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37
제 1037화
공손영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백호당은 공손영 직속의 무력 단체. 그 숫자는 육백 명이나 된다.
그리고 고용한 낭인이 다시 육백 명.
무려 일천이백의 숫자.
모용세가의 주력 사업장 중 하나가 자리한 도시에 진입해서 혈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후, 간다아아앗!”
공손영은 가장 선봉에 앞장서서 덤벼오는 모용세가의 무인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만들어낸 검기는 그 길이가 무려 일 장(약 3m)이 넘었고, 그 검기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들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태양지체가 만들어낸 극양의 검술이 사방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린다.
그러나.
“키히히힛!”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
“그륵, 그르르르륵!”
보통 팔이 날아가면 의원을 먼저 찾지, 싸울 생각을 못 하는 게 정상 아닌가.
허나 그들은 팔이 날아가든, 내장을 찔리든 고통을 잊은 채로 공격해왔다.
심지어 다리가 반대쪽으로 꺾인 무인은 그렇게 꺾인 채로 덤벼오는 게 아닌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요즘 돌아다닌다는 기괴한 단약 때문인가?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적의 숫자는 공손영이 이끄는 전력에 비해서 많이 적다.
공손세가에서 전력을 집중한 것과 다르게, 모용세가는 자신들의 사업장을 지키려고 분산을 해 두었기 때문.
게다가 공손영만큼 강한 무인이 그쪽은 부재했다.
‘책사로서의 통찰은 언니, 아니 공손 가주가 압도적으로 높다.’
공손영이 선두에서 뚫어내자, 상대의 진형은 그대로 와해되기 시작했고.
“키힛? 죽어? 죽어어어?”
아무리 이성을 잃고 광전사처럼 달려든다고 해도, 이쪽은 머릿수를 이용해 검진을 제대로 지켜 내고 있다.
허나…….
“누구도 항복을 하지 않는 건가?”
“네. 검을 버리는 이가 없습니다. 아니 그 전에, 대화가 통하는 이조차도 없습니다!”
미쳐가는 상황 속에서 공손세가도 당황한다.
“그렇다면 목을 쳐라!”
상대는 단 한 명도 항복하지 않고 결국 전부 죽임을 당했다.
죽어 가는 와중에도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사지를 흔드는 그 모습은 공손세가 무인들의 심상에 타격을 주기 충분했고.
“부상자를 옮기고 모두 심신을 안정시켜라!”
이것 외에도 피해는 제법 있다.
미쳐 버린 무인들이 동귀어진의 수법을 썼기 때문.
공손세가의 백호당은 정예라서 그리 피해가 없었지만, 낭인은 제법 피해가 있다.
실력도 들쑥날쑥하고 진법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것도 있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낭인들 몇이 급히 불경을 읊는다.
이 광기를 상대로 정신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 와중에…….
“그렇군. 은인 꼬맹이가 만든 무량연화범심공을 익힌 자들은 상대적으로 심마가 덜 오는 모양이군.”
불가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삼은 무량연화범심공은 이런 이물들을 상대할 때 정신을 억지로 유지시켜 심혼을 지켰다.
원래라면 심혼에 타격을 받고 미쳐서 쓰러져야 할 낭인들이 이성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사파의 마공을 익힌 낭인들도 내공에 타격을 입을 각오를 하고 급히 무량연화범심공의 구결을 읊으며 가부좌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마치 이런 걸 상대로 싸울 것을 미리 예지한 것만 같군.’
다행이었다.
공손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몇 개를 더 격파하면 확실히 모용세가의 전력은 끝나겠지만……. 찜찜한걸.’
누가 봐도 모용세가는 이상하다.
뭔가 정상적인 혈사는 아니었다.
그때 뇌진이 날아왔다.
삐이이익-
하늘에서 전서가 떨어진다.
공손영은 급히 받아서 내용을 열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이게 무슨……!”
그때 공손세가의 총관이었으나 지금은 은퇴한 공손강이 다가왔다.
공손강.
공손세가의 화경에 이른 절대 고수 중 하나.
사실 공손사군에 들어도 될 정도지만 지금은 은퇴하여 원로원에 들었기에 현역이 아니다.
허나, 이번 일은 가문의 명운이 걸렸기에 원로원의 고수들과 같이 참전한 것.
“무슨 내용이오, 당주?”
“숙부님. 진 소각주가 보낸 전언입니다.”
그리 말하며 서신을 보여 주었다.
서신을 읽은 공손강은 침음을 삼킨다.
“모용세가……. 이토록 타락하였는가.”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양민까지 강시로 만든다면…….”
“……전력의 차이가 뒤집어질 수도 있겠구려.”
“예.”
“무인들을 추스르고 이동하겠소.”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공손강이 손을 저었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시오. 당주. 우리가 상대하는 자들은 정파로서의 도의를 버리고 사마외도를 걷는 자들. 당주라는 자가 이리 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 말에 공손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는 저일 뿐. 그리고 숙부님은 숙부님이십니다. 제가 무른 건 사실이나, 그게 명령 몇 번 한다고 더 단단해지지는 않겠지요.”
그 말에 공손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이 짧았소.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
저들이 독하다 하더라도 우리도 똑같은 자가 되려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당주께서는 이 상황에서도 심지가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굳구나.’
공손강은 그런 공손영을 보며 감탄했다.
* * *
진천희와 왕각연은 황구를 타고 곧바로 이동했다.
목표는 모용세가의 본가가 있는 심양.
여기서부터는 책사로서의 판단 결과다.
이대로 적의 잔가지를 공격해서 쳐내다가는……. 양민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
‘본진을 직접 친다!’
물론 아무리 진천희라고 해도 모용세가의 본가를 혼자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나, 치고 빠지기는 충분히 가능하고 남음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모용세가의 움직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여력은 되고도 남는다.
본진이 공격당한다면, 대다수의 병력을 되돌릴 테니까.
게다가.
본가의 방비는 허술할 수밖에 없다.
외부로 이미 다수의 무인들이 빠져나갔으니, 남은 숫자는 아무리 많아 봤자 본래의 삼 할 정도.
‘충분해. 히트 앤드 런 작전으로 게릴라전을 펼치면 돼. 게다가 나는 음공만 있는 게 아니니까.’
이미 운명이고 뭐고 반쯤 뜯겨나간 강호 무림이다.
천기라는 걸 진천희가 손수 개박살을 내고 잘근잘근 가루로 만드는 중이니까.
그럼에도 짐조가 주고 간 전설적인 독의 힘은 어떤 운명을 느끼게 해준다.
‘짐조의 독. 그리고 본래 가지고 있던 현경지독. 이 두 개가 융합한 독성을 진심으로 쓴다면……. 아마도, 도시 하나 정도는 초토화되지 않을까?’
물론 그걸 직접 도시에 대고 쓰는 일은 없다.
끔찍한 생화학 병기나 다름이 없으니까.
핵폭발 후의 방사능 낙진 같은 위력을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런 걸 왼팔에 봉인하고 다니니 절로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중2병이 샘솟으려고 했다.
‘일전에 독의 위력을 줄이는 것도 충분히 연습했었고……. 아주 딱 좋아.’
사천성의 전염병.
그 당시 이미 진천희는 자신의 독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했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다시금 여기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정말 운명적인 어떤 끌림이 느껴질 정도.
황구의 등 위에 앉아서 진천희는 현원전단신공으로 재빠르게 이런 사고 과정을 통해 견적을 냈다.
그렇게 달리기를 2일.
산과 강의 지형을 무시하고 직선거리로 주파하고 있던 두 명의 인간과 두 마리의 영물은 대도시인 심양을 하루 거리 남겨두고 기괴한 지형에 도착하고 말았다.
“이건…….”
이름 없는 야산.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그 형태를 잃고 있다.
산 전체가 버섯으로 뒤덮여 있는 것.
본래라면 푸르게 물들었어야 할 산과 숲이지만, 그 나무들을 뒤덮은 버섯들이 빼곡히 자라나 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기괴함.
“와, 보고 있으니 눈이 돌 것 같다.”
왕각연은 가만히 있다가 결국 구토를 했다.
사마외도의 악의.
그것도 단순히 흑도들이 저지르는 인외마경을 한참 벗어났다.
인간의 악의, 그것보다도 지독한 무언가가 이 자리에 있었고.
그래도 다행히 불가의 정종무공인 파사검법, 심법, 궁술까지 익힌 덕분에 이 광기를 앞두고도 구역질만 좀 하고 끝날 수 있었다.
‘다행히 심마까지는 안 가는군.’
진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천우도 그렇지만, 불가와 도가의 무공은 이런 사특한 것들과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다.
끄으으으-
이윽고 기이한 소리와 함께 버섯의 숲에서 역시 버섯 강시가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금발의 사내가 걸어왔다.
가면을 썼었던 그때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진천희의 눈이 가늘어진다.
“기다리고 있었네. 반선의 씨앗.”
“당신은…….”
“아. 이 얼굴은 처음 보던가? 북해빙궁에서 우리 보지 않았나. 조천군일세.”
“역시 ‘자칭’ 생 제르망이군요.”
“뭐어… 놀라지도 않는군. 설마 처음 본 순간부터 예측이라도 한 건가?”
“……그저 감일 뿐입니다.”
조천군은 역시 그런 진천희가 마음에 들었다.
‘연구자로서 이 정도로 탐나는 인재가 없거늘.’
우리의 연구(?)를 이해해줄 수만 있다면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
조천군이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악은커녕 공격을 준비하는 게 대단하군. 생 제르망. 그래. 그런 이름이기도 하지. 그나저나 이쪽 일에 끼어들 거라고 예측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줄은 몰랐단 말이지.
덕분에 준비가 조금 미흡하지만 이해해 주게나.”
왕각연이 활을 뽑아 들었다.
“노오오옴! 이곳에서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거냐!”
반면 저 궁사는 마음에 안 든다.
딱 봐도 연구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줄글이나 제대로 읽으면 그만일 근육 강호인이다.
“음모라니. 우리 혈선교는 나름대로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다니는 건전한 종교단체일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뿐.”
“악몽도 꿈이라고 하면 꿈이겠고, 거짓도 희망이라 표현한다면 그리할 수 있겠군요.”
“호오, 재미있는 해석이군.”
그 순간.
진천희가 전음으로 신호를 보낸다.
왕각연이 무영시를 엄청난 속도로 쏘았다.
팡!
순식간에 머리에 화살이 박히고 구멍이 난다.
그런데 멀쩡한 게 아닌가?
왕각연이 경악했다.
‘피도 안 나? 그게 말이 돼?’
오히려 그 안쪽에는 사람의 뇌가 아닌 버섯 같은 느낌의 살덩이가 존재해 있었다.
조천군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제법 괜찮은 틈을 노렸군. 아무리 궁사라고 하더라도 사람 눈의 깜빡임과 시선, 그리고 반응속도까지 예측하여 화살을 꽂지는 못할 텐데.
흠. 이런 짓까지 계산해서 할 수 있는 놈은 거의 없지. 일광이 신호라도 준 건가?”
정답.
진천희가 이런 방식으로 순식간에 모용세가의 칠성진을 파훼하지 않았던가.
“…….”
왕각연이 답하지 않자 침묵도 답이라 생각했는지 조천군이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건 이 몸은 연금술사. 옛날부터 호문클루스를 만들기를 즐겨 했었지 않은가. 이것도 마찬가지일세. 주재료는 버섯. 내 연금술과 버섯은 제법 상성이 좋더군.”
“네. 버섯 농장은 잘 보았습니다. 둘이서 의기투합을 하셨군요.”
푸른 시선이 가슴을 찌르니 등골이 아주 오싹오싹하다.
죽음? 비슷하다.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그는 유혹적이었다.
갖고 싶다. 미치도록.
“그렇다네. 십천군 중 둘이 여기에 와 있지. 아아. 우리가 강제로 뭔가 한 것은 없어. 이 모든 것은 모용세가의 의지. 그들은 최근에 공손세가에 밀려서 아주아주 초조해졌거든. 자신들의 가문이 몰락하고 쇠락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야.
자네의 영민한 머리라면 알고 있겠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