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14
제 1014화
진천희는 아주 바빴다.
왜냐면 스스로 재앙을 불러온 누구 씨처럼, 일거리를 불려 나갔기 때문이다.
남동사성의 가뭄 사태.
진천희와 포클레인 겸 담수기 제조를 혼자 해낸 제갈린의 힘으로 해결하긴 했지만 농사에 피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 결과.
백린군에서 생산된 초월적이라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을 수출해야 했음은 당연한 일.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백린의각과 백린군은 그 돈을 사회 인프라망을 까는 데 썼다.
상하수도를 확충해서, 백린군 안의 어지간한 마을에는 전부 깔아버리는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백린군의 크기는 지구 별 대한민국으로 치면 경기도나 충청도 같은 지역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야 당연하다.
강소성 크기가 한국 땅만 하니, 강소성 안에 위치한 백린군이 그 정도 크기인 것이다.
즉.
경기도만 한 지역 전체에!
상하수도를 전부 깐다!
덤으로 도로 정비도 하고!
더 무서운 점은 진천희는 사비와 세금과 공금까지 다 합해서 그냥 마구 질러버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시대의 식읍이라는 게 그렇다.
식읍은 개인에게 영토와 세금까지 전부 가지게 해 주는 권리인즉, 세금이든 사업에서 나오는 돈이든 전부 제갈린의 것.
그리고 스승의 것을 제 맘대로 팍팍 쓰는 것도 제자의 의무이자 권리!
위생에 이 한 몸 바치리.
진천희는 그런 미친 짓을 태연히 저지르고 있었다.
문제라면 그럼에도 돈이 계속 벌리고 넘쳐흐른다는 것이겠지만.
진천희는 부귀영화 보자고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돈의 주인인 제갈린도 미치광이 제자의 행동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며 부채질을 할 뿐이고.
그 때문에.
백린군은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지역이 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산적도 수적도 없다. 도적도 없고, 인신매매 같은 범죄 조직도 없다.
실로 끔찍하고 무시무시할 정도!
포두들은 눈을 부라리며 뇌전이 번쩍이는 육모방망이를 들고 다니고, 그 뒤에서 포쾌와 포졸들도 정전기를 일으키며 걷는다.
범죄? 불법적인 행동?
바로 짜릿한 육모방망이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포청에 새로운 무기도 지급되었는데, 양각창이라고 하는 물건이다.
길이는 1장에 끝에는 ㄷ자로 된 뭉툭한 단봉 두 개가 달려 있다.
멀리서 상대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인데, 여기에 뇌기가 파직거리면 원거리 전기 충격기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치안이 확보되고, 그 안에서 엄청난 경제 부흥기의 개발 지역처럼 백린군 전체가 활기를 띤 채로 움직이니 이 일의 총괄 책임자인 진천희도 바쁠 수밖에.
게다가 진천희는 지독하게도 의원으로서의 일상도 같이 소화하고 있다.
낮에 의원 일을 보고, 밤에는 잠도 반 시진만 자고서 업무를 보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
여러 가지 신공절학을 익혔고, 거기에 응룡의 보옥.
그리고 기타 많은 기연들의 효과와 현경에 반 발자국 남은 수준의 무공 경지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피 토하고 자리보전했을 수준의 가혹한 업무 강도였다.
주 160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강도의 업무 시간이니까!
그래도 진천희는 딱히 괴로워하지 않는다.
왜냐면 들려오기 때문이다.
위생이, 보건이, 그리고 생활 수준이 상승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그런 게 들려오다니 드디어 물리적으로 머리가 맛이 간 겁니까?”
제갈린이 소림사로 향한 지금. 유호는 그런 제갈린을 보좌하여 같이 떠난 게 아니라, 진천희 곁에 남아 있었다.
결국 단둘이 백린의각을 지키게 된 것.
“주인님이 없다고 아주 폭주하시는군요.”
“괜찮아. 나 같은 고수는 이 정도 일해도 안 죽어!”
“…….”
스승님이 봤다면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고는 일단 자라고 침상에 처넣었을 터.
지금은 막을 사람이 없으니 폭주 중이다.
거기다.
이미 천하에 ‘유호냉장고배 냉음식 천하제일 요리 대회’에 대한 격문이 뿌려졌고, 많은 요리사들이 백린군.
그것도 대회가 시작될 백린의각이 자리한 도시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돈도 많은 것인지, 아직 숙소를 배정하기 전인데도 유호 냉장고를 사서는 처박혀서 요리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대숙수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일갈하고 싶은 것이리라.
“아니야, 유호. 들어 봐. 지금 발전도와 위생도 그리고 행복도가 오르고 있다고!”
진천희는 서류를 뒤적이던 자세 그대로 유호를 향해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고 있다.
이 광기 속에서도 저 미모를 막 쓰고 있다.
연구당 중의원 하나가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진천희의 미소를 보더니 심장을 부여잡고 얼굴이 벌게져서 나간다.
진천희가 ‘오우, 빠른 제출 고마워요!’라고 답했는데 대답도 못 하고 쾅하고 문을 닫는다.
상사병이 중증에 이르렀다는 뜻.
천신급의 미모가 미친놈 손아귀에 들어가서 이렇게 막 쓰이고 있다.
‘하여간 곱게 미쳐 가지고는…….’
유호는 혀를 차며 다과를 내려놓았다.
“행복도, 위생도, 발전도라니. 그건 도련님의 뇌내망상이겠죠.”
“망상이라니! 사람들이 진짜로 모두 좋아한다니까?”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 굶어 죽는 이 없고, 아프면 바로 치료받을 수 있고, 억압하는 이가 없으니까요. 다만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진천희가 살아 있는 한 그럴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진천희가 죽은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고래로 위대한 왕이나 황제가 있었으나, 그들의 사후에는 국가가 엉망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유호는 그 점을 말하는 것이리라.
“글쎄. 내가 남긴 지식들을 후대들이 어떻게든 써주겠지.”
“무책임하군요.”
“하하하하, 나는 신이 아니야. 그냥 인간으로서 손에 닿는 곳까지만 하고 있어. 나름대로 준비야 하고 있지만… 그다음은 후손이 알아서 해나가야 할 일이지.”
그들도 자신의 발로 나아가야 한다.
진천희는 모든 것을 해줄 수도 없고,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할 생각이 없다.
자신이 무조건 옳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 시대에는 또 그 시대만의 가치관이 있을 테니까.
‘개파조사님도 비슷한 마음이겠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개파조사이신 제갈량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 하셨다.
솔직히 진주언가의 ‘그분’이 상식 외의 무언가여서 그렇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제갈량까지가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일이 커졌는걸.”
진천희와 무월이 원한 것은 강소성 전체에 유호 냉장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말 하면 뭐 하지만.
옛날 조폭 영화식으로 말하면 강소성은 이미 백린의각의 나와바리.
이른바 텃밭이자 앞마당 같은 장소다.
구대문파나 팔대세가 그리고 이제는 사도팔문에서 사도십이문이 되어 버린 거대한 방파들은 그들이 자리한 지역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백린의각의 장악력은 다른 문파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무림의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과 관가에도 강대하고 심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러니까.
‘유호냉장고배 냉음식 요리 대회를 개최하면 강소성 내에서는 확실하게 히트 칠 수 있다!’라는 계산으로 일을 벌인 것.
문제는 이게 상상 이상으로 호응을 일으켰다는 점.
강소성뿐만 아니라 근처의 산동, 안휘, 절강의 부호들까지 대량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니 말 다 한 셈.
덕분에.
본래보다 더 거대한 경기장을 지어야 했고, 아예 상설 경기장까지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예 월드컵경기장 같은 걸 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스불재!
진천희가 일이 늘어나는 이유다!
“그거야 도련님이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르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우물우물. 그건 아니라고. 다 할 만해서 계산하고 하는 거야. 게다가 대규모 토목공사는 이래저래 빈민 구제에 좋으니까.”
“강소성에는 더 이상 빈민이 남아나지 않고 있습니다만?”
각종 도로 공사에 상하수도 공사. 그리고 대규모 농지 조성까지.
이미 백린군을 넘어 강소성 전역의 빈민이란 빈민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이 백린군이다.
“그럴 리가. 새로 유입되고 있는 인구도 있고. 빈민은 강소성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미리미리 사람들을 불러왔지.”
“불러와요?”
“응. 절강에서 많이 데려왔어. 그쪽은 안 그래도 가뭄 때문에 곤궁해진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것까지 계산한 겁니까?”
“그럴 리가~”
태연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서 유호는 직감했다.
확실히 계산하고 한 행동이라고.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전부를 해결할 수 없어.”
“그렇겠죠. 저희 의각의 재산이, 그리고 백린군의 자금이 많다 하나 하나의 성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하나의 성에 적어도 수백만이 살아간다.
그런 이들을 움직일 정도로 부자는 아니다.
설사 전설의 거부 석숭이라고 해도 그런 돈은 없을 것이다.
국가 예산이라는 게 그랬다.
그래도 백린군 정도의 규모라면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수준이긴 하지만.’
다과를 다 먹은 진천희가 손을 탁탁 털었다.
“자.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행상 규모도 우리 생각 이상으로 커졌으니까. 일해야겠지. 특히 이번 일 때문에 강호인들도 많이 온다니까, 그 녀석들을 위해서 강소성 전체의 포관들도 조금씩 불러야지.”
“이러시면서 대회에도 참가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물론이야. 이번에도 그 종리철산도 올걸?”
“그건… 그렇겠군요.”
쓰잘데기 없는 부분에서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니까……라고. 유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어디까지 할 생각입니까?”
유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상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상(如常)이라는 단어.
평소와 같은 모습. 혹은 언제나와 같은 모습.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종잡을 수 없는 깊이와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야.”
“그거…… 무서운 이야기군요.”
“일전에, 내 앞에서 불법적으로 싸우는 강호인을 보면 전부 쥐어 패서 치료해 주겠다고 다짐했잖아. 그때부터 생각한 건데. 나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건 전부 할 거야. 전부 해서……. 사람들을 살릴 거야.”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서. 진천희는 무서운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한다.
과연 진천희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머나먼 곳에 있어야 할 존귀한 존재는, 그런 진천희의 말에 살짝 눈썹이 움직였다.
이런 감각을 느낀 것은 제갈린을 처음 보았을 때 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참……. 광오한 인간입니다. 당신은.”
“헤헤. 그래서 좋은 거잖아, 유호는.”
고개를 들어 헤프게 웃는다.
인간인가 싶을 만큼 완벽하게 균형 잡힌 면상을 보며 유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물론이지.”
“그러면 수고하십시오.”
“유호도 수고.”
존귀한 자는 자신의 유일한 신관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방을 나섰다.
사람이 모인다.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이 아닌 것도 스며들어 온다.
조금 더 바빠지겠다고 유호는 생각했다.
그때였다.
“유호! 유호호호호호호호호—-!”
이 쉑키가 또 그따위로 불러?
멱살을 잡으러 몸을 돌리는데 진천희가 물었다.
“스승님께 서신 온 거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