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43)
신들의 배달기사(143)
-으음, 그분들께서 왜 우리를 이렇게 무리하게 올려 보내셨나 했더니. 과연, 실로 신비한 힘이로군.
널따란 방.
지팡이의 힘으로 관짝에 잠들어 있던 망자들을 되살리고, 다시 왕좌에 앉아 미라들에게 둘러싸인 인간을 내려다본 파라오.
아니, 투탕카멘의 가면을 쓴 무언가는.
무식하게 휘두르는 두꺼운 나무 몽둥이에 한 번 맞을 때마다 형체를 잃고 무너져 내리는 미라들을 보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쩌억-!
-그어어어…….
툭-
강령술.
시체를 이용해 죽은 자를 부활시켜, 술자의 뜻대로 다루는 사이한 기술.
당연히 이미 죽은 시체를 가져다 되살려놓은 것이니만큼, 머리든 뭐든 어디 한 군데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신체 부위들 정도는 멀쩡히 움직여줘야 하는 놈들이건만.
이상하리만치 저 인간에게 당한 녀석들은, 자꾸만 별거 아닌 피해에도 맥없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그러고 보니 베파르 녀석도 저놈이 죽였다 했던가? 보아하니 성좌 녀석들한테 무슨 특별한 가호라도 받은 모양이군.
아무렴.
그래도 지옥에서 들은 게 있었기에, 그리 쉽게 잡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보스는.
수많은 인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세워진 거대 건축물이자, 애당초 무덤을 목적으로 건설된 장소이니만큼.
아직 넘치는 시체들을 계속 관과 바닥에서 불러일으키며, 천천히 다음을 준비해 나갔다.
-그어어억…….
-그어어…….
“아오! 이 지긋지긋한 놈들!”
부웅-
쩌어억-!
그러는 사이.
사방에서 쉴 틈 없이 몰려드는 미라들을 향해,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두르던 하준은.
한 번에 서넛씩 저 멀리 날려버려도, 금세 빈자리를 채우는 놈들을 보며 질린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뭔 놈의 몬스터가 끝이 없냐, 이렇게!”
마음 같아선 그냥 퀴네에의 효과를 써서, 다 무시하고 곧장 보스를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사용 횟수가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남은 터라, 함부로 남은 횟수를 낭비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잘못해서 저 보스를 그냥 죽여 버리기라도 했다간, 밖에 협회 직원들이 쫙 깔려 있는 상태에서 대놓고 게이트 밖으로 나서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으니까.
‘검사도 없이 몰래 숨어서 들어온 것도 들어온 거지마는, 특히나 여긴 대한민국이 아닌 남의 나라니까. 더 조심해야겠지.’
화륵-
-그어어억!
“흐악, 뜨것! 뭐, 뭐야? 방금?”
그렇게 하는 수 없이 조금씩 미라들을 밀어내며, 차근차근 보스가 있는 왕좌를 향해 전진하길 잠시.
난데없이 훅 다가온 열기에 흠칫 옆으로 물러선 하준은.
열기가 날아든 곳으로부터 일직선으로 온몸에 불이 붙은 미라들을 보며,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벌겋게 타오르는 불길 너머를 살폈다.
“하준! 괜찮습니깟!”
“아, 루시오……. 큭!”
이윽고 둥그렇게 녹아 벌겋게 달아오른 창살 사이로 이쪽을 향해 손바닥을 들어 올리고 있는 남자와, 그런 그의 곁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저를 찾는 루시오를 발견한 그는.
잠깐 한눈판 사이에 잽싸게 달려들어 제 팔뚝을 물고 늘어지는 미라를 보고선,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아으, 이 새끼가 더럽게!”
뻐억-!
-그어어억!
그에 먼저 달라붙은 녀석을 따라, 누렇다 못해 거멓게 썩은 이를 드러내며 몰려드는 놈들을 털어낸 하준은.
다행히 안쪽에 받쳐 입은 갑옷 덕에 멀쩡한 팔을 툭툭 털며, 선명히 남은 잇자국에 불쾌한 얼굴로 쯧 하곤 혀를 찼다.
“에이 씨, 밖이라 빨래도 못 하는데.”
이집트에도 빨래방이 있으려나.
“하준! 이쪽이 ‘라’ 님이랑 계약한 헌터인 것입니닷!”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자, 여기요.”
푸념도 잠시.
곧 까맣게 재가 된 미라들을 밟고서 다가온 남자와 님프를 마주한 하준은.
무언가 확인할 거라도 있는지 잠깐 루시오와 얘기를 주고받는 그를 보며, 됐다는 듯 아까 꺼내둔 대검을 건네었다.
“빨리 좀 받아요! 애들 또 몰려오겠네.”
이내 자신이 한 번 크게 날려버린 놈들을 포함해, 재가 되어 부스러진 녀석들이 있던 자리까지 다시금 꽉 채운 미라들을 살핀 하준은.
시간이 없으니 어서 가져가라는 듯, 손에 쥔 대검을 연신 흔들었다.
스윽-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답니닷!”
곧 번역 없이도 대강 알겠다는 듯 후다닥 대검을 챙긴 남자, 하디드는.
방금 철창에서 눈앞의 어린아이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제 성좌가 저를 위해 내려보냈다는 신기를 꾹 쥐며.
이를 배달해준 사내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였다.
“거 감사는 됐고, 고마우면 혹시 이놈들 좀 어떻게 맡아줄 수 없겠냐고 물어줘 봐. 아무래도 저 녀석, 아까부터 뭘 자꾸 준비하고 있는 거 같거든?”
“이 미라들 말입니깟? 알겠는 겁니닷!”
그에 됐다는 듯 손을 휘적이며, 저 앞에 우뚝 솟은 왕좌를 바라본 하준은.
조금 전부터 가만히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 파라오를 올려다보며, 그 주위로 시커멓게 피어난 연기를 발견하곤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뭘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네 생각대로는 안 될 거다.”
화륵-
곧 루시오가 말을 전한 듯, 옆에서 확 피어오르는 열기에 슬쩍 고개를 돌린 그는.
어느덧 시뻘건 화염에 둘러싸여 맹렬히 타오르는 대검과, 저 멀리 시민들을 지키려는 듯 철창을 둘러싼 불길을 보고선 만족하곤 바닥을 박찼다.
-그어어어…….
쩌어억-!
가는 도중, 마치 왕좌로는 절대 올려 보낼 수 없다는 듯 물밀듯이 미라들이 몰려들었지만.
아랑곳 않고 붕붕 몽둥이를 휘두르며 녀석들을 쳐낸 하준은.
역시 다른 한 명이 뒤에서 일부 물량을 맡아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보다 수월하게 열리는 길을 보며 성큼성큼 왕좌로 발을 내디뎠다.
“드디어 잡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이윽고 왕좌에 올라선 그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파라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누가 누굴 잡았다는 거지?
“……뭐?”
화아악-
“콜록, 콜록! 뭐, 뭐야?”
그리곤 곧 녀석의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몽둥이를 내리치려던 찰나.
갑자기 제 얼굴로 뿜어진 연기에 뒤로 물러선 하준은.
매캐하다 못해 코로 들어간 녀석에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아이 씨, 무슨 문어도 아니고 이런 걸……. 응?”
-흐, 흐흐. 흐흐흐흣.
뒤이어 재빨리 파닥파닥 손을 흔들어 연기를 날린 그는.
핑 돈 눈물 탓에 조금은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 가운데, 혼자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트리는 녀석을 보고선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뭐야,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난데없이 실성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아까 그 안개에 무슨 위험한 짓이라도 해놓았나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제 얼굴을 더듬은 하준은.
딱히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기분 나쁜 웃음을 멈추지 않는 녀석을 보고선 나지막이 눈살을 찌푸렸다.
-멍청한 놈. 그걸 그냥 그렇게 대책 없이 달려들다니. 네가 방금 무얼 마셨는지 아느냐? 독이다, 독!
“도, 독?”
독.
돌아온 답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마치 제 미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시커먼 안개를 다시 뿜어내 근처에 있던 미라에게 날려 보내는 놈을 보고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흐흐, 그래. 그것도 아주 소량만 닿아도 피부에서부터 천천히 온몸이 썩어 들어가는 극독이지. 베파르 녀석, 이런 바보 같은 놈 하나 이기지 못하고 멍청하게 당해버리다니. 참 웃기지도 않는군.
치이이익-
-그어어어억!
곧 안개에 둘러싸이기 무섭게 괴성을 지르며 붕대째로 녹아내리는 미라를 본 하준은.
그 무시무시한 독성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떨리는 눈으로 제 몸을 슥 살펴보았다.
띠링-
[신체가 강력한 독성에 노출되었습니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가호가 지옥의 존재들과 관련된 상태 이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합니다.]“……어?”
하나 불안한 마음으로 제 상태를 확인하기도 잠시.
경쾌한 알림과 함께 보란 듯이 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본 그는.
일전에 제우스로부터 보상을 건네받았을 적에, 번개에 대한 내성과 더불어 또 다른 효과가 있을 거라 했던 얘기를 떠올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띠링-
[파라오의 탈을 쓴 ‘???’를 처치하십시오.] [제한 시간: X] [배달 팁: ???]-흐흐흐흐. 으하하하핫!
텁-
-……음?
이윽고 연달아 떠오르는 메시지를 살피며, 제 승리를 자신한 듯 웃음을 터트리는 녀석의 어깨를 붙잡은 하준은.
아직 대강 2분 남짓 남은 슈트의 지속 시간을 흘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파악-
-어, 어?
제법 높은 왕좌.
그 위에서 녀석을 밀어 넘어트린 그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터라 그런지는 몰라도, 가볍게 밀리는 놈을 보고선 몽둥이를 꾹 쥐었다.
“아무래도 그 독, 나한텐 안 통하는 거 같은데.”
부웅-
뒤이어 아래로 떨어지는 녀석을 따라 바닥을 박찬 하준은.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놈을 향해 있는 힘껏 몽둥이를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커헉…….
파삭-
곧 굉음과 함께 바닥에 처박힌 녀석을 보며, 정확히 얼굴에 틀어박힌 몽둥이를 회수한 그는.
커다란 충격에 산산조각이 나서 깨져버리는 가면 아래, 훤히 드러난 추한 맨얼굴을 보고선 다시금 팔을 들어 올렸다.
띠링-
[부식의 악마, ‘사브나크’를 처치하십시오.] [제한 시간: X] [배달 팁: ???]부웅-
쩌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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