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Need Salvation? RAW novel - Chapter (148)
리넥스 성황에게 온 답신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친우의 소식을 이렇게 듣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고, 또 직접 보고 싶기도 하니 언제든 리넥스에 와도 좋다.
그러니 오기 전에 연락만 해 다오!
“성황의 친필 편지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친우라니.
나는 유스틴이 건넨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쯤 되면 솔직히 선대 황제랑 제가 친구였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나는 어떻게 바다 건너 성황이랑 친구 먹을 생각을 다 했지?
이제는 매번 이런 식으로 놀라는 것도 지칠 지경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 중얼거림에 유스틴이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과거의 기억이 모두 떠오르면 그런 농담을 했던 걸 후회할 겁니다. 하물며 당신이 황궁에서 쓰러졌던 이유도…….”
그러고서 그는 사납게 말을 뱉어 내다가, 뒤늦게 주변인들의 시선을 마주하고서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의 말을 곱씹으며 유스틴과의 기억을 천천히 더듬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고통이 상당했던 건지 다른 기억에 비해 온전하지는 않지만,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고.
“그게 선황제 때문이었군요.”
“그때도 괜히 저 때문에…….”
작게 중얼거리려니, 루스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힘없이 말을 내뱉었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폐하 탓이라니, 그럴 리가요. 뭐든 제가 하고 싶어서 했던 걸 거예요. 전 원래 남이 하는 말은 잘 안 듣거든요.”
“지나치게 안 들어서 탈이지.”
“어르신은 잠시 조용히 계시고.”
꼭 이럴 때만 딴죽을 걸더라.
나는 팔꿈치로 어르신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툭 치고서 짧게 생각했다.
하긴, 루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좋은 황제는 아니었던 것 같았지.
오히려 아이를 학대하는…….
“물론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인맥을 지닌 건 맞습니다.”
그사이 유스틴이 평정을 되찾고서 다시금 말을 건넸다.
“보내면서도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성황에게 친우라고 불리는 사이일 줄이야. 덕분에 한층 수월해지겠군요.”
“다 제 덕분인 줄 아세요.”
나 아니었으면 이렇게 착착 풀리지 않았을걸.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생색을 내보겠냐는 생각으로 으스대자, 유스틴이 옅게 미소 지었다.
“그러게요.”
“……?”
“당신이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그 온화하고 다정한 미소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빠르게 두 눈을 깜빡였다.
‘저번부터 자꾸 이러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갑자기 이렇게 웃음을 뿌리고 다니지?
우리 유스틴이 달라졌네요…….
“큼흠, 아무튼.”
결국 나는 이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어쨌든 성황의 허락도 받았으니, 다음은 조를 나눠서 리넥스에 갈 사람을 정하는 게 좋겠네요.”
참고로 조 편성은 이미 제가 다 끝냈습니다.
“조를 나눈다고?”
내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지크프리트 씨였다.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원이 몽땅 리넥스로 가는 건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잖아요.”
“이전까진 항상 몰려다녔었잖아.”
“이전에는 항상 제국 내만 돌아다녔으니까요. 게다가 지금부터는 두 사건을 함께 조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어차피 폐하께선 이미 따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맞아요, 미에나.”
루스가 이번에도 내 말에 순순히 수긍했다. 나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걸린 그의 미소를 마주하다 말고 큼큼 헛기침을 내뱉었다.
오늘도 빛이 나는 얼굴이군.
“조는 어떻게 나누려는 겁니까?”
곧이어 유스틴이 조금 전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서 물었다.
나는 루스에게서 시선을 떼고서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놓았다.
“조는 간단하게 두 개로 나누고 싶어요. 리넥스에 가는 조, 그리고 이곳에 남아 암살 배후를 찾는 조.”
“인원 구성은?”
“저희가 일곱 명이니까, 각각 셋 넷으로 나누되 한 명은 중간 다리처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물론 타국을 순간 이동으로 왔다 갔다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황의 허락을 받아야 하겠지만.
내 말에 유스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미간에 팬 주름은 완벽하게 펴지지 않은 채였다.
“이렇게 상세하게 말하는 걸 보면, 이미 당신이 생각해 둔 조가 따로 있는 모양이군요.”
“공작님은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나는 그를 향해 엄지를 세운 후, 내가 짠 조별 명단을 읊었다.
“리넥스에는 저랑 어르신, 그리고 클레어가 가는 게 좋겠어요. 폐하와 공작님, 그리고 러셀 경은 이곳에 남아 하던 대로 계속 조사를 진행해 주시고요.”
“…….”
“그리고 사무엘은 중간중간 두 조를 드나들면서 진행 상황을 전달해 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안 괜찮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묻자, 사무엘이 나를 빤히 응시하다 말고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휴, 다행이다.’
안 된다고 했으면 클레어한테도 같이 부탁해야 하나 했는데.
“왜 그렇게 정한 겁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를 끝내는 동안, 유스틴이 또 한 번 날카롭게 물었다.
아무래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기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냅다 조를 짜 와서 언짢은 건가?
“으음, 이건 공작님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나름대로 논리와 추론을 거쳐서 짠 명단이라고.
나는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가 펼치며 천천히 이유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단편적으로 놓고 봐도, 황제가 난데없이 타국으로 가는 건 자칫 잘못하다간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어요. 리넥스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거고요.”
오랜 친구가 살아 돌아와서 기쁜 마음에 초대했더니, 웬 제국의 황제가 딸려 온다?
‘그때부터는 친구 환영 파티가 아니라 국가 행사되는 거지.’
게다가 일반 백성이면 모를까, 타국의 왕이면 루스의 얼굴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게 뻔한데.
‘이게 무슨 민폐야?’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상황에, 나는 어깨를 한 번 바르르 떨고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이번 조사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이라면서요.”
“…….”
“루스나 공작님이 리넥스에서 목격되는 순간 어떻게든 말이 퍼질 텐데, 그건 안 되는 일이죠.”
“그럼 러셀 경이라도―”
“러셀 경도 마찬가지예요. 황제의 심복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잖아요.”
가뜩이나 황제 옆에 딱 붙어 있는 사람이 갑자기 타국으로 향한다?
‘이건 분명 꿍꿍이가 있다고 말 나오지.’
그러니 가장 눈에 띄는 세 사람은 얌전히 솜니움에 있어 주시면 됩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널 주목하고 있는 사람도 만만치 않게 많아.”
이번에는 지크프리트 씨가 경고하듯 낮게 입을 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게는 성황의 친우라는 명목이 있죠. 게다가 제 출신이 어디인지는 아직 사람들도 모를 테고요. 막말로 리넥스 출신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출신을 숨기려고 일부러 그날 이후로 시두스 저택 쪽은 쳐다도 안 보고 있는데.
“어르신은 당연히 제 쪽에 있는 게 맞고, 클레어는 마력을 감지할 수 있으니 리넥스로 가는 게 맞아요. 사무엘도 마력 감지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사무엘은 솜니움 쪽을 맡아 주시면 되고요.”
혹시라도 마정석 안 마력의 주인이 리넥스에 있을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되지.
“……예, 당신 말대로 하는 게 좋겠네요.”
잠깐의 정적 끝에, 유스틴이 결국 하릴없이 한숨을 내쉬고서 꼬리를 내렸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흠잡을 데 없는 이유인 까닭이겠지.
‘내가 이거 생각한다고 30분이나 늦게 잤다고.’
나는 또 한 번 괜히 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를 빼 당겼다.
“좋아요, 그럼 조도 짜였으니 정말로 리넥스로 떠나 보죠. 언제든 와도 좋다고 하셨으니, 음, 며칠 뒤에 가도 되는지 여쭤봐 주실 수 있을까요?”
겸사겸사 내 상태도 좀 전달해 주고.
“알겠습니다.”
뒤이어 유스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나는 헤헤 미소 지으며 힘내자는 뜻으로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좋아, 리넥스로 가 보자고!
* * *
며칠이 지난, 리넥스 출발 당일.
“어…….”
위용 넘치는 리넥스의 대성전 앞.
“미에나, 미에나.”
화려하게 장식된 새하얀 대리석을 구경하는 사이, 클레어가 내 옷깃을 끌어당겼다.
심지어 그녀는 평소답지 않게 작게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무슨 일 있나요?”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서 클레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클레어가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고서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저, 그게……, 문제가 생겼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