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57)
신들의 배달기사(157)
“팔십억! 팔십억 나왔습니다!”
소란스러운 경매장.
무사히 메긴기요르드를 낙찰받고, 1부 경매를 마친 하준은.
잠시 휴식 후 열린 2부 경매에, 조용히 디스플레이 위로 떠오른 경매품을 바라보며 원하는 순서가 오길 기다렸다.
“루시오, 저건 어때? 좀 쓸 만해 보여?”
“으음, 그냥 평범한 검인 것입니닷!”
처음 표지에 그림자 처리가 되어 있던 방패를 제외하고도, 따로 카탈로그상에 실려 있지 않던 경매품들.
혹 이 중에도 신기가 있을까, 나오는 족족 루시오에게 감정을 부탁한 그는.
역시 지난 허리띠 같은 요행은 또 없는 건지, 계속해서 고개를 젓는 루시오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 정도만 더 건지면 좋을 거 같은데.”
“딱히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겁니닷. 메긴기요르드만 해도 충분한 소득이니깟!”
푸념도 잠시.
배가 불렀다는 듯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님프에,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 하준은.
이걸로 벌써 열 번째, 별 소득 없이 지나간 경매품을 보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실망할 필요가 없네, 충분한 소득이네, 해도 말이지.
기껏 베이징의 던전을 공략한 보상으로 돈 대신 받아 온 기횐데, 이렇게 허리띠 하나 사고 끝내는 건 영 수지가 안 맞는단 말이지.
‘……그냥 이제부터라도 다 사달라고 하고, 나중에 되팔아버릴까?’
“아, 입찰할까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벌써 100억까지 솟은 경매가를 보며 슬쩍 도윤을 흘긴 그는.
이내 대수롭지 않게 돌아온 답에 어색하니 미소를 지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래, 딱히 쓸 일도 없는 물건.
굳이 낙찰받아 봐야 뭐 하나.
어디 몇백, 몇천만 원 하는 것도 아니고, 백억이 넘어가는 장비면 되팔 때도 일일 텐데.
어차피 돈이야 평생 궁하지 않을 만큼 있겠다, 쓸데없는 마음을 접은 하준은.
조용히 턱이나 괴며, 그새 낙찰을 받고 한껏 기뻐하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뭐, 원하는 건 뭐든 다 낙찰받아 주겠다고 했다 해서, 꼭 쓸어 담아 올 필요는 없으니까. 그쪽 예상보다 훨씬 지출이 적으면, 그 자체로 또 마음의 빚을 지울 수 있기도 하고.’
“자, 드디어 다들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마지막 물건입니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지요!”
드르륵-
이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계속되는 꽝에 심드렁하니 지쳐갈 때쯤.
드디어 경매대에 오른 신기에 턱 괸 손을 내린 하준은.
이내 슬그머니 디스플레이 위로 떠오르는 경매품을 내려다보았다.
“어? 이건…….”
“이, 이 방패는……. 대박! 대박인 것입니닷, 하준!”
중간에 뱀 머리를 한 기괴한 여인의 얼굴이 튀어나와 있는 둥그런 소형 방패.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지만, 신화에 무지한 저조차 그저 마주한 것만으로 그 정체를 알 듯싶은 물건에 눈을 끔뻑인 그는.
옆에서 깜짝 놀라 연신 감탄을 내뱉는 루시오를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스 신화의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애용했다 전해지는 전설의 방패! 대영웅 페르세우스가 토벌했다 알려진 고르곤, 메두사의 머리가 박힌 신기! 아이기스(aegis)입니다!”
아이기스.
잠깐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금세 돌이 되어버린다는 그 메두사의 머리가 달린 방패형 신기.
각종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방패 중에서, 무어라 말할 것도 없이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녀석에 꿀꺽하곤 군침을 삼킨 하준은.
곧바로 시작된 입찰 경쟁에, 눈을 반짝이며 슬쩍 도윤을 바라보았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100억, 200억, 300억.
생각보다 훨씬 탐나는 신기에, 쭉쭉 올라가는 입찰가.
앞서 실망스러웠던 다른 경매품들에 대한 불만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녀석에, 슬며시 미소 지은 그는.
어째 저보다 더 신난 얼굴로 디스플레이에 뜬 신기를 요리조리 둘러보는 루시오를 보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기스는 설화에 따르면 무려 제우스 님의 번개까지 막아낼 수 있는 겁니닷!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본인이 충격을 버틸 수 있어야 하겠지만…… 아까 낙찰받은 메긴기요르드까지 있으면, 칠죄종의 공격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것입니닷!”
“……제우스의 번개? 설마 아스트라페 말이야?”
“그럼 제우스 님의 번개가 또 있습니깟?”
하나 웃음도 잠시.
뒤이은 말에 과연 놀랄 만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 하준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아는 아스트라페의 위력을 떠올리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워낙 유명한 방패인 데다가, 경매인과 루시오의 반응도 있다 보니 어지간히 대단한 물건인가 보다 싶긴 했지만.
아무리 본신을 숨기고 꽤나 약화된 상태였다고는 해도, 그 레비아탄한테조차 치명상을 입혔던 아스트라페를 멀쩡히 막아낼 정도의 신기라니.
‘이거, 생각보다 소득이 좋은데?’
“사, 삼천억! 삼천억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과열되는 입찰 경쟁 끝에, 가뿐히 천억을 넘긴 경매가를 흘긴 그는.
자꾸만 따라붙는 경쟁자들을 내치기 위해, 단번에 오백억 가까이 껑충 입찰가를 올린 도윤을 보며.
이제야 조용해진 장내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삼천억, 삼천억 낙찰입니다!”
땅- 땅- 땅-
“좋았으!”
“해, 해낸 것입니닷! 하준!”
이윽고 경쾌히 울려 퍼지는 경매봉 소리.
어떻게, 무조건 낙찰받아 주겠다고 얘기는 했지만, 슬슬 허가받은 상한에 가까워졌었는지 식은땀을 닦아 내리는 도윤을 돌아본 하준은.
수고했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도윤 씨, 고생 많으셨어요.”
“예? 아휴, 아닙니다, 애초에 그런 계약이었던걸요.”
그에 아니라는 듯, 어색하니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숙여오는 그를 본 하준은.
방금 그 아이기스를 마지막으로 경매도 다 끝났겠다, 이만 아직도 여운이 덜 가신 루시오를 데리곤 방문을 열었다.
“아! 자, 잠시만요!”
“네?”
이후.
슬슬 시간도 됐겠다, 이토록 훌륭한 두 신기를 얻은 것에 대한 축배도 들 겸 근처 괜찮은 식당이나 좀 알아보던 찰나.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 저를 멈춰 세우는 도윤에, 슬그머니 발을 멈춰 선 하준은.
이내 이번 경매품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그를 보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 신기는 어떻게……. 직접 수령해서 가실 건가요?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긴 한데.”
아, 수령 방식 말인가?
도윤의 말에 잠시 자리에 멈춰서 곰곰이 고민하던 그는.
곧 옆에서 꼬르륵하고 들리는 뱃소리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혹시 대신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오늘 점심도 안 먹고 나와서.”
“아, 네! 물론이죠. 제가 받아서 나중에 자택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예? 그래 주시면 저야 고맙죠. 그럼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예 집으로 가져다주겠다라.
막연히 내일이나 모레쯤, 따로 시간을 내서 영원 길드에 들를 생각이었던 하준은.
괜히 또 걸음할 필요가 없어진 말에 편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애당초 바로 옆집이 그쪽 부길드장 집이니까.
굳이 도윤이 오지 않더라도, 물건 한두 개 가져다주는 것쯤이야.
저벅-
“그래서, 뭐 먹고 싶은 메뉴라도 있어, 루시오?”
“음, 으음, 그러니까…….”
잠시 후.
그렇게 경매장에서의 일을 전부 마무리한 하준은.
옆에서 종알종알 얘기를 꺼내는 루시오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오며, 곧장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근처 음식점이 모여 있는 거리로 향했다.
“앗! 저거, 저거! 루시오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 것입니닷!”
“스테이크? 스테이크 좋지!”
메긴기요르드에 아이기스.
만족스러운 경매에, 곧 들어올 신기를 기억한 하준은.
이내 두 신기에 대한 설명을 떠올리며 흐뭇하니 미소를 지었다.
‘힘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허리띠에 그 제우스의 번개, 아스트라페까지 막아주는 방패라.’
이거, 앞으로 배달이 훨씬 안전해지겠어.
* * *
“하준, 하준! 일어나는 겁니닷!”
“으, 으응?”
경매장에서 토르의 허리띠와 아테나의 방패를 낙찰받아,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 한량 같은 생활을 보낸 지도 어느덧 벌써 나흘째.
카랑카랑한 루시오의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깬 하준은.
아직 깜깜한 창밖에, 5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며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뭐야, 루시오? 이 시간에.”
“스마트폰! 스마트폰을 보는 겁니닷!”
“……스마트폰?”
해도 안 뜬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며, 늘어져라 하품을 내뱉은 그는.
이내 어딘가 급한 목소리로 제 스마트폰을 가리키는 님프를 보며, 도대체 무슨 일인가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응? 뭐야, 이거.”
확실히 뭔가 일이 있긴 있었는지, 밝게 불이 들어와 있는 화면.
“뭐지? 이 새벽에 어디서 연락 올 일도 없는데……. 어?”
바로 그제 백아린을 통해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신기도 전달받았겠다.
딱히 올 곳이 없는 연락에, 이상하니 고개를 기울인 하준은.
곧 잠금 화면 위로 보이는 익숙한 모양의 알림을 보고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부재중 콜 13건]밤중에 곯아떨어져 자느라, 듣지 못한 콜이 무려 열세 건.
시간도 한 10분쯤 전부터 연달아 날아온 알림에, 무언가 대단히 급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하준은.
주섬주섬 이불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스스한 모습의 루시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루시오, 가서 준비해.”
급하니까, 일단 옷만 대충 갈아입고…….
띵동-
-배달의 만족, 주문!
“……아니. 가자, 지금. 바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