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15)
신들의 배달기사(115)
“그게 무슨…….”
철퍽-
“큭!”
혼자가 아니라니.
통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알베르토는, 순간 제 뒤꿈치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흠칫 뒤로 돌아섰다.
부웅-
어느덧 사체를 모두 기어올라, 주변을 빙 둘러싼 촉수들.
황급히 다리를 털어 꾸물꾸물 발을 타고 올라오는 녀석을 털어낸 그는, 곧바로 우글우글 몰려드는 적들을 향해 있는 힘껏 대검을 내리찍었다.
쩌어억-!
‘좋아. 다행히 아직 싸울 수 있나 보네.’
그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치 둔기로 짓이긴 듯 찌부러지는 촉수를 본 하준은.
부식된 날 때문에 더는 못 싸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는 달리, 아직도 평범한 촉수들뿐이라면 무리 없이 상대하는 그를 보고선 가슴을 쓸어내렸다.
콰아앙-!
이윽고 커다란 폭음에 눈길을 돌린 그는.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벌건 무언가를 보고선,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고 황금색 털을 꺼내 들었다.
후욱-
퍼어엉!
그대로 후 하고 분 입김에 날린 털이 팔랑거리며, 사체로 쌓인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사이.
그새 지척까지 다가와 촉수를 휘두르는 베파르의 앞으로, 허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쩌어어엉-!
뒤이어 코앞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곧장 헬멧을 다시 내려 쓴 하준은.
풍압에 밀려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누군가를 확인하곤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거, 이거, 기껏 준 분신을 과연 어디다 써먹을까 했더니. 아주 어려운 녀석을 상대로 붙여 놓는구만?”
벌겋게 달아오른 눈에 금빛 눈동자.
붉은 장포에 덧입은 번쩍이는 갑옷과, 온몸에 풍성히 난 황금색 털.
그리고 베파르가 촉수 넷을 꼬아 휘두른 공격을 여유로이 막아선, 기다랗고 투박한 생김새의 봉까지.
“오랜만이야, 친구! 잘 지냈어? ……친구?”
제천대성(齊天大聖) 손오공.
컴컴한 주변을 슥 둘러보며, 퀴네에를 이용해 숨은 저를 찾는 분신을 마주한 하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기우뚱 고개를 기울이는 그를 뒤로한 채, 난데없이 튀어나온 적에 당황한 얼굴로 눈을 끔뻑이는 악마를 흘겼다.
“……미후왕? 동양의 대요괴가 어떻게!”
“흥! 썩은 유황 냄새나 풀풀 풍기는 잡스러운 녀석이, 감히 누구더러 요괴라고?”
부웅-
일순간 맞대고 있던 촉수를 쳐내고 빙그르르 한 바퀴 돈 여의봉이, 튕겨 올라간 촉수 아래로 빈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아앙-!
“자, 잡스러운……. 하, 아하핫! 그래 봐야 본체도 아닌 분신. 고작 그거 하나로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그에 제 몸을 둘러싼 촉수들 몇을 풀어 봉을 막아낸 베파르는.
이야기 속에 기술된 강함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날린 인지도로나, 자주 동양 최강 중 하나로 거론되는 그 명성과 달리 제법 맞댈 만한 위력을 보고선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제아무리 그 유명한 미후왕일지라 한들, 분신은 분신.
그것도 여럿이 아닌 고작 한 마리여서야, 본신을 이끌고 직접 올라온 악마를 홀로 오롯이 감당해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꾸구국-
그대로 받아낸 봉을 촉수 두어 개로 휘리릭 둘러싸 단단히 고정시킨 베파르는.
스멀스멀 불그스름한 안개를 내뿜으며, 뚝뚝 끄트머리에 벌건 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촉수들을 날개처럼 펼쳤다.
“후후, 이대로 감싸서 천천히 녹여주겠……. 컥!”
뻐어억-!
그리곤 들어 올린 촉수들을 손오공의 분신 위로 꾸물꾸물 움직이던 찰나.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훤히 드러난 옆구리가 움푹 들어간 악마의 몸이, 마치 포탄처럼 쏘아져 저 멀리 날아갔다.
“친구! 계속 옆에 있었구나?”
이윽고 베파르가 사라진 자리.
기척도, 모습도 잡히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하준의 존재를 알아챈 분신이, 반가운 얼굴로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 덕분에 살았습니다, 제천대성님.”
“아냐, 아냐. 다 이럴 때 써먹으라고 준 건데 뭐. 정 고마우면 나중에 본체한테 인사라도…….”
콰아앙-!
하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잠시.
전과 달리 금방 자세를 추스르고 돌아오는 악마를 돌아본 하준은.
이번엔 나름 타격이 있었는지 퉁퉁 부은 옆구리를 짚으며 나타난 녀석을 보고선, 다시금 몽둥이를 꾹 쥐었다.
“이, 쥐새끼 같은 인간 놈이!”
곧장 펼친 촉수를 다시 둘러 둥그렇게 방패 삼은 베파르는.
방금 그 일격에 뼈가 부러졌는지 시큰거리는 옆구리를 내려다보며, 잘근잘근 입술을 저몄다.
처음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고 사라질 때부터, 까다로운 상대가 되리라곤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얄미운 녀석일 줄이야.
‘하다못해 저 미후왕의 분신만 아니었어도…….’
제가 몽둥이에 얻어맞고 저 멀리 날아갔다 오는 사이, 여의봉을 뒤로 넘겨 양어깨에 걸치고 선 미후왕을 노려본 악마는.
일단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인간은 잠시 내버려 두고선, 다시금 분신을 잡기 위해 촉수를 다리 삼아 바닥을 박찼다.
쐐애액-
“엇차! 또 나한테 덤벼드는 거야? 괜찮겠어? 그러다 또 날아갈지 모르는데.”
마치 창처럼 촉수를 꼬아 돌진해오는 공격을 피해, 여의봉을 막대기 삼아 물구나무선 손오공은.
조금 전 녀석을 둘러싸고 있는 촉수가 풀려 빈틈이 드러났을 때를 노리고 들어왔던 하준을 떠올리며, 살살 베파르의 신경을 긁었다.
후웅-
“하하! 이렇게 느려서야 원. 분신 하나나 제대로 잡을 수 있겠어?”
이후 휘몰아치듯 연달아 날아드는 공격을 곡예와 같은 몸놀림으로 회피한 그는.
아까 옆구리에 먹은 일격을 의식한 탓인지, 고작 너덧 개만 움직이는 촉수를 여유롭게 피하며 여의봉을 고쳐 잡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달랑 그것만 가지고 싸울 생각이야? 이거, 아무리 분신이래도 날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몰라?”
부웅-
쩌어어억-!
터어엉-
그리곤 스치듯이 머리칼을 쓸고 지나가는 촉수 뒤로, 훤히 드러난 빈틈을 향해 여의봉을 올려친 오공은.
굉장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붕 떠오른 베파르를 보며, 있는 힘껏 여의봉을 내질렀다.
퍼엉-!
“그래, 이거지!”
그대로 화살처럼 쏘아진 봉 끝에 풍선처럼 터지는 살점을 본 그는.
힘이 풀린 듯 축 늘어지는 촉수 하나를 보고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그럼 이대로……. 어?”
화악-
이윽고 기세를 몰아 촉수 몇을 더 망가트리려던 찰나.
갑작스레 괴물의 입처럼 쩍 벌린 촉수를 마주한 오공은, 그 순간 사방으로 훅 퍼지는 불그스름한 안개를 발견하곤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큭!”
타악-
뒤이어 황급히 바닥을 박차 뒤쪽으로 몸을 던진 분신은.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자리를 마치 물어뜯듯 삼킨 촉수를 보며,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당연히 하준을 경계해서 어지간하면 촉수를 풀지 않으리라 생각했건만.
설마 거기서 다 풀고 공격을 해올 줄이야.
“크으으읍…….”
치이이익-
뿐만 아니라 잠깐 뒤집어쓴 안개에 타들어 가는 얼굴을 감싼 오공은.
피부가 급격하게 썩어 문드러져 녹아내리는 고통에 이를 악물며, 손가락 틈 사이로 베파르의 동향을 살폈다.
부웅-
“칫!”
직후, 그새 눈앞까지 날아든 촉수를 보며 다급히 바짝 몸을 숙인 그는.
아슬아슬하게 등을 스치는 녀석을 뒤로한 채, 곧장 여의봉을 쥐고 연달아 휘둘러오는 촉수를 쳐냈다.
쩌어엉-!
“……빌어먹을. 이거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는데.”
그사이.
넓게 퍼진 안개를 피해,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잔해 뒤로 숨은 하준은.
한 번 저 부식 독에 얼굴을 당한 이후로 급격히 밀리기 시작하는 오공을 보며 불안한 듯 입술을 씹었다.
어떻게든 분신이 틈을 만들어주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대미지를 쌓아가야 하건만.
저 망할 안개 때문에 접근하는 것조차 영 쉽질 않았다.
“젠장. 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데.”
[남은 일일 사용 시간: 1분 41초]이윽고 시야 구석에 작게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다급함에 툭툭 발끝으로 애꿎은 바닥을 헤집었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슈트에 붙은 내성을 믿고 들어가야 하나?
과연 그런다고 시간 안에 녀석을 잡을 순 있을까?
깊어지는 고민에 얕게 신음하던 하준은.
이내 마음을 다잡곤 숨을 크게 들이쉰 채, 안개 속으로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위험이고 자시고.
어차피 여기서 분신을 도와 베파르를 잡지 못한다면 죽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저벅-
“하준! 잠깐, 잠깐만 기다리는 겁니닷!”
그렇게 막 가라앉은 안개 속을 성큼성큼 거닐던 그때.
뒤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 고개를 돌린 하준은.
저 멀리서 망설임 없이 다가오는 루시오를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 안개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야, 야! 뭐 해! 위험한데 어딜 들어오려고…….”
“찾았습니닷! 베파르한테 쓸 만한 신기가 떠오른 것입니닷!”
벌건 안개 속을 거닌 탓일까.
그 잠깐 안쪽에 있었다고 쿡쿡 찌르는 온몸을 무의식적으로 긁적이며, 저를 따라 들어오려는 루시오를 막아선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며 말을 잇는 녀석을 보고선 입을 다물었다.
“찾았다고? 뭔데?”
요르문간드의 배 속이라 쓸 수 없는 아스트라페를 대신해, 베파르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신기.
혹 손오공이 또 한 번 빈틈을 만들어 내더라도 끝내지 못하면 어쩔까 하던 걱정을 싹 씻어 내리는 말에 미소 지은 하준은.
곧 조그맣게 열리는 입에 급히 상점을 띄우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브류나크! 브류나크인 것입니닷!”
“브류나크?”
브류나크.
루시오의 말에 뭐 하는 무기인지 묻기도 전에, 황급히 목록을 뒤진 하준은.
수많은 신기들 사이, 떡하니 적혀 있는 네 글자를 확인하곤 씨익 미소를 지었다.
-브류나크 레플리카[2,000,000p]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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