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02
제 1002화
“아니. 믿지. 믿는데… 요즘 네 소문이 너무 흉악해서…….”
“사파에서는 그런 악명이 수단이옵니다. 설마 소문 다 믿는 건 아니겠지? 형~”
“안 믿지. 특히 네가 돈 안 갚은 흑도 잡아다가 살가죽을 벗겨서 매달아 놨다는 이야기는 진짜 과장이 너무 심하더라. 네가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런데, 믿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야. 현아.”
“…….”
솜털이 쭈뼛 곤두섰다.
‘설마 이 목소리는?!’
슬쩍 눈알만 굴려 보니 거기에는 엄청난 미남 둘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붉은 비단을 호화롭게 걸친 딱 봐도 무골인 사내, 두 번째는 그보다는 체구가 작지만 서늘한 기운의 미청년.
‘컥! 저 두 명이 왜……?!’
놀랍게도.
나는 여기 살면서 진천희를 몇 번 스친 적이 있긴 하다.
그때마다 심장이 얼마나 철렁했는지 모른다.
‘들키면 대학원생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본직이 요리사니까 천하 백 대 마초 요리인으로 마개조당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미친놈이 K-동향인을 가만히 둘 리가 없다는 것.
그것만은 안 돼!
그때 전장원이 말했다.
“처리되었습니다. 여기 인장 찍어주세요.”
고대의 마신을 조우한 기분이 이럴까.
나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인장을 찍고 슬그머니 나갔다.
그것은 최대한 저자에게서 멀리 떨어지기 위한 몸부림!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의외로 진천희를 상대로 나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꽤 있으니까 이상하진 않다.
주로 흑도나 마두겠지만, 가끔 들리는 악명 때문에 그냥 겁먹는 자들도 있긴 하다.
거기다 하늘 같은 태수님 아닌가.
양민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놈들도 많겠지.
그리고 이런 소리 하면 좀 웃기지만 빙의하면서 얻은 능력이 시스템 창이나 천무지체, 절세의 미모 같은 게 아니라 이런 스텔스 능력이 아닌가 싶을 만큼.
‘……내가 숨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지.’
그렇게 얼마나 더 걸어갔을까.
‘후. 심장 떨려. 여기가 제일 안전한 도시지만, 가끔 이런 이벤트가 있어서 심장 떨린단 말이지.’
후욱, 후욱.
방금 대학원생이 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나는 빠르게 장을 보기 시작했다.
백린군은 이제 거대해져서 심지어 항주나 낙양 같은 곳처럼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계란 가게 가서 계란 배달 주문하고, 쌀집에 가서 쌀 주문하고.
그리고 내가 해 먹을 거 재료도 좀 사고.
그렇게 장을 보다가 문득 엄청난 미녀를 보았다.
그리고 그 미녀는 방금 본 붉은 장포의 미남과 꼭 닮아 있었고,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자였다.
‘사마혜구나.’
그녀는 노점상 앞에 쭈그려 앉아서 싸구려 사천당가 장신구를 사고 있다.
하나같이 조잡하기 그지없었는데도 그것을 고르는 그녀의 눈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혜아야, 오늘도 귀엽고 건강하구나. 내가 구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적 친밀감이 있지 않나!
입 밖으로 혜아라고 불렀다가는 진천희의 말마따나 항주의 벚나무가 왜 붉은지 알 수 있게 되는 수가 있겠지만.
말 안 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슬쩍 몰래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노래가 들려왔다.
“오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 나는야 백인의 카레이서~”
순간 나는 ‘나는야~ 에수오일 에수오일~’이라고 내뱉고 말았다.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척수반사적 반응.
허나, 내 최후의 이성이 틀어막은 덕에 허파 소리 같은 아주 작은 소리만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니, 소리도 없다.
금붕어의 뻐끔거림과도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헉, 일광 놈. 하필 CM송도 묘하게 중독성 있는 것만 불러서!’
좋은 기름이고 나발이고 같이 불렀다가는 그동안의 은신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나는 재빠르게 입을 걸어 잠그고 소리가 들리는 곳 반대로 걸었다.
‘일광 이놈은 자기가 빙의자니까 감춰야지 하는 생각도 안 하는구만…….’
등 뒤로 사마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아, 은공! 오빠도! 헤헤헷! 두 사람 전장 잘 다녀왔어요?”
“응. 잘 다녀왔어.”
다행히 진천희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역시 이 몸뚱이의 빙의 특전은 ‘스텔스’ 같은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슬그머니 멀어지려는데.
문득 뒷목이 따끔거리는 게 아닌가.
저승사자라도 노려보는 듯한 불길한 감각에 뒤를 돌아보니 보라색 눈동자가 내 시야에 가득 차고 있었고.
“흐, 흐아아악?!”
사마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바로 뒤에서.
“흐으으으음.”
내가 바지에 실수라도 할 것처럼 놀라서 뒤로 놀라 자빠지자, 사마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를 빤히 바라본다.
“무, 무, 무, 무슨 일이십니까? 사마현 님!”
“호오……. 저를 아시나 보군요.”
“유명인이시니까요.”
진천희야 사마현을 무슨 리본 맨 아기 치와와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이놈이 강호에서 얼마나 악랄하고 지독한 놈인지 모르는 자가 없다.
“아… 그렇군요. 아까 형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따라 하시기에요~”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입 모양만 보고 맞춘 건가? 미친?!
그 전에 형이랑 있으면 형에게 집중할 것이지, 주변에 있는 놈들을 하나하나 다 관찰하고 있다는 게 더 놀랍다.
‘무슨 살수라도 찾나?’
하긴 그럴지도 모른다.
저놈이 원한 산 놈이 어디 한둘인가.
하지만 괜찮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생각해둔 변명이 있으니까.
저 소름 끼치는 옛 고향의 노래.
그 노래를 망향에 젖어 언제 따라 부르게 될까 두려워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아니나 다를까. 사마혜와 대화하던 진천희가 이쪽을 본다.
이대로는 대학원에 끌려가게 되리라!
오싹.
“자주…… 들어서요.”
“자주 들었나요?”
“네. 태수님께서 자주 돌아다니시니까요.”
“흐음. 그렇군요.”
믿은 걸까?
제발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지옥에 끌려가 같은 토종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뼛속까지 양민을 위해 빨리게 되리라.
이세계에서 건물주의 꿈을 이루고도 그런 엔딩이라니, 너무 잔혹한 처사 아닌가!
그때 진천희가 말했다.
“현아. 뭐 하니. 지금 설마 사람 겁주고 있는 거 아니지?”
“아이고, 가가, 너무하십니다. 이분께서 뭔가 떨어뜨리셔서 주워 주는 중입니다요~”
그리 말하며 탁탁 내 어깨를 털어주더니 호주머니에 뭔가 넣었다.
“자, 이건 입막음용~”
주머니가 묵직하다.
황금색이 보인다.
‘설마 은전도 아니고 금전?’
미친놈.
형 앞에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황금까지 입막음으로 준단 말인가.
허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만약 이러고도 내가 그의 흉성에 대해 형에게 소문을 냈다가는 그때는 이 황금값에 이자까지 치는 수가 있다.
목숨이라는 이자를!
“아이고. 제가 떨어뜨렸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금전을 뿌리는 호인을 어찌 무시하겠나.
그리고…… 무사히 돌아가려면 이것뿐이다.
내가 호들갑을 부리자 저 악마 같은 진 태수는 그제야 눈에 힘을 풀었다.
사마현은 내게 손을 흔들어 보내주었다.
웃음만은 천사다. 웃음만은.
하지만 저 손이 얼마나 많은 두개골을 깼는지 알기에 나는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살았다.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 * *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학사 셋이서 손으로 장풍-이지만 산들바람에 한없이 가까운 것-을 쏘며 걸어가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온몸에 문신을 한 새외 주술사가 반대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삼학사와 쟈시다.
특히 쟈시의 옷자락은 작은 짐승이 올라갈 정도의 무게로 눌려 있는 게 보였는데, 그 부분은 바람이 불어도 펄럭이지 않았다.
정령인 이샤가 어깨에 앉아 있는 모양.
그런 쟈시에게 연령을 추정하기 어려운 미남이 걸어와 인사를 했는데.
무월 같았다.
무월은 쟈시와 대화하더니 갑자기 골목으로 쓱 빠졌다.
‘대놓고 튀는 모양새인데 왜 숨는 거지……?’
껄끄러운 사람이라도 오나?
그때.
아주 먼 곳에서.
거대한 미남자 둘이서 길을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는 태양빛을 담은 머리카락,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달빛을 담은 듯한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유호와 혈린광살인가!’
그랬다.
여가 시간에 상사 보기 싫어서 무월도, 쟈시도 튄 것이었다.
‘망할, 소금이라도 뿌려야 하나?’
조심해서 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향한다.
취미로 가게를 하는 사람답게, 우리 가게는 꽤나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외진 곳인데도 벌써 강호인 몇이 오늘 장사 안 하냐며 절실한 눈으로 바라본다.
가게 밖에서 꽤 오래 기다렸던 모양.
‘후, 점심 장사만 하고 일주일은 요양하려고 했건만.’
처음부터 못 봤으면 모를까, 그래도 여기 오려고 밥도 굶었다는 놈을 쫓아내기도 좀 그랬다.
“들어오십시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저녁 장사까지는 하고 쉬기로 처음부터 생각해두지 않았나.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며 안으로 들어가 첫 손님을 받았다.
‘이 손님만 대접하고 닫아야지. 그냥.’
그렇게 간을 보는 순간, 새 손님이 또 들어왔다.
딸랑-
“어서 오십시오!”
척수반사적으로 환영을 하고 앞을 보니…….
그곳에는 제갈린, 유호, 진천희.
이 세 놈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니, 너는 대체 왜 여기 들어오는 거냐아아아아앗!’
방금 전까지 동생과 함께 시시덕거리고 있지 않았나.
이제는 제갈린, 유호와 함께 외식이라니.
몸이 세 개가 되어도 부족해 보인다.
거기다가.
“커, 커흠. 마침 배가 불러서.”
“아, 아이고. 허리야. 허리야. 슬슬 나가 봐야겠네.”
“잘 먹었소이다. 주인장! 돈 탁자 위에 놓고 가겠소!”
다른 손님들이 제갈린을 보자마자 슬금슬금 나가는 게 아닌가!
망할.
‘그동안 백린군에서 장사한 지 오래되었지만,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는데?!’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 새끼는 외식할 때 만두와 동파육에 미친 놈이기 때문.
나가서 외식하면야 맛집 찾아가지만 집 근처에서는 이 두 가지만 찾아가든가, 아니면 요리 공부차 크고 유명한 객잔 중심으로 돌았다.
하지만 보통은 그냥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는다.
한식은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여기 자리를 잡는 김에 일부러 만두, 동파육을 뺐다.
심지어 가게도 최대한 작고 외진 곳으로 잡아.
볶음밥 원 툴 메뉴만 팔았던 것!
‘그런데 기어이 여기까지 오다니!’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
내가 천면호리 같은 놈도 아니고, 어쨌든 평범한 양민&지구인 아닌가.
그때 제갈린이 말했다.
“희야. 또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자고 하는구나.”
“스승님, 현이가 그랬는데 여기가 엄청 맛집이래요! 다들 입맛에 맞을 거라고 장담하던데요.”
사마현?!
그놈이 불렀다고?
아니, 그때 나한테 금전 하나 주고 퉁 친 거 아니었나?
고작 노래 한 곡 같이 불렀다고 이렇게까지 사람에게 고통을 준단 말인가.
‘집요한 놈……. 이러니 중원에서 가장 악랄한 새끼라고 다들 손가락질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