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15
제 1015화
요리 대회 홍보를 돌리고 이왕 하는 김에 대형 경기장의 공사까지 들어가면서 일이 많아졌지만, 체계가 잡히자 다시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본래 일이라는 것은, 벌일 때 바쁘지 유지할 때는 또 그럭저럭 안 바빠지는 특성이 있다.
“스승님께서 바쁘신가? 보통 이쯤에 서신을 보내시는데. 조용하네.”
소림이라면 정파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거대 정파 아닌가.
거기서 서신을 못 보낼 상황이 얼마나 있을까.
허나, 조용하다.
대체 뭘 하고 계시는 걸까.
‘뭐, 됐다. 내 일이나 하자.’
지금 진천희에게는 유능한 행정 전사들이 많다.
특히 개조 인간으로 거듭난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업무 처리량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기도 했고.
요리 대회를 선언하고 벌써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제 경기장도 거의 다 지었고 대회 자체가 열흘 후로 성큼 다가온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게 남은 시간.
진천희는 오랜만에 휴식을 가지기로 하고. 백린의각을 나와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황구도 뇌진도 없이 혼자군.’
백환후의 아이들이 백린의각 본산으로 견학을 왔다.
말이 견학이지, 무예 쪽에 뜻이 있는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영약을 주고 내공을 수련시키는 과정.
분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직접 불러와서 하고 있다.
‘어디서 어떤 무학을 익히든 모두 백린의각의 아이들이라는 뜻이겠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뿌리가 중요한 강호에서는 이런 것도 꽤 중요한 세리머니니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가냐면 황구에게 달려간다.
황구는 자신과 놀아줄 많은 아이들이 좋…지만 싫기도 한 것 같다.
뇌진은 진즉에 자식들과 함께 놀러 나갔고, 진천희는 그런 황구를 안쓰럽게 바라봐준 후.
…튀었다.
컹컹컹커어엉!
‘이 배신자!’란 말이 순간 들렸던 것 같다.
음, 하지만 환청이겠지. 개가 어떻게 말을 하겠어. 암!
그렇게 황구는 백환후에서 갓 무공 배운 아이들의 보모가 되어 주었고.
치사한 으른 진천희는 가게를 하나 찾아서 들어간다.
“어디 보자……. 오늘은 열었나.”
주인장이 자기 마음대로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는 곳이다 보니 힘들다.
‘특히나 요즘은 왠지 내가 가는 날만 맞춰서 귀신같이 닫는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암. 설마하니 나 하나 피하려고 가게를 닫고 있겠어.
‘취미로 하는 가게니까 그런 거지.’
본업은 땅 부자다.
그것도 백린현이 되기 전부터 땅을 가졌던 사람.
꽤 무리해서 확장했다고 하던데 파산 직전에 진천희가 백린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죽다 살아난 것.
생각해보면 당시 백린의각이 커지면서 주변 상권도 자라나기 시작했으니 예측을 못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것만 보고 진짜로 뛰어드는 건 또 다른 문제지.
그런데 그걸 해냈고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백린군에서 가장 비싼 땅에 건물만 세 채를 가지고 있고, 두 번째로 비싼 곳에는 일곱 채를 가지고 있다.
현대로 치면 강남에 빌딩 세 채, 홍대에 빌딩 일곱 채를 가진 떼부자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상태에서 취미로 가게를 하고 있으니 싫으면 언제든 닫아버린다.
결국 아쉬운 건 이쪽이지.
딸랑-
가게 문을 여니 유호 모양 방울이 울렸다.
“어서 옵쇼!”
‘오우, 오늘은 열었군.’
가게 주인은 진천희를 발견하더니 재빨리 시선을 돌린다.
‘음, 주인장이 무뚝뚝한 것도 마음에 들어.’
유독 자신에게만 더욱 과묵한 느낌이 들지만 괜찮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손님과 주인의 관계로 만나고 있다고 한들, 하늘 같은 태수 아닌가.
살갑게 대하는 게 더 이상하다.
“주인장, 여기 버터 간장 계란 볶음밥 하나!”
“……예이!”
오우, 이제는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군.
어차피 메뉴가 하나뿐이니 뭐 상관없나.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 오면 왠지 고향 생각이 난단 말이지.’
지구와는 다른 인테리어, 모든 것이 한글 하나 없는 한자로 쓰여있지만 그래도 왜일까.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데가 있다.
거기다 여기 맛도 그렇고.
진천희는 눈을 감고 지그시 버터와 계란의 향을 느낀다.
‘하, 여기에 케첩만 얹으면 딱인데……. 그것까지는 너무한 요구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진천희 앞에 버터 간장 계란 볶음밥이 완성된다.
탁-
“맛있게 드십시오.”
“고맙습니다.”
주인장은 진천희와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쌩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역시 수줍음이 많으시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한입.
‘크윽, 진짜 맛있군.’
별거 안 들어갔는데도 맛있다. 특히 버터와 계란이 이렇게 궁합이 좋은데 심지어 느끼하지도 않다는 게 더 충격이다.
‘계란물은 완숙이 아닌 반숙으로 남겨서 촉촉함을 남겨두는 게 이 집의 특징이지.’
그렇게 하루의 행복을 즐길 때 다시 딸랑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익숙한 발소리.
‘어라? 이 소리는?’
고개를 돌리니 그 자리에는 사마현이 웃고 있다.
“형~ 점심 먹는 거야?”
그리 말하더니 진천희 앞에 털썩 앉았다.
오늘은 변장도 하지 않았고 특유의 연극 톤도 없다.
하지만 알고 있다.
사마현의 천변검만공은 변화보다는 중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변하든 그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마현은 오랜만에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으로 진천희를 마주했고, 진천희는 예전과 똑같이 사마현에게 답한다.
그게 천변검만공이라는, 엄연히 말해 마공에 가까운 이 무공을 익힌 동생에 대한 예의니까.
“오랜만이야, 현아. 여기는 웬일이야?”
그리고 이 넓은 백린군에서 날 어떻게 찾은 거냐고 물어보려다가 그건 참았다.
현이야 하오문이 있는 한, 모든 곳에 그의 눈과 귀가 있을 터이고.
이런 질문은 또 자칫 스토커 취조 같지 않나.
사마현이 말했다.
“본문의 일 좀 처리하고 짬이 나서 놀러 왔지. 혜아 얼굴도 좀 보고~”
“그랬구나. 하오문 일은 잘 처리했어?”
“음~ 급한 거 봉합은 했달까나. 마교랑 손잡으려는 놈들이 있었거든~”
“마교라……. 요새 마교 활발하게 움직이네.”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한입 더 먹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듣기로 마종육가의 전대 가주들이 나타났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면 놀라운 일이지~ 나이가 이백 살은 족히 넘었을걸?”
“와……. 그거 살벌한 이야기네.”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과거에 봤던 그 이상한 말투의 인간을 떠올렸다.
천마의 전언을 전하러 왔던 자.
그리고 동시에 하나 더.
‘일전 심혼귀령가의 부가주 주영영이 남궁운의 손에 죽었지. 그렇다면 이제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전대 가주가 새로운 가주가 되겠구나.’
사마현이 식사를 시킨다.
“주인장, 이쪽도 버터 간장 계란 볶음밥으로!”
“예이~”
사마현도 형과 똑같은 명칭으로 부른다.
대체 언제 그걸 외운 걸까.
주방에서 부지런히 화과를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탁!
이윽고 사마현의 앞에도 그릇이 내려앉는다.
사마현은 흥얼거리며 한입 떠서 입에 넣었다.
“형, 이번에도 재미난 일 했더라.”
“음?”
“신공절학을 뿌리고, 이번에도 사천당가에서 독공을 뿌리는 걸 도와주었다고 들었어. 듣고 엄청 감탄했다고~”
“크헤헤헷!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리 말하며 쑥스러운 듯 뒷목을 긁적였다.
사마현이 말했다.
“내 참, 그런 걸로 쑥스러워하는 건 형밖에 없을걸?”
“사람을 살리려면 뭔 짓을 못 하겠어.”
“형은 그렇긴 해. 혜도 그래서 살았지만……. 사천당가 쪽은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둘 거야?”
“저쪽도 먹고살아야 하잖아. 그리고 내가 제안한 것도 아냐. 당 가주님이 장사 수완이 대단하시더라.”
“그건 그래. 그래서 오독문 후처리할 때 우리 쪽에서 뜯어먹는 게 좀 힘들었어.”
사업 이야기.
다른 사람들이 사마현에 대해 생각할 때는 언제나 진실과 거짓이 조금씩 섞인 말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고, 그 고통을 즐기는 놈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여우, 즉 호리(狐狸)란 별호가 붙은 거고.
그건 강호 사람들이 사마현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사마현은 그 강력한 무위만큼이나 간계에도 능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진천희가 보는 사마현은 의외로 정직하고 건실한 청년이다.
잔혹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파로서 본보기를 보일 때뿐.
‘사사롭게 양민을 괴롭힌다거나 하는 일은 없고, 아니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양민들을 도와주고 있지.’
그리고 사마현을 건실한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또 하나…….
“돈 냄새가 난단 말이지~”
강호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사실 사마현은 그냥 평범하게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거기에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감각 있는 이야기를 할 뿐이지.
이 강호 젊은 오너께서 얼마나 더 사업체를 잡아먹고 강해질지 모르겠다.
저 나이에 이룬 걸 생각하면 앞으로는 더 많은 황금을 쌓겠지.
진천희는 그런 사마현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음?”
“아니. 그냥 장해서. 잘 컸어. 현아.”
“!”
그 말에 사마현의 귀가 시뻘게졌다.
“아이고~ 가가, 칭찬도 잘하십니다~”
과장된 말투.
천변검만공의 중심이고 나발이고, 의외로 이런 칭찬은 면역이 없단 말이지.
‘사마현을 죽이기 위해 몰려드는 자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사마현은 의외로 이렇게 여린 부분이 있는 청년이라고.’
물론 아무 칭찬에나 이러진 않을 거다.
아마 동생이나 진천희의 칭찬 정도.
그 외의 놈들이 했다가는 곱게 죽기는 그를 터.
그렇게 먼저 다 먹은 진천희는 차를 삼키며 사마현이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얼마나 쉬다 가려고?”
“음, 대회가 이제 열흘 후잖아?”
사마현의 자색 눈이 빛난다.
진천희가 답했다.
“그렇지.”
공사 현장에 동원된 사람 수가 거의 만 명 단위.
심지어는 강호인도 수백 명 투입된 상태다.
그래서 경기장 만드는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대회는 보고 가려고. 그동안 혜아랑 이것저것 먹고 다녀야 하고. 형도 알지? 어렸을 적에 혜아는 너무 약해서 먹고 싶은 것을 가져다줘도 조금밖에 못 먹었어. 혹은 아예 먹지 못하거나.”
“그랬겠지. 쇠약하면 그래.”
“요새는 잘 먹는 것 같지만……. 일에 치여서 끼니를 대충 먹을까 걱정이야.”
그 순간, 다른 손님이 들어온다.
딸랑.
손님이 실수로 사마현의 의자를 툭 쳐버리고, 사마현이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아이고.”
진천희가 주우려는 순간.
사마현의 눈에 금빛이 돌고.
숟가락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허공섭물……? 아니야.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숟가락을 쥐고 있는 듯한 기척인데.’
이것은 진천희도 모르는 형태의 무공이다.
그건 무척이나 괴이한 일이었다.
진천희는 황궁 비고를 털어본 자.
그런 자신도 못 알아볼 정도의 무공이라면 그 연원을 짐작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니까.
“와, 큰일 날 뻔했네.”
사마현이 나른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본다.
“……과… 광면……호……. 히이이이익!”
근육질 무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로 문을 닫고 나간다.
진천희가 말했다.
“현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또 강해졌구나. 아니, 그리고 남의 장사를 이렇게 망치면 어떡하니?”
“아니, 형아. 나는 지금 웃어준 것밖에 없습니다요~ 자기가 놀라서 도망치는 것까지 어떻게 하라고.”
“이런 식으로 하나둘 손님 내쫓다가 이 집 장사 망하면 어쩌니.”
“아니, 난 한 게 없다니까~”
사마현은 억울하다는 듯 다시 말하더니 금전 한 냥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한 끼 식삿값으로 과한 돈.
“혹시, 제가 잘못한 건가요~? 주인장?”
“아, 아닙니다! 어차피 취미로 하는 장사니까요. 손님,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너무 과하게 긴장했는지 마지막에는 말투까지 바뀐 거 같은데.
‘아이고……, 우리 이러다 진상으로 보이는 거 아니야?’
왠지 식당 주인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진천희가 말했다.
“안색을 보니 가슴에 울화가 쌓여 있나 봅니다. 괜찮으면 진맥이라도 봐 드릴까요?”
“?!”
천하제일 신의의 제안.
보통이라면 기뻐서 바로 달려올 터. 그런데 주인장 반응이 좀 이상하다.
주인장이 당황하자, 사마현의 눈이 수상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