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51)
신들의 배달기사(151)
콰르르릉-!
탁 트인 고원.
제 머리 위로 내리치는 벼락에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려, 백골로 쌓은 왕좌를 해체해 방패막이로 불러들인 노인은.
어마어마한 광량에 새하얗게 물드는 시야 사이로 산산조각 나는 뼈를 보며, 곤란한 얼굴로 용을 살폈다.
“역시, 용은 용이구먼. 이래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디.”
파즉- 파즈즉-
쿠르릉-
곳곳으로 흩어지다 못해 부스러져 날리는 뼛조각 위.
허옇게 번뜩이는 스파크를 보며, 나지막이 혀를 찬 그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언제 다시 벼락이 내릴지 모를 먹구름을 올려다보며 발을 굴렀다.
쿵-
쩌저적-
“아니, 오히려 잘된 걸지도 모르겠구먼. 이무기가 아닌 용의 사체 정도라면 성좌 놈들을 상대로도 꽤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테니.”
곧 자신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갈라지는 땅과 동시에, 그간 억눌러온 힘을 슬슬 끌어 올린 노인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날카로운 눈동자로 지그시 저를 노려보는 녀석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용이라.
보통 성좌들과 달리 인과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지상에서 잡기엔 어지간한 주신들보다 까다로운 놈이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망자들아.”
달그락- 달그락-
“가서 끌어 내리려무나.”
-그어억!
-그어어어…….
이윽고 갈라진 틈새로 하나둘 땅을 짚고 기어 나오는 해골들을 보며, 손끝으로 저 멀리 용을 가리킨 노인은.
고원 곳곳에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신음과 함께,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망자들을 보고선 흐뭇하니 미소 지었다.
“허면, 문제는…….”
달그락-
그리곤 망자들이 떠난 자리.
텅 빈 고원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던 노인은.
곧 제 뒤에서 조그맣게 울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바닥의 뼈를 불러 모았다.
쩌어어엉-!
“뭐, 뭐야?”
노인의 신경이 온통 용에게 가 있는 사이.
퀴네에로 모습을 숨기곤 몰래 그의 뒤로 돌아간 하준은.
막 뒤통수를 향해 몽둥이를 내리치려던 찰나, 주변에서 빠르게 모여들어 방패처럼 제 공격을 가로막은 뼈들을 보며 놀란 듯 헛숨을 들이켰다.
“어떻게……. 윽!”
부웅-
당황도 잠시.
곧바로 수많은 뼛조각으로 변모해 저를 노리고 산탄처럼 쏘아지는 방패를 보고선,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린 그는.
완전히 피하진 못했는지, 길게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는 볼을 매만지며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하준! 괜찮습니깟!”
“……어, 괜찮아. 살짝 긁혔을 뿐이야.”
설마 바닥에 흩뿌려진 뼈 때문인가?
루시오의 걱정에 문제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금 몽둥이를 꾹 잡은 하준은.
아무래도 조금 전 뼈가 밟히는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했는지, 명백히 지금 이쪽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서도 연달아 날아오지 않는 뼛조각들을 보고선 조용히 침음을 내뱉었다.
“……이상하구먼. 분명 느낌이 있었는디.”
이러면 어떻게 공략을 해야 할까, 하준이 잠시 고민에 빠진 사이.
뼈를 긁어모아 만든 방패로 알 수 없는 충격을 한 번 튕겨낸 후, 다시 분리시킨 뼛조각으로 반격을 가했던 노인은.
얕지만 분명 몸에다 상처를 냈음에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인간을 보며, 난감함에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기척도 없고 모습도 안 보이는데, 기껏 상처를 내도 눈에 띄질 않는다니. 거참 까다롭구먼.”
이래서 당했나?
순간 앞서 쓰러져나간 악마들과, 레비아탄의 모습이 눈앞에 스친 그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에 입술을 저몄다.
하다못해 그 인간하고만 맞붙는 거라면 모를까.
당장 제 머리 위에 떠 있는 뇌운과, 저 멀리 망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선.
어지간히 강한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도리어 언제 제 뒤를 노릴지 모르는 이쪽이 더 까다로웠으니까.
쿠르르릉-
“……이런.”
이후, 떨리는 하늘에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린 노인은.
다시 새하얀 스파크가 튀고 있는 뇌운을 보고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자리를 옮겨야…….”
콰작-
뒤이어 벼락이 떨어지기 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려던 찰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흠칫 멈춰 선 그는.
곧 바닥에 깔린 뼈가 부스러지는 것을 보곤, 동그랗게 눈을 떴다.
“이, 이 무슨……. 같이 죽기라도 하겠다는 게야?”
파즉- 파즈즉-
당장이라도 내리칠 듯, 요란하게 번쩍이는 스파크.
싸움이고 자시고, 휘말리기 싫으면 일단 한시라도 빨리 뇌운 아래서 멀어져야 하건만.
헐레벌떡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다가오는 발자국을 확인한 노인은.
어느덧 코앞에서 부서지는 뼈를 보고선, 꾹 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달그락- 달그락-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둥실 떠오르는 뼛조각들.
“늦었어, 이 새끼야.”
이윽고 하나둘 저를 향해 날카로운 부분으로 방향을 돌리는 뼈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 하준은.
동시에 노인의 앞으로 벽처럼 모여드는 일부를 보며, 있는 힘껏 몽둥이를 올려 쳤다.
쩌어어억-!
“……컥!”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헛숨을 삼키듯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신음.
손끝에 찌르르 느껴지는 진동과 함께, 허공에 붕 떠오르는 노인의 몸뚱이를 본 하준은.
이어서 저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지는 뼛조각들을 보고선, 다가올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파바바박-!
“크읍!”
날카로운 것이 살갗을 찢고 파고드는 고통에 눈을 부릅뜬 그는.
전신을 내달리는 격통에 으스러져라 주먹을 꽉 쥐고선, 그새 또 노인을 지키기 위해 벽처럼 모여드는 뼈를 향해 다시금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부우웅-!
콰작-
쩌어어엉-!
그렇게 굉음과 동시에 뼈를 산산조각 내고, 떨어지던 노인을 그대로 바닥에 처박은 하준은.
차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숨이 넘어갈 듯 꺽꺽거리는 그를 향해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 알지?”
“네, 네놈…….”
번쩌억-!
콰르르릉-!
일순 새하얗게 물든 세상과 동시에, 천지에 울려 퍼지는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
“끄아아아아악!”
“흐, 흐흐. 흐흐흐!”
눈앞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실실 웃음을 흘린 하준은.
처음, 바로 내리쳤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벼락에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지는 뼛조각들을 보고선.
제 살갗에 박힌 녀석들도 전부 부스러졌는지, 계속해서 쿡쿡 찌르던 느낌이 확 사라진 것에 살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파직- 파지직-
“끄으…… 어, 어떻게…….”
뒤이어 벼락이 사라진 자리.
아직 바닥에 남아 흐르는 전류에, 움찔거리는 노인의 앞에 선 그는.
그 와중에도 기어코 산산조각 난 뼛조각들을 긁어모아 둘렀는지, 완전히 넝마가 되긴 했어도 어째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난 채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거적때기를 보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멀쩡하냐고? 별거 아냐. 난 번개에 면역이 있거든.”
그리곤 곧 분한 얼굴로 물어오는 노인의 질문에,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며 슬쩍 퀴네에를 젖힌 하준은.
과연 악마든 칠죄종이든, 괜히 그만큼 커다란 게이트를 세운 게 아닌지.
정통으로 벼락을 얻어맞고도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려는 놈을 향해 재차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면역이라고? 끌, 끌끌. 끌끌끌! 그렇구먼. 그런 거였으이. 교활한 성좌 놈들. 마냥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줄 알았더니만. 어찌 한낱 필멸자에게 그런!”
뭐야, 갑자기.
원하는 대로 내어준 대답에 갑자기 실없이 웃음을 흘리다, 이내 일갈을 터트리며 부릅뜬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노인을 마주한 하준은.
왠지 모를 불쾌감에 지그시 눈살을 좁히며, 곧장 몽둥이를 내리쳤다.
부웅-
아니, 내리치려고 했다.
터엉-!
“……어?”
튼튼한 몽둥이가 노인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튕겨 나온 무기를 본 하준은.
순간 당황한 얼굴로 얼빠진 목소리를 내며, 어느새 노인을 가리고 선 거대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쿠구구구-
“끌끌, 그렇구먼. 레비아탄, 고놈이 이래서 무리를 한 거였으이.”
이윽고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바닥에, 흠칫 뒷걸음질 친 하준은.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바닥은 짚은 채,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노인을 보고선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아이야, 아무래도 내 널 이대로 살려 보내기에는 너무 위험할 것 같구나.”
쩌적- 쩍-
이후.
노인의 입에서 경고하듯 튀어나온 말과 동시에, 점점 떨림이 심해지다 못해 거미줄처럼 갈라지는 땅을 본 하준은.
곧 그 위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하는 거대한 무언가를 보고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쿠웅-!
쩍 쪼개진 틈새로 쭉 뻗어 나와, 그대로 바닥을 짚은 커다란 손.
“저, 저게 무슨…….”
그리곤 금방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해골을 마주한 그는.
상체만 하더라도 족히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무지막지한 녀석을 보고선, 나지막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 이 자리에서 레비아탄이 이루지 못한 일을 대신 마무리하도록 하마.”
파삭-
노인을 중심으로 넘실거리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이질적인 기운.
뒤이어 거먼 연기 같은 그것에 슬쩍 닿기 무섭게, 빠르게 썩어 부스러지는 모래와 허연 뼛조각을 본 하준은.
곧장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서며, 뒤이은 소개에 입술을 꾹 물었다.
“설령 이 벨페고르, 오늘 쓰러지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벨페고르.
거적을 뒤집어쓴 노인의 눈이, 흘러넘치는 사기로 까맣게 물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