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73)
신들의 배달기사(173)
콰아아앙-!
묵직한 굉음.
슈트를 작동시키기 무섭게, 보이지 않는 저를 찾으려 사방으로 마구 내리치기 시작하는 촉수를 본 하준은.
가볍게 깨져 나가 사방으로 튀는 대리석 파편을 바라보며, 슬쩍슬쩍 날아오는 녀석들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파삭-
“……그래도 닿는다고 바로 재가 되어 버리는 건 아닌 건가?”
이어서 촉수가 닿은 부분이 거멓게 변질되다, 끝내 재가 되어 흩어지는 바닥을 본 그는.
다행히 생각처럼 조금 닿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 듯 보이는 촉수를 슥 흘기며,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부웅-
“읏! 위험해라.”
그렇게 몇 걸음 다가갔을까.
마구잡이로 주변을 때리다, 저를 향해 날아오는 촉수 하나를 마주한 하준은.
황급히 허리를 꺾으며, 아슬아슬하게 저를 지나치는 녀석을 보곤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아무리 조금 닿는다고 그 깃털처럼 바로 바스러지진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대충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
하물며 두꺼운 대리석 바닥도 두부처럼 뭉개버리는 위력의 흉기라면 더더욱.
툭-
“하준! 뒤쪽에! 조심하는 겁니닷!”
“……응? 뒤? 우왁!”
쐐액-
뒤이어 다시금 몸을 세우고, 마저 루시퍼를 향해 발을 옮기던 찰나.
루시오의 외침에 흠칫 뒤를 돌아본 하준은.
어느새 벽을 때리곤 튕겨 나와 저를 향해 날아오는 촉수 하나를 발견하곤, 다급히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터엉-!
“큽!”
쿵-
곧 둔탁한 소음와 함께 몽둥이를 후려치고 튕겨 나가는 시커먼 촉수.
그 묵직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허공에 붕 떠오른 그는.
이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며 헛숨을 훅 들이켰다.
“끄으…… 젠장, 뭔 놈의 촉수가 힘이…….”
“하, 하준! 위쪽에!”
“어? 흐, 흐어억!”
부우우웅-
이윽고 한 번 막았을 뿐인데 저릿한 팔뚝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잠시.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제 위로 날아드는 수많은 촉수를 본 하준은.
경악한 얼굴로 비명을 내지르며, 황급히 옆으로 몸을 굴렸다.
콰아아아앙-!
후드득-
“콜록, 콜록! 흐…… 아니, 이 자식 진짜 안 보이는 거 맞아?”
이후.
굉음과 함께 자욱이 일어난 먼지구름 사이로 비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그는.
사방으로 매섭게 튀어 오른 파편에 얻어맞아 얼얼한 옆구리를 문지르며, 질린 얼굴로 눈앞에 보이는 타천사를 흘겼다.
“그래도,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만.”
그리곤 충분히 몽둥이가 닿을 정도까지 가까워진 녀석을 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하준은.
미리 스크롤을 내려 화면을 맞춰 놓은 상점을 향해 손가락을 옮기며, 익숙한 신기를 구매해 쥐었다.
-아스트라페 레플리카[3,000,000p] [잔여 포인트: 28,054,700p]
파즈즉-
아스트라페.
일격에 크라켄을 구워버리고, 비록 억지로 지옥을 넘어 약해졌다고는 하나 그 레비아탄을 상대로도 유의미한 일격을 날린 강력한 신기.
본디 사용자 또한 휘말릴 위험이 있어 양날의 검과 같은 무기지만, 제겐 면역이 있어 안전한 제우스의 번개를 집어 든 그는.
사라진 저를 찾는 듯, 눈앞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 루시퍼를 향해 있는 힘껏 번개를 내질렀다.
“이거나 먹어라!”
푸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살갗을 찢고 파고드는 번개.
“큭! 무슨…….”
번쩌억-!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악!”
당황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루시퍼와 동시에, 새하얗게 터지는 빛을 눈에 담은 하준은.
곧 귀를 때리는 비명과, 환히 물든 시야 사이로 번쩍번쩍 터지는 시퍼런 전류를 보고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 정도면 죽이진 못했어도 레비아탄 때처럼 꽤 타격은 줬겠지?”
“좋습니닷, 하준!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입니닷!”
제우스가 티탄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초의 키클롭스들에게 부탁하여 빚어냈다는 전설의 무구.
그 강대한 티탄들조차 단박에 태워 죽인 괴물 같은 성능의 신기를 보며, 코를 찌르는 탄내에 히죽인 그는.
보기보다 튼튼한 몸뚱이 탓에 아직 반밖에 찔러 넣지 못한 번개를,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아니, 밀어 넣으려고 했다.
“흐, 흐흐. 흐흐흐흐.”
“뭐, 뭐?”
여전히 파직거리며 거칠게 튀어 오르는 스파크 사이로 스산하게 울리는 웃음소리.
“잡았다.”
텁-
“어? 큿! 파, 팔이…….”
그에 불안함을 느끼곤 황급히 몸을 빼려던 하준은.
그 순간 제 팔을 콱 붙잡는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흐, 흐어어억! 촉수!”
“하준! 어서 빠져나오는 겁니닷!”
자신의 팔을 돌돌 휘감곤, 쉽사리 빼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시커먼 촉수.
그에 재가 되어 사라지던 깃털과 촉수 모양으로 움푹 파여 들어간 대리석 바닥을 떠올린 그는.
금방 사색이 된 얼굴로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있는 힘껏 몸부림쳤다.
“……젠장! 이거, 놧!”
화악-!
“크학!”
툭-
그렇게 몸부림도 잠시.
다행히 붙잡히지 않은 반대쪽 팔을 내보이며, 솔로몬의 반지를 사용한 하준은.
스프레이처럼 넓게 뿜어져 루시퍼의 안면을 뒤덮는 시커먼 안개와, 동시에 기겁을 하곤 뒤로 물러나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을 보고선 저릿한 팔을 빼내었다.
“허억, 헉…….”
“하준! 괜찮습니깟!”
이윽고 비틀거리며 주저앉아, 치솟는 고통에 눈물을 찔끔 흘린 그는.
촉수한테 조여 아프다 못해 그새 퉁퉁 부어오른 팔을 주무르며, 숭숭 구멍이 나 살갗이 드러난 팔뚝을 내려다보았다.
‘빌어먹을. 그 잠깐 닿았는데도 슈트에 황금 갑옷까지 재로 변하다니. 아마 빼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지금쯤…….’
이어서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상상에 부르르 몸을 떤 하준은.
그래도 촉수가 살까지 파고들진 않은 듯, 벌겋게 부어오른 것을 제외하곤 크게 문제없는 팔을 툭툭 털고선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네놈, 어떻게 사브나크의 권능을!”
그러는 사이.
안면을 뒤덮은 부식 안개를 모두 날려 보낸 루시퍼는.
손바닥 뒤로 삭아 없어져 일부 뼈까지 드러난 얼굴에 인상을 굳히며 이를 갈았다.
“솔로몬! 그래, 그 망할 영감탱이의 반지로구나! 그 올림포스의 재수 없는 난봉꾼의 벼락으로도 모자라서, 그 미치광이의 유품까지 다루다니!”
아스트라페에 솔로몬의 반지.
퀴네에에 저 구멍 뚫린 슈트 아래로 비치는 황금빛 사슬 갑옷까지.
일개 필멸자가 감당하기엔 터무니없는 격의 신기를 하나도 아닌 여럿, 그것도 자그마치 벌써 넷이나 동시에 다루고 있는 인간을 마주한 타천사는.
어처구니가 없는 눈빛으로 슬쩍 천장을 올려다보며, 으스러져라 창을 쥐었다.
“레비아탄, 벨페고르, 사탄. 놈들이 웬 인간한테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그저 악마 놈들의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건만. 어디 다른 신격들 옆에서 잠깐 깔짝인 게 아니라, 정말로 네놈에게 모두 당한 거로구나!”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뒤이어 쓰린 상처를 쓸어내리며 으르렁거리는 루시퍼를 본 하준은.
무언가 결심한 듯 힘껏 날개를 펄럭이며 높이 날아오르는 녀석을 보고선, 난감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이런.
저건 너무 높은데.
“좋다. 본래대로라면 아까 내보낸 녀석들이 돌아올 때까지, 적당히 유흥거리로 즐기려 했건만.”
화아아악-
잠시 후.
허공에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한 쌍의 날개를 더 펼치는 놈을 본 그는.
파스스 형체를 잃고 위쪽으로 흩어지는 촉수와, 그 입자들이 날카롭게 휘어진 뿔 위로 모여 생겨나는 시커먼 고리를 보고선 그 이질적인 광경에 지그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뭘 하는…….”
카챵-!
의문도 잠시.
곧 온전한 형태를 갖추기 무섭게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지는 고리에, 멍하니 눈을 깜빡인 하준은.
이내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내리는 파편들을 보고선, 무슨 일인가 고개를 기울였다.
‘뭐지? 왜 기껏 만든 고리를…….’
툭-
파삭-
“……하준! 어서 피하는…… 아, 아니, 어디에 숨는 것입니닷!”
그리고 잠깐 뒤.
다급히 고함을 지르는 루시오에, 흠칫 주변을 살피던 그는.
곧 시커먼 가루가 떨어지기 무섭게, 구멍이 숭숭 뚫려 들어가는 대리석 바닥을 보고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런 미친!”
누가 그 촉수가 흩어졌다 다시 모여 깨진 파편 아니랄까 봐.
마찬가지로, 아니, 도리어 그보다 더 빠르게 물질을 재로 돌려버리는 녀석을 본 하준은.
거의 이 방 안을 꽉 채울 만큼 넓게 퍼져, 눈처럼 내리는 입자를 보며 잘근잘근 입술을 저몄다.
“젠장, 젠장! 어떻게 해야…….”
이윽고 허둥지둥 근처를 살피며 숨을 곳을 찾던 그는.
이 나름 널따란 방 가운데 외로이 놓인 왕좌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공간을 보고선, 이를 악물었다.
“……아! 루시오, 얼른 이쪽으로!”
“그, 그쪽으로 말입니깟?”
그리곤 기어코 꺼먼 입자가 머리에 내려앉으려던 그때.
무언가 방법을 떠올리곤 주머니를 뒤적인 하준은.
그대로 바닥에 바짝 몸을 붙여가며 늦지 않게 원하는 물건을 집어 빼내곤,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허억, 후우……. 살았나?”
“……무사한 겁니깟?”
그 뒤로 몇 초쯤 지났을까.
질끈 두 눈을 감고서 제발 효과가 있기를 기도하던 그는.
이내 아픈 곳 하나 없이 멀쩡한 제 몸뚱이를 보고선,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역시 아스트라페도 멀쩡히 막아냈다던 신기다워.”
아이기스.
아테나의 방패로 몸을 가려, 무사히 떨어지는 입자로부터 생존한 하준은.
곧 가라앉는 안도감 사이로 훌쩍 차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꾹 쥐며, 루시퍼를 올려다보았다.
“이 망할 놈. 안 보이니까 아주 그냥 주변을 다 없애버리겠다 이거지?”
이어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어느덧 잠잠해진 입자에 아이기스를 내린 그는.
제 생사를 살피듯 여유로이 근처를 내려다보는 녀석을 보고선 파르르 눈가를 떨었다.
그래, 뭐.
애초에 나도 벼락 한 방에 끝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으니까.
“루시오, 정리는 끝났어?”
“저 타천사한테 먹일 신기 정도야, 당장 몇 개는 말할 수 있는 겁니닷!”
잠시 후.
냉정하게 분노를 가라앉히고 나지막이 입을 연 하준은.
마냥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건 아닌 듯, 재깍재깍 얘기가 나오는 루시오를 보고선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남은 포인트는 2,800만.
이제 전력을 쏟아부을 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