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73)
신들의 배달기사(73)
-시잇! 샤아악!
“모두 안녕안녕인 겁니닷!”
어느덧 해가 쨍하니 내리쬐는 아침.
보물고에서 그간 바라 마지않던 보상을 손에 넣은 하준은.
리자드맨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이만 성을 빠져나왔다.
“축하해, 후배님. 보니까 안쪽에 썩 괜찮은 물건이 있었나 보네.”
“뭐, 그렇죠. 그런데, 그쪽은 괜찮아요? 그 물약, 생각보다 되게 귀한 거라던데.”
이윽고 먼저 바깥에 나와 있던 서윤을 마주한 그는, 아까 리자드맨들에 의해 처절히 보물고에서 끌려 나가던 광경을 기억하며 조금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당초 첫 만남부터 멋대로 창고에 기어들어 가서 보물을 훔치고 있던 것이 잘못이긴 하다마는, 어찌 됐든 그녀 또한 레드 드레이크 공략에 도움이 됐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아무렴, 난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 주의거든.”
딸랑-
하나 걱정도 잠시.
아래쪽에서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숙인 하준은, 곧 서윤의 소매에 전에 없던 방울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 방울, 혹시.”
“후후.”
후웅-
뒤이어 어디서 본 것 같은 그 생김새에 짜게 식은 눈으로 눈살을 좁히던 그때.
옅은 웃음과 함께 권능을 이용하여 빠르게 날아오르는 서윤을 바라본 그는.
이내 허공에서 보란 듯이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 모습에,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어제 오늘, 덕분에 꽤 재밌었어, 후배님!”
도대체 저건 또 언제 훔친 걸까.
분명 저번에 한 번 당했던 이후로, 리자드맨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었을 텐데.
“저거, 저거, 손버릇이 아주아주 나쁜 것입니닷.”
“……루시오, 넌 뭐 사라진 거 없지?”
이후 말없이 자리를 벗어나는 서윤을 보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성을 돌아본 하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머니를 뒤적이며, 영 찜찜한 얼굴로 스쿠터에 올라탔다.
다행히 뭐 없어진 건 없는 거 같긴 한데…….
“에라, 모르겠다. 가자!”
“바로 집으로 가는 겁니깟?”
“아니?”
이내 찝찝함을 털어내곤 퀴네에를 뒤집어쓴 그는.
출발하기 전, 잠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 전에 돈부터 받아야지. 아, 예! 고객님!”
* * *
“강원도 고성에 자리 잡은 던전, 와이번의 협곡. 전에 비해 일반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조금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지형과 보스 몬스터 양쪽 모두 이상 없었습니다.”
“어, 그래. 이번에도 고생 많았다, 도윤아.”
영원 길드, 길드장실.
요 근래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 현상에 따라, 협회에서 할당받은 던전의 재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하도윤은.
지난 사흘간 휘하의 팀원들과 함께 꼬박 밤을 새워가며 조사를 마친 구역의 보고서를 올리며, 조금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들었던 믿지 못할 소문을 떠올렸다.
“그런데 저, 길드장님.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이냐니, 뭐가?”
“그 왜,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협회에서 떠넘긴 폭탄, 그거요.”
협회에서 이번 전수 재조사를 명함에 따라, 자연스레 국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들에게로 들어온 문제의 던전.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그곳에 자생하는 몬스터로부터 나는 소재가 방어구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략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번에 난데없이 나타난 새 보스로 인해, 이전 화과산에 버금가는 위험 요소로 전락한 골칫덩이.
“리자드맨의 둥지?”
“네, 그거요!”
현재 정세가 정세니만큼, 자칫하면 조사를 넘어 아예 공략 요청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녀석을 기억한 그는.
그 팔괘로에 버금가는 난이도로 추정되던 새 보스가, 그새 누군가에게 공략당했다는 이야기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였다.
“말도 마라. 안 그래도 지금 그거 때문에 난리도 아니니까.”
그에 골치 아픈 얼굴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성준은, 바로 어제 하준으로부터 받았던 연락을 떠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착수금을 받고 거의 나흘 만에 던전에 들어갔다, 불과 하루도 안 돼서 일을 끝마쳤다고 연락이 왔을 때까진 참 좋았었는데.
‘설마하니 그 괴물을 아예 공략해버렸을 줄이야.’
처음엔 너무 터무니없는 말에 장난인가도 싶었지만, 길드원들을 보내 확인해본 결과 전부 다 사실이었다.
리자드맨들이 왕국을 이뤘다는 이야기도, 레드 드레이크를 조사하다 못해 잡아버렸다는 이야기도.
심지어 그 보스가 단칼에 머리가 잘린 채 숲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제가 지금 무얼 잘못 들었나 싶었을 정도였다.
‘이걸 협회에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하는지.’
물론 어쨌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언젠간 재앙이 될 녀석을 잡아준 건 감사한 일이긴 하다만.
문제는 무어라 대처할 새도 없이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는 것이었다.
못해도 7레벨.
자그마치 여태껏 인류가 공략해온 몬스터들 중에서, 단연코 두 손 안에 들어갈 법한 괴물이었다.
한데 그런 녀석을, 협회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홀로 해치워 버리다니.
‘……이제 더 이상 숨지 않을 생각인가?’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랬으면 그 사체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서 쇼를 했으면 했지.
그냥 맨바닥에 내버려 두고 떠났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가능한 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그 뒤처리까지 저들한테 맡겼단 얘긴데.
‘미치겠네. 이만한 사이즈를 대체 누구 공적으로 돌리라는 거야?’
원래 그 던전을 지배하던 리자드맨 킹 정도 되는 녀석이라면 모를까.
레드 드레이크는 온전히 남의 몫으로 넘기기엔 그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팔괘로 때야 애초부터 흑룡이 레이드를 진행 중이었으니, 어째 억지로라도 소화할 수 있었던 거지만.
저들은 이미 레드 드레이크가 공략당했을 당시, 다른 던전에 대한 재조사를 뛰고 있었으니까.
어느 쪽이든 협회의 의심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 그럼 소문이 진짜인 거네요? 와, 팔괘로에 이어서 이제는 레드 드레이크까지. 게다가 요번엔 저번처럼 누가 공략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잡은 거잖아요! 이거, 길드장님도 그렇고, 랭커들 모두 한 자리씩 내려와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고민에, 골머리를 썩이기도 잠시.
마치 그 얘기가 자기 일이라도 되는 양 기뻐하는 도윤의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흘린 성준은.
일단 걱정은 집어넣고,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빠르게 처리해놓기로 다짐했다.
“그러면 도윤이 넌 다시 A급으로 내려가야 되는데 괜찮아?”
“예? 하, 하하. 그건 좀…….”
상황이 어찌 됐든 부탁한 일은 다 마무리됐으니.
이젠 약속한 대로 그에게 보상을 지급할 시간이었다.
* * *
띠링-
[일전에 전해주신 내용 전부 확인되셨고요. 지난번에 알려주셨던 계좌로 나머지 입금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두고 가신 사체는 저희 쪽에서 처리한 뒤에, 따로 계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무사히 레드 드레이크를 처리하고 돌아와, 마음 편히 늑장을 부리고 일어난 다음 날.
전날 남은 치킨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며 늦은 아침을 준비하던 하준은.
자그마치 0이 아홉 개나 찍힌 입금 내역과 함께 날아온 문자를 보며,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사체도 돈이 되는구나.”
여태껏 자격증도 없이 몰래 던전을 오간 데다가, 들어가더라도 팔괘로 때를 제외하곤 딱히 몬스터를 잡았던 것도 아닌지라 까맣게 잊고 있었건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부수입에 주먹을 불끈 쥔 그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는 성준의 배려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으응…… 하준, 아침부터 무슨 좋은 일 있습니깟?”
“아, 깼어? 별거 아냐. 그보다 아침 먹게 먼저 가서 식탁에 앉아 있어.”
“아침? 앗! 이 냄새는…… 치킨인 것입니닷!”
이윽고 눈을 비비적거리며 제 방에서 나오는 루시오를 마주한 하준은, 부엌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재빨리 자리에 앉는 녀석을 보고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않아도 막 깨우려고 했는데, 잘됐구만.
“하읍. 흐, 앗! 뜨허!”
“으이그. 그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당연히 뜨겁지, 안 뜨겁겠냐? 네 거 뺏어 먹을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천천히 불어서 먹어.”
그리곤 바삭하게 다시 데워진 치킨을 식탁에 올려놓기 무섭게, 무어라 말릴 새도 없이 허겁지겁 다리를 가져다 한 입 베어 무는 루시오를 바라본 그는.
아니나 다를까 벌겋게 덴 듯 혀를 쭉 내밀며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을 보고선, 곧바로 정수기에서 찬물을 떠다가 앞에 가져다주었다.
어제도 그리 양념이고 뭐고 손에 다 묻히고 먹더니만.
치느님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네.
벌컥- 벌컥-
“후아!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겁니닷! 아암.”
“야, 인마! 천천히 먹으라니까, 천천히!”
뒤이어 앞선 경고가 무색하게도, 찬물로 혀를 식히자마자 곧장 다시 치킨을 집어 먹는 루시오를 본 하준은.
이내 포기한 듯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가까이 있는 가슴살을 가져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바삭-
“으음. 그래, 이 맛이지. 비싼 치킨은 식어도 맛있다더니. 데워 먹으니까 거의 어제 먹은 그대로구만.”
본디 퍽퍽한 부위임에도 입 안 가득 터져 나오는 짭짤한 육즙.
거기에 한껏 빠지고도 아직 꽤 번들거리던 기름이 고소하게 퍼지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먹고 싶어도 매번 돈이 없어서 두 마리 치킨만 포장해 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한 마리에 배달비까지 3만 원 가까이 하는 녀석을 마음껏 시킬 수 있다니.
“……하준, 지금 웁니깟? 핫! 혹시 루시오가 말도 없이 다리만 두 개째 집어서……. 아, 아직 반 남았으니까 이거라도 먹는 겁니닷!”
“그런 거 아냐. 그냥, 감개가 무량해서 그래.”
띵동-
-배달의 만족, 주문!
그렇게 홀로 감동에 젖어 눈물 젖은 치킨을 뜯기도 잠시.
초를 치는 알림에 슬쩍 스마트폰을 살핀 하준은.
대강 목적지도 안 나오는 걸 보니, 신이나 영웅이겠다 싶은 발신인을 보고선 화면을 뒤집었다.
“하준, 바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깟?”
그에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살피는 루시오를 마주한 그는.
조용히 웃음을 흘리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아니.”
확실히 예전 같았으면 혹시나 콜이 끊길까, 먹던 것도 그만두고 발에 불이 나게 달려갔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다 먹고 출발하자.”
당장 통장에 백억이 넘어가는 거액을 쥐고 있는 지금.
배달 한두 건 정도야 딱히 끊겨도 전혀 개의치 않았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