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61)
신들의 배달기사(161)
달칵-
스으윽-
타르타로스 지하.
하데스에게 올림포스의 상황을 전하러 왔다, 웬 두 괴물과 마주친 하준은.
정황상 다른 한 놈과 함께 케르베로스를 쓰러트리고 하데스를 무릎 꿇린 듯 보이는 붉은 남자를 마주한 채, 결의를 다잡곤 퀴네에를 작동시켰다.
“음? 쯧, 이제야 싸울 마음이 좀 생겼나 싶었더니. 결국 도망가려는 거냐? 싱겁긴.”
그에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무기를 챙기더니, 눈앞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는 하준에 나지막이 혀를 찬 남자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기척마저 말끔히 사라진 그를 보곤,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그러고 보니 레비아탄 녀석이 말하길, 놈이 요상한 신기를 여럿 다룬다고 했던가?
“도망은 무슨. 그럼 얌전히 보내주기나 할 건가?”
“……보내줄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빠꾸하는 게 낫지 않습니깟?”
그사이 퀴네에의 효과로 무사히 남자의 옆을 지나친 하준은.
아직도 불안한 눈빛으로 저와 상대를 흘기는 루시오를 보곤, 단호한 얼굴로 지그시 고개를 저었다.
도망칠 거면 진즉에 도망쳤지.
이미 하데스를 도와 한판 붙기로 한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결판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됐고. 그래서 누구야, 도대체? 저 괴물들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자그마치 그 하데스를 꺾은 두 괴물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
조금 전, 분명히 둘의 정체를 안다고 했던 루시오를 돌아본 그는.
제 물음에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는 녀석을 바라보며, 어서 답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제아무리 퀴네에에 몇 번이나 강화를 거친 슈트, 거기다 이번에 경매장에서 새로 가져온 메긴기요르드와 아이기스가 있다고 한들.
칠죄종과 그에 버금가는 괴물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약점 정도는 찔러줘야 했으니까.
“……사탄.”
“사탄?”
“그렇습니닷. 붉은 피부에 뱀처럼 찢어진 눈. 당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그것뿐이지만, 남은 칠죄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분노의 칠죄종, 사탄밖에 없는 것입니닷.”
사탄.
분노의 칠죄종.
하준의 물음에 조심스레 입을 연 루시오는.
최초의 악이자 원죄의 뱀, 추락한 붉은 용이라 불리는 거악을 돌아보며 입술을 꾹 씹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칠죄종이라고 다 같은 칠죄종이 아닌 겁니닷. 하준도 봐서 알겠지만, 나태의 칠죄종이던 벨페고르랑 질투의 칠죄종이던 레비아탄은 차이가 꽤 많이 나지 않았습니깟?”
“어…… 레비아탄은 직접 부딪쳐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덩치부터 차이가 좀 나긴 했지?”
“그런데 분노의 칠죄종인 사탄은 못해도 그 레비아탄과 동급, 아니, 사탄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인지도와 파급력을 보면,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겁니닷!”
이윽고 다다다 쏘아붙이듯 설명을 늘어놓는 루시오에 나지막이 침음을 흘린 하준은.
결론적으로 그 벨페고르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슬쩍 공동 안쪽을 훑어보았다.
-하데스 님, 괜찮으십…….
-샤아아아악!
-……큭!
화르르륵-
상처 입은 하데스를 보호하고 그의 앞에 선 코토스와, 그런 그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몇몇 주둥이에서 벌건 불길을 쏘아대고 있는 반인반사의 괴물.
그리고 구석에 박혀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케르베로스까지.
“……그럼, 더 서둘러야겠네. 그런 괴물을 혼자 상대할 자신은 없으니까.”
사탄인지 뭔지, 칠죄종과 대립하기 전.
우선 이쪽부터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하준은.
잠시 공동을 둘러보다, 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투구를 발견하곤 바로 그쪽으로 뛰었다.
툭-
그리곤 곧장 검은색 투구, 본디 하데스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주워 던진 그는.
자신을 향해 데구루루 굴러오는 퀴네에를 발견하곤, 슬쩍 제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이는 하데스를 보고선 몽둥이를 꾹 쥐었다.
다행히 아직 싸울 수 있는 모양이네.
화륵-
타닥- 탁-
뒤이어 여전히 하데스를 보호하고 서 있는 코토스를 지나쳐, 슈트의 효과를 쓰곤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진 하준은.
아틀란티스에서 받은 반지를 사용해 열기를 누그러트리며, 뱀 대가리를 향해 훌쩍 뛰어올랐다.
부웅-
“이제 불 좀 그만 뿜어, 인마! 숨 쉬기 힘들어!”
쩌어어억-!
-시잇…….
묵직하게 공동 가득히 울려 퍼지는 타격음.
불 뿜던 그대로 몇몇 꺾여버린 머리 탓에, 일부 본인한테 달라붙는 불길을 본 하준은.
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멍하니 주변을 흘기는 다른 대가리들을 보고선, 재빨리 연달아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샤아아악!
“큿!”
화악-
“……칫, 까다롭네. 저번처럼 탁 트인 장소였으면 상대하기가 좀 편했을 텐데. 하필이면 이런 공동이라니.”
이후, 한 번 더 녀석의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려던 찰나.
멀쩡한 뱀 머리들 사이에서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에 황급히 자리를 피한 그는.
제법 널찍하다만, 저 덩치를 상대로 마음 놓고 공격을 피하기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입술을 저몄다.
하물며, 아까 그 소란에 공동으로 돌아와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둘러보는 사탄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음? 흐흐. 당연히 도망칠 줄 알았는데, 제법 용감하군. 뭐, 좋아. 방금까진 너무 시시해서 재미없었으니. 이제야 좀 즐길 수 있겠어.”
쿠구구구-
이윽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동 중앙에 무릎 꿇고 있던 하데스가 재차 모습을 감춘 것을 보며, 천천히 투기를 끌어올리는 사탄을 돌아본 하준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음에도, 녀석을 중심으로 덜덜덜 떨리는 바닥과 벽면을 보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 입구만 안 무너지면 좋겠는데.
“하준! 앞에!”
“응? 우, 우와악!”
화르륵-
그렇게 불안한 눈빛으로 흔들리는 벽과 천장을 바라보던 그때.
다급한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는.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불길을 보고선, 황급히 상체를 확 숙였다.
화악-
치이이익-
“허억, 헉…… 깜짝야. 하마터면 바싹 익을 뻔했네.”
그대로 아슬아슬하게 제 머리를 스치고, 제법 멀리 떨어진 벽까지 날아가 수그러드는 불길.
동시에 거멓게 타다 못해 녹아 흘러내리는 벽면을 흘긴 하준은.
조금만 닿아도 뼈까지 녹아내릴 것 같은 끔찍한 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어쩐지 뭔가 좀 질척이던 바닥을 슥 내려다봤다.
‘밑창이……. 이거, 오래 끌면 아예 발도 못 뻗겠는데.’
“하준! 갑자기 뭘 멍 때리고 있는 겁니깟? 상대는 칠죄종과 그에 준하는 괴물이지 않습니깟! 아무리 퀴네에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한눈팔다간 한순간에 훅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닷!”
당황도 잠시.
나무라듯 저에게 쏘아대는 루시오에 정신을 차린 그는.
그 말마따나 잡생각에 젖을 여유 따윈 없는 두 강적을 보고선,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게다가 제아무리 이번에 메긴기요르드를 구해서 힘이 두 배로 강해졌다 한들, 미스틸테인으로 저 괴물을 잡기엔 무리가 있는 겁니닷. 하준, 전에 용님이 주신 구슬, 지금 가지고 있습니깟?”
“어? 어어, 그거야 가지고 있긴 한데…….”
이어진 말에 슬쩍 주머니를 뒤지며 뇌운이 담긴 구슬을 꺼내 든 하준은.
곧바로 던지라는 듯, 괴물을 향해 턱짓하는 님프를 보며 어딘가 찝찝한 얼굴로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정말, 여기다 뇌운을 불러일으켜도 괜찮은 건가?
저번처럼 사방이 탁 트인, 하다못해 천장이라도 뚫려 있는 장소라면 몰라도.
이렇게 꽉 막힌 공동에서 그랬다간 자칫 하데스나 코토스, 저기 쓰러져 있는 케르베로스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방금 루시오가 하데스 님이랑 얘기하고 왔으니까 괜찮은 것입니닷!”
“……좋아. 그렇다면야.”
하나 고민도 잠시.
제 표정을 읽은 듯 소리치는 루시오에 마음을 다진 그는.
곧장 점점 더 퍼져가는 불길 사이로 손에 쥔 구슬을 휙 던졌다.
툭- 투둑-
-시잇?
푸화아악-
-샤, 샤아아악!
장막처럼 펼쳐진 불길을 뚫고, 데구루루 굴러가 괴물 앞에 정확히 멈춰 서는 둥그런 구슬.
무언가 제 꼬리를 톡 건드리는 감촉에 슬쩍 머리 하나를 내밀어 제 밑을 살핀 녀석은.
이내 물 끓는 소리와 함께 확 퍼져 나오는 수증기에,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치이이익-
순식간에 천장으로 모여들어 형체를 갖추는 시커먼 먹구름과, 동시에 뿜어져 나온 수증기에 하나둘 수그러드는 거센 불길들.
“이제 어떡하지? 혹시 생각해둔 방법이라도 있어, 루시오?”
그러나 벼락이 내리칠 때까진 아직 시간이 좀 걸릴 성싶은 상황에, 슬쩍 루시오를 돌아본 하준은.
언제든지 저 뱀 대가리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만한 신기를 구매할 수 있게 시야 한편에 상점을 올려놓곤, 대답을 기다렸다.
“튀폰.”
“응?”
“녀석은 가이아 님의 최종 병기이자, 홀로 올림포스를 뒤집어엎고 그 제우스 님마저 꺾은 최악의 괴물. 이후에도 운명의 세 여신님의 계략으로 잔뜩 약화시키고서야 겨우겨우 타르타로스에 유폐시키는 게 고작이었던 놈이니만큼, 하준이 아무리 대단한 신기를 쓴다고 해도, 녀석을 잡을 수는 없는 것입니닷!”
“……어? 아니, 그러면 뭘 어떡하라고?”
하나 돌아온 답에 황망한 얼굴로 헛웃음을 터트린 하준은.
한때 그 신들의 제왕, 제우스마저 이기지 못했다는 얘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무슨 방법이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자기만 믿으라 하더니.
이게 무슨…….
“무시하고 사탄이나 잡는 겁니닷.”
“뭐?”
그렇지만 한탄도 잠시.
뒤이은 말에 그게 무슨 얘긴가, 멍하니 눈을 끔뻑인 그는.
이후 뒤에서 울리는 발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리고선, 그제야 알겠다는 듯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쿠웅-
쿵-
코토스. 그리고 케르베로스.
그런가. 이 둘이 그동안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거구만.
-커헝! 컹!
잠시 후.
공동 가득히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에, 튀폰으로부터 몸을 돌린 하준은.
곧바로 두 덩치를 지나쳐, 조금 전 지나온 길을 되돌아 발을 박찼다.
“크하하하하! 이게 끝이냐, 명왕!”
바닥과 벽, 천장에서 마구 치솟은 시커먼 손 사이.
제법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맞받아치고 있는, 붉은 피부의 남자를 향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