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174)
신들의 배달기사(174)
쐐액-!
“읏!”
아이기스를 이용해 무사히 파편을 막아낸 하준은.
제가 있던 자리만 바닥에 입자가 떨어진 흔적이 남지 않아서일까.
정확히 저를 노리고 날아드는 불길한 창을 피해, 일단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해서, 루시오. 놈한텐 뭘 쓰면 좋을까?”
그리곤 침착하게 적을 살피며, 흘끗 루시오를 바라본 그는.
언제든 신기를 구매할 수 있게 구석에 띄워놓은 상점을 살피며 의견을 물었다.
“오만의 칠죄종. 루시퍼한테 먹힐 정도의 무기라면, 못해도 아스트라페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신기. 그것도 본디 천상의 존재였던 녀석에게 효과적인 신기라면, 역시 그것들로 정해져 있는 겁니닷!”
“그것들이라니?”
돌아온 답에 과연 맞는 말이라는 듯 속으로 맞장구를 치던 하준은.
이내 그래서 무슨 신기를 구매하란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빛의 신 루 라바다의 무기이자, 어떠한 갑옷으로도 막을 수 없고 절대 빗나가지 않는 검 프라가라흐. 뇌신 인드라가 부리던 신들조차도 멸망시키는 창, 바사비 샤크티. 신들의 제왕, 제우스 님의 아버지이자 티탄들의 왕, 크로노스가 다루던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낫 스퀴테.”
프라가라흐.
바사비 샤크티.
스퀴테.
하준의 말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입을 연 루시오는.
전부 성좌들, 그것도 제우스처럼 주신급 이상의 신들이 쓰던 무기이자.
타천사 같은 삿된 것에 효과가 있거나, 루시퍼가 무슨 재주를 부리든 그를 무시하고 벨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신기들을 떠올리며 추천을 내뱉었다.
“어디 보자……. 프라가라흐, 바사비 샤크티, 스퀴테. 아! 있다, 있어!”
이윽고 루시오의 입에서 나온 이름들을 되뇌며,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며 목록을 살펴 내려간 하준은.
다행히 셋 모두 빠짐없이 상점에서 판매 중인 것을 확인하곤 주먹을 꾹 쥐었다.
-프라가라흐 레플리카[10,000,000p]
-바사비 샤크티 레플리카[15,000,000p]
-스퀴테 레플리카[10,000,000p]
‘와, 무슨 가격이…….’
하나같이 가격이 못해도 1,000만 포인트를 넘어가는 고가의 신기들.
그래봐야 레플리카라 일회용인 것치고는 다들 터무니없는 값이었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더욱 믿음이 가는 신기들이었다.
‘같은 값으로 이전에 똑같이 누아다의 검이라던 클라우 솔라스를 다뤄본 적이 있으니까. 확실히 1,000만 포인트나 주고 살 법한 물건이었지.’
얼마 전, ‘영원’ 길드의 부탁으로 조사차 날아갔던 베이징의 거대 게이트.
그곳에서 여의주를 잃어버린 용과 함께 해치웠던 나태의 칠죄종, 벨페고르를 떠올린 하준은.
당시 그 강대한 녀석을 단숨에 지워버린 신기의 위력을 기억하며 망설임 없이 손을 올렸다.
[잔여 포인트: 18,054,700p]툭-
뒤이어 자그마치 1,000만이나 하는 포인트를 지불하고 구매한 무기를 집어 든 그는.
제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새하얗고 투명한 검신에, 은은한 파란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문양을 보고선 만족스레 미소를 지었다.
“……이게, 프라가라흐.”
“요정왕 마나난 맥 리르가 빛의 신 루 라바다에게 물려준, 전설의 명검인 것입니닷.”
이어서 손에 착 감기는 검을 들어 올리며, 허공에 높이 떠오른 루시퍼를 올려다본 하준은.
자신이 계속 나오지 않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건지,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제 흔적을 찾는 녀석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저벅- 저벅-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루시퍼를 향해 걸어가던 그는.
바닥에서 족히 10m 남짓 떨어져 있는 놈을 보고선, 아까 밖에서 건네받은 신기 중 하나인 헤르메스의 신발.
탈라리아를 사용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올랐다.
“오, 이런 느낌인가?”
마치 보이지 않는 발판을 딛고 서 있는 듯한 느낌.
허공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걸음에 맞춰 자동으로 발판이 나타나 받쳐주는 듯한 감각에 입꼬리를 올린 하준은.
걸음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적을 향해 달려 나갔다.
“좋아. 이걸로 끝…….”
“하준! 위, 위쪽에!”
“……위?”
화악-
이윽고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주변을 흘기는 루시퍼를 향해, 있는 힘껏 프라가라흐를 휘두르려던 찰나.
뒤에서 다급히 들려오는 외침에 우뚝 멈춰 선 그는.
순간 사방에 드리우는 그림자에, 지그시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 저게 무슨…….”
휘오오오-
높은 천장.
지금 루시퍼가 떠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위쪽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시커먼 안개를 마주한 하준은.
곧 그 밑으로 팔랑이며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커먼 깃털을 보고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젠장, 뭔지는 몰라도 막아야 할 거 같은데.”
하나, 둘.
어느덧 천장을 모두 뒤덮은 검은색 소용돌이 아래로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는 깃털들을 본 그는.
도대체 어떤 능력인지는 몰라도, 지금껏 촉수와 까만 입자를 봤을 때 절대 몸에 닿게 두어선 안 되는 녀석들을 보며 입술을 꾹 씹었다.
또 아이기스를 꺼내야 하나?
하지만 아직 저 깃털이 어떤 능력인지도 모르는데…….
“하준! 피리! 피리를 부는 겁니닷!”
“……피리? 아!”
하나 고민도 잠시.
루시오의 조언에 무언가를 눈치채곤 눈을 번뜩인 하준은.
곧 주머니에서 짤막하게 두 쪽 난 피리, 만파식적을 꺼내 들곤 빠르게 조각을 맞춰 입에 물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부는 거지?’
휘이익-
뒤이어 신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난감한 얼굴로 녀석을 만지작거리던 찰나.
어느덧 코앞까지 내려온 깃털들을 보며, 일단 숨이나 불어본 그는.
따로 구멍을 막으며 음을 맞출 필요도 없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아름다운 음색에 나지막이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휘리리-
파삭-
그리고 잠시 뒤.
방 안으로 퍼져 나가는 피리 소리와 동시에, 허공에서 재가 되어 흩어지는 깃털들을 본 하준은.
이내 연주가 길어지며 점차 사그라드는 소용돌이를 보고선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뭐, 뭣? 깃털들이 갑자기……. 이 빌어먹을 필멸자 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어서 당황한 얼굴로 사라지는 깃털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치는 루시퍼를 본 그는.
조금씩 작아지다 금세 점이 되어 사라진 소용돌이를 확인하곤, 이만 피리를 내려놓고선 잠시 집어넣었던 프라가라흐를 다시 꺼내 들었다.
“뭘 하긴, 더 이상 못된 짓 못 하게 막은 거지.”
부웅-
이후, 깃털을 피해 벌렸던 거리를 좁히며 루시퍼의 앞에 선 하준은.
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마구잡이로 창을 휘두르는 녀석을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이만 죽어라.”
스억-
곧이어 방 안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소리.
촤악-!
곧 루시오의 설명처럼 루시퍼가 받쳐 입고 있던 갑옷도 아랑곳 않고, 거의 허공을 베듯 가볍게 녀석을 갈라버린 프라가라흐를 본 그는.
옆구리부터 가슴 쪽을 향해 사선으로 갈라지는 몸뚱이와, 천천히 기울어지는 단면 사이로 분수처럼 터지는 핏물을 보고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쿵-
“……해치웠나?”
이윽고 허공에서 분리되어 땅으로 내동댕이쳐진 상하체를 보며, 작게 중얼거린 하준은.
쓰임을 다하고 새하얀 입자로 부스러져 사라지는 프라가라흐를 보고선, 꽉 쥔 주먹을 놓았다.
“하준! 괜찮습니깟?”
“어, 다행히. 아까 팔이 좀 붓기는 했지만.”
그리곤 곧 저 멀리서 달려오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제 몸 상태를 살피는 루시오를 본 그는.
조금 전 촉수에 조인 탓에 벌겋게 부어오른 팔뚝을 쓸어내리며, 괜찮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쓰리긴 하지만, 칠죄종을 잡는 데 이 정도 상처쯤은…….
휘오오오-
“……응?”
그러나 안도감에 젖어 긴장의 끈을 느슨히 풀어 헤치기도 잠시.
스산한 소리와 동시에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시커먼 무언가에, 슬며시 고개를 돌린 하준은.
아까 그 만파식적처럼 두 쪽으로 나뉜 사체 위로 점점 모여드는 어둠을 보고선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이, 이 자식 설마…….”
뚜둑- 뚝-
조금씩 뼈 소리와 함께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는 사체.
“크, 크크크. 놀랍군. 설마 이 내가 한 방에 떨어져 나갈 줄이야. 방금 그건 빛의 신의 무기인가?”
어느덧 꽤 덩치를 불린 어둠이 실처럼 길게 늘어져, 상하체를 엮는 모습을 본 그는.
분명 숨이 멎었던 녀석의 입가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화아악-
“큿! 이런 젠장!”
뒤이어 다 붙어가는 사체로부터 뿜어져 나온 어둠에 휩싸인 하준은.
황급히 머리를 뺐지만 영 찝찝한 느낌에 입술을 저미며, 그새 똑바로 선 루시퍼를 노려봤다.
이 망할 놈의 좀비 자식이.
어떻게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는데도 아직…….
쩌적-
“……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제 머리 쪽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에, 무슨 일인가 슬쩍 손을 들어 올린 그는.
곧 안면부 플라스틱에 금이 가 일부 깨진 것을 발견하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흐흐, 거기 있었구나. 쥐새끼 같은 놈.”
“퀴, 퀴네에가…….”
이후, 목을 뚜둑거리며, 정확히 제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루시퍼를 마주한 하준은.
아무래도 기척을 숨기는 기능이 고장 난 듯, 망가진 퀴네에를 문지르며 헛숨을 들이켰다.
이런 망할.
이제 슈트도 거의 다 써가는데, 이러면 나중에 도망칠 수가…….
“하준, 그렇게 당황할 거 없는 것입니닷.”
“……뭐?”
“그야, 아직 완전히 살아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깟?”
하나 그리 망가진 퀴네에와, 당장이라도 저를 향해 손을 뻗을 듯 보이는 루시퍼에 한참 당황하던 찰나.
어째선지 여유로운 루시오의 분위기에 멍하니 눈을 깜빡인 그는.
이어진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겁니닷. 이번에야말로 정말 정말 마무리 짓는 것입니닷!”
……그래, 맞아.
아직 늦지 않았어.
“크하하핫! 곧 죽을 놈 둘이서 무얼 그리 중얼거리는 거냐!”
슥-
이윽고 방 한가운데 깔린 어둠을 더욱 넓게 퍼트리며 광소를 터트리는 루시퍼를 보고선, 흔들린 각오를 다시 일으켜 세운 하준은.
녀석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밖에서 받은 신기 중 남은 하나를 발동시켰다.
번쩍-!
“큭! 눈이……. 또 쓸데없는 짓을!”
해주의 반지.
온갖 마법과 저주를 풀어준다는 그 능력에 따라, 삽시간에 흩어지는 어둠을 본 그는.
터져 나온 빛에 눈이 부신지, 질끈 눈을 감으며 멋대로 떠드는 적을 바라보며 상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띠링-
[잔여 포인트: 3,054,700p]1,500만 포인트.
그길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포인트의 대부분을 모두 꼬라박으며, 마지막 일격이 될 신기를 구매한 하준은.
곧 잦아든 빛에 찡그린 인상을 펴고선, 서서히 눈을 뜨는 루시퍼를 향해 신기를 들어 올렸다.
“빌어먹을 놈, 끝까지…….”
뒤이어 기어코 뜬 눈 사이로 뿌옇게 비치는 시야를 마주한 루시퍼는.
흐릿한 광경 가운데, 도망가지 않고 저를 향해 무언가를 겨누고 있는 그를 보곤 지그시 눈살을 좁혔다.
“저게 무슨……. 네, 네놈! 그, 그 창은!”
그리고 잠시 후.
초점이 돌아옴에 따라 선명해진 광경을 목도한 타천사는.
정확히 제 가슴팍을 조준하고 겨누어진 창과, 주기적으로 시퍼런 스파크를 튀기며 번뜩이고 있는 창끝을 보고선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파직-
바사비 샤크티.
단발에 신들조차 멸망시킬 수 있는 강대한 위력을 가진 뇌창.
“이, 어째서 한낱 필멸자가 그런…….”
번쩌억-!
무어라 말을 마치기도 전에 새하얗게 터져 나오는 섬광을 보며, 동시에 그 사이로 저를 향해 날아드는 창끝을 마주한 루시퍼는.
하던 말도 멈추곤 아직 삐걱거리는 몸을 움직이며, 다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아니, 벗어나려고 했다.
콱-
“……뭣?”
온 사방을 뒤덮은 빛무리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시커먼 그림자.
어느새 바닥에서 튀어나와, 제 발목을 단단히 붙잡은 녀석을 본 그는.
얼마가 세게 부여잡았는지, 미동도 않는 제 다리를 보며 당황스러운 얼굴로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건 아가레스의…….”
콰아아아아앙-!
* * *
“허억, 헉…….”
얼마 후.
새하얀 빛줄기가 한차례 주변을 쓸고 지나간 자리.
벽면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잿빛 하늘이 눈에 들어오는 신전 꼭대기에 주저앉은 하준은.
힘껏 날린 창을 마지막으로 효과를 다한 슈트 탓에 힘이 쭉 빠진 몸을 늘어트리고선, 달뜬 숨을 몰아쉬었다.
“하준.”
이 정도면 진짜 해치웠겠지.
이제는 퀴네에도 고장이 난 터라 도망칠 방법도 없어, 그저 멍하니 루시퍼가 있던 자리를 지켜보던 그는.
루시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자, 슬그머니 옆을 돌아보았다.
“고생 많았던 것입니닷.”
“응?”
쿠구구구-
고생이 많았다니.
알 수 없는 말에 슬쩍 고개를 기울인 하준은.
곧 무너질 듯 격하게 흔들리는 신전을 보며, 그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하곤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고생 많았다.”
툭-
신전과 함께 무너지는 던전 안쪽.
루시오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후련한 얼굴로 구멍 난 밖을 올려다본 그는.
그새 날이 개듯 파랗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고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칠죄종.
우리가 사는 현실을 정복하고, 신화나 설화 같은 이야기 속 세상을 모두 멸망시키려는 추악한 존재.
그 강대한 악이 모두 무너지며, 비로소 세계가 평화를 되찾은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