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33)
신들의 배달기사(133)
-캬아아아악!
어둡고 축축한 창자 내부.
앞서 공략을 위해 들어온 헌터들을 지나쳐 게이트 깊숙이 들어온 하준은.
슬슬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몬스터들을 보며, 가능한 한 슬금슬금 그들을 피해 안쪽으로 스쿠터를 몰았다.
“으, 진짜 하나같이 다 끔찍하게들 생겼네. 죽은 지 벌써 보름은 지난 놈 안에 왜 이런 녀석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는 거야?”
누가 뱀 몸뚱이에 들어와 살고 있는 놈들 아니랄까 봐.
마찬가지로 얇고 기다란 몸뚱이에, 특이하게도 눈 하나 없이 쩍 벌린 입에 날카로운 이빨들만 촘촘하게 박혀 있는 녀석들을 흘긴 그는.
예의 그 촉수들보다도 더 기괴한 생김새에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딱히 그렇게 질색할 필요 없는 겁니닷. 그냥 다들 크기가 좀 커서 그렇지, 평범한 기생충일 뿐이니깟.”
“……평범한? 이미 크기가 이렇게 커진 순간부터 평범함이랑은 너무 거리가 멀어진 거 아니냐?”
이윽고 뒤에서 들려온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하준은.
이 소름이 돋을 듯한 비주얼에도 요상하게 침착한 루시오를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예전에 그 괴상한 촉수를 처음 봤을 땐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떨었었으면서.
가끔 보면 얘도 참 기준이 특이하단 말이야.
딱히 정체를 알고 있다고 해서 생긴 게 달라 보이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여태 크라켄에 요르문간드까지 만나봐 놓곤, 뭘 이 정도 가지고 크다고 그러는 겁니깟?”
“……그거야 뭐, 그렇지만.”
띠링-
[500m 앞에 목적지가 있습니다.]잠시 후.
오는데 길이 좀 구불구불해서 그렇지, 애초에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았던 탓에 금세 목적지에 다다른 그는.
척 보기에도 무언가 있는 듯, 저 멀리 넓게 펼쳐져 있는 공동을 보며 잠시 스쿠터를 멈춰 세웠다.
“스읍, 뭔가 좀 불안한데.”
저벅-
혹 보스라도 기다리고 있을까.
스쿠터를 집어넣곤 공동에 들어선 하준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에 조심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들곤, 슬금슬금 플래시로 주변을 비췄다.
찰팍-
치이이익-
“응? 뭐야, 갑자기 무슨……. 흐, 흐어어억!”
그렇게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며 중앙으로 걸음을 내딛길 잠시.
곧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발끝에서 느껴지는 휑함에 흠칫 뒤로 물러선 그는.
이윽고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내려 아래를 비춰보고선,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준! 무슨 일 있습니깟?”
“시, 시, 신발이…….”
곧 잠깐 나뉘어서 공동을 조사하다, 하준의 비명에 재빨리 그의 곁으로 날아온 루시오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 끝에, 바깥으로 훤히 드러나 있는 발가락을 보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준, 신발 신는 거 깜빡했습니깟?”
“그럴 리가 있겠냐! 누가 봐도 녹은 거잖아, 이거!”
“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럽니깟? 당연히 장난인 것입니닷.”
이어진 농담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하준은.
아찔했던 순간에 비처럼 흘러내린 식은땀을 슥 닦으며, 혹시 몰라 방금 밟은 웅덩이에서 조금 더 발을 물렸다.
“그보다 하준, 이거…….”
“……그래. 보나 마나 거기인 거겠지.”
이내 천천히 심호흡을 마치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그는.
어딘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 눈빛으로 저를 돌아보는 루시오를 보고선,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제기랄, 이거 또 돌아가면 한참 씻어야겠구만.”
위장.
일전에 프레이야의 부탁을 받아 미드가르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요르문간드에게 먹혀 들어왔던 곳이자.
부패의 악마, 베파르를 죽이고선 가까스로 빠져나왔던 그 소름 돋는 장소.
화악-
아니나 다를까.
슬쩍 스마트폰을 들어 더 넓게 비추어보니, 여기저기 구석에 말라비틀어져 있는 선홍색의 길쭉한 무언가를 마주한 하준은.
예상이 확신이 되는 순간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곤, 나지막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준, 그래서 팔찌는 어디에 있답니깟?”
“아, 그래, 팔찌!”
하나 어쨌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냄새가 배든 뭐든, 일단 맡은 물건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내비를 살핀 그는.
도착까지 채 50m도 안 남은 목적지와 달리, 눈앞에 못해도 호수 정도 크기는 되어 보이는 웅덩이를 보고선 입술을 잘근 씹었다.
“……야단났네. 이거 아무래도 저 안에 가라앉아 있는 모양인데.”
“저 위액 안에 말입니깟?”
뒤이어 자신이 잘못 들었나, 정말이냐는 듯 되묻는 루시오의 말에 힘없이 고개를 주억인 하준은.
이를 어찌해야 할까,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 그래, 뭐. 어딘가 방법이 있겠지. 루시오, 혹시 모르니까, 너도 이럴 때 도움이 될 만한 신기는 없나 생각 좀 해봐.”
“신기, 말입니깟? 으음, 일단 알겠는 겁니닷!”
이내 별수 없이 머리를 긁적이며 상점을 켠 그는.
족히 수천 개는 늘어서 있는 품목들을 천천히 살피며, 팔찌를 건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찾았다.
그 추운 헬헤임에, 그 뜨거운 무스펠헤임까지 해결책이 있었는데.
설마 이 위액 하나 버틸 물건이 없을 리가.
“으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응?”
“무슨 일입니깟, 하준? 혹시 찾았습니깟?”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기껏 몬스터란 몬스터는 전부 자리에 남겨놓고 왔음에도, 슬슬 헌터들이 도착하진 않을까 초조한 마음이 들 때쯤.
하염없이 물건을 둘러보며 스크롤을 내리던 하준은, 마침내 도움이 될 만한 신기 하나를 발견하고선 손을 멈췄다.
“……어, 아무래도 그런 거 같네.”
-강태공의 낚싯대 레플리카[500,000p]
낚싯대.
본래 이런 데다 쓰라고 만든 물건은 아닐 테지만, 여태껏 상점에서 파는 신기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 위액으로 이루어진 호수에서도 무언가를 낚아 올릴 수 있을 터였다.
‘하물며 그 낚시꾼의 대명사인 강태공의 낚싯대라면야 말 다 했지 뭐.’
띠링-
[강태공의 낚싯대 레플리카]-세월을 낚는 어부, 강태공이 애지중지하던 낚싯대. 그 레플리카. 단 한 번,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뭍으로 낚아 올릴 수 있다.
(남은 사용 횟수: 1)
툭-
예상대로의 성능에 망설임 없이 구매를 마친 그는.
바닥에 떨어진 낚싯대를 슥 들어 올리며, 다시금 팔찌가 가라앉아 있을 위치를 자세히 살폈다.
“뭡니깟? 뭘 산 겁니깟?”
“낚싯대. 강태공이 애지중지하던 거라는데.”
“태공망! 과연, 그거라면 팔찌를 건질 수 있는 것입니닷! 그런데 하준, 낚시도 할 줄 알았습니깟?”
뒤이어 그런 하준을 보며 궁금한 얼굴로 물건을 살핀 루시오는.
금방 위치를 가늠하곤 낚싯대를 힘껏 젖혔다 던지는 그를 보고선, 의외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아니?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엣? 그, 그래도 괜찮은 겁니깟?”
하나 그것도 잠시.
돌아온 답에 당황한 듯 헛숨을 들이켠 님프는, 짐짓 불안한 눈빛으로 저 멀리 날아간 찌를 흘겼다.
이거, 정말 낚을 수 있는 거겠지?
“괜찮아, 괜찮아. 설명에 다 된다고 쓰여 있었으니까. 그보다, 위험하니까 잠깐 떨어져 있어. 잘못하면 위액이 튈지도 모르니까.”
그에 문제없다는 듯 넉살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넘긴 하준은.
혹시 몰라 루시오를 뒤로 쭉 물리며, 저 멀리 위액의 호수 위에 녹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찌를 잘 살폈다.
토옥-
“좋아. 걸렸다!”
파악-!
“흡!”
곧 들어갈 듯 말 듯 출렁이다 훅 잠기는 찌를 보며 단숨에 녀석을 낚아챈 그는.
팔찌치고는 육중한 무게감에 있는 힘껏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이, 무슨 놈의 팔찌가…….”
“힘내랏, 힘! 이제 거의 다 올라온 것입니닷!”
“크으으읍!”
부그르르-
이후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그렇게 팔찌와 씨름하던 하준은.
열띤 응원에 힘을 받아 서서히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팔찌를 보며, 젖 먹던 힘을 다해 기어코 녀석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첨벙-!
“허억, 헉. 아휴,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이 망할 낚싯대는 무슨, 그냥 툭 던지면 알아서 휙 올라오는 줄 알았더니만…….”
“하, 하준! 위! 위를 보는 겁니닷!”
“……응? 위? 어, 어? 어어어어!”
부우우웅-
이윽고 힘겨운 사투를 마치곤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숨 좀 돌리려던 찰나.
다급히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든 그는, 고작 팔찌 하나 주제에 그토록 무거웠던 이유를 드디어 깨달으며 허겁지겁 자리를 피해 뒤로 물러섰다.
콰아아앙-!
“이, 이런 미친…….”
곧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팔찌를 마주한 하준은.
무슨 지진이라도 난 듯 파도처럼 출렁이는 땅에 마른침을 삼키며, 차마 팔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무언가를 올려다보았다.
“하준! 괜찮습니깟!”
“어, 어어. 다행히.”
치이익-
이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루시오를 보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 그는.
제 바로 옆에 섬뜩한 소리를 내며 움푹 파여 들어가는 바닥을 보고선,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파삭-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가져가지.”
툭- 툭-
치이이익-
뒤이어 본분을 마치곤 재가 되어 부스러지는 낚싯대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레바테인과는 달리 그 어마무시하던 수르트의 덩치에 맞게 집채만 한 팔찌를 보며,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크기야 뭐, 억지로 주머니에 쑤셔 넣으면 들어가니 문제 될 게 없다고 쳐도.
저 위액은 어떻게든 해야 될 거 같은데.
“일단은…… 먼저 씻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깟?”
“……그렇겠지?”
그렇게 곧 루시오의 의견에 동의하며, 반지 낀 손을 들어 올려 수르트의 팔찌를 씻어 내리려던 그때.
띵동-
-배달의 만족, 주문!
“……어?”
난데없이 울린 알람에 스마트폰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하준은.
그 터무니없는 내용에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으로부터 생존하십시오.] [제한 시간: X] [주의 * 배달에 실패하거나 포기할 시 사망합니다.] [배달 팁: ???]이번에 들어온 주문은 그 페널티부터가 남달랐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