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43)
신들의 배달기사(43)
후루룹-
“하준, 하준! 이 쟁반짜장이라는 거, 완전 맛있는 것입니닷!”
루시오의 도움으로 무사히 이아손의 부탁을 해결하고서, 자취방으로 돌아온 다음날.
푹 자고 일어나 홀로 근육통에 시름 하던 하준은, 아침부터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녀석의 말에 곧장 지갑을 챙겨 중국집을 찾았다.
“혹시 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얘기만 해. 오늘은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더 시켜줄 테니까.”
“저, 정말 그래도 괜찮은 겁니깟? 그럼 이거! 루시오는 군만두도 먹고 싶은 것입니닷!”
신이 나선 메뉴판을 가리키는 루시오를 마주한 그는,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손을 들었다.
반응이 좋으니까 사주는 나도 괜히 기분이 좋네.
“여기 탕수육 소짜에 군만두도 하나 추가요!”
평소 같았으면 굳이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이렇게까지 시키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녀석에게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그때 그 마지막에 날아온 두 방의 물수제비 덕분에, 보험으로 쓸 제천대성의 분신도 아끼고.
결과적으로 세이렌들을 모두 처리함으로써, 이아손의 보상도 빵빵하게 타낼 수 있었으니까.
[잔여 포인트 : 633,700p]‘흐흐. 그거 한 번에 무려 50만 포인트라니. 조금 위험하긴 했어도 역시 무리한 보람이 있다니까?’
히드라의 독을 가지러 갔을 때도 포인트는 고작 20만이 전부였는데.
단순 배달이 아니라 아예 괴물을 잡아달라는 부탁이어서 그런가.
얼핏 이전에 받았던 건수들보다 확실히 페이가 셌던 거 같았다.
“탕수육? 탕수육은 뭡니깟?”
“있어. 군만두만큼 맛있는 거.”
“구, 군만두만큼 맛있는… 스읍. 그것도 빨리 먹어보고 싶은 겁니닷!”
단번에 50억 원어치나 들어온 포인트에 헤벌쭉 웃음을 흘리던 하준은, 배가 엄청 고팠는지 벌써 쟁반을 거의 다 비운 루시오를 보고선 소스가 다 묻은 입가를 닦아주었다.
양껏 먹어라, 양껏 먹어.
그래야 또 다음에 힘을 쓰지.
“자, 여기 음식 나왔습니다.”
“아, 네. 감사합… 응?”
이윽고 오래 걸리지 않아 나온 메뉴를 보며 젓가락을 집어 들던 그는, 곧 주문한 것과 다르게 몇 개 더 올라오는 접시를 보고선 아주머니를 돌아보았다.
“저기, 테이블을 헷갈리신 거 같은데요.”
시키지도 않은 꽃빵에 음료는 물론, 누가 봐도 소짜는 아닌 듯 푸짐하게 담아진 탕수육까지.
자리도 몇 개 없는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넨 하준은, 이내 돌아온 대답에 난색을 표했다.
“서비스야, 서비스. 애가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서, 우리 바깥양반이 가져다주라고 하드라고.”
“예? 아, 아뇨.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아유, 총각. 원래 요리시키면 다 이렇게 나오는 거야. 그냥, 많이 팔아줬으니까 내주는 거라 생각해요.”
많이 팔다니.
다해봐야 4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사장님.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닷!”
“호호. 그래, 맛있게 먹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한사코 거절을 이어가려던 하준은, 잔뜩 기대된 얼굴로 음식을 내려다보고 있는 루시오를 흐뭇하니 지켜보는 시선에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저번에도 녀석이 먹었던 짜장면 값은 극구 안 받으시겠다고 하시더니.
그때 억지로라도 제값을 치르겠다고 카운터에 현금을 두고 나와서 그런가, 요번엔 아예 무르지도 못하게 음식을 다 해서 내주신 모양이었다.
“이게, 탕수육? 진짜진짜 맛있어 보이는 것입니닷!”
그런 아주머니의 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맛있는 냄새에 침을 꼴깍 삼키며 탕수육을 집어 드는 루시오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그대로 입을 향해 직행하는 튀김을 보고선 피식 웃음을 흘렸다.
“탕수육은 그렇게 고기만 먹는 게 아니라, 여기 옆에 있는 소스를 같이 찍어 먹는 거야.”
“소스… 이렇게 말입니깟?”
바삭-
“…!”
그에 알려준 대로 새콤달콤한 소스를 듬뿍 찍어 한입 한 루시오는, 바삭하고 기름지면서 자극적인 맛에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 하준! 이거 엄청엄청 맛있는 것입니닷!”
이어서 극찬과 함께 허겁지겁 포크를 움직인 녀석은, 볼이 빵빵해질 때까지 탕수육을 입 안에 밀어 넣고선 기쁨의 눈물을 주륵 흘렸다.
“야, 야. 누가 안 뺏어 먹으니까 천천히 좀 먹어라. 그러다 체하겠다.”
그런 루시오의 모습에 본래 제 몫으로 시켰던 탕수육을 두고선 군만두를 집어 올린 하준은, 어디 먹방 부럽지 않게 세상 맛있게 먹는 녀석을 보고선 훈훈하니 미소를 지었다.
짜식.
남들이 보면 며칠은 굶긴 줄 알았네.
“그런데 이거, 꼭 번거롭게 계속 찍어 먹어야 하는 겁니깟? 그냥 위에다 부어버리면 안 되는 것입니깟?”
“…뭐? 소스를, 부어?”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그렇게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나가던 그는, 곧 소스가 담긴 그릇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시오의 물음에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갈!”
“히야악! 가, 갑자기 왜 그러는 겁니깟!”
감히 그런 흉측한 생각을 하다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비록 이번엔 녀석이 혼자 먹는 탕수육이었지만 초장부터 나쁜 의문을 바로잡은 하준은, 금방 접시를 싹싹 비워내고선 후다닥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끄윽. 배불러 죽을 거 같은 겁니닷.”
“…나도 그래.”
쟁반짜장에 탕수육, 군만두에 꽃빵까지.
둘이서 거의 4인분 가까이 해치우고 원룸으로 돌아온 인간과 님프는, 니글거리는 속에 대자로 드러누우며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제도, 그제도. 그끄저께도 죽어라 일했으니까. 오늘은 좀 편하게 집에서 쉬어볼…’
띵동-
“계세요?”
뒤이어 커튼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지그시 눈을 감으며 낮잠을 청하려던 하준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울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자취방에 딱히 올 사람이 없는데.
방이라도 보러온 건가?
이사 날짜에 맞춰 곧 나간다고 급히 얘기했던 터라 혹시나 한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 보러 올 거면 미리 얘기라도 좀 해주던가.’
띠리링-
달칵-
“아! 혹시 이하준 씨 되십니까? 저는…”
“안 사요.”
쾅-
문을 열자마자 웬 모르는 사람이 저를 아는체하는 모습에 다시 도어락을 잠근 하준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푹 눌러쓴 남자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요새 여기저기서 고객들 개인정보가 헐값에 팔리고 있다더니.
이젠 아주 방문판매까지 이름을 다 알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하준 씨? 이하준 씨!”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을 무시하고 돌아선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매트리스 위로 돌아왔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가겠지.
정 아니면 경찰을 부르던가.
“밖에 누구였습니깟?”
“몰라. 잡상인?”
쿵- 쿵- 쿵-
“저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하준 씨!”
거참, 끈질기네.
문전박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문을 두드리는 상대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쉰 하준은, 주변에 민폐가 될세라 하는 수 없이 내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어락을 열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현관 앞.
그새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기다린 남자를 마주한 그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행색에 고개를 갸웃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박성준?”
“예! 맞습니다. ‘영원’의 길드장 박성준이라고 합니다.”
박성준.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이자, 세계 2위에 달하는 초거대 길드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틈만 나면 TV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화제의 인물.
그리고 바로 이틀 전에 자신이 아레스의 부탁을 받아 검을 배달해주었던 남자를 눈앞에 둔 하준은,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무슨 일로 저를…”
어떻게 나인 걸 알았지.
분명 제대로 헬멧을 쓰고 있었건만.
어찌 그게 저인 줄 알고 찾아온 성준에게 위화감을 느낀 하준은, 수상쩍은 눈빛으로 그를 훑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날 뒷조사하기라도 한 건가.’
“아, 그게.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희 영원에서 하준 씨를 꼭 영입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데에 관심 없어요.”
끼이익-
“자, 잠깐만요! 하준 씨!”
“아이 씨, 싫다는데 왜 자꾸 그래요? 시끄럽게. 가뜩이나 방음도 잘 안 되는데.”
찝찝함에 빨리 얘기를 끝내고자 제안을 거절한 그는, 설마 무어라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깔 줄은 몰랐는지 다급하게 문고리를 잡는 성준을 보고선 경계심을 훅 높였다.
역시 경찰을 불러야 하나.
“에이, 그러지 마시고. 나가서 한 번 얘기라도 들어보시죠.”
그에 문틈으로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하준을 보고선 식은땀을 흘린 성준은, 곧바로 사람 좋은 목소리로 그를 달래며 어색하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저를 데려가시려는 겁니까? 전 헌터도 아닌데.”
“…스쿠터.”
도무지 포기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이제는 질린다는 듯 질문을 내뱉은 하준은.
자신의 물음에 헤실거리던 인상을 굳히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을 내놓는 성준을 보고선, 11까지 눌러놓은 스마트폰을 잠시 집어넣었다.
스쿠터라니.
역시 다 알고서 찾아온 거였구만.
“그저께. 저흴 구해주셨지 않았습니까.”
실랑이를 멈추고 그제 게이트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박성준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서 말없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하준을 똑바로 마주 보고선 조용한 목소리로 마저 말을 이었다.
“정 불편하시면 영입은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은혜에 보답은 할 수 있게 해주십쇼.”
“하.”
보답이라.
가만히 앞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던 하준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부탁해오는 그의 모습에 곤란한 듯 나지막이 침음을 흘렸다.
그래.
무슨 해를 끼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전의 보답을 하러 왔다는데.
“얼마요?”
“…예?”
이윽고 돌아온 대답에 멀뚱멀뚱 눈을 깜빡인 성준은, 문틈 새로 손바닥을 내미는 하준을 보고선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을 되물었다.
“얼마라니, 그게 무슨…”
“방금 보답하신다면서요.”
“아.”
그런 얘기였나.
생각보다 직설적인 반응에 멋쩍게 웃음을 흘린 그는, 이내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쭉 펼쳐 보였다.
“그게. 우선은 이 정도로.”
“…오천?”
다섯 장.
슬그머니 제 눈치를 살피는 성준을 마주 본 하준은, 랭킹 3위에 달하는 랭커의 목숨값 치곤 쪼잔한 금액에 실망스러운 기색을 잔뜩 내비쳤다.
“억.”
끼이이익-
허나 그것도 잠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액수를 정정하는 손님의 모습에 흠칫 몸을 떤 그는.
곧장 웃음꽃을 피우며 현관문을 활짝 열고선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일단, 가서 얘기나 좀 들어볼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