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69)
신들의 배달기사(169)
“……준! 하준!”
“으음…….”
던전화가 진행되는 게이트와 함께, 뒤집히는 나무에 맞아 쓰러진 하준은.
곧 희미하게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앗! 정신을 차린 겁니닷! 정말 정말 다행인 것입니닷!”
“여긴…….”
“던전 안쪽. ……아무래도, 지옥인 것 같습니닷.”
천만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루시오를 뒤로하고 가장 먼저 주변을 둘러본 그는.
방금까지 질척거리던 늪과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던 아마존과 달리.
빼빼 마르다 못해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진 바닥과, 온통 잿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지옥이라니……. 거긴 칠죄종들을 봉인해놓은 장소라고 하지 않았어?”
지옥.
헤파이스토스를 비롯한 성좌들과, 개울물 대학에서 잊혀진 고서를 탐독하고 온 루시오에게 전해 듣길.
아주 오래전, 다양한 신화의 주신과 창조신급 성좌들이 모여 간신히 칠죄종들을 봉인시켰다던 끔찍한 폐허.
성좌들은 물론이고 칠죄종들마저 쉽사리 넘지 못해, 지난 몇천 몇만 년을 꾸준히 준비하고 나서야 겨우 불완전하게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던 차원을 흘긴 하준은.
갈라진 틈새로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는 벌건 불길을 보고선, 흠칫 몸을 떨었다.
“……그렇습니닷.”
잠시 후.
묵묵히 떨어진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주억인 하준은.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흘기는 루시오를 뒤로한 채 스쿠터를 바로 세우며, 천천히 자리에 올라탔다.
“타.”
“……하준? 괜찮은 겁니깟?”
“괜찮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어. 내가 뭐, 안 괜찮다고 해서 던전이 바뀌든가 저절로 공략될 것도 아닌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풍경에, 괜스레 손아귀에 땀이 잡혔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당황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차피 대강 칠죄종이 있으리라곤 예상하고 있었잖아?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아예 끝을 내지 뭐.”
그냥 칠죄종만 툭 하고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지옥이 아예 통째로 넘어왔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저한테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사탄 때처럼 하데스 같은 주신급 성좌가 곁에 없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그때랑 달리 포인트도 넉넉하고, 새 신기도 무려 셋이나 가져왔으니까.’
자그마치 3,000만에 달하는 포인트와 만파식적, 해주의 반지 그리고 탈라리아까지.
남은 칠죄종이 누군지는 몰라도, 거의 만전에 달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던 사탄에 비하면 어렵지 않으리라 짐작한 하준은.
우선 전체적으로 던전을 살펴보기 위해, 저 멀리 높이 솟은 언덕을 향해 핸들을 잡았다.
부릉-
“어흐, 더워.”
“으으…… 쪄 죽을 거 같은 것입니닷!”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한참 언덕배기를 오르던 그는.
지옥의 환경 탓인가, 입술이 바싹 마르고 줄줄 흐르는 땀을 보며 잠시 스쿠터를 멈춰 세웠다.
“어우, 도저히 안 되겠다.”
“무슨 방법이 있는 겁니깟?”
그리곤 곧바로 상점을 켠 하준은.
주르륵 펼쳐진 목록 사이, 원하는 물건을 찾아 스크롤을 내리며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쳤다.
가지고 있는 포인트야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은 칠죄종과의 싸움이 어찌 될지 모르니 가능하면 아끼려 했건만.
‘이러다 뭐 싸우기도 전에 드러눕겠네.’
참다 참다 어질어질한 머리에 기어코 백기를 든 그는.
빽빽이 들어찬 상품들 가운데, 금방 원하는 녀석을 발견하곤 손을 올렸다.
-화완포 레플리카[100,000p] [잔여 포인트: 31,054,700p]
툭-
“아앗! 그건!”
화완포.
이전에 한 번 일이 있어 무스펠헤임에 들렀을 적에 사용했던 불쥐의 털옷을 구매한 그는.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나 바닥에 툭 떨어진 옷을 주워 들고선, 곧장 슈트 위에 걸쳐 입었다.
“후,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그런 게 있었으면 빨리 좀 사 입지 그랬습니깟!”
“난들 이렇게 더울 줄 알았나.”
이윽고 털옷을 입기 무섭게 한결 옅어진 열기를 보며 한숨을 돌린 하준은.
말은 그래도 표정은 한껏 풀어진 루시오를 보고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그 불타는 땅도 멀쩡히 걷게 해준 물건 아니랄까 봐, 효과 한번 확실하구만.
역시 포인트가 좋긴 좋아.
“아무튼, 제한 시간이 이틀이나 되니까 당분간 열기는 문제없을 테고. 이제 마저 보스만 찾아서 정리하면 되겠지.”
“언덕도 앞으로 얼마 안 남은 것입니닷!”
곧이어 다시금 스쿠터에 올라탄 그는.
루시오의 말마따나 코앞인 정상을 향해 스로틀을 꾹 당겼다.
털털털털-
“으음, 어디 보자. 보스로 보이는 놈이…….”
이후, 금방 정상에 도착해 스쿠터에서 내린 하준은.
저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언덕 아래를 슥 훑으며, 보스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스읍, 허허벌판이네. 뭐 딱히 특별한 게 없는데? 아무래도 다음 언덕까지 가봐야 하려나.”
그렇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지형을 살피기를 몇 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무슨 흔적이라곤 보이질 않는 광경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그는.
저 앞에 이보다 높이 솟은 언덕 하나를 발견하곤, 다시금 스쿠터에 올라탔다.
아니, 올라타려고 했다.
“하, 하준! 잠깐 저기, 저기 좀 보는 것입니닷!”
“응? 어디, 어디?”
막 스쿠터 위로 다리를 뻗으려던 찰나.
제 소매를 꾹 잡아당기는 루시오에, 다리를 내린 하준은.
곧 녀석의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선, 언덕 너머 희끄무레하게 비치는 무언가를 발견하곤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저게 뭐지? 신전?”
뒤이어 서서히 잡히는 초점에, 조그맣게 보이는 건물을 뚫어져라 본 그는.
뭔지는 몰라도 넓고 평평해 보이는 지붕과, 허옇게 그 밑을 바치고 있는 기둥들을 보고선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여하튼, 한번 가보는 게 낫겠지?”
“그나마 뭔가 있다면 저쪽이 틀림없는 것입니닷!”
허허벌판인 지옥 한가운데, 유일하게 세워져 있는 건축물.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보스를 찾을 단초가 될 녀석을 향해 핸들을 돌린 하준은.
그대로 언덕을 쭉 내려가서, 신전이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콰르르륵-
“흐앗!”
“……이거,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네.”
치이익-
그렇게 한참 갈라진 땅을 쭉 건너기를 몇 분.
조금 전 언덕을 넘기 전보다 더욱 거세게 튀어 오르는 불길을 보며, 아슬아슬하게 스쿠터에 떨어진 불똥을 흘긴 그는.
타르타로스에서 봤던 것처럼 바닥을 녹이고 들어가는 용암을 보고선, 천천히 자세를 숙이곤 핸들을 꽉 잡았다.
“루시오, 조금 거칠 거니까, 꽉 잡고 있어.”
“조, 조심하는 겁니……드아아아앗!”
부웅-!
거센 엔진음과 함께, 빠르게 쏘아지는 스쿠터.
그에 화답하듯, 사방에서 튀어 오르는 용암을 피해, 이리저리 핸들을 돌린 하준은.
화완포 덕에 몇몇 자잘하게 떨어지는 불똥 정도는 시원하게 씹으며, 반쯤 녹아 질펀해진 땅을 가로질렀다.
덜컹-
“휴, 그래도 언덕 사이가 그리 멀진 않아서 다행이네. 그치, 루시오?”
“흐억, 흐……. 주, 죽을 뻔한 겁니닷!”
“짜식, 엄살은.”
그렇게 불길을 뚫고 금세 다음 언덕에 들어선 그는.
아직도 눈앞이 벌걸 만큼 시뻘겋게 치솟던 용암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루시오를 뒤로하곤, 곧장 저 높이 솟은 신전으로 스쿠터를 몰았다.
부릉-
평지와는 달리 벌건 용암이 날름거리지는 않는 경사진 언덕.
다만 저 위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만큼, 조심히 주변을 살피며 올라간 하준은.
곧 높다란 언덕 꼭대기에 도착해, 드디어 저 아래쪽에 보이는 신전을 내려다보았다.
“흐으, 올라오는 동안 가슴 떨려 죽는 줄 알았던 겁니닷. 하준, 신전은 좀 어떻습…….”
“쉿.”
혹 기습당할까, 조마조마했던 심장을 부여잡고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는 루시오.
아까부터 가만히 새하얀 신전의 입구를 찾아 살피던 하준은,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곤 황급히 녀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으읍?”
“……뭔가 있어.”
이윽고 대강 분위기를 눈치챈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묻는 루시오를 보며 슬며시 입을 연 그는.
언덕 아래, 신전 올라가는 입구로 보이는 계단을 지키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슬쩍 뒷걸음질 쳤다.
“푸하! 뭐가 있다니, 설마 칠죄종입니깟?”
“으음, 글쎄. 일단 평범한 몬스터는 아닌 거 같았는데.”
이어진 물음에 스쿠터를 잡아당기고 언덕 뒤편에 숨은 하준은.
조금 전 자신이 발견한 녀석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걸 몬스터라고 해야 하나.
거대한 악어를 타고 손등에 웬 매를 얹은 꼬부랑 노인을 두고서 말문이 막힌 그는.
대답 대신 몸을 숨긴 언덕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다시금 상대를 살펴보았다.
아니, 살펴보려고 했다.
두두두두-
“어?”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
그 묵직한 소음에, 흔들리는 신전을 내려다본 하준은.
곧 입구를 빠져나와 계단을 타고 우르르 내려오는 시커먼 무리를 발견하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뭡니깟? 왜 그러는 겁니……. 흐아앗!”
척 보기에도 다들 한가락 할 거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들.
이내 사방으로 퍼지며 어딘가로 향하는 녀석들을 본 그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황급히 스쿠터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시발.”
개중 몇몇이 언덕을 올라 제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