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46)
신들의 배달기사(146)
“하준, 하준! 이 집 엄청 엄청 맛있는 겁니닷!”
“응.”
헤파이스토스의 오두막에서 용무를 마치고, 지상으로 돌아와 간만에 푹 휴식을 취한 지 이틀.
“전에 시켜 먹었던 데보다 더 바삭하고 육즙이 넘치는 것입니닷! 이 정도면 매일매일 안 질리고 먹을 수 있는 겁니닷!”
“으응.”
오랜만에 루시오와 함께 닭을 뜯으며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던 하준은.
녀석의 뒤로 조그맣게 TV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게이트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하준,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는 겁니깟?”
“어, 어? 아, 미안. 잠깐 뉴스 좀 보느라.”
그에 조금 전부터 대충대충 대답을 넘기는 하준을 보며, 불편한 듯 지그시 눈살을 좁힌 루시오는.
금방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TV를 살피는 그를 보고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왜 그럽니깟? 뭐 어디서 심각한 일이라도 터졌답니깟?”
“음, 뭐, 그렇지. 정확히는 다들 터진 지는 좀 됐는데, 아직까지 말끔히 해결이 안 됐다고나 할까.”
이어진 물음에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인 하준은.
마침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소식을 보며,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이어서 다음 소식입니다. 닷새 전, 베이징에 열린 대규모 게이트의 진압을 위해 나섰던 중국 월랑 길드의 공략대가, 금일 아침, 길드장인 리 샤오룽 헌터를 비롯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며칠 전,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대규모의 게이트들.
개중에서도 유독 사이즈가 남달랐던 베이징의 게이트를 떠올린 그는.
아니나 다를까, 제가 공략한 카이로나 하나둘 순조롭게 공략이 진행되고 있는 몇몇 유럽, 미국 등지의 게이트와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사고가 뻥뻥 터지고 있는 해당 게이트를 보고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느낌이 영 안 좋은데.”
“느낌이 안 좋다니, 뭐가 말입니깟?”
“저거 말이야. 왠지 꼭, 또 내가 나서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지.”
월랑(月狼).
이번에 베이징에서 터진 게이트의 공략을 위해 나섰다가 전멸했다는 길드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늘어놓는 뉴스를 본 하준은.
중국에서 제일가는 길드이자, 그 길드장만 하더라도 랭킹 7위에 달하는 초고위 랭커 중 하나였다는 얘기를 들으며.
반쯤 확신이 된 예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최고의 길드가 공략에 실패했다는 건, 자국 내에선 더 이상 저 베이징에 열린 게이트를 감당할 만한 헌터가 없다는 거고.
그 말인즉, 이제는 공략을 위해 타국에서 손을 빌려야 한다는 얘기였으니까.
‘물론 영원 길드나, 저번에 일본에서 본 우로보로스 선에서 정리가 가능하다면야 괜찮겠지마는…….’
잠깐 희망적인 생각도 잠시.
베이징에 열린 것보다도 더 조그만 카이로의 게이트에서조차, 자그마치 악마가 튀어나왔던 사실을 기억한 그는.
아무리 게이트의 난이도가 반드시 크기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지만.
당장 뉴스에 비친 장면만 봤을 때도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압도적인 크기 차를 보고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설마 그렇겠습니깟? 세상에 무슨 헌터가 하준만 있는 것도 아니…….”
띵동-
이윽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루시오가 격려의 말을 건네오던 그때.
집 안에 울린 벨 소리에 흠칫 몸을 떤 하준은.
순간 온몸에 달라붙는 불안감에 슬며시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익-
“……누구세요?”
“아, 하준…….”
쾅-!
곧 말이 씨가 된다더니, 저를 찾아온 백아린을 마주한 그는.
척 봐도 뭔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것만 같은 예감에 화들짝 문을 닫고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준? 하준.”
똑- 똑- 똑-
“하, 젠장…….”
끼이익-
“아, 하준, 오랜만.”
하나 계속되는 두드림에 결국 체념하고 문을 연 하준은.
무언가 길게 할 말이 있는 듯 가만히 집 안을 들여다보는 아린을 보며, 하는 수 없이 일단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
“아린, 정말 정말 오랜만인 겁니닷!”
“응, 루시오도.”
이게 벌써 며칠 만인지.
지난번에 영원 길드가 다시 타르타로스 공략에 나선 이후로, 이쪽도 공사가 다망해 마주치지 못했던 백아린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 루시오는.
복잡한 표정으로 TV를 흘기며 일단 부엌으로 그녀를 안내하는 하준을 보고선, 슬쩍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인사는 됐고,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겁니까?”
달칵-
이내 빠르게 루시오가 내려 온 차를 들며 맞은편에 앉은 아린을 마주한 하준은.
호로록 목을 축이며 조용히 미소 짓는 그녀를 보고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섰다.
“부탁, 길드장이 전해달래.”
아니나 다를까.
또 전령으로서 저를 찾아온 아린을 보며, 지끈거리는 미간을 짚은 그는.
용건을 꺼내자마자 자못 심각하게 굳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선, 나지막이 침음을 흘렸다.
이건 뭐, 안 들어도 뭐 때문에 왔는지가 뻔히 보이는구만.
“중국이죠?”
“응?”
“부탁 말이에요. 이번에 베이징에서 열린 게이트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응. 중국에서 부탁, 들어왔대. 그런데, 헌터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서. 하준이 정보, 알아다 줬으면 좋겠대.”
대충 짐작 가는 부분도 있겠다.
먼저 그 부탁에 대해 얘기를 꺼낸 하준은.
돌아온 답에 곰곰이 머리를 굴리며 속으로 자판을 두드렸다.
정보라.
월랑을 비롯한 공략대가 다 전멸해버리는 바람에, 그 게이트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이 말이지?
그래서 영원이 나서기 전에 보스나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하는 거고.
‘아무튼 난 굳이 공략할 필요 없이, 가서 정보만 캐 오면 된다 이거지?’
“보상은?”
최소한 자기가 마지막까지 위험 부담을 달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점.
수틀리면 퀴네에를 믿고 게이트를 빠져나와도 괜찮은 부분에 고개를 주억인 그는.
어차피 누군가 베이징의 게이트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저 거대한 것이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위협이 되어 지구상에 남아버리는 거.
마냥 거절하기보단 일단 자세히 조건부터 물어보았다.
그래야 설령 제가 클리어하진 못하더라도, ‘영원’이나 다른 헌터들이 해결할 발판이 되어줄 수 있을 터였으니까.
“그러니까, 우선 1,000억…….”
“아뇨, 돈은 됐어요.”
이윽고 대충 어느 정도 조건을 정하고 왔는지, 술술 나오는 대답에 잠시 말을 끊은 하준은.
이미 넉넉하다 못해 평생 다 못 쓸 만큼 차고 넘치는 잔고에 지그시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현물. 쓸 만한 신기 아니면 안 받습니다.”
현금 대신 현물.
지난번에 일본에서 우로보로스 길드를 도와 백면금모구미호가 나오던 던전을 공략하고, 그 답례로 받은 마나난 맥 리르의 황금 갑옷을 떠올린 그는.
상점에서 파는 신기나 이따금 보상으로 받는 물건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꿀리지 않던 그 성능에 씩 미소를 지으며, 조건을 수정했다.
“……응. 잠깐, 물어볼게.”
그에 짐짓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던 백아린은.
곧 통화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들고 잠시 밖으로 나갔다.
-속보입니다. 방금 전 프랑스 파리에 열린 게이트가 공략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로써 지난 금요일,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여덟 개의 게이트 중 네 개가…….
띵동-
이후 아린이 제가 내세운 조건을 전달하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마저 뉴스나 보며 시간을 보내던 하준은.
금방 얘기를 마치고 다시 초인종을 누르는 그녀를 보고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어때요?”
“응. 가까운 시일 내에 경매에 신기가 나오니까, 준비하겠대.”
다행히 잘 풀린 이야기에 뿌듯하니 답을 건넨 아린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하준을 보고선, 한시름 걱정을 내려놓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월랑 길드조차 한 명도 살아 나오지 못하고 전멸해버린 상황에서, 이 위험한 일을 맡아줄 수 있는 헌터는 그밖에 없었으니까.
“좋아. 그럼 혹시 언제까지 알아봐드리면 될까요?”
깔끔하게 협상도 마쳤겠다.
마지막으로 기한을 확인한 하준은.
과연 그 경매에서 어떤 신기를 준비해 올 건지는 몰라도, 또 괜찮게 써먹을 만한 물건이 늘 것에 기대하며 부탁을 받아들였다.
보통 다른 경매라면 모를까.
헌터들의 장비, 그것도 전 세계에 몇 없는 신기 같은 경우엔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멋대로 입찰할 수조차 없는 데다가.
여태껏 몇 번 영원 길드와 같이 일해본 바에 의하면, 적어도 그들이 보상에 인색하지는 않았으니까.
“일주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대.”
일주일이라.
가서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적당히 내일쯤엔 출발해야겠네.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다 끝나면 정리하고 연락할게요.”
“응. 잘 부탁.”
쿵-
띠로리-
그렇게 용건을 마치고 백아린을 보낸 자리.
곧 식탁으로 돌아와, 그사이 루시오가 뼈를 싹싹 발라 먹은 치킨을 정리한 하준은.
여전히 뉴스에서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베이징의 상황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루시오, 챙길 거 있으면 미리 짐 싸놔.”
“내일 바로 가는 겁니깟?”
이집트에서 돌아올 때 조금 느긋하게 움직이긴 했어도, 아직 게이트에서 나온 지 닷새도 채 안 됐는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래야지, 뭐.”
별수 있나.
일을 받았으니, 밀리지 않게 착수하는 수밖에.
“기왕 할 거, 차라리 빨리 끝내고 쉬는 게 나으니까.”
물론 그런다고 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