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45)
신들의 배달기사(145)
“이야, 설마하니 그렇게 빨리 배달해줄 줄이야. 덕분에 살았어. 듣던 대로 실력이 대단한데?”
“네? 하하. 저야 뭐, 그냥 받은 만큼 열심히 일한 거뿐인걸요.”
올림포스.
이집트에서의 일을 해결하고 느긋하게 한국으로 돌아와, 멀리 타지까지 나가 고생한 값을 받기 위해 구름 위로 올라온 하준은.
마침 제 장비도 손볼 겸 아직 헤파이스토스의 오두막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를 보곤, 곧장 그의 손에 이끌려 식탁에 마주 앉았다.
“에이, 아냐, 아냐. 열심히만 한다고 다 됐으면 애초에 내가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겠지. 게다가 솔선수범해서 거기 있던 악마까지 잡았잖아? 덕분에 한숨 돌렸어. 자, 여기 약속한 보상.”
띠링-
[배달 팁으로 ‘5,00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세 개의 태양 ‘라’ 님으로부터 추가로 ‘2,000,000p’를 획득하셨습니다.] [잔여 포인트: 15,159,700p]“아! 감사합니다, 고객님!”
빡빡했던 제한 시간 내에서도 꽤 여유롭게 배달을 마치고, 덤으로 사브나크까지 대신 처리해준 덕일까.
싱글싱글 내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추가 배달 팁까지 얹어주는 라를 본 그는.
단숨에 천만을 훌쩍 넘어간 포인트를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이거. 원래대로라면 함부로 사용했다간 인과율에 크게 어긋나는 물건이라, 이렇게 멋대로 내려선 안 되는 거지만, 지금이야 이미 저쪽에서 많이 어그러트렸으니까.”
“네?”
부스럭-
“이, 이게 무슨…….”
하나 그것도 잠시.
곧 주섬주섬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라를 마주한 하준은.
이윽고 마치 사람의 가죽을 가져다 기워 붙인 듯, 굉장히 소름 끼치는 책을 저에게 건네는 라를 보고선.
퍽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헤에엑! 하, 하준! 그거 혹시 사자의 서 아닙니깟?”
“……사자의 서?”
사자의 서, 네크로노미콘.
절규하듯 울부짖고 있는 얼굴의 형상을 한 표지를 보며,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루시오는.
고대 이집트의 가장 큰 보물 중 하나이자, 오직 파라오에게만 허락되었다던 전설의 마도서를 흘기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좋은 거야?”
“조, 좋은 거냐니……. 그야 말도 마는 것입니닷! 쓰기에 따라선 혼자서 일국의 군대를 이룰 수 있을 만큼, 엄청 엄청 강력한 신기인 겁니닷!”
이어진 물음에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인 님프는.
강령술이나 기타 사이한 주문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신과 영웅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탐내는 보물을 바라보며 흘끗 라의 눈치를 살폈다.
“……그,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아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 당연히 어느 정도 안전장치는 걸어놨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저뿐만이 아니었을까.
마찬가지로 진심이냐는 듯 라를 향해 우려 섞인 말을 건네는 헤파이스토스를 본 루시오는.
돌아온 답에 그나마 한시름 걱정을 덜어내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봉인된 사자의 서]-고대 이집트의 유물. 오로지 파라오들에게만 허락된 희귀품으로, 일시적으로 죽은 자를 되살려 사용자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전해진다.
*강력한 존재에 의해 일부 효과가 봉인된 상태입니다.*
(남은 사용 횟수: 3)
‘으음, 뭔가 좀 애매한데.’
그러는 사이.
홀로 사자의 서에 대한 정보를 살피던 하준은.
확실히 대단해 보이는 효과와 달리, 고작 3회로 제한되어 있는 횟수를 보고선 떨떠름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에 사브나크를 잡고 바뀐 솔로몬의 반지처럼 메시지가 뜨는 걸로 봐선, 뭔가 굉장한 물건인 거 같긴 한데…….’
물론 악마나 칠죄종 같은 존재를 되살려 같은 편으로 써먹을 수 있다면야, 어지간한 신기들보다 큰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살려봐야 ‘일시적’이란 문구가 붙은 이상, 그 자리에서나 잠깐 써먹을 수 있을 거란 뜻이고.
그 말인즉, 한곳에 악마나 칠죄종이 여럿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그다지 크게 효율적이진 못하리란 얘기였으니까.
‘에이, 뭐 어때. 가지고 있으면 또 언젠간 쓸 날이 오겠지. 그냥 보험이라고 생각하지 뭐.’
“그럼 나는 이만! 정말로 고마웠어, 하준!”
“아휴, 아닙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또 불러주십쇼!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불만도 잠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차피 200만 포인트도 추가로 받았겠다, 기분 좋은 미소로 사자의 서를 챙긴 그는.
곧 맡겨 놓았던 장비까지 챙기고 오두막을 나서는 라를 보내고선, 지난번에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고 듣지 못했던 구슬의 정체를 떠올리며 헤파이스토스를 향해 말을 물었다.
“그런데 헤파이스토스 님, 혹시 저번에 알아봐 주시겠다고 한 건…….”
“으응? 아, 그 구슬 말이오? 물론 알아봤지.”
그에 지난 기억을 상기하며 고개를 주억인 헤파이스토스는, 평소 대장 기술을 교류한다는 명목으로 이따금 만나 술을 기울이던 친우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여의주요, 그거.”
“여, 여의주?”
“용들이 물고 다닌다는 그 여의주 말입니깟?”
“그렇수. 나도 어디 그런 게 있다 얘기만 들었지, 실제론 본 적이 없어서 긴가민가했는데. 대충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영롱한 구슬이라 하니, 어디서 비슷한 걸 들고 와 가지고 보여주더니 딱 그렇게 생기지 않았냐고 물어보지 뭐요?”
여의주.
생각보다 더 귀한 구슬의 정체에 흠칫 놀란 하준은.
조용히 주머니에서 녀석을 꺼내 들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럼, 이것만 있으면 저도…….”
“응? 아니, 아니. 그건 아니오. 용이 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천 년 넘게 묵은 이무기뿐이지. 내 듣기론 보통 가지고 있어 봐야 조금 운이 좋아지는 정도라 했던가? 아무튼 소유주가 이무기나 용이 아닌 이상, 별로 쓸데는 없을 거라고 하더구만.”
“……예?”
그러나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곧 돌아온 답에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그는.
결론적으로 예쁜 쓰레기나 다름없다는 얘기에 안타까운 한숨을 푹 내쉬며, 여의주를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으하하! 그렇다고 너무 그리 실망한 건 없수다! 단순 수집품이라고는 해도 그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니까.”
그에 아쉬워하는 하준의 등을 팡팡 내리치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린 헤파이스토스는.
기대가 큰 만큼 상심도 컸는지, 완전히 넋이 나간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아니면, 이참에 그냥 나한테 팔지 않겠수?”
부스럭-
“아뇨, 괜찮아요.”
곧 헤파이스토스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은 하준은.
주섬주섬 주머니를 다시 허리춤에 달고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안은 고맙지만.
딱히 지금 포인트가 모자란 건 아니었으니까.
정 필요하면 나중에 급할 때 바꿔먹어도 괜찮겠지.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시는 겁니닷!”
“아, 그래. 고생 많았수다!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언제든 찾아오쇼! 내 값은 섭섭잖게 쳐줄 테니.”
이윽고 헤파이스토스의 배웅을 받으며 오두막을 나선 그는.
잠깐 바깥에 세워놓은 스쿠터에 시동을 걸며, 씁쓸하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
혹시 알겠는가?
그 말대로 언젠가 여의주가 제게 행운을 물어다 주게 될지.
* * *
“쿨럭!”
광활한 협곡.
부러져 창대만 남은 언월도를 쥔 채, 만신창이가 되어 바위에 기대 쓰러진 남자는.
울컥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토해내며, 절망에 빠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드장님! 제발, 제발 살려…….”
으적-
“아아아악!”
난데없이 베이징 한가운데 터진 대규모 게이트에, 급히 길드원들을 이끌고서 시민들의 구출에 나선 지 나흘.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생사를 함께하며 동고동락해오던 길드원들이, 눈앞에서 산 채로 뜯어 먹히고 있는 모습을 본 남자는.
그 지옥과도 같은 광경에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었다.
-그어어…….
이윽고 반쯤 잡아먹혀 온몸의 살점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채로, 기괴한 소리를 내며 절뚝절뚝 일어선 길드원을 본 그는.
천천히 다른 녀석들과 함께 저를 향해 다가오는 놈을 보며, 어떻게든 바닥에 떨어진 날을 향해 손을 뻗었다.
툭- 툭-
“……젠장.”
하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뚱이에 기어코 날을 집어 올리기 전, 먼저 제 앞에 도착한 길드원들을 마주한 남자는.
곧 다가올 고통에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질끈 눈을 감았다.
콰작-
-그어어억…….
“으음. 거참, 이상하구먼. 이렇게 약할 리가 없는디.”
잠시 후.
끔찍한 몰골로 일어선 남자를 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며 나타난 노인은.
온몸을 덮은 낡은 거적때기 아래로 지팡이를 툭툭 두드리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벌써 베파르도 잡고 레비아탄을 상대로 그렇게 버틴 인간이 나왔을 정도면, 전체적인 수준이 이것보단 더 높아야 하는디. ……이쪽만 이리 약한 건감?”
레비아탄의 죽음에 기껏 인과율까지 한껏 비틀어가며,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움직였건만.
저들이 조금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 하준이라는 인간을 비롯해 몇몇 대업에 방해가 되는 놈들을 먼저 처리해놓겠다는 명목이 무색하게, 영 시원찮은 녀석들을 가만히 쳐다본 그는.
이내 아쉬운 듯 혀를 내두르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허면 어쩔 수 없구먼.”
따악-
이걸로 벌써 수백 명.
조용히 손짓 한 번으로 정처 없이 주변을 돌아다니던 망자들을 땅속으로 되돌린 노인은.
저 고원 아래 일그러진 공간으로 하나둘 또 들어오기 시작하는 인간들을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