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Need Salvation? RAW novel - Chapter (65)
“그럼 당장 그만둬야죠.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에요.”
이거 하나만큼은 자신할 수 있어. 애초에 난 그런 사람은 곁에 두지도 않을 거라고.
당신 생각만큼 바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어필하려니, 어르신이 작게 코웃음을 내뱉었다.
“여하간, 조금 더 욕심을 내보거라. 네 욕심대로 살면 뭐가 덧나느냐?”
“그래서 지금 욕심내고 있잖아요. 사람 좀 찾아 달라고. 이것도 따지고 보면 제 개인적인 욕망인데요.”
“네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모양이구나.”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변하겠어요, 어르신. 다음에는 꼭 제 관련 욕심거리 들고 올게요.”
“말은 잘하지.”
곧이어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서 나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그가 퍽 다정한 음성으로, 그러나 단호하게 일축했다.
“나는 네가 찾는 자의 영혼을 알지 못해. 그러니 찾을 수 없다.”
“미에나 시두스가 찾고자 하는 이를 찾게 해 주라는 소원을 빌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느냐?”
아니, 물론 쉽지는 않겠지.
슬쩍 치떴던 눈을 내리깔며 꼬리를 말아 넣은 순간이었다.
“소원 마법은 조금만 잘못 다뤄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단다. 물론 본체라면 구체적인 소원도 어렵지 않게 빌 수 있겠으나, 지금으로선 힘들어.”
그가 조금 누그러진 기색으로 부연하기 시작했다.
“명령의 내용이 두루뭉술할수록, 그 과정은 더욱 예측이 불가하지. 예를 들어 네가 조금 전 말한 대로 소원을 빈다면, 너는 어쩌면 그자의 ‘시체’를 찾게 될지도 모른단다.”
“어우…….”
“찾고자 하는 인간의 위치만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해도, 그 위치를 드러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 예를 들어 그자가 있는 곳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다든가…….”
“역시 이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라면 ‘그를 안전하게 찾을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어도 나와 루스만 안전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소리 아닌가.
무슨 그런 무서운 마법이 다 있어.
‘그렇다면 역시 정보전인데.’
나는 고개를 설설 내젓고서 계획을 재조립하기 시작했다.
유스틴은 국외 은행 사업을 진행하느라 바쁠 테니, 아무래도 이번엔 내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꿈에 들이닥치는 건 효율이 떨어지고.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침 정보를 모을 만한 게 하나 있었지.
* * *
“레이디께서 에버딘 대공자님과 약혼하셨다면서요?”
별안간 내뱉어진 말에, 나는 멍청히 두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요? 제가요?
“저는 두 분이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깜짝 놀라시니…….”
잠깐만, 얘들아.
당사자가 모르는 이야기를 왜 그렇게 떠드는 거니?
“레이디 시두스께선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시잖아요. 아마 이렇게까지 퍼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신 거겠죠.”
“정말 귀엽지 않나요?”
“순수하시기도 하셔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얼빠진 얼굴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자, 소녀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까르르 흘렀다.
그러니까 누군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주최한 티파티였으니까.
* * *
‘다과회를 열어 볼까 봐요.’
며칠 전, 내가 다과회를 열겠노라 선언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었다.
‘네가? 다과회를? 디저트를? 뭔가를 먹는 행위를?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랑? 참말이니?’
우선 어머니와 지크프리트 씨는 내가 한 말을 믿지 못해 몇 번이나 되물어 봤으며.
‘세상에, 아가씨가 또래 친구를 사귀려 하시다니…….’
아버지와 티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 사교성을 재평가했다.
그리고 같은 소식을 접한 유스틴 에버딘은.
[일이 바빠 많이 도울 수는 없지만, 마침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문의 영애를 조금 추려 봤던 목록이 있어 함께 첨부합니다.>내게 편지와 함께 명단 하나를 동봉했다.
당연하게도, 하나같이 내 특제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릴 법한 쟁쟁한 가문의 금지옥엽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말 많고, 으스댐이 심해 서로 아는 걸 뽐내는 걸 좋아하고, 주변에 일어난 일이나 남의 말을 잘 옮기는 사람.
즉, 정보를 물어다 줄 사람!
이었는데…….
“저희 앞에서는 그렇게 숨기려 하지 않으셔도 돼요, 레이디.”
“맞아요, 저희끼리는 이미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인걸요.”
그 정보가 이 정보였냐고.
“신문에만 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내로라하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랍니다.”
황당함에 어떠한 말도 내뱉지 못하고 멍하니 눈을 깜빡이자, 누군가가 퍽 다정한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아무렴 유명하고 말고요. 다른 무엇도 아니고 에버딘 대공가의 새 안주인에 관한 소식인걸요.”
에버딘 대공가의 안주인께서는 아직 건재하십니다, 여러분.
“후원자와 피후원자의 관계에서 이런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하다니,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저는 아직 열두 살입니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여러분…….”
나는 일단 이 소문부터 바로잡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입을 열었다가, 이내 뇌리를 스친 직감에 다시 꾹 입술을 맞붙였다.
‘이 사람들은 유스틴과 내가 후원자와 피후원자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
물론 우리 가문이 쫄딱 망해 가고 있었단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테니 자연스레 후원자 관계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에 유스틴이 일부러 정보를 흘린 거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만에 하나라도 유스틴이 일부러 소문을 퍼뜨린 거라면?
‘그렇다면 괜히 유스틴의 입장만 곤란해지는 거 아니야?’
열애설 터져서 한쪽은 공식 인정했는데 다른 한쪽이 ‘사실무근……, 그저 좋은 동료 관계일 뿐’이라고 기사 내버리는 꼴 아니야.
하지만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소문을 퍼트릴까? 그 유스틴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최근에 내가 저한테 리넥스 성황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해 줬다고 거하게 삐졌지 않았는가.
다과회 얘기로 넘어가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계속 냉전 상태였을 터.
‘어쩌면 쪼잔하게 복수한 걸지도.’
세상의 어느 놈이 약혼 소문으로 복수를 하나 싶지만, 유스틴은 일반인의 사고로 따라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착한 동업자니까.’
진실이 뭐든, 일단 말이 꼬이는 건 막아야 하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일단 대충 얼버무리자.
……근데 어떻게?
“저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열심히 말을 고르던 찰나, 가냘픈 듯하면서도 꽤 우렁찬 목소리가 테이블을 갈랐다.
동시에 내내 내게 향해 있던 눈동자들이 깜짝 놀라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에카르트 가문의 영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유스틴의 명단 끄트머리에 있었지.
심지어는 특별히 다과회에 자주 참석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가진 능력이 탁월해 넣었다는 첨언까지 적혀 있었더란다.
“그으, 저.”
순식간에 제게 쏠린 시선이 익숙지 않은지, 레이디 에카르트의 두 뺨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곧이어 그녀는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푹 숙이고서 힘겹게 한 문장을 내뱉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문장이 이어질수록 작아져, 끝부분은 아예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차, 차가 정말 맛있네요…….”
조금 전까지 이어지던 대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제에,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발언의 의미를 눈치채고서 슬며시 미소 지었다.
내가 곤란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나서서 말을 돌려준 거구나.
고맙기도 하지.
“좋은 찻잎이라 그런가 봐요. 제가 건강이 좋지 않은 바람에 덩달아 입맛도 까다로워졌거든요. 그래서 아버님께서 특별히 공수해 주셨지요.”
그렇다면 잘 받아먹겠습니다.
나는 냉큼 화제를 돌려놓은 후, 잠깐 뜸을 들이며 타이밍을 쟀다.
마침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도 될 것 같네.
나이스 어시스트, 레이디 에카르트.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바깥 활동을 자주 나가지 못하잖아요. 아버님께서도 그리 달가워하시지 않고요. 대신 이렇게 실내에서 즐길 거리를 자주 챙겨 주신답니다.”
“이런, 아주 갑갑하시겠어요.”
“아무래도 조금 답답하기는 해요. 몸이 괜찮은 날에는 잠시 산책 정도는 해도 될 텐데, 아버지께서 워낙 저를 감싸고도시니…….”
죄송해요, 아버지.
불과 며칠 전에도 하임 산맥으로 냅다 날아갔다 온 불효녀가 아버지의 이름을 잠깐 팔아먹겠습니다.
“그 마음 이해해요. 저희가 마냥 아이도 아닌데, 부모님은 저희를 못 가둬서 안달이라니까요.”
이윽고 한 아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동시에 다른 아이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듯, 은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 들으셨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