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29
제 1029화
“무슨 말씀인지 소인은 모르겠습니다요~”
그것도 잠시.
사마현은 가면을 쓰고 능청을 부렸다.
그 말에 진천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마현의 마음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그림자를, 어둠을 감춘다.
“음? 은공. 무슨 일 있어요?”
사마혜가 눈을 날카롭게 뜬다. 그리고 난처해하는 사마현의 기척도.
결국 진천희는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두 번 연습한다고 나오는 맛이 아닌데, 이거…….”
사마현이 말했다.
“객잔 운영하려면 요리도 좀 잘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천변검만공을 수련하면 숙수들의 움직임도 따라 할 수 있다구? 금혈방에 소속된 황룡대숙수도 있으니까~”
“아니. 황룡대숙수씩이나 되면서 왜 금혈방 밑에서……?”
이번 대회처럼 요리의 지분 얼마를 때어주면 모를까.
현대로 치면 비비Q 치킨집 점장으로 미슐랭 스리 스타 쉐프가 있는 셈 아닌가.
그것도 풀로 프랜차이즈 당겨서 하는 셈.
본인에게 레시피가 있는데 굳이 이걸 할 필요가 있나?
그동안의 요리 인생에도 치욕 아닌가?
그런데 사마현이 말했다.
“도박에 미치면 그렇게 돼~”
“아… 그렇구나……. 도박은 역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야.”
“그렇지. 황룡대숙수든, 대문호든, 결국 도박에 빠지면 노예가 될 뿐이야. 뭐, 나야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나름대로 대우를 잘해주는 편이지만 다른 흑도 쪽으로 들어가면 그때는 답이 없지.
요리에 아편을 타야 할걸?”
“……?!”
진천희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사마현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강소성에서는 그런 일 없습니다요. 하지만 때로는 흑도들이 그렇게 사람을 써먹을 때가 있어. 그렇게 끌려간 숙수들은 독 맛을 감추고 요리를 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사람을 죽이는 거야?”
“……먹는다는 행위는 사실 꽤나 치명적인 일이라고.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내 내장 속에 넣는 거잖아. 그걸 다들 잊고 있어. 심지어 오래 굴러먹은 강호인조차도 배고픔 앞에서는 잊어먹고는 하니까.”
문득 진천희는 과거 사마현이 형을 강제로 재우기 위해 음식에 수면제를 탔던 기억이 났다.
당시 진천희에게 수면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고, 황구도 동의한 일이라고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형의 식사에 약을 타는 게 정상적인 인간이 할 짓은 아니지.’
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내아우는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변검만공의 광기가 그를 잠식하려 하고 있다.
역시 마공은 마공이다.
제아무리 다른 마공들보다 안정적이라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부분에서일 뿐.
정신 쪽으로는 스스로를 잊어버리고 이곳에서 함께 춤을 추자고 속삭였다.
나락은 왜 이다지도 달콤한지.
뚜득-
사마현은 장갑 낀 손마디를 꺾어 소리를 낸다.
그곳으로 가면 안 된다.
백천군이라고 하였나.
자신의 메아리는 그곳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있을 터.
놈이 어느 진창에서 구르든 알 바는 아니다. 그것은 사마현의 또 다른 가능성일 뿐, 자신의 미래는 아니니까.
“현아.”
소리 나는 곳으로 눈을 살짝 뜨니 형의 푸른 눈이 보고 있었다.
이윽고 사마현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응?”
형은 곧은 눈으로 아우를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상담할 게 있으면 이야기해.”
“…….”
천변검만공의 광기는 다른 광기와는 다르다.
그저 다른 존재가 되고, 나를 잊어버린다는 것에서 나오는 광기.
강호에서 말하는 심마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형이 뿌리고 있는, 그리고 사마현도 같이 뿌리고 있는 무량연화범심공으로는 도통 해결이 안 되는 문제였다.
허나, 경지를 낮출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죽는 건 자신일 테니.
하오문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곧 범의 등에 탄다는 뜻.
그보다는…….
“아무리 봐도 이걸로는 부족해서 더 만들까 고민 중이야. 형~”
역시 형에게 이 어둠을 고백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형이 사마현을 다르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허나, 눈앞의 등대에 진흙을 묻히고 싶지 않으니까.
이 순간은 사마현의 보물이고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이 순간이 소중해서, 너무 소중해서.
사마현은 바보가 되기로 했다.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는 바보.
‘광기가 조금이라도 닿을까 걱정이 되니까.’
형은 눈을 두 번 깜빡인다.
현원전단신공은 푸른 눈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오우, 그래?”
평범한 대화.
방금의 답에서 파악한 변수가 많을 텐데도 형은 짐짓 평소처럼 대한다.
억지로 겁박을 해도 쉽사리 진실을 내놓을 아우가 아니라는 걸 아는 건지.
진천희도 사마현과 함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사마혜는 먹기 담당이다.
그때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무월이 들어왔다.
“소각주님, 우승 축하드립니다. 사마 당주께서도 여기 계셨군요!”
“와……. 들어와요. 들어와요.”
진천희가 맞이하자, 무월이 들어왔다.
무월이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유호가 들어왔다.
“음? 뭡니까. 여기서 놀고 있었던 겁니까.”
“유호오오! 유호호호호호! 나 그렇지 않아도 육회 준비했다!”
육회란 말에 마지못한 척 유호가 앉았다.
어쩔 수 없다. 소를 통째로 잡아먹어도 육회의 그 느낌은 나지 않았으니까.
그 맛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맛이고, 그의 신관이 공양했을 때 나오는 진미(眞味).
그것을 거부할 ‘존귀한 자’는 없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알딸딸하게 취한 추나당주님이 들어오셨고, 하나둘씩 사람이 늘어났다.
왁자지껄 소리 지르는 의각 사람들을 보며 진천희가 작게 웃었다.
“어째 작은 연회가 되어버렸네.”
“잘됐지. 형~”
결국 형제는 둘 다 쭉 몸을 풀었다.
함께 요리를 하자는 신호.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
살면서 이렇게 오롯이 축하만 할 일이 얼마나 있던가.
의원은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 * *
그렇게 요리 대회가 끝났다.
유호 냉장고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강소성의 부호란 부호들은 모두 한둘 정도는 장만했지.”
“그 작자들은 소빙정도 손에 넣을 수 있으면서 욕심도 많네그려.”
“흐름에 동참하려는 것 아니겠나. 거기다 어지간한 객잔들도 전부 유호 빙고를 사려고 하니 이만한 일이 어디 있겠소?”
“음, 하긴 빙호 빙고는 소빙정에 비할 가격인 아닌 데다가 금혈방에서 적극적으로 할부도 하고 있으니 다들 구미가 당길 만하군.”
“양민 가정집에도 하나둘 들어간다고 들었네.”
강소성을 넘어서 주변 지역에도 급속도로 팔리기 시작했다.
중간 유통은 표국으로 이름이 높아진 공손세가와 특히 할부를 뿌리고 있는 금혈방에서 맡아서 하게 되었다.
강소성 남경.
주왕부의 거점이며 강소성의 성도이기도 한 대도시.
제국에서 두 번째로 발전한 대도시이기도 했다.
그런 남경에서 요즘 유명해지기 시작한 객잔 중의 하나로 남경객잔이 꼭 들어간다.
여기서도 업소용 유호 냉장고를 주문했다.
업소용 유호 냉장고는 크기가 아주 크다! 그리고 냉장력이 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지.
안에 들어있는 액체가 소빙정보다는 못해도 꽤 서늘한 냉기를 뿜는다 들었는데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는 기밀이라고 한다.
이것 때문에 수많은 세가들이 이 액체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빙고를 뜯고 있다고.
‘우리 같은 평범한 객잔에서는 알 바 아니지만.’
아무튼 그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더니 숙수가 보란 듯이 모두의 앞에서 고기를 썰어 보였다.
서겅-
고기의 탄력. 그리고 향이 틀림없는 신선한 고기!
숙수가 말했다.
“도축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상하지 않았다니. 대단한걸?”
“이 가격으로 이 정도의 물건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다른 객잔에서 서둘러서 산 이유가 있지요.”
이거라면 고기도 채소도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어디, 한번 시험 삼아 만들어보세.”
숙수는 그걸로 홍소육(紅燒肉)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파육과 비슷한 요리로, 온갖 야채와 향신료와 물엿, 또는 설탕을 넣고 한번 볶아서 씌우고는 닭 육수에 푹 졸이는 요리다.
이때 쓰는 향신료와 육수는 동네마다 다르다.
그래도 맛있다.
애초에 동파육도 시인 소동파가 이 홍소육을 변형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대로 만든 홍소육을 밥 위에 얹어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숙수가 요리를 지글지글 만들고 있자 주방 식구들이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와, 향이 너무 죽이는데?’
그때 주문이 들어왔다.
“마파두부 두 접시 왔습니다요!”
점소이의 말에 주방장은 마침 완성한 홍소육을 그릇에 담아 놓고는 마파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유호 빙고에서 두부를 꺼내니 그 탄력도 신선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와, 끝내주는군.’
칼로 두부를 써니 그 절단면에 탄력이 있어서 당장이라도 한입 베어 물고 싶을 지경.
이걸로 마파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차르르륵!
매콤한 향이 사방에 튀어 오른다.
그렇게 마파두부를 순식간에 두 그릇을 만들고 홍소육을 먹으러 돌아보니…….
“어디 갔지?”
빈 그릇이다.
주방 식구들 입에 홍소육 조각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아니, 그걸 못 참고 다 먹어?”
“그럼 그렇게 윤기 나는 놈을 가만 놔둡니까? 고기에 대한 실례입니다.”
“맛있었냐?”
그 말에 주방 식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중독될 거 같던데요? 제대로 차갑게 보관이 되니 육질부터가 다릅니다. 농담 안 하고 갓 도축한 거 같아요.”
“맞아요. 채소는 어떤지. 아주 그냥 갓 잘라 온 거 같아!”
“그놈들 참 과장은.”
홍소육을 몰래 훔쳐먹은 건 짜증 났지만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었다는 저 반응이 기분이 좋다. 절로 어깨가 으쓱여졌다.
‘이거 절대 옛날로 못 돌아가겠군.’
유호 빙고가 있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바로 어제인데도 기억이 안 날 지경이다.
다른 숙수들이 왜 입 모아서 유호 빙고를 찬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혁명이다!
* * *
유호 빙고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덕분에 요사이 공손세가와 금혈방.
둘 다 돈을 갈퀴로 벌어들이는 중이다.
특히 금혈방은 넘쳐나는 돈으로 낭인도 대거 고용하고, 진천희를 흉내 내서 고아들을 대량으로 모집해서 세력도 불리기 시작했다.
물론 일전에 하오문이 고아를 사서 일을 시키던 것과는 좀 다르다.
여기는 금혈방 산하. 절강성에 위치한 금혈 보육원.
아이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보육원 교사가 돌아다니면서 말했다.
“시험에서 떨어진 녀석들은 전부 무공 수련반으로 가는 거다. 알아들었냐?”
“예에에에!”
금혈 보육원에서는 백환후를 모방해서, 어렸을 적부터 교육을 시킨다.
다만 백환후처럼 맞춤형 교육 과정까지는 만들지 않았다.
일단 모두 공통적으로 글을 배우는데, 여기서 적성을 보이지 않는 녀석들은 바로 무인 양성 코스로 직행한다.
그다음에는 산수와 경영학에 대해서 익히는데, 여기서 성적이 조금 떨어지면 역시 무인 양성 코스로 보낸다.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혈 보육원에서는 돈을 잘 벌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
실제로 상인이 돈을 잘 벌 확률과 삼류 강호인이 돈을 잘 버는 확률이 너무 다르기 때문.
세가에서 태어났거나 타고난 체질이 남다르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일단 돈을 벌려면 글을 알아야 하고 산술을 배워야 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다.
“결국 무시 안 받으려면 돈 버는 게 제일이긴 하지?”
“돈이 최고 아닌가?”
“그렇지. 성인 되면 여기 나가야 하니까 그 전에 밑천 잡을 수 있게 기틀을 잡아야 할 텐데.”
아이가 하는 말치고는 조숙하고 세속적이다.
백환후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백환후의 경우 가난한 강호인의 자식이나, 은원으로 인해 양친을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쪽은 그런 사연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금혈 보육원은 강호인을 동경하기보다는 현실주의적인 아이들이 많았고, 그런 고아를 육성해서 금혈방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관리직, 혹은 상인으로.
공부 못하는 녀석들은 전부 무공 수련반으로.
물론 무공 수련이라고 해도 백린의각에서 가르치는 신공절학과는 조금 다르다.
사파의 무공.
물론 사파의 것이라고는 해도 과거 무제가 남겨둔 신공절학의 일부에 진천희가 남긴 무량연화범심공이 합쳐져 안정성은 이루 말할 수는 없다.
“흥. 나는 천하십육대고수가 될 거야. 이런 시험 볼 필요 없지.”
어딜 가나 반골은 있는 법!
그때.
아이들 중 한 명.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가 두 개나 더 큰 체구를 가진 소년이 시험지를 덮어 버리고 팔짱을 꼈다.
보육 교사는 그걸 힐끔 보더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본인 진로가 확고하다면 혼을 낼 필요는 없다.
백환후 쪽과는 달리 선생님들이 더 냉정한 편이다.
그리고 잠시 후.
시험이 끝났다.
그리고 소년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그 옆으로 여자아이 하나가 따라붙었다.
이 둘은 더 어렸을 적에 옆집에 살았던 사이다.
둘 다 전염병 때문에 부모를 잃어버린 후 이 금혈 보육원에 들어왔는데, 옆집에 살았던 인연 때문에 지금도 단짝이다.
“정식이 너 또 시험지 백지로 냈어?”
“어차피 나는 무림 고수가 될 거야. 그러니 상관없어. 무공 수련반에서도 내가 최고라고. 그러는 너는?”
“나야 시험 잘 봤지. 나는 백린의각 항주일혜처럼 의원 될 거니까.”
“의원이라…….”
금혈 보육원은 상인만 배출하지 않았다.
의원도 배출한다. 그리고 금혈 보육원에서 의원이 된 아이들은 백린의각의 산하로 들어간다.
그리고 보육원에서 살면서 쓴 돈을 빚으로 갚는다.
그 액수가 크지는 않다. 그리고 독촉하는 것도 아니고.
진천희가 과거 백환후에 이야기했던 세 번의 은(恩)을 변형시킨, 어디까지나 후원금에 가까운 형태.
하지만 얼마 전에 처음 독립했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리를 잡고 그 돈을 보낸다.
다음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들처럼 어릴 때 들어온 것도 아니고, 어른이 되기 전에 잠깐 의탁한 것뿐인데도 그랬다.
그러니 자신도 어른이 되면 그러고 싶다고 아이는 생각했다.
“그래. 의원 해라. 항주일혜 정도로 훌륭한 의원이 되면 좋지.”
사마혜는 항주의 별이자 이런 금혈 보육원 아이들의 별이기도 했다.
현대 지구도 마찬가지지만, 강호는 더 했다.
부모 없는 아이가 체질이나 기연으로 천하 고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밑바닥부터 공부를 하여 성공한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
“백린의각 의원 하면 돈 많이 벌잖아.”
“엄청나게 공부 많이 해야 할걸?”
“평생 해야 한다고 듣긴 했어. 하지만…… 그래도 해볼래.”
별은 멀리 있어도 반짝인다.
소녀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그렇게 진천희가 던진 또 다른 돌이 강호에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또한 하오문은 원래 본진이 없이 전국구로 노는 집단이었지만.
절강성에서 그 세력을 아주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도 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다시 하오문의 힘이 될 것이고.
조만간 절강성은 하오문의 영역이 될 터였다.
그게 사마현이 광기와 싸우면서 벌이고 있는 일 중의 하나.
강호에 베풀고 있는 세 개의 은(恩)중 하나였고.
“그러고 보니 소문주님이 얼마 전에 왔다 갔지?”
“응. 늘 변장을 하셨는데 오늘은 평범하게 왔다 가셨어.”
광기가 커질수록 사마현은 더욱 억척스럽게 스스로의 본질에 집착하고 있었다.
작은 변장도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다. 그러다 스스로를 놓치는 순간 순식간에 광기의 물살에 쓸려 들어갈 테니까.
오래전, 항주 벼랑 끝에서 형과 나누었던 약속.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혹시… 아프신가?”
소녀는 진실을 관통했다. 그 어떤 논리도 지식도 없이 그저 육감만으로 관통한 소녀는 말 그대로 의원이 될 재목이었다.
“그게 말이 되냐?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데 의방 갈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소년의 말에 소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못 느꼈나 보다.”
세 개의 은(恩) 중 하나.
여기 꽃 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