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1)
신들의 배달기사(11)
“이상입니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어휴. 드디어 도착했네.”
헤파이스토스의 부탁을 받아, 만년한철을 구하기 위해 던전에 들어온 지 대략 세 시간 남짓.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갱도 깊숙이 들어온 하준은, 이제야 끝을 가리키는 안내 음성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배달 팁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구만.”
거리상으로는 30km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안쪽으로 갈수록 비좁아지는 통로에, 중간중간 스쿠터에서 내려 질질 끌고 갈 일이 많았다.
“하마터면 스쿠터 버릴 뻔했네.”
그뿐이랴, 억지로 샛길을 통과하다 스쿠터가 끼일 뻔했던 것은 물론.
복잡한 갈림길에 내비를 보고도 길을 잘못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몬스터들이 죄다 뼈밖에 안 남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힘없이 느려 터졌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서리 낀 바닥에 누워, 뼈다귀들 사이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을 터였다.
“아이고, 여기저기 성한 데가 하나도 없네!”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
누가 보면 자갈밭이라도 구른 줄 알만큼, 넝마가 되어버린 스쿠터를 보고선.
하준은 착잡한 마음으로 스크래치가 난 부분들을 어루만졌다.
“돌아가면 도색이라도 새로 해야… 응?”
이윽고 저 앞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을 따라 통로를 빠져나온 그는, 널따란 공동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 잡은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와, 무슨 바위가 이렇게 크대?”
지금 꽤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바위를 올려다보며.
하준은 나지막이 감탄과 함께, 픽업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툭-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운행을 종료합니다.]내비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안내음성.
정확히 0m를 가리키는 거리에, 발끝에 닿은 뭔가를 살핀 하준은.
떡하니 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를 보고선 식은땀을 주륵 흘렸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적어도 몇천 톤은 나가 보이는 이 거대한 바위를 어찌 배달한단 말인가.
분명 근처에 따로 만년한철이라 불리는 광석이 있으리라 짐작한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덕처럼 솟은 바위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화아악-
“휴. 그럼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금방 꼭대기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돌덩이를 발견한 하준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도를 높여 정상에 다다랐다.
“이야, 이것도 크기가 장난 아니네. 배달통에 들어갈 수 있으려나”
당장 자신이 올라온 바위에 비할 정도는 아니어도, 상당히 커다란 사이즈.
그는 거의 제 상체만 한 원석을 내려다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가져가지?”
이럴 줄 알았으면 출발하기 전에 곡괭이라도 하나 구해서 들고 올걸.
하준은 단순히 픽업만 하면 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바위산에 단단히 틀어박혀 있는 만년한철을 보고선 당황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였다.
“하. 미치겠네. 이거 나갔다 와야 하나?”
던전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데만 해도 세 시간.
그래도 한 번 가본 길이니, 이번처럼 헤매진 않겠지만.
왕복으로 거의 네 시간을 넘게 왔다갔다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그거야 해골바가지들이 좀 섬뜩하긴 해도 무시하라면야 충분히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었기에, 밖에 나갔다 오는 것 자체는 괜찮았지만.
퀴네에 때문에 다시 던전에 들어오기 위해선 밖에서 하루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남은 시간 : 25시간 38분 14초]오늘이라면 모를까.
다음날까지 일을 끌고 간다면, 제한 시간이 많이 간당간당했으니까 말이다.
‘으음. 정확히는 자정을 기점으로 사용횟수가 돌아오니까, 새벽에 들어온다 치면 어떻게 시도해볼 만할 거 같긴 한데.’
그러다 내일 또 던전에 들어갈 일이 생기면 어쩌나.
솔직히 말해서, 가능하면 요번에 콜을 마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띠링-
[Tip * 배달이 잘 풀리지 않을 땐, 포인트 상점을 이용해보세요. 쓸 만한 물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깊어지는 고민에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 누르던 하준은, 마치 방안을 제시하듯 알림과 동시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어지간하면 포인트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는데.”
따로 세일하는 품목이 있지 않은 이상, 가장 저렴한 물건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1,000포인트.
쓸 만한 물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못해도 천만 원은 넘게 깨질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아팠다.
‘내 피 같은 돈이…’
하지만 어찌하랴.
아니면 곡괭이를 구해서 내일 자정에 다시 들어오는 수밖에 없거늘.
그마저도 이 커다란 원석을 평범한 곡괭이로 시간 내에 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고 말이다.
띠링-
[포인트 상점]-황금 사과[1,000p]
-납 화살[10,000p]
-황금 화살[50,000p]
-스쿠터[100,000p]
체념하고 이만 상점을 연 하준은, 보기만 해도 살벌한 가격들에 눈물을 삼키며 스크롤을 내렸다.
-캐내는 자의 곡괭이[5,000p]
“오, 오천? 아니 무슨 곡괭이를 금으로 만들었나!”
가짓수가 족히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목록의 중간쯤.
금세 필요한 물건을 찾아 멈춘 그는, 무려 오천만 원씩이나 하는 곡괭이를 보고선.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글자를 클릭해보았다.
[캐내는 자의 곡괭이]-살아생전 무엇이든 캐내지 못한 게 없었던, 위대한 도굴왕의 곡괭이.
-그 어떤 무덤이든 광물이든, 딱 한 번 반드시 캘 수 있게 도와준다.
(남은 사용횟수 : 1)
“허, 참. 기가 막혀서 그냥 말이 안 나오네.”
빠르게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하준은, 순간 제가 잘못 봤나 싶어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곤 마지막 줄을 재차 살폈다.
가격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심지어 일회용이라니.
그 퀴네에조차 원가로 따지더라도 8,000포인트에 두 번은 사용할 수 있었건만.
5,000포인트나 드는데 한 번 쓰면 끝이라는 건, 이 곡괭이의 능력이 신물인 퀴네에의 것보다 더 가치가 있으리란 소리였다.
“끄으으으…”
퉁- 투둥-
결국 고민 끝에 제 살을 도려내는 듯한 심정으로 힘겹게 구매를 마친 그는, 허공에서 튀어나와 원석 위로 떨어진 곡괭이를 보며 입술을 꾹 물었다.
[잔여 포인트 : 25,300p]오천 포인트.
오천만 원.
하준은 뭉텅이로 깎여나간 포인트에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
“…그래. 투자라고 생각하자. 2만 포인트짜리 배달을 성공시키기 위한 투자!”
이윽고 각오를 다지며 마음을 추스른 그는, 원석 가장자리를 향해 있는 힘껏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카앙-!
만년한철이 박힌 바위에, 겉으로는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곡괭이의 날이 부딪히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청아한 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휘이익-
번쩍-!
“악! 눈뽕!”
뒤이어 서투른 곡괭이질에 조금 부스러진 틈새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손에 쥔 곡괭이와 함께 원석을 감싸 안았다.
“아흐, 눈 아프게 갑자기… 어, 어? 빠졌다!”
터엉- 텅-
이내 부스러지는 곡괭이 아래로 커다란 구멍을 남기곤, 바위 밑으로 굴러떨어지고 있는 만년한철을 보고선.
하준은 혹시나 깨질까 급하게 원석을 따라 내려갔다.
“이, 설마 부서진 건… 휴. 다행히 말짱하네.”
어디 흠집이라도 있으면 괜히 책잡혀서 값이 깎일까 꼼꼼하게 살펴본 그는, 곧 긁힌 자국 하나 없이 짱짱한 물건을 확인하곤 식은땀을 닦았다.
“흐흐흐. 이제 이걸 위에다 가져다주기만 하면 2만 포인트다, 이거지? 으윽, 무거워!”
쿵-
이어서 잠시 공동 입구에 세워놨던 스쿠터를 끌고 와 원석 앞에 댄 하준은, 낑낑대며 기어코 만년한철을 들어 올리고선 배달통에 쑤셔 넣었다.
텅-
“좋아. 뚜껑도 잘 닫혔고. 완벽하구만!”
중간에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물건도 픽업했겠다.
빠릿빠릿 고객님께 달려갈 준비를 마치고선 스쿠터에 올라탄 그는, 제발 무게 때문에 안 움직이지만은 않길 바라며 시동을 걸었다.
부릉-
쿠구구구-
“…어?”
이윽고 문제없이 앞으로 나가는 바퀴에 졸인 가슴을 쓸어내리려던 찰나.
하준은 갑작스레 격하게 흔들리는 땅과 동시에,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마른침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쿵- 쿵-
“어, 어어어어? 저, 저게 뭐야!”
바위.
방금 전에 꼭대기에서 만년한철을 캐냈던 바위가, 마치 살아있는 듯이 바닥을 짚고선 그 육중한 덩치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 * *
“아이 씨, 이상하다. 분명 약도대로 움직였는데.”
서리 갱도 깊은 곳.
길드장 박성준의 부탁으로 제련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수원으로 내려온 하도윤은, 벌써 다섯 번째 마주하는 막다른 길을 보고선 나지막이 눈살을 찌푸렸다.
달그락- 달그락-
“아까 갈림길에서 한 칸 더 오른쪽으로 들어갔어야 됐나?”
쩌엉-!
후두둑-
뚫어져라 약도를 쳐다보던 중.
뼈를 부딪치며 다가오는 서리 병사들을 무심하게 내지른 주먹으로 단방에 정리해버린 그는, 다시 약도에 새겨진 별을 찾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 골목을 나섰다.
쿵- 쿵-
“…응? 발소리?”
그렇게 잘못 들어섰던 통로를 나와, 제대로 된 길목으로 들어서려던 그때.
도윤은 난데없이 흔들리는 바닥에 흠칫 몸을 떨며, 저 멀리 안쪽에서부터 점점 다가오는 빛에 슬금슬금 자세를 잡았다.
‘이상하네. 서리 갱도엔 걷는 걸로 지축을 울릴 만큼 커다란 대형 몬스터가 없을 텐데.’
빠아아앙-!
“앞에 비켜! 부딪친다!”
“스, 스쿠터?”
의문도 잠시.
도윤은 익숙한 클락션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스쿠터를 보고선, 놀란 눈으로 그 위에 탄 운전자를 바라보았다.
“저기, 혹시 사흘 전에 타르타로스에서…”
“뭐? 아니, 일단 길 좀 막지 말고 비켜 봐요! 지금 뒤에…”
쿠웅-
일전에 타르타로스에서도 그렇고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이번에야말로 정체를 밝혀내리라 다짐하며 그에게 질문을 건네던 도윤은, 얘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더 격해진 울림에 자연스레 통로 안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저, 저 미친. 벌써 여기까지! 그쪽도 살고 싶으면 빨리 튀어요. 갱도에 파묻혀서 뒤지기 싫
으면!”
“네? 그게 무슨… 저기요? 저기요!”
그리고 그 잠깐 신경을 팔린 사이.
어느새 제 어깨를 밀치곤 스쿠터를 몰아 사라지는 남자를 보며, 뒤늦게 뻗은 손으로 애처롭게 허공을 만졌다.
“갱도에 파묻히다니, 도대체 뭐…”
쿠우웅-
“아.”
이내 곧 서 있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는 바닥에, 재차 통로 안쪽을 바라본 도윤은.
한 대 크게 맞기라도 했는지 움푹 들어간 정수리를 보이며 벽을 부수곤 달려오는 거대한 골렘을 보고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잠깐, 스톱! 저도 같이 좀 탑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