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37)
신들의 배달기사(137)
쿠구구-
“이게, 무슨…….”
어두운 공동.
일회용에 자그마치 300만 포인트나 하는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도 목숨을 부지한 상대를 보며, 당황한 얼굴로 넋을 놓고 녀석을 바라보던 하준은.
곧 괴성과 함께 제 뒷목에 난 비늘을 쥐어뜯기 무섭게, 여기저기 몸뚱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남자를 보고선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도망치는 겁니닷.”
“어?”
“어서 도망치는 겁니닷, 하준! 빨리!”
“어, 어, 그래.”
이윽고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는.
어느새 제 곁으로 내려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소매를 잡아 이끄는 루시오를 따라, 서둘러 스쿠터를 꺼내 그 위로 올라탔다.
부릉-
털털털-
“그나저나 루시오, 쓸 만한 신기는 좀 어때?”
곧바로 시동을 걸고서 수정으로 가로막힌 입구를 향해 핸들을 돌린 하준은.
점점 더 거세지는 진동과 함께 덩치를 불려 나가는 남자를 흘기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도대체 지금 녀석이 무얼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옆구리의 상처를 보니 혹시나 하는 자신감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 한들, 평범히 도망치는 쪽이 훨씬 안전하기야 하겠지마는.
문제는 이런 무지막지한 녀석을 그냥 게이트에 내버려 두고 갔다가, 혹시 나중에 상처라도 회복해 다시 위협이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럴 바엔, 당장 부상이 깊을 때 어떻게든 처리해놓는 편이 나았으니까.
그리고 그편이 보상도 더 빵빵해질 테고.
“……없습니닷.”
“응?”
“없습니닷! 어디 아스트라페라도 한 열 번 정도 던질 수 있으면 모를깟. 그게 아니면 절대 절대 잡을 수 없는 겁니닷!”
하나 기대도 잠시.
격하게 도리질 치는 루시오에 멍하니 눈을 끔뻑인 하준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저를 뜯어말리는 녀석을 보고선, 뻘쭘하니 고개를 주억였다.
“칠죄종이라고 다 같은 칠죄종이 아닌 겁니닷. 탐욕을 관장하는 마몬이나 나태를 관장하는 벨페고르처럼 다른 다섯에 비해 비교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놈들이나, 그나마 직접적인 전투와는 관련이 없는 색욕의 칠죄종이면 몰라도, 녀석은 너무 위험한 것입니닷!”
“뭐? 저놈이 대체 누군데 그렇게까지…….”
혹 또 혼자서 사고를 칠까.
계속해서 경고의 말을 이어나간 루시오는.
그새 온몸에 푸른 비늘이 돋아난 덩치를 돌아보며, 이제야 누군지 확실히 알 것만 같은 녀석의 정체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본디 우가리트 신화의 괴물이자, 바다와 혼돈을 관장하는 신. 머리 일곱 달린 거대 해룡.”
쿠웅-! 쿵-!
굉음과 함께 뿌옇게 인 먼지 사이.
어느덧 변태를 마친 듯,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일곱 쌍의 금색 안광을 마주한 님프는.
도무지 그 인간 사이즈의 몸뚱이에서 불어났다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 푸른색 덩치를 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질투의 칠죄종, 레비아탄인 것입니닷.”
띠링-
[‘질투의 칠죄종, 레비아탄’으로부터 생존하십시오.] [제한 시간: 10분] [주의 * 배달에 실패하거나 포기할 시 사망합니다.] [배달 팁: ???]“레비아탄…….”
이윽고 루시오가 놈의 정체를 밝혀냄과 동시에, 갱신되어 눈앞에 떠오른 주문을 살핀 하준은.
새로이 생겨난 제한 시간을 슥 흘기곤, 저들을 찾아 뒤룩거리는 안광을 피해 조심조심 입구를 향해 스쿠터를 몰았다.
“……뭔지는 몰라도, 이런 게 뜬 걸 보면 앞으로 10분만 더 버티면 된다는 거지?”
그 해안가에 붙은 도시를 한입에 꿀꺽 삼키던 요르문간드만큼은 아니지만, 그 넓던 위가 자칫 비좁아 보일 정도로 거대해진 덩치.
흡사 아틀라스나 수르트 같은 거인, 혹은 그 무시무시한 크라켄이 떠오를 만큼 비대해진 상대에 일찌감치 맞붙을 생각을 접은 그는.
조금 전 인간일 때와는 달리, 허공에 드러난 뼈대 위로 새 근육과 살점이 올라오고 있는 상처를 보고선 곡괭이를 들어 올렸다.
카앙-!
스쿠터를 타고 금세 입구를 가로막은 수정 앞에 도착해 곡괭이를 내리친 하준은.
순간 맑은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튀는 불꽃을 바라보며, 불길한 느낌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하준! 숙이는 겁니닷!”
콰아아아앙-!
“큭!”
아니나 다를까.
곡괭이 효과로 쑥 뽑혀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수정과 동시에, 채찍처럼 제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무언가를 본 그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선 사방으로 비산하는 파편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이럴 거면 굳이 곡괭이를 살 필요가 없었겠는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나가는 것입니닷! 도망치는 겁니닷, 빨리!”
방금 그 거대한 입구를 꽉 틀어막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 뻥 뚫린 길을 보며 어색하니 머리를 긁적인 하준은.
잔말 말고 빠져나가라는 듯 제 등을 팍팍 두드리는 님프를 보고선, 곧장 스로틀을 꾹 당겼다.
아니, 당기려고 했다.
‘……10분, 버틸 수 있는 건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에 스로틀을 당기려던 손을 멈칫한 그는.
아까 눈 깜짝할 사이에 저를 지나치고 수정을 때린 꼬리를 기억하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뭐 하는 겁니깟, 하준! 이러다 붙잡히겠는……. 어, 어?”
그러나 고민도 잠시.
레비아탄이 또 움직이기 전, 금세 결단을 내린 하준은.
아까 들어온 입구 반대편, 그러니까 식도로 이어져 있을 출구를 향해 핸들을 확 틀었다.
“하준?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깟! 입구는…….”
“알고 있어!”
뒤이어 당황한 듯 저를 말리는 루시오를 보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 그는.
다행히 막히지 않은 통로를 발견하고선, 조금 전 자신이 부순 통로를 향해 스르르 몸을 움직이는 해룡을 피해 스로틀을 꾹 당겼다.
“……하준! 도대체 어떡하려고 이러는 겁니깟! 이래 봐야 레비아탄이 다시 돌아오면, 오히려 도망칠 곳만 더 없어지는 것입니닷!”
이윽고 퀴네에로 기척을 없앤 탓에, 곡괭이질에 속아 창자 쪽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레비아탄을 바라본 님프는.
당장은 어찌 무사할지 몰라도, 결국 게이트 입구와는 더욱 멀어져버린 저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찮아. 이제 버티기만 해도 우리가 이기는 거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깟?”
그에 문제없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은 하준은.
얼마나 빠른지, 그새 꼬리 빼곤 그 거대한 덩치가 모두 사라져버린 레비아탄을 훑었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10분을 꼭 버티는 거지, 게이트를 찾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었다.
더구나 방금 그 속도.
여기가 아예 일직선으로 쭉 도망칠 수 있는 평야라면 또 모를까.
아무리 제 스쿠터라 한들, 그 구불구불한 창자에서 이따금 툭 튀어나오는 몬스터들까지 신경 써가며 10분 동안 추격을 피해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물며 지금 이 게이트의 공략을 위해, 수십 명의 헌터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물론, 그렇다고 여기서 술래잡기만 하고 있을 건 또 아니지만.’
부릉-
그렇게 도리어 게이트 깊숙이, 식도 쪽으로 들어선 하준은.
조금 전 창자만큼이나 좁은 통로를 슥슥 지나치며, 헤드라이트까지 켜곤 무언가를 찾아 연신 두리번거렸다.
“뭡니깟! 그런 게 있었으면 빨리 얘기해주지 그랬습니깟!”
“에이, 그땐 급했잖아. 설명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러는 사이.
자꾸만 툴툴대는 루시오에게 새로이 갱신된 정보를 알려준 그는.
그제야 왜 입구를 포기하고 레비아탄을 혼자 보냈는지 이해한 님프를 보며, 저 멀리 슬슬 끝이 보이는 통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준, 아까부터 뭘 그렇게 찾고 있는 겁니깟? 단순히 시간만 버티면 되는 거라면, 차라리 그냥 적당한 데 숨어있는 게 좋지 않습니깟? 어차피 퀴네에 시간은 충분하잖습니깟.”
원래 식도가 짧은 걸까.
아니면 사체가 게이트로 변모한 탓일까.
아까 위도 그렇고 본래보다 좀 작아졌는지, 금세 끄트머리에 도착한 하준은.
아직도 5분 남짓 남은 시간을 보고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니, 뭐. 사람 일은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찰팍-
통로 끝.
기어코 식도를 지나 주둥이에 다다른 그는.
아까보단 훨씬 조그마한 공동 위에서 툭툭 떨어지는 점액질의 무언가를 발견하곤, 조심스레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기왕 할 거, 확실하게 해두잔 거지.”
그리곤 곧 플래시를 비춰 녀석을 확인한 하준은.
아니나 다를까.
천장에 딱 달라붙어 흐느적거리는 거대한 촉수를 발견하곤,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하, 하준! 저 녀석은…….”
“그래. 아무래도 몇 마리 살아 있었던 모양이야.”
선홍빛의 질척한 몸뚱어리 가운데, 여기저기 뒤룩거리는 거대한 눈알들.
지난번, 요르문간드의 배 속에서 베파르를 상대할 때 우글거리던 촉수들을 기억한 그는.
그때 처음 부산에서 본 그 거대한 덩어리보다 더욱 커다란 녀석의 몸집을 보고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역시. 그 칠죄종이 보스라니, 그럴 리가 없지. 그랬으면 애초에 오늘 본 그 헌터들한테 공략 허가가 떨어졌을 리가 없으니. ……뭐,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 이 게이트의 진짜 보스는 바로 이 녀석.
그에 망설임 없이 상점을 켠 하준은.
재고도 없고 효과를 다한 슈트 대신 써먹을 만한 신기를 슥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쿠구구구-
“……하준!”
흔들리는 바닥.
그새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돌아왔는지, 점차 가까워지는 진동에 슬쩍 뒤를 돌아본 그는.
짐짓 눈가에 불안이 스치는 루시오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루시오, 혹시 추천할 만한 신기 있어?”
그도 그럴 것이.
“그거야…….”
어차피 보스만 잡으면, 게이트와 몬스터는 저절로 사라지게 돼 있었으니까.
“저 정도는 100개도 댈 수 있는 겁니닷!”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