚱한 표정을 보고선,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나 참, 이게 꼭 저만의 잘못인가?
애당초 80만 포인트가 아니라 150만 포인트만 불렀어도,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낼 일은 없었을 텐데.
‘거 프레이야 님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쪼잔하시네.’
결국 이 사달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다름없는 프레이야의 씀씀이를 탓한 그는.
지난번에는 전혀 모자라지 않았던 보상을 떠올리며, 더욱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50만 포인트에, 통 크게 패딩값까지 대신 채워주셨는데.
그사이에 허리띠를 졸라매시기라도 하셨나.
[300m 앞, 우회전입니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잡생각도 잠시.
금세 거의 다 도착한 중간 집결지에,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하고 알록달록한 다리를 올려다본 하준은.
그 아름답고도 참 웅장한 모습에 나지막이 감탄을 내뱉었다.
“우와. 웬 무지개다리로 먼저 가라기에, 그게 무슨 비유인가 했더니만. 진짜 무지개다리였네?”
“……그럼 뭐, 그게 하준보고 나가 죽으라 하신 소린 줄 알았습니깟?”
“아니, 난 또 북유럽에 헬헤임 같은 데가 하나 더 있나 했지.”
아직도 삐진 건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루시오를 바라보며, 어색하니 웃음을 흘린 그는.
처음 올림포스에 올라와 구름을 밟고 섰을 때처럼, 무지개 위를 달린다는 특별한 느낌에 재미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운행을 종료합니다.]“읏차, 다 왔다. 내려, 루시오.”
이윽고 도착 알림에 천천히 스쿠터를 세우곤 바닥에 내린 하준은.
무지개다리 옆으로 아찔하게 펼쳐진 낭떠러지에,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중앙으로 슬쩍 걸음을 옮겼다.
“하준, 정말로 도착한 거 맞습니깟?”
“응. 내비가 그렇다네.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혹시 음성이 잘못 나왔나, 스쿠터에 거치해놓은 폰을 들고선 자세히 내비를 확인한 그는.
문제없이 지금 저들이 선 이곳을 가리키는 주황색 픽업 마크를 보며, 요상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설마 너무 일찍 도착한 건가?
다그닥-
“응?”
걱정도 잠시.
저 멀리 발소리와 함께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시커먼 무언가를 발견한 하준은.
이내 순식간에 저들 앞에 도착해 딱 멈춰 서는 준마를 올려다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스, 슬레이프니르! 하준, 슬레이프니르인 것입니닷!”
슬레이프니르.
보통 말보다 거의 두 배는 더 커다란 덩치에,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새까만 준마.
자그마치 그 오딘이 타고 다녔던 신마이자, 빠르기로는 저들 그리스 신화의 페가수스조차 상대가 안 된다는 녀석을 마주한 루시오는.
그 멋들어지고 잘 빠진 자태에 눈을 반짝이며,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 온 아이처럼 하준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다.
“슬레이…… 뭐? 하, 그런 것보단 우리 적토마가 훨씬 예쁘거든?”
그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린 하준은.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새끼를 쓰다듬으며, 슬그머니 준마를 흘겼다.
……뭐, 제법 멋있긴 하다마는.
딱 거기까지.
척 보니까 콧대가 장난 아니게 높아 보이는 게, 시승감은 그다지 좋을 거 같지가 않았다.
“하준…… 아무리 제 자식이 예뻐 보인다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닷. 게다가 애초에 그거, 빨간색도 말도 아니지 않습니깟.”
하나 매정하게도 진실을 늘어놓은 님프는.
제가 무어라 하든 이미 귀를 닫아버린 하준을 보고선, 글러 먹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뭐 본인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데 어찌하겠는가.
철커덕-
그러는 사이.
어느덧 슬레이프니르에서 내려 저들 앞에 선 기사를 마주한 둘은.
제가 타고 온 준마만큼이나 새카만 갑옷과 투구를 보며, 조금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상대를 훑었다.
이쪽이 프레이야가 말한 그 동료인가.
“……당신입니까?”
한 발짝, 하준을 향해 성큼 다가온 남자는.
눈구멍을 통해 지그시 그를 바라보며, 곧 어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말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멋대로 남의 구역에 들어와서 허락도 없이 일을 채 갔다는 상도덕 없는 해결사가.”
헬헤임.
본디 오딘의 부탁으로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떠올린 그는.
잠깐 지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온 사이, 저 대신 용병으로 일을 마쳤다던 그리스 신화의 영웅을 기억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 상도덕? 해결사?”
통 영문을 모르겠는 이야기에, 그게 무슨 말인가 머리를 긁적인 하준은.
일전에 프레이야의 부탁을 받아 해결했던 헬헤임의 일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여? 이쪽은 그냥 프레이야 님이 뭣 좀 알아봐 달라고 해서, 돈 받고 헬헤임 한 번 다녀온 것밖에 없는데.”
“맞습니닷! 그리고 애초에 하준은 해결사도 아닌 것입니닷!”
자기는 그저 이쪽으로 가면 누군가 도와줄 거라고 해서,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먼 길을 달려왔을 뿐인데.
난데없이 여기서 나와바리가 어쩌고, 상도덕이 어쩌고 하는 이상한 사람이 튀어나오다니.
“……해결사가 아니라고?”
“그렇습니닷! 하준은 해결사가 아니라 배달기사인 것입니닷, 배달기사!”
“맞아, 맞아. 여기 스쿠터 안 보여? 스쿠터?”
배달기사.
하준네와 마찬가지로 통 알 수 없는 얘기에 고개를 기울인 남자는.
그 말마따나 무기는커녕 흔한 갑옷조차 안 걸친 채, 웬 무지개다리 가운데 스쿠터를 세워놓고 있는 하준을 보곤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뭐지? 미친놈인가.’
순간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에, 면갑을 들어 올리곤 눈을 비비적거린 그는.
몇 번이나 눈을 비벼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저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허탈하니 웃음을 터트렸다.
도대체 누가 제 구역에서 일을 가로챈 건지, 언젠가 만나기만 하면 아주 혼쭐을 내주리라 다짐했었건만.
막상 보니 무어라 따지기도 그런 모양새에, 그저 한숨을 푹 내쉰 남자는.
그날 그 일 때문에 괜히 오딘한테 깨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없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뭐야,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런대?”
“……모르겠습니닷. 혹시, 이거 아닙니깟?”
그에 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눈을 비비기 시작하더니, 곧 웃음을 터트리며 얼굴을 감싸 안는 남자를 본 하준은.
살며시 제 뒤로 숨어, 머리 옆에 대고 검지를 빙글빙글 돌리는 루시오를 보고선 공감한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이거 야단났네.
이번에 이런 사람이랑 같이 일을 해야 한다고?
‘근데 저 갑옷, 분명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이내 진정한 듯 다시 면갑을 내리는 그를 보고선, 어딘가 익숙한 차림새에 지그시 눈을 좁히던 하준은.
알 듯 말 듯 오묘한 느낌에 이만 고개를 털며, 잡생각을 떨쳐내었다.
툭-
“호오, 신기하군. 이게 헤르메스, 그 꼬맹이가 만든 건가?”
“……응? 흐어억! 까, 깜짝이야!”
이윽고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돌아선 그는.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제 스쿠터를 내려다보며 툭툭 핸들을 건드리는 나그네를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 새된 비명을 터트렸다.
“누, 누구…….”
두 마리의 뱀이 서로 엉키어 휘감기듯 올라오는 특이한 지팡이.
마치 헤르메스가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녀석을 손에 쥔 그를, 잔뜩 긴장한 얼굴로 흘긴 하준은.
조심스레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을 만한 놈을 돌아보았다.
“북유럽 신화의 카두케우스……. 헤, 헤임달! 헤임달 님이신 겁니깟?”
“……헤임달?”
헤임달.
아스가르드와 미드가르드를 잇는 무지개다리, 비프로스트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의 시작을 알리는 뿔피리, 걀라르호른의 주인.
하준의 예상대로 곧바로 헤임달을 알아본 루시오는.
빛의 신이자 동시에 예언의 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를 보며, 미친 듯이 벅차오르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음? 네가 그 요새 유명한 님프로구나. 그러니까, 이름이…….”
“루, 루시오! 루시오인 것입니닷!”
“아, 그래, 루시오. 만나서 반갑구나.”
자그마치 한 신화의 주신 격에 달하는 힘을 가진 신님이.
제 존재를 알고 계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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