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04
제 1004화
혹시라도 마음이 변할세라 교관은 곧바로 돈을 받았다.
“환불은 불가하오!”
그의 신호에 따라 독단과 석밀차가 빠르게 나왔다.
“오오, 그래도 제법……. 향이 좋구려.”
독단이야 그냥 독이 들었다고 해도, 석밀차의 향이 그윽하기 그지없었다.
삼학사는 곧바로 독단을 먹고는 꿀차로 목을 축여 뒷맛을 없앴다.
“자, 이제 모두 먹었소? 그러면 좌선을 하시오.”
입금 전에는 반말을 했으나, 입금하고 나니 묘하게 하오체로 바뀐 교관이었다.
이 와중에도 결코 존댓말을 하지는 않는 게 사천당가다웠다.
모두가 자세를 잡자 교관이 말했다.
“좌선을 하고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이는 다문 채로 입술만 살짝 벌려 길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아주 느리게 내쉬어…….”
교관이 다시 구결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비유나 상징 같은 건 없다.
누구라도 알기 쉬운 구결들.
그 구결에 따라 숨을 내쉬고 들이쉬기를 반복한다.
무아(無我)의 세계까지는 감히 들어가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기분이 뭔가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그들은 딱 이 정도가 좋았다.
무아지경까지 가려면 노력이란 것을 해야 하지 않나!
딱 그 전에 꿀만 빨아 먹겠다는 불굴의 의지.
이윽고 삼학사의 뱃속에서 독단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부글부글부글-
독기가 몸 안에서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허나, 기묘하게도 무량연화범신공의 진기가 기다렸다는 듯 서로 섞이는 게 아닌가?
‘오오……. 이것이 독기인가!’
‘무량연화범신공을 미리 익혀두면 뭔가 상승효과가 있는 모양이네.’
‘크하하하! 나는 이제 독공도 익혔다!’
삼학사는 행복해졌다.
그렇게 강습이 끝난 후.
삼학사는 밖으로 나왔다.
원래라면 최소 일주일은 더 익혀야 하건만, 이미 무량연화범신공을 익힌지라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다.
이윽고 심 학사가 손을 뻗었다.
“이것 좀 보게나.”
후와앙!
장풍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초라한 무언가.
보통 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만큼의 초라한 산들바람이 심 학사의 장심에서 뻗어나갔다.
허나, 독기가 담겨 있었다.
보통 사람이면 기침을 한 번 할 정도의 독기.
물론 이 정도로는 무공을 펼치기는커녕, 차라리 길가의 모닥불 연기가 인체에 더 해로우리라.
하지만 독기의 ‘ki-bun’은 느낄 수 있다.
약간 독공을 쓰는 듯한 기분.
그거면 된다.
무량연화범심진기를 손바닥으로 뿜어서 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본좌의 독공을 받아라!”
기분만은 사천당가다.
* * *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겠지만, 강호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환경, 둘은 면역.
환경은 아픈 사람들을 격리할 시설부터, 병의 원인이 되는 늪지들을 없애야 하니 결국 토목으로 귀결된다.
면역은 백신으로 해결한다.
이 시대의 기술로는 백신을 만드는 게 불가능한 병, 학질.
이런 학질 같은 병은 강호식 백신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금자 한 냥은 사실상 사천당가의 자존심이지.’
비록 양민들을 구휼하기 위해 푸는 독공이라 하더라도 결코 헐값에 팔지는 않겠다는 자존심.
이런 것을 보면 소림과는 또 다른 선택이다.
허나, 무이자와 약초.
이 두 가지를 열어둔 것은 또 구휼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했다.
많은 양민들이 약초 쪽을 선택했다.
독단의 재료가 되는 약초들이니 단가는 크게 줄어들 터.
무이자 10년을 고르는 이도 있었다.
자신의 밭이 있거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게 부담이 되는 양민들이다.
둘 다 구할 수 없는 양민들은 직접 사천당가의 분가에 읍소를 했고, 그때는 분가에서 몰래 거두어 가르쳤다.
그리고 놀랍게도.
‘……관에서 구제책 내놓은 건 사람들이 아무도 안 챙겨 가는군.’
이런 경우 예산을 풀어서 관에서 도와주는 제도가 존재한다.
그건 금전 한 냥이 아니라 은전 반 냥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사천 사람들은 관을 지독하게 안 믿는구나.’
하긴 백린현이 이상한 거지 대부분이 이런 모습이리라.
보통 관에 들른다는 것은 현대에 동사무소 가서 등기부 떼 온다와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이 있을 터이니.
오히려 각지에 흩어져있는 사천당가의 분가들이 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난한 이를 거두어 가르치고, 그 가난한 이의 친우를 데려오라 시켜 그 집의 가족도 은밀히 가르쳤다.
그 가격은 한없이 무료에 가까우나, 또 완전히 무료로 받지는 않는다.
후일 그 사람들은 평생 사천당가를 존중하며 그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테니.
‘사천당가가가 사천성을 자신의 땅이라 말하는 이유가 있구나.’
흡사 모세혈관처럼 작은 곳까지 산소를 공급하고, 그들의 존중을 받는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금전 한 냥.
은(恩)을 받은 양민들도 금전 한 냥에 배웠다 외지인들에게 말한다.
거짓말이기는 하나, 그게 사천의 방식.
또한 금자 한 냥어치의 존중을 사천당가에 바칠 것이기에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천성은 때아닌 독공 수련 열풍이 불었고.
“와우, 당주님 떼돈 버셨겠는데?”
외지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천성의 전염병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남궁운은 사천당가주와 이미 무언가 거래를 끝냈는지 먼저 떠났고.
역병을 잡으니 사천당가에서 의술교류회도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사마혜가 신이 나서 말했다.
“사천당가 사람들이 이번에는 아낌없이 의술을 풀어주는군요! 덕분에 신약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겠어요.”
그 말에 진천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당 상의원들도 웃느라 입이 찢어지더라고. 희귀 약초들도 교류하기 시작했고 말이야.”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열의에 차서 서로의 신기술을 교류했다.
특히나 사천당가의 의원들이 뭔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전보다 훨씬 개방적이 된 것.
“사천당가가 배타적이라고는 하나, 친우에게는 아낌없이 준다 들었는데… 이 정도면 우리도 사천당가의 친우가 된 걸까요?”
“그런 셈이지. 그리고 너는…….”
그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친우여! 뱃놀이하자!”
당아다.
가면까지 쓰고 제대로 그 의상을 갖췄다.
그 말에 사마혜가 진천희에게 속삭였다.
“저 다녀올게요.”
“그래. 잘 놀고 와.”
소각주의 허락이 떨어지자 사마혜는 가면을 꺼내서 똑같이 쓴다.
“좋소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오리까!”
“이교도의 광기가 느껴지는 곳이라네!”
음, 근처 강이군.
그렇지 않아도 서대륙 상인들이 사천 비단을 얻기 위해 그쪽에 배를 댔다는데, 겸사겸사 시장이 열렸다 들었다.
호기심 많은 당아가 그걸 놓칠 리가 없었고.
“후후후. 이것 참, 어쩔 수 없군요. 내… 준비하지 않으려 했건만. 가라. 인간의 탐욕이여!”
하며 품에서 금혈방 은패를 꺼내는 게 아닌가!
사마현이 동생에게 준 것으로, 이것으로 구매하는 사람의 신용을 보증할 뿐 아니라, 차후에 대납도 해주겠다는 증명.
즉, 강호식 신용카드와 같다.
‘와, 제대로 쇼핑하려나 보다.’
겸사겸사 본인 지갑도 챙기는 걸 봐서는 오빠 선물도 사주려는 모양.
아무래도 오빠 돈으로 오빠 선물 사기는 좀 그러니 그건 본인 월봉에서 사주려나 보다.
그렇게 사마혜와 당아가 폭풍처럼 나갔다.
그걸 보며 진천희는 서필을 들었다.
‘현이에게…….’
사천당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적을 생각이다.
그리고 과거 사마현이 오독문에 주었던 은(恩)이 이제 사천당가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무이자.’
그때는 급한 김에 외쳤던 것 같았는데……. 글쎄?
그 고함이 진천희를 살렸고.
오독문의 사람들을 살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천성의 수많은 양민들을 살리게 되었다.
후릅-
진천희는 차의 온기를 느끼며 편지를 이어 나갔다.
형이 오독문의 일을 잊지 않았듯, 아우도 잊지 않았으리라.
그때의 그곳을 이제 사마혜와 당아가 뛰어다니고 있다.
비록 살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는 하나.
은(恩)이 지나간 곳에는 무엇이 남는가.
그 이야기를 오늘.
진천희는 사마현에게 적어주려고 한다.
‘날씨가 좋구나.’
오랜만에 비가 갠 하늘.
진천희는 마음을 담아 아우에게 긴 편지를 썼다.
추억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