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79
#닥터 플레이어 279화
[이 시험에 합격 시 당신은 ‘인류의 구원자 후보’가 됩니다!]일행은 웅성거렸다.
“인류의 구원자? 그게 뭐지?”
고대 유적에 가장 능통한 라시드가 추측하였다.
“고대인들을 멸망시킨 재앙을 막을 인물을 뜻하는 말로 보입니다. 멸망의 시대를 살던 모든 고대인의 지상 목표는 멸망을 막는 것이었으니까요.”
일행은 레이몬드를 바라보았다.
‘역시 마스터.’
‘고대 유적조차 마스터의 위대함을 알아보는구나.’
반면, 레이몬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성궁 때도 그렇고, 다들 왜 이렇게 보는 눈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숭고함은 개뿔. 난 부귀영화만 바라는데?’
어쨌든 나쁠 건 없을 거다.
‘뭔가 거창한 시험이니 통과하면 보상도 어마어마하겠지?’
과연, 메시지가 떠올랐다.
[합격 시, 당신은 ‘인류의 구원자 후보’의 격(格)을 획득합니다! 또한, 인류를 구원할 단서가 될 위대한 마도구를 획득하게 될 겁니다!]‘좋았어!’
위대한 마도구!
당연히 어마어마하게 비쌀 거다.
팔면 단번에 슈퍼 리치가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좋아하긴 일렀다.
다음 음성이 들려왔다.
[단, 주의하십시오!] [‘구원자’의 길은 극한의 혈로!] [시험 난이도가 ‘극상’으로 변경됩니다!] [시험 실패 시 헛되게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시험 불합격 시 전원 ‘사망’ 처리되니 반드시 최선을 다해 시험에 응해주십시오!]“……!”
일행은 눈을 크게 떴다.
실패 시 사망이라니?
‘뭐야, 이게 무슨 말이야? 무슨 의사 시험에 불합격했다고 사망해!’
레이몬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지만 늦었다.
드르르륵!
요란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철문이 뒤에 내리꽂혔다!
퇴로가 막힌 거다.
“…….”
레이몬드를 비롯한 일행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어마어마한 시련이 닥칠 것 같았다.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종목은 ‘필기’ 시험입니다! 도전자의 치료학적 지식을 확인합니다!]레이몬드는 굳게 앞으로 나섰다.
‘이건 내가 해야 해.’
일행 중 가장 뛰어난 지식을 가진 이는 레이몬드였다.
하지만 환장할 일이 일어났다.
[시험 종목의 변경으로 난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구원자는 인류를 이끌 지도자! 필기시험을 통해 당신의 지도력을 시험합니다!] [당신의 제자 한 명을 시험 대상으로 선정합니다!]팟!
빛이 한 명을 비추었다.
쥬드였다.
“……나?”
쥬드는 화들짝 눈을 크게 떴다.
의도한 건지, 하필 가장 배움이 짧은 쥬드가 선정된 것이다!
더구나 난이도가 기가 막혔다.
[총 20문항의 문제 중 18문항 정답 시 합격입니다!]20문항 중 18문항. 90%를 맞춰야 합격이었다.
‘말도 안 돼! 무슨 이따위 시험이!’
레이몬드를 비롯한 일행은 눈을 부릅떴다.
쥬드가 합격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시험 대상자는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부정행위 적발 시 곧바로 실격처리 되니 명심해 주십시오! 탈락 시 전원 ‘사망’ 처리됩니다!]부정행위.
다른 일행이 쥬드에게 힌트를 주는 것도 안 된다는 거다.
쥬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섰다.
일행은 이를 악물었다.
크리스틴은 엘무드, 미엔에게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겠어요.”
엘무드, 미엔은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쥬드는 천재다.
하지만 필기시험의 90%를 맞출 리가 없었다.
각자 무기를 움켜쥐며 최후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을 때, 뜻밖의 음성이 들렸다.
[첫 번째 문항 정답입니다!]“……!”
일행은 놀라 쥬드를 바라보았다. 전투 준비를 하는 사이 쥬드가 문제를 맞힌 거다!
‘무슨 문제였지?’
쥬드는 하얀 안색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어 두 번째 문제가 들려왔다.
[염증의 발생 기전을 설명하시오.]일행은 긴장한 얼굴을 했다.
기초적이고 간단한 문제였다. 페닌 치료원의 제자 중 저 문제를 답할 수 없는 이는 거의 없을 거다.
하지만 문제는 쥬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쥬드가 저 문제를 답할 수 있을까?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쥬드가 즉각적으로 답했다.
“감염, 조직손상에 대한 인체의 국소적 반응. 여러 매개 물질로 혈관 확장 및 모세혈관 투과도 증가 및 염증 세포 이동. 그리고…….”
줄줄 답변이 흘러나왔다!
크리스틴은 놀란 얼굴을 했다.
‘저거 마스터가 만들어 배포한 강의록에 적혀 있는 내용이잖아? 그걸 그대로 말하다니? 벌써 내용을 다 외웠다고?’
그렇다. 쥬드는 록타르 지방에 온 뒤에도 의술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레이몬드가 준 공부 자료를 읽고 또 읽어 머릿속에 완전히 새겨놓은 것이다!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는 알레르기 반응의 매개체에 대해 설명하십시오!]“4가지의 알레르기 타입 중, 첫 번째 타입은…….”
[정답입니다!]여러 문제가 이어졌지만, 쥬드는 막힘없이 답해나갔다.
정말로 레이몬드가 준 자료를 완벽히 달달 외운 것이다.
‘……내가 준 자료는 의대 고년 차 수준이었는데. 그걸 이렇게나 빨리 외우다니.’
레이몬드는 기가 질린 얼굴을 하였다.
쥬드가 저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어마어마한 학술 재능과 더불어 애초에 힐러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괴물 같은 속도였다.
‘완전히 체득한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레이몬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소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건 아무리 천재라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저 괴물 같은 기억력으로 일단 무작정 머릿속에 쑤셔 넣은 것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 쥬드의 의학적 지식은 일반적인 제자들에 비해 훨씬 못하다고 봐야 했다.
천만다행으로 문제가 주입식 단답형 지식을 묻는 형태여서 쥬드가 수월히 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재능이야. 언젠가 제자 왕세녀님도 한슨, 크리스틴, 린든의 수준을 따라잡을지도. 물론 시간이 꽤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몬드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문제의 내용이 되게 의학 시험이랑 비슷하네? 고대에 사용하던 치료술은 의술과 닮은 점이 있는 건가?’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같았다.
고대는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게 마도 공학이 발달했던 시대.
그러니 지금처럼 무작정 힐만 박는 야만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질병 원인에 근거해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의술이랑 비슷한 형태의 치료술이 발달했을 가능성이 컸다.
[정답입니다!] [정답입니다!] [정답입니다!]다행히 필기시험은 계속해서 단순 지식을 묻는 단답식 문항으로만 나왔다.
막힘없이 정답을 맞혀 나가던 차.
난관이 들이닥쳤다.
실제 ‘임상 문제’가 나온 것이다.
16문제를 맞춘 후의 일이었다.
[신부전 환자입니다! 환자의 다음 증상 개선을 위해 첫 번째로 시행해야 할 치료를 이야기하십시오!]일행의 얼굴이 굳었다.
저건 쥬드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과연 쥬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음 문제로 넘어갑니다!]연달아 2문제를 틀렸다.
다행히 다음 문제는 쥬드가 맞혔다.
기존 힐러의 지식으로도 맞출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제 운명의 마지막 문제였다.
일행은 침을 꿀꺽 삼켰다.
‘19문제 중 17문제 정담, 2문제 오답이야. 이번 문제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렸어.’
하지만 마지막답게 최악의 문제가 내려왔다.
[복막염이 동반된 장 천공 환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심각한 심장 문제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수술 시 심장 문제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다음 중 치료 원칙을 선택하십시오!] [1. 약물치료] [2. 고등급 힐] [3. 수술] [4. 기타]쥬드의 얼굴이 굳었다.
이런 상황은 레이몬드가 준 자료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레이몬드도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어떻게 하지?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어떻게든 그가 도움을 주어야 했다.
문제는 부정행위 금지였다.
어떤, 직간접적 힌트도 불가했다.
‘뭔가 도움될 스킬이?’
레이몬드는 필사적으로 마켓을 뒤졌다.
그러다가 동아줄을 발견했다.
‘이거면 혹시?’
레이몬드는 고민했다.
과연 이 스킬로 도움이 될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부정행위에 걸리지 않으면서 그나마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킬은 이것이 유일했다.
‘스킬 구입, [존경하는 스승님]!’
[스킬 포인트를 150점 소모합니다!] [존경하는 스승님]분류 : 제자 육성 스킬
등급 : 일반
숙련도 : D
-일주일에 1회, 제자 한 명을 선택해 당신을 향한 존경심을 증폭하게 합니다!
-선택한 제자는 일시적으로 당신과 같은 열정으로 환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선택한 제자 본인의 성품, 능력 등에 따라 스킬의 효과는 달라집니다!
그와 같은 열정으로 환자를 대한다.
애매한 스킬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을 스킬이지만 지금은 딱 도움이 될 스킬이었다.
‘결국, 모든 의학적 답은 환자를 위한 마음으로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게 우선이니까.’
레이몬드는 생각했다.
환자를 보다 보면, 답이 정해지지 않은 어려운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원칙은 하나였다.
어떻게든 가장 환자를 위하는 선택을 하는 것!
‘제발, 생각해. 어떻게든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게 저 문제를 해결할 열쇠야.’
레이몬드는 제발 쥬드가 답에 도달하길 바라며 생각했다.
한편, 쥬드는…….
‘이게 스승님의 고뇌일까? 스승님께서는 항상 이런 고뇌를 마주하셨구나. 아아, 스승님.’
그렇지 않아도 커다랬던 존경심이 더욱 증폭하고 있었다.
‘스승님이라면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그런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답은 하나였다.
어떻게든 이 환자를 살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쥬드는 멈칫하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의 환자를 살리려면 단순한 접근으로는 안 됐다.
‘수술이 위험한 상황이지만, 수술 안 하면 무조건 죽을 거야. 그렇다면, 어찌 되었든 수술을 감행해야 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했다.
다른 방법을 함께 써야 했다.
‘힐로 심장의 생명력을 활성화하며 수술을 시도하는 거야!’
정답은 힐과 수술의 병합 치료였다.
실제로 레이몬드가 안 좋은 상태의 환자에게 종종 쓰는 법이었다.
[정답입니다!]일행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그리고 레이몬드에게만 이런 메시지가 들렸다.
이번 건 유적의 음성이 아닌, 그에게만 존재하는 플레이어 시스템의 메시지였다.
[위대한 도전에서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특전으로 스킬, ‘일타 강사’를 습득합니다!] [일타 강사]분류 : 제자 육성 스킬
등급 : 유니크
숙련도 : D
-더욱 효율적인 가르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의 성장 속도가 30% 향상됩니다!
‘대박!’
레이몬드는 눈을 크게 떴다.
무려 30%!
어마어마한 속도 상승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제자들의 성장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카탈 왕국에도 치료원을 확장해야 하는데. 손이 모자라.’
카탈 왕국뿐이 아니다.
황금이 쌓인 페닌슐라 왕국에도.
언젠가는 치유의 탑 총본산이 있는 황도에도.
그리고 그 너머 대륙 전체에 치료원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자들의 성장이 필수였다.
‘어서 성장해 나 대신 돈 벌어줘야지!’
레이몬드는 그런 마음으로 제자들을 바라보았고,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쥬드 왕세녀의 성장이 기쁜 눈치구나. 나도 더욱 열심히 하겠어.’
‘우리도 힘이 되겠습니다!’
‘전하, 저는 인제 그만 열심히 하고 싶어요!’
‘냐옹.’
그때, 유적의 음성이 들렸다.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됩니다!] [두 번째 종목은 ‘실기’ 시험입니다! 도전자의 ‘대처’ 능력을 확인합니다!] [다음 영상에 해당하는 재앙에 대처할 방법을 마련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