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
제 10화
“저…… 저런 부술이 존재할 줄이야…….”
“내장을 저리 씻어내도 사람이 산단 말인가?”
“저게 바로 운 표두를 살린 그 의술인 듯하네.”
물을 끓인 다음 식힌다. 그리고 더러워진 내장을 닦아 낸다. 그러고는 그 내장의 일부를 잘 봉합하고 그대로 배 안으로 집어넣었다.
내장을 다시 집어넣기 전에 독주와 약초를 조합한 깨끗한 천으로 몸 안쪽을 꼼꼼히 닦아내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상처를 꿰맨다. 어린 소년의 손은 믿을 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으로 그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다른 의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공이 존재하는 세계라지만, 의술의 근본은 한의학에 기반했다.
의학으로 치면 독이나 질병 같은 내과에서는 강하지만, 내장이 잘리거나 하는 종류의 외상 치료에는 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세균이라는 것도 모르는 세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저리 감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탄과 찬사를 받고 있는 진천희는 속으로 욕을 내뱉고 있었다.
‘젠장, 이거 살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이거 2차 감염 일어날 텐데. 석션기도 없고, 소독제도 없는데…….’
진천희는 착잡한 얼굴이 된다.
석션기가 없어서 배 안쪽의 피와 오물을 독주와 약제를 조합한 천으로 닦아내야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안쪽에는 이물질이 더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
‘만능의 에너지인 기(氣)가 좋은 작용이라도 하면 좋겠다만…….’
이 세계에서 기라고 하는 것은 거의 만능에 가까운 효과를 지녔다. 기만 충분하다면 독을 먹어도 죽지 않고 산다.
심지어는 특별한 마공은 도마뱀처럼 신체를 재생시킨다.
기(氣)가 내장의 2차 감염 세균들을 죽여 버렸으면.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환자는 아직 더 남았다.
밤사이에 일어난 전투에서 경상자는 서른다섯. 중상자가 열둘이다.
중상자들 중에서 백린의선 제갈린이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환자가 여섯이었다.
그 여섯이란 바로 이렇게 내장이 잘려 나가거나, 신체가 크게 훼손된 이들을 뜻했다.
‘그래도 역시. 점혈은 신기하단 말이야. 바이탈 사인도 제법 안정적인 데다가, 마취도 할 수 있고. 이 정도면 과다 출혈로 사망인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신속하게 다음 환자로 향했다.
폐를 관통당한 사람이었다.
환자에게 도착한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단검을 집어 들었다.
메스보다는 조금 크지만, 그래도 이 시대의 다른 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칼.
비도(飛刀)라고 부르는 무기라고 했다.
“구경 그만하시고 이거 잡으세요! 어서!”
“아, 알았네!”
의원들은 단지 구경만 하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었다. 진천희가 자신의 수술에 동원하기 위해서 그들을 부른 것이다.
표국주의 허락 아래 의원들은 진천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중이다.
우선 폐를 관통한 검을 잡으며 외쳤다.
“점혈! 빨리요!”
본래라면 겸자를 써서 혈관을 잡고 있을 테지만, 강호에는 점혈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존재했다. 피를 멎게 하는 것만으로도 급격히 수술의 성공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때. 크고 새하얗고 아름다운 손이 불쑥 나타났다.
팟, 파파팟!
재빠르게 손이 관통된 오른쪽 폐 근처를 눌렀다.
‘어…….’
백린의선 제갈린.
그가 옆에 와 있었다.
“이리하면 되겠느냐?”
진천희는 무어라 대답하려다가 입을 꾸욱 다물었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힘을 주었다.
“뺍니다. 다른 분들 환자 잘 잡으세요.”
쑤우우욱!
검이 뽑혀 나왔다. 피가 흘러내렸다.
진천희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자 그걸 보고 제갈린이 물어왔다.
“피가 문제인 것이지?”
끄덕.
진천희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천을 가져다 대려고 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유호.”
“예, 주인님.”
‘유호? 얘는 또 왜?’
진천희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슈우우우욱!
폐에 가득 찬 피가 허공으로 빨려 올라간다. 그것은 그대로 유호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헐! 허공섭물!’
허공섭물.
진기를 이용해서 물건을 허공으로 떠올리거나 잡아당기는 무공의 한 기술. 염력 비슷한 효과를 가졌다고들 하는데, 그걸 직접 본 진천희로서는 놀랍기 짝이 없었다.
‘저게 되네?’
“되었습니까?”
그런 놀라움 속에서 제갈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천희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폐를 벌리고 상처를 확인했다.
‘이건…… 절제해야겠다.’
응급 현장에서 타 과 수술을 여러 차례 도운 경험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폐포(허파꽈리)는 다른 내장 조직과는 다르다. 이렇게까지 손상당하면 현대 의학으로는 살릴 길이 없었다.
혀를 차며 진천희는 절제 후 봉합을 시도했다.
물론 가지고 있는 도구가 없어 마음에 드는 처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대로 두면 한 시간 내에 확실하게 사망할 테니까.
그런 진천희의 모습을 옆에서 제갈린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천희는 그걸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수술을 했을까.
결국 두 번째 환자를 끝내고 다른 환자들의 수술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어느샌가 운룡표국주 운지상이 그 모습을 보러 왔으며, 갓에 면사를 쓴 여인이 와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진천희는 수술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나.
끝내 일곱 환자 중에서 2명의 환자는 수술조차 하기 전에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수술을 한 중환자 5명 중 2명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역시 사망했다.
* * *
습격자를 처리하고는 운룡표국은 빠르게 원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죽은 이들을 위한 장례를 치르고, 적도들의 시체를 한데 모아 불태운다.
부서진 곳을 수리하고, 환자들의 치료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는 진천희도 함께했다.
이 세계에서 수술에 관련한 의학 지식을 가진 것은 진천희 혼자뿐이므로.
그 과정에서 진천희는 소설로나 보던 강호의 신비한 힘에 대해서 체감할 수 있었다.
수술한 중환자 중 다음 날 사망한 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놀라운 속도로 회복을 시작했으니까.
수술한 부위가 아무는 속도가 정상인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걸 본 진천희가 가장 먼저 생각한 단어는 이거였다.
살았어.
이 시대의 물품만으로도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내가진기 덕분이다, 현대 의학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힘이었으나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들의 생존을 확인하고서 진천희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어린 소년의 몸은 비록 전생의 육체보다야 건강하지만, 체력이 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진천희는 어떤 목소리에 눈을 떴다.
“지독하더라고. 말을 시키려 해도 입을 다물고, 틈만 나면 자결을 하려 하니 무사님들도 두 손 두 발 다 든 모양이야.”
“온몸의 근맥을 끊었다는데도 그리합니까?”
“이번에 하오문에서 고수를 불러온다는데 그때는 입을 열겠지.”
“아마 공손 소협을 노리고 온 것 같다는 추측이 많긴 한데…….”
“표물 중에 특별한 것이 없었으니 그랬을 가능성이 높죠.”
표국의 손님방 중 하나로 들어가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다.
너무 피곤했기에 환자들이 있는 건물 근처의 아무 방에 들어갔었다.
이 방의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도 기억이 안 난다, 하인들이 작업하는 방 근처 어딘가인 모양이다.
‘내가 얼마나 잔 거지…….’
소년 진천희는 일단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쩐지 엄청 무거웠다.
피로가 너무 많이 쌓인 듯 팔다리가 저려 왔다.
누운 채로 조금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일단 가만히 누워 있었다. 혈액순환이 조금 되면 괜찮아지니까.
“본가의 공손현이 위문차 왔더라고요.”
“눈엣가시 같은 동생인데 살아있는 게 얼마나 밉겠어. 그래도 의심받지 않으려면 만나야지.”
‘그나저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시네.’
진천희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쓰게 웃었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공손현은 사실 누구보다 동생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모의 눈을 피해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왔지만 표국 내에 소문이 퍼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편견이라는 게 참 무섭다.
사람들은 그마저도 공손현의 가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탕약에 독은 안 들었지?”
“아이고, 누님. 여기서 독살이라도 일어나면 뒤집힙니다. 천하의 흑빙독룡이 그걸 모르겠습니까?”
하인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걸 들으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독룡(毒龍).
그녀의 흉계가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여 사람들이 부르는 말이다.
무가에서 본가의 자식이 무예를 하지 못한다는 건 질타를 받을 만한 일이었다.
두뇌가 빠른 것은 큰 재주지만, 그조차도 소인배로 보이기에 딱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龍)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그만큼 두려움이 담겼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괜찮대요?”
진천희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목에 손자국이 좀 났는데 괜찮다더라고. 같이 자던 아이가 악몽을 꾸다 그랬다던데.”
다른 건 대충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여하륜 놈의 손자국만큼은 둘러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하되 중요한 것은 빼 버렸다.
놈이 악몽을 꾸고 목을 조른 건 사실이니까.
사실 수술하는 동안에 목에 남은 감각이 꽤나 신경 쓰였다. 아직도 조금은 부어 있는 상태였고.
“쯔쯔쯧…… 얼마나 고초가 심했으면 그랬을꼬.”
“그래도 전 좀 속상합니다요. 그 착한 아이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그 애가 우리 표국에 해준 게 얼마인데요.”
“혹시 진천희가 괜히 그 애 감싸주려고 그런 건 아니겠죠? 워낙 속 깊고 순한 애라…….”
“그뿐인가? 그 의술은 이미 백린의선께서도 인정했다고 하시더군.”
“네, 그 아이가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여럿 죽었을 거예요. 목숨을 구한 무사들이 몇인지…….”
“우리 형도 팔을 잃을 줄 알았는데 그 아이 덕에 살았어.”
‘음, 제대로 포섭이 되고 있군.’
표두의 의동생과 공손 가문의 한 축을 구했다. 거기에 이번 산공독을 알아낸 것도 진천희의 공이었다.
거기다 하는 짓도 하나하나 영민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모든 표사들이 진천희만 싸고 돌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사이. 운룡표국의 분타 내에서 진천희는 제법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 심지어는 국주님도 진천희의 목에 바를 연고를 구해 오지 않았나.”
“백린의선께서 먼저 발라 주셨지만요.”
“……그렇지.”
“복덩이예요. 그 아이.”
“복덩이지.”
“갈 곳이 없다고 하는데 계속 우리 표국에 있어 주면 좋으련만.”
가솔들은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말을 멈추었다.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야 진천희는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