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8
#닥터 플레이어 28화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 [보너스 스킬 포인트를 10포인트 얻습니다!]그 메시지를 들으며, 레이몬드는 후련하게 말했다.
“치료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 정말 다 끝난 겁니까?”
칸시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고약한 항문병으로 몇 년이나 고생했는데 이렇게 간단히 치료가 끝났다고?
레이몬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3일 정도는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분간 좌욕하도록 하고요. 아, 좌욕이 무엇이냐면…….”
그는 수술 후 주의해야 할 점을 꼼꼼히 일러주었다.
그렇게 분탕 치러 왔다가 고질병을 치료하게 된 칸시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간단한 치료였는데 은혜는 뭘요.”
‘은혜는 필요 없고, 그냥 돈만 내면 됩니다.’
레이몬드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와인이라도 하나 봐둘 걸 그랬다. 고기 수프랑 마시게 말이다.
‘얼마를 불러야 할까? 20페나? 돈 좀 있어 보이니, 30페나?’
그때, 칸시르가 예상 밖의 이야기를 하였다.
“이런 훌륭한 분께 감히 그딴 모함을 하다니.”
“네?”
“오늘의 은혜는 제가 몇 배로 갚겠습니다. 앞으로 진료를 보시는 데 날파리가 얼쩡거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네?”
계속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저, 고객님? 은혜는 필요 없고…… 저는 그냥 간단히 진료비만…….”
“고작 진료비 따위로 이 은혜를 갚을 수는 없죠. 진료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례를 하겠습니다.”
칸시르는 돌진하는 불곰과 같은 사내.
한번 결정을 내리니 주저함이 없었다.
턱 돈주머니를 꺼내 레이몬드에게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치료사님을 귀찮게 하던 놈들을 싸그리 쓸어버릴 테니!”
“고객님?”
레이몬드가 당황해 불렀지만, 늦었다.
칸시르는 단숨에 씩씩거리며 사라져버렸고, 레이몬드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어쨌든 돈 받았으니 됐다.
주머니 안에는 무려 300페나나 들어 있었다!
‘헉 300페나! 오늘은 소고기다! 등심 먹자!’
* * *
어쨌든 칸시르는 큰일을 하였다.
“악성 종기는 랑스, 네놈들 같은 녀석들이지.”
“쿠억! 카, 칸시르 님?! 뭔가 오해가……!”
“닥쳐! 그렇지 않아도 네놈들이 우리 빈민들의 등골을 빼먹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어. 참고 넘어가 주었더니, 그런 훌륭한 분을 모함해?!”
레이몬드를 음해하려던 치료사들은 그날 이후로 베이 구역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분노한 칸시르가 흠씬 두들겨 팬 후 베이 구역에서 쫓아내 버린 것이다.
특히 이번 일을 주도했던 랑스는 비 오는 날 먼지 날 정도로 얻어맞고 쫓겨났다.
그는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얼굴이 곰처럼 변해버렸고, 왕국 수도에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헛된 수작을 부리려던 치료사들은 뭔가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와해되었고, 레이몬드는 아무런 방해 없이 치료를 계속해 나갔다.
* * *
이후 레이몬드의 치료원은 큰 문제 없이 순항했다.
하루하루 소문이 퍼져 치료원을 찾는 환자도 늘었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레이몬드의 이름을 칭송했다.
“왕자님 덕분에 이 상처도 다 좋아졌어. 예전에는 치료사에게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정말 너무 감사해.”
지금껏 병들고 아파도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해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레이몬드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았다.
그것도 친절하고, 실력도 뛰어난 천사.
“저런 분이 세상에 있다니.”
다들 감사 가득한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레이몬드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경험치가 쌓입니다!] [레벨 업을 합니다!]어느덧 레벨이 많이 오른 것이다.
‘이제 28레벨! 40레벨까지 열심히 가자!’
레이몬드는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았다.
[플레이어 스테이터스]이름 : 레이몬드
클래스 : 외과의사 (SSS)
직업 등급 : 초보 레지던트
레벨 : 28
경험치 : 15/200
명성 : 33
스킬 포인트 : 235
칭호 : 더러운 사생아
보조 직업 : 활성화되지 않음
[스탯]체력 : 12
감각 : 18
지력 : 19
?? : 1
최근 스탯은 체력에 많이 투자했다. 지력도 조금 올렸고.
‘감각만 올리는 건 답이 아닌 것 같아. 조화를 이루어야 해.’
감각 스탯은 이른바 섬세한 손재주 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손재주도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따라야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그리고 환자들이 몰리니, 몸이 너무 힘들어.’
그래서 체력을 올렸고, 확실히 이전보다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덜 피곤했다.
‘근력도 좋아지고, 지구력도 좋아졌어. 그런데 계속 체력 스탯을 올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러다 기사들처럼 강한 신체를 갖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레이몬드는 실없는 생각을 하였다.
‘체력을 어느 정도 올리고 나서는 지력도 올려야지.’
지력.
이건 머리 쓰는 능력이다.
정확한 진단과 판단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손재주만 좋은 무식한 의사가 될 수는 없으니까.’
또한, 지력은 치료의 보조 수단인 마법에도 영향을 주었다.
즉, 뛰어난 의사가 되려면 체력, 감각, 지력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스탯을 쌓아야 했다.
‘더욱더 레벨 업을 해야 해! 노력!’
“어서 오십시오, 환자분!”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그렇게 오늘도 필승의 의지로 환자를 진료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날벼락 같은 일이 닥쳤다.
“큰일입니다, 치료사님!”
칸시르였다!
“무슨 일입니까?”
레이몬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칸시르 같은 암흑가의 거물이 저런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오다니?
“어서 이 근처를 떠나 도망가야 합니다!”
“네?”
“전염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레이몬드의 눈이 커졌다.
“‘죽음의 사신’입니다! 이곳에 있으면 치료사님도 전염돼 죽을 겁니다! 어서 도망가십시오!”
죽음의 사신.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인 천연두의 레이펜타이나식 표현이었다.
갑작스레 닥친 위기에 레이몬드의 몸이 뻣뻣이 굳었다.
* * *
그즈음 휴스톤 왕국의 왕성.
마침 재상 갈먼과 국왕 오든은 베이 구역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베이 구역은 어떻지?”
“특별한 소요는 없습니다.”
“좋을 것도 없다는 뜻이군.”
재상 갈먼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베이 구역을 안정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곳은 이미 악성 종기 같은 곳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베이 구역은 휴스톤 왕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수도 턱밑에 악성 빈민가가 있어 유사시 불안 요소가 되었고, 온갖 범죄의 요람이 되었다.
그래서 선대, 선선대부터 해결해 보려 노력해 왔으나 뚜렷이 성공한 인물이 없었다.
“그 어떤 대단한 인물이 가도 베이 구역을 안정시키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단정적으로 말한 재상 갈먼은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리머튼 전하의 의견처럼 완전히 불태워버리는 게 나을지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그 안에 사는 이들도 다 휴스톤 왕국의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레이몬드가 베이 구역에 치료원을 차렸다고 했지.’
재상 갈먼은 얼마 전 들었던 소식을 떠올렸다.
얼마 못 버티고 도망쳐 나올 줄 알았는데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괜찮은 건가? 무슨 사고를 당한 건 아니겠지?’
순간, 재상 갈먼은 싸한 걱정이 들었다.
레이몬드가 마굴이나 다름없는 베이 구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니.
무슨 해를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지? 따로 사람을 보내 알아봐야 하나?’
그때, 오든이 말했다.
“이제 곧 암행을 나갈 시기가 왔군.”
“네, 전하.”
명군인 오든은 몇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신분을 숨기고 암행을 나가 백성들의 생각을 경청했다.
“이번 암행은 베이 구역으로 나갈 테니 준비하도록.”
“……!”
재상 갈먼이 놀란 얼굴을 하자, 오든은 눈썹을 찌푸렸다.
“왜 그러나? 무슨 문제가 있나?”
“아, 아닙니다.”
재상 갈먼은 다음 같은 물음이 치밀어 올랐다.
‘혹시 레이몬드가 베이 구역에 치료원을 차린 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저 무심한 국왕이 그런 걸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베이 구역에는 어떤 연유로 암행을 가려는 것인지요?”
“베이 구역은 현재 왕국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조만간 드로튼 왕국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전에 내부의 불안 요소를 신경 쓰는 건 군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재상 갈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로튼 왕국!
수백 년간 다퉈온 휴스톤 왕국의 숙적이었다.
아직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두 왕국은 조금씩 전운이 짙어지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 민심이 흔들리면 베이 구역이 어떤 불안 요소가 될지 모르니, 최대한 안정시켜야 해.”
“알겠습니다. 그러면 준비하겠습니다.”
재상 갈먼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홀로 남게 된 국왕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런데 우연일까?
마침 그의 눈빛이 향한 곳은 왕성의 북서쪽인 베이 구역이 있는 곳.
그중에서도 동쪽 지구, 레이몬드의 치료원이 있는 곳이었다.
“…….”
국왕 오든은 잠시 그렇게 말없이 베이 구역의 동쪽 지구 방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방금 눈길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집무실에는 서류 넘기는 소리만 삭막하게 울려 퍼졌다.
* * *
‘죽음의 사신, 천연두가 발생했다고?’
레이몬드의 안색이 하얘졌다.
천연두가 어떤 병인가?
치사율이 30%가 넘는, 흑사병과 더불어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였다.
‘‘일반 의학’의 지식에 따르면 지구에서도 수십억의 희생자를 양산한 병이야.’
지구에서는 예방 접종의 확립으로 박멸되었다고 하지만, 이곳 레이펜타이나에서는 주기적으로 유행하며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정말 천연두가 맞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최선을 다하면 환자 몇 명은 살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단위가 죽어갈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전염되어 희생되는 상황이 생길지도.’
레이몬드는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기우가 아니었다.
환자 곁에 있으면 전염될 확률이 얼마나 높겠는가?
거의 100%다.
그래서 치유의 탑에는 이런 비공식 수칙이 있을 정도였다.
-죽음의 사신(천연두)과 저주의 안개(흑사병)가 창궐할 시 곧바로 도망쳐라.
이건 단순히 치료사들의 도덕성을 탓할 일은 아니었다.
환자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