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Deliver RAW novel - Chapter (93)
제141화
141화.
[접속을 종료합니다.] [녹화 중이던 영상이 자동으로 저장됩니다.]푸슈우-
접속을 종료하고 나오자 반겨주는 음성에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도 잘 저장됐네.’
이래서 자동 저장 기능을 쓰는 건가.
바로 로그아웃을 눌러도 알아서 저장되니 한결 편했다.
혹시 몰라서 성에 입장하기 전에 영상 녹화를 켰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왕의 무덤 때부터 녹화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아니야. 어차피 올리지도 못할 영상이었어.’
누가 봐도 메인 퀘스트에 관련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던 만큼, 아직 올리기엔 시기상조였으니까.
아르라기니 허물도 잡지 못하고 흐지부지해져서 애매하고.
쉐도우 라이칸스로프야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전 영상이 워낙 스케일이 커서 그런가…… 마땅한 영상을 뽑기가 어렵네.’
사람 심리가 참 그렇다.
전에는 죽음의 오크 전사만 잡아서 올려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지만.
파멸자 게이먼에 심연들까지 보여준 지금, 일반 던전 보스 잡은 걸 올려주면 아쉬움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래도 잘 볼 수도 있지만, 당장 도현 본인부터가 아쉬웠다.
“해가 떠 있네.”
문득 창문을 바라본 도현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직 밤이 아니라 맑은 하늘이 눈에 띄었다.
‘로그아웃했는데 오후인 건 처음인 거 같기도…….’
늘 10시간을 꽉꽉 채우고 나왔어서 그런가 이 풍경이 어색할 지경이었다.
본래 도현의 현실 하루는 아침과 밤밖에 없었거늘.
현아가 매일 게임 폐인이라고 혀를 내두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던 것이다.
턱.
물 한잔을 마신 도현이 컴퓨터의 전원을 켜곤 마우스를 조작했다.
그가 로그아웃을 한 이유는 하나였다.
[카이저 TV] [구독자 수 : 591.3만]“이야…… 진짜 파죽지세구나. 크으, 조회 수도 2천만 돌파했고……. 아, 이게 아니지.”
혀를 내두르던 도현이 정신을 차리곤 내 채널칸을 나갔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습관처럼 확인해버렸지만, 도현의 본 목적은 이게 아니었다.
[무법자 챌린지]-조회 수 : 434.2만
[무법자 VS 아더]-조회 수 : 1억 7351.8만
[사르기스의 절대자]-조회 수 : 3214.1만
…….
바로 무법자와의 전투 영상.
‘널린 게 영상이니까 참고해야지.’
자고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그동안은 굳이 정보가 필요 없거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나 적이라 참고하지 못했지만.
사르기스의 무법자는 한때 무법자 챌린지가 열렸던 만큼 정보가 많았다.
‘기회는 한 번뿐이니 신중해야지.’
이번 공략에 실패하면 사르기스 성에서 학살이 일어난다.
그 말은 즉 무법자들이 쳐들어간다는 소리일 터.
패턴이 무엇인지 공략법은 뭔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어디 한 번 봐볼까.’
그렇게 영상을 틀자 만월이 뜬 밤의 필드가 나왔다.
그곳에서 수많은 무법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전투를 벌이는 10인의 유저들.
이게 무법자 레이드의 특징이었다.
‘무법자 군단 때문에 최소 2개 파티에서 많게는 3~4개 파티까지도 구성된다지.’
심한 경우에는 5개 파티까지도 써먹는다는데, 10인이 공략을 진행하는 거 보면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럴 법도 하다.
유저들 전부 장비가 번쩍거리는 게 척 보아도 영웅 등급으로 도배한 듯 보였으니까.
무려 1년이 넘은 영상이란 걸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었지만, 사실 당연했다.
‘저 사람이 아더인가.’
무려 1억 7천만 조회 수가 넘은 영상.
그것은 현 10대 길드 더 킹의 마스터, 아더의 챌린지 도전 영상이었으니까.
-Stop the outlaws! The boss is ours to deal with.
-Yes, sir!
저들 사이에서도 가장 반짝이는 성기사.
190cm에 달하는 키에 태평양 같은 어깨에 마치 어떤 히어로 영화의 캡틴이 생각나는 비주얼을 가진 그가 소리치자 순식간에 포지션이 갖춰졌다.
-Arthur! Arthur! Arthur! Arthur!
원형으로 둘러싸며 챌린지를 구경하는 이들에게서 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번쩍 주먹을 치켜들자 환호가 더욱 커졌다.
[……아니…… 군…….]그리고 시작된 전투.
아더와 더 킹의 간부들인 만큼 초반 전투는 나름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6인이 훌륭하게 무법자들을 막아주었고, 4인이 수장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공략을 진행한 것이다.
-하앗!
파앗-!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더였다.
휘황찬란한 금색 빛을 번쩍이며 싸우는 그는 마치 영웅전에 나오는 영웅 같았다.
상대가 유령병사의 수장이라 더욱 그런 분위기였다.
[방해…… 하는…… 자……. 죽이리라…….]소름끼치는 목소리를 내며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이는 무법자의 수장.
그리고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며 막아서는 아더.
그야말로 빛과 어둠의 싸움이었다.
그 화려한 전투에 환호하는 목소리가 영상 사이사이로 끼어들었다.
‘잘하는데?’
당시 독보적인 위치였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걸까.
갓오세를 하며 상대했던 누구보다 전투 센스가 뛰어났다.
일반적인 49레벨이 낼 수 있는 전투력도 아니었으며 간부 하나하나의 움직임도 모두 훌륭했다.
저 레벨의 스펙에서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둔다고 해야할까.
달리 훈수를 둘 게 없다.
‘이 정도면 뎀로크에서도 최상위권이었겠어.’
과연 괜히 10대 길드의 한 축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법자의 수장이 무언가를 꺼내든 순간, 팽팽했던 싸움이 한순간에 뒤집혔다.
사아아아-
-크억!
-끄으으으…….
지독한 한기가 수장의 주위로 넘실거리더니, 이내 반경 20M를 뒤덮었다.
그러자 무법자들을 상대하던 간부들이 침음을 흘리며 굳었다.
몸이 통제가 되지 않는지 바보처럼 굳어있는 그들.
하나 단 한 명.
-흐읍!
아더만큼은 몸이 얼어붙지 않았다.
마치 혼자만 CC기에 면역인 것처럼.
‘영웅 특성…….’
애용하던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서 보니 기분이 묘했지만, 금방 수긍했다.
아더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는 영웅.
그가 9인의 영웅 특성 보유자 중 하나라는 것은 갓오세를 시작한 지 며칠 안 되는 도현마저 아는 상식이었으니까.
서걱, 휙-
푹!
어쨌거나 덕분에 아더가 시간을 벌어주어, 간부들도 빙결에서 벗어나 다시 전투에 합류했지만…….
위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끄억-
잘 싸우던 간부 중 하나가 돌연사한 것이다.
이상증세를 보이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간부들의 피부가 눈에 띄게 보랏빛으로 물들어있었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그나마 성기사인 아더가 비교적 양호했지만, 그저 그들보다 좀 더 나을 뿐이었다.
새하얗던 피부의 3분의 1이 보라색으로 변질되어있었으니까.
아더, 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떠 있는 충격적인 문구.
[히든 필드 보스, 무법자들의 수장 ‘???’의 생명력이 50%가 되었습니다.] [2페이즈가 발동됩니다.] [저승의 진혼곡이 발동됩니다.] [진혼곡에 닿을 시 즉사합니다.]-……What?
그 직후 지면을 뚫고 솟아오르는 어둠의 기둥.
기둥은 영상으로 보기만 해도 시릴 정도로 지독한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하나가 아니었다.
-What the fuck!
-God damm!
반경 20M가 넘어가는 범위에서 무작위로 솟아오른 그것이, 마치 지뢰처럼 연이어 터져나간 것이다.
지독한 한기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간부들이 삽시간에 죽어 나갔다.
-Holly Shit!!!
-Oh, Fuck! Fuck!!
심지어는 구경하던 유저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어 휩쓸려간 이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한순간에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광경.
[감당할 수 없는 저승의 기운에 노출되었습니다.] [신성력이 기운을 밀어내지 못합니다.] [기운의 주인이 죽기 전까지 초당 피해를 입으며, 기운의 주인과 가까울수록 받는 데미지가 증폭됩니다.] [생명력이 10% 이하입니다.]꽈악-
그나마 운이 좋게 즉사만큼은 피해낸 아더의 눈앞에는, 어느새 다가온 무법자의 수장이 있었다.
-Shit…….
목덜미가 잡혔는지 시야가 높아진 아더의 허탈한 욕설을 끝으로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10대 길드 더 킹의 마스터의 죽음이라기엔 너무도 허무했다.
-미친……. 스케일 실화냐.
-아니, 저런 게 사르기스에 있다고? ㄹㅇ 제국에 있어도 안 이상한데?
-이 정도면 그냥 잡지 말라고 만든 거 아니냐;;
-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무법자 챌린지 떠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데 지린다 ;;; 아더가 쪽을 못 쓰네.
당연히 뉴튜브 댓글들도 난리가 나 있었다.
각종 외국어로 가득한 댓글들 사이에 틈틈이 보이는 한글들만 봤는데도, 하나같이 경악에 차 있는 반응.
-와, 내가 뭘 본 거냐.
-와씨, 저러고도 피 반밖에 못 깜 ㅋㅋㅋㅋㅋㅋ ㄹㅇ 정신 나간 난이도 ㅋㅋㅋㅋㅋ
-뭐여, 아더 가오 오지게 잡더만 과거에는 별거 아니었네 ㅉㅉ
└?? 이 병X은 뭐지?
└아더의 50% 기록이 챌린지 최고 기록이다. 알고나 말해라.
└피 70%만 만들어도 ㄹㅇ 귀빈 대접받았었음. 80% 이하부터 빙결에 독딜에 난이도 미쳐 날뛰는데 50%까지 만든 거면 지리는 거임.
└ㄹㅇ? 정신 나갔네. 괜히 성공률 0% 몰살 엔딩으로 이름 날린 게 아니구나.
└그럼 멸살이나 여제도 50%를 못 깐 거?
└글쎄. 모르겠네. 아더가 힘도 못 쓴 이후로 다들 도전 안 했던 거 같은데.
그들의 말대로였다.
혹시 몰라 다른 영상을 더 뒤져봤지만, 50%는커녕 70%를 간 이들조차 찾기 힘들었으니까.
그에 도현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센데?”
당연히 셀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상식선을 넘지 않았는가.
진지하게 파멸자 게이먼보다도 세 보였다.
심지어 파멸자는 단신이기라도 했지, 저놈은 병사 군단까지 있다.
만약 무법자들이 왕의 무덤에 먼저 도달했다면, 문지기의 존재가 무의미해졌지 않을까?
나름 그동안 역경을 헤쳐나가며 스펙을 많이 올리고, 자신감이 오른 도현조차 확신이 안 서는 놈이었다.
‘저게 2페이즈……. 그럼 그 뒤엔 뭐가 있는 거지?’
더 무서운 건 저게 무법자의 전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 정도 난이도의 보스라면 대게 3페이즈까지 있기 마련. 겨우 50%에 2페이즈가 발동된 거면 확실하다 봐야 한다.
2페이즈만 해도 저 정도인데 그럼 3페이즈엔 대체 얼마나 강력해진단 소린가.
“스읍…….”
대강 공략법이랑 느낌만 보려 했던 건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심각해진 얼굴로 잠시 생각하던 도현이 이내 다시 캡슐로 들어갔다.
-뭐야, 주인. 오늘은 왜 그리 빨리 나가나 했더니 다시 들어오네.
-오셨습니까, 주군.
-리자리자!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리는 지하드와 한결같은 찰리.
그리고 언제나 해맑은 엘리자의 인사를 받으며 도현은 곧장 필드로 향했다.
“어, 카이저다.”
“뭐야, 로그아웃 한 거 아니었어? 금방 들어오네.”
“밥 먹고 온 건가?”
“바로 숲으로 가네. 퀘스트 진행하러 가나?”
아까보단 시선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시선을 받으며 숲에 도착한 도현.
-뭐야, 주인. 바로 무법자 잡으려고?
“아니.”
-그럼?
도현은 물음에 답하는 대신 고개를 들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그리고 그 밤을 밝히는 거대한 보름달이 숲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만월이 뜬 밤입니다.] [만월의 기운으로 인해 라이칸스로프들의 신체 능력이 증폭됩니다.] [만월의 기운이 충만합니다. 무법자들의 혼이 더욱 짙어집니다.]다그닥- 다그닥-
아오오오오-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메시지의 말대로 라이칸스로프들은 거대해져 있었으며, 무법자들도 더욱 뚜렷한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오늘이 3일째.’
그리고 만월이 떠오르는 날은 총 6일.
5일째에 라이칸스로프들의 버프가 사라지고, 6일째가 끝나면 저놈들은 사라진다.
‘사흘하고 한나절인가…….’
도현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무법자를 상대하기 전, 스펙을 높일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아주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충분하지.’
도화선을 꺼낸 도현은 천변에 감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앞으로 사흘 반.
아주 제대로 달릴 생각이었다.
-……느낌이 싸한데. 표정 보니까 또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아.
-리자리자…….
지하드의 중얼거림을 무시하며 도현이 냅다 단검으로 변한 천변을 던졌다.
그날 밤 숲에는 하루종일 라이칸스로프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사흘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