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45
제 1045화
모용신은 그 충격만으로 삼 보를 물러났고, 진천희는 충격을 받아 허공에서 핑그르르 회전하여 고양이처럼 착지했다.
“충격을 몸으로 흘려냈구나. 무골이 아닌 몸뚱이를 제법 잘 지켜내는군. 현경에 다다른 무학을 몸이 소화를 못 하니 극한의 기교로 버텨내는 것인가.”
과연 강호 짬이 높은 장문인답게 진천희의 약점을 정확하게 눈치챘다.
“…….”
“거기다 놀라운 속도군. 무골이 아니어도 현경의 무학에 다다르면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단 말인가? 태을단선검법만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거기다 처음 보는 보법이로군. 이름이 무엇이냐?”
무공의 이름은 강호인에게 마치 뿌리와도 같다.
“천뢰신보.”
진천희는 그에게 적으로서 예우를 갖추어주었다.
“놀랍군. 놀라워. 얕본 것을 사과하마.”
스스스슷-
모용신의 전신을 휘감은 강기가 점점 어떠한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저것은?’
그 모습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확하게 백 자루의 검 형태를 갖추었다.
즉.
무형검강기!
‘이것이 모용신의 현경에 대한 답인가.’
아직 진천희는 내리지 못한 답을 그는 내렸다.
현경이 되면 갖게 되는 무한의 내공.
‘거기에, 강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런데 강환이 아니라 강기인 것은…… 아무래도 수 때문이겠지. 백 개의 무형검강기라니…….’
점, 선, 면, 그리고 마지막 공간.
현경에 이르게 되면 이제 세계의 이치를 변화시키게 된다.
강기 하나하나가 산을 부수는 거력을 가졌을진대.
그런 검강기를 백 개나 찍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고, 이걸 정면으로 상대할 놈은 없을 터였다.
‘나 빼고.’
뒤에는 공손세가 사람들과 친우가 있었다.
백 개가 아니라 천 개라고 하더라도 물러날 수 없음이다.
진천희는 왕각연에게 살짝 전음을 보냈다. 다음 계획을 짧게 전달하자 왕각연은.
[알았어.]짧고 명료하게 답한다.
모용신은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 말했다.
“설령 네가 무골이라 할지라도 본좌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본가의 신공절학 현문백검절해(玄門百劍絶解)를 대성한 본좌의 무(武)를 막을 자는 이 세상에 없으니까.”
“글쎄요. 저는 천하삼존 중 무존과 마존, 두 분을 전부 만나 보았습니다만……. 모용 가주 당신이 그분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하! 또다시 요설로 나를 흔들려는 건가. 그렇다면 본좌의 검 아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자꾸나. 현문백검절해 백검통천을 받아 보거라!”
번쩍!
백 개의 검강기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무작위로 뻗는 게 아닌, 서로의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진천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양을 보며 진천희는 깨달았다.
‘검진이구나. 이것은 모용세가의 검진이야.’
다만 사람의 뼈와 살로 만든 게 아닌 그저 의념만으로 만들어낸 검진.
그의 뒤에는 수십, 수백의 모용세가 사람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천 년 역사를 가진 모용세가 가주만이 가질 법한 심상.
그 심상으로 벼려낸 초월심무!
‘도망치면 안 돼. 물러서도 안 돼.’
아무리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두려운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물러섬은 패배를 의미하고, 여기서 진다는 것은 공손세가의 멸문과 이 일대의 모든 도시와 마을이 혈선교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무겁구나.’
그 책임의 무게에 신음하다가 한 가지 진리에 도달했다.
‘이상하게도 압박감 자체는 한 사람의 생명과 다르지 않아.’
내 실수로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중압감.
그런 것은 의원으로서 늘 경험해오지 않았던가.
진천희의 눈이 푸른빛을 뿌린다.
주인의 잔상에 따라 빛은 유성처럼 긴 선을 그린다.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 진천희의 현원전단신공이 움직인다.
“…….”
이번에는 작은 진천희들이 침묵한다.
필요 없다 느꼈기 때문일까?
어차피 어린이 도서관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처음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그때 이미 신호를 보냈었으니까.
그 순간.
청백색 번개가 날아와 백검강기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뇌진!
번개의 속도가 강기들의 움직임보다 빠르기에 가능한 타이밍.
거기다, 번개가 내리꽂힌 그 직후.
그 뒤를 따라 왕각연의 무영시가 날아들고 있었다.
‘그래. 보인다.’
승리를 여는 길이 의원의 눈앞에 펼쳐지고.
의원은 삐걱이는 몸뚱어리로 앞으로 일보 내걷는다.
저벅-
그 순간, 놀랍게도 태을단선검을 뻗어내 열 개의 검영을 만들어냈다.
“내 초월심무를 따라 한다고?!”
“구조가 뭔지는 통찰했으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갓 어설프게 통찰한 것일 뿐. 원본을 상회하는 것은 불가하다!”
그 말에 진천희가 부정할 줄 알았다.
아니라고,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할 줄 알았다.
허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로.
“맞습니다. 흉내는 흉내일 뿐이지요.”
긍정.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수를 놓은 것이지?’
가주 모용신이 이 질문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진천희는 스스럼없이 십검강기를 날려 보낸다.
일차적으로 백검강기의 일부와 태을단선검 십검강기가 충돌한다.
콰과과과광!
폭발이 일어난다.
진천희의 십검강기들이 흩어졌으나, 백검강기도 일부 흩어진다.
모용신은 그제야 깨달았다.
“진형을 무너뜨린 거구나! 그게 목적이었어!”
과거 탄지공을 날려 왕각연과 모용세가의 칠성진을 무너뜨렸듯, 이번에도 백검강기가 펼쳐낸 절초의 검진.
그 검진의 일부를 흐트러뜨렸다.
‘미쳤군. 그것을 손에 쥔 듯이 움직인단 말인가!’
출렁이는 검진의 사이.
의원은 생문(生門)을 찾아내고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전부 피하는 것은 불가(不可).
백검강기 하나가 진천희의 팔을 찌르며 간격으로 깊이 들어온다.
호신강기에 금강불괴의 몸이다 보니 강기에 저항한다.
살가죽은 찢기지만 그 내부의 힘줄이 잘리는 일은 없다.
츠가가각!
허나 피가 흐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옆구리를 스치며 백검강기가 찔러 들어온다.
그것은 허벅지도 마찬가지.
흡사 검으로 된 듯한 파도 위에서 의원은 홀로 헤엄치고, 또 헤엄친다.
빙정검을 뗏목 삼아 저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팔다리.
무학이란 결국 혼자 하는 것, 그것은 생사도 다를 바 없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의원은 고독을 느낀다.
허나, 동시에 지(智)가 전해 주는 전능감도 함께 느꼈다.
극한까지 각성된 인지능력은 급소에 명중할 만한 것은 쳐내고, 피하며 전진하게 만든다.
차자자자장!
검강으로 만들어진 파도를 흰 종이배가 건너고 있다.
보통이라면 한 호흡 만에 갈기갈기 찢겨 붉은 물감을 뿌렸을 터였다.
그러나 모서리가 찢어지고 닳아가지만 그럼에도 파도의 산을 오르고, 오르고, 올라간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자 그만 모용세가 가주는 광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크핫! 크하하하하! 멸문한 제갈세가에도 너만 한 놈이 없었거늘!”
호흡을 조각내자.
시간을 잘라, 또 조각내자.
마침내.
의식을 조각내고, 조각내고, 조각내고…….
조각낸 그 틈에 활로가 열릴지니.
극한까지 가속화된 뇌력(腦力)이 활로를 열어 검강기의 파도를 열어젖히고 있었다.
모용신이 다시 무너진 검강기를 보충하여 검진을 만들었다.
“그래 봤자 곧 죽을 놈!”
무한한 내공이 만들어내는 기적.
허나, 의원은 열 개의 검강기로 응답한다.
태을단선검.
분명 천하제일검법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감은 있다.
허나, 그 진가는 극한까지 제련된 인지(認知)로 심무를 응용하는 데서 나온다!
카아앙!
검강과 검강이 부딪치는데 기묘하게도 쇳소리가 들린다.
의원은 열 개의 검강기를 뻗어 백 개의 검강기를 막아내고, 그 틈을 다시 흔들며 생문을 강제로 열어젖힌다.
의원이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눈이 사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겨울.
겨울의 문.
유호 냉장고.
허나,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시신 하나.
북해빙궁.
지금보다 조금 미숙하고, 지금보다 조금 어리석은 의원의 시신이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곳에 있는 시신.
시간을 돌려 이제는 일어나지 않은 그저 가능성이 되었지 않나.
허나,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결국 심상에 맺힌 죽음(死)을 조금이라도 숨겨냈으니.
자신의 죽음마저 제물로 삼아 의원은 스스로를 감추고 심상을 덮어 조금 더 인간을 살리기로 했으니까.
“미치겠군. 그런 유리 몸뚱이로 세상을 전부 얼릴 생각이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저항도 거기까지다!”
아아, 온다.
다시 검의 파도가 밀려온다.
일보라도 잘못 내디디면 이 파도에 잠겨 버릴 거고, 붉은 피를 뿌리며 죽게 되겠지.
지잉-
빙정검이 낮게 울었다.
검의 파도를 맞서며 의원은 다시 움직인다.
거의 다 넘어간다.
이제 둘의 거리는 불과 일 장(약 3m)!
“그래. 인정하지, 본문의 검진만으로는 이길 수 없겠군. 백 개의 검강기를 무한하게 쏟아부은들 저 무학에는 소용이 없겠어.”
그는 백검강기들을 순식간에 회수한다.
백검강기들이 살아있는 듯 하나로 모여들어 하나의 아주 눈부신 검이 되었다!
강환지검!
강기를 능가하는 강환.
그것을 검의 형상으로 빚어냈다.
강환지검이 완성되자마자 진천희의 솜털이 곤두섰다.
그것은 본능.
몇 번이나 죽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예리한 본능 같은 것이었다.
‘저건……. 못 막는다!’
진천희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광소를 지으며 모용신이 강환지검을 뻗어냈다.
“제아무리 지(智)가 극에 이르렀다고 한들 결국 무(武)에 이를 수는 없는 법. 방금 보여준 묘리는 대단하였으나, 그렇다 할지라도 본가의 벽을 넘는 것은 불가하다. 이제 죽어라!”
강환지검이 날아온다.
허나, 기묘하게도 진천희의 표정은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그는 비록 지(智)는 무(武)에 닿지 못한다 이야기하나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강대한 짐승을 상대로 싸워 승리하기 위해 창을 만들고 도끼를 만들고 화살을 만들었다.
그것을 휘두르는 것이 무(武)라면, 그것을 태동시킨 것은 지(智)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것은 결국 무(武)도 지(智)도 같은 말 아니겠나.
‘어찌 보면 바둑의 초읽기와도 비슷하지.’
그저 찰나의 시간에 상대의 수를 읽고 내 수를 짚어내야 한다.
진천희는 기다렸다는 듯 왼팔을 뻗는다. 그것도 강환지검을 향해서!
‘설마 미친 겐가?!’
모용신이 그리 생각할 만했다.
허나, 그 왼팔에서 왈칵 쏟아져나온 것은 새카만 무언가.
그저 세상의 모든 암흑을 품고 있는 듯한 검고, 검은 무언가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현경지독.
‘그것을 강기화한다.’
진천희는 현경이 아니다.
원한다면 가능하겠으나, 아직 자신만의 ‘심상’을 완성하지 않았다.
현경을 열어젖히기 위한 ‘답’을 완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몸속에는 현경의 무리(武理)를 품고 있지 않았던가.
본래도 원액 그 자체는 무시무시하고 지독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바닥에 닿으면 닿는 것만으로 그 산의 모든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놈.
진천희는 운명을 느낀다.
오행상극독이 현경의 독이 되고, 짐조의 독마저 삼킨 이 왼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살아남기 위한 모든 안배가 아니었을까?
의원은.
죽음을 본다.
가뜩이나 몸속에서 오행합벽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독기까지 발출하고 있으니 뇌수가 타버릴 것 같았다.
‘크으으으윽!’
온몸이 타들어가고 찢겨나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그것을 제어해낸다.
강환지검과 현경지독강기가 서로 입을 맞추었다.
쿠구구구구!
놀랍게도 둘의 힘은 그야말로 백중세.
서로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길항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모용신이 경악하며 말했다.
“아니, 어찌 이게 가능한 거지?!”
“당신은 강해. 지금까지 싸워 온 적들과 비교한다면 손에 꼽을 정도지. 앞으로도 이런 상대를 몇이나 더 볼지 두려울 지경이야. 하지만…… 현원전단신공을 너무 얕봤어. 아니, 지혜를 얕보았지.”
현원전단신공은 인지(認知)를 가속한다.
천하를 관통한다는 모용세가의 검이나 뇌전으로 천하를 제압하는 남궁세가의 제왕검, 사람이 철이 되고 의념이 되어 어떤 자든 반드시 막아낸다는 소림의 백팔나한진.
그에 비해 그저 인지(認知)를 가속하는 것은 일견 소박해 보일 수도 있겠다.
아예 자아를 둘로 나누어 음과 양으로 무학을 펼치는 양의심공이 좀 더 낫지 않나 싶을 거고.
‘하지만 다르지. 인지(認知)가 가속이 된다는 것은 반대로 세상이 느려진다는 뜻이기도 하니.’
이 진의를 아는 자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특히 제갈세가 전체가 화를 당한 후에는 더더욱.
진천희의 입에서 울컥 피가 쏟아진다.
허나, 동시에 현경지독의 강기가 강환지검을 부수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게 아닌가.
“무한의 내력을 상대로 이게 어찌!?”
“쏟아내는 사람의 역량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비록 단전에 바다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수도관이 좁으면 의미 없는 것이지요. 음……. 이렇게 말하면 여기 분들은 못 알아들을까요? 백린군에서는 이제 알아듣는데 말입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다시 피를 토한다.
독이 배어 있는 새카만 피.
오행합벽을 터뜨리고 있던 몸뚱이에 현경지독까지 풀어버리니 이제 몸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네놈은 그런 몸, 그런 넝마짝 같은 몸뚱이로 감히 나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느냐!”
“……”
대답할 기력 따위는 없다.
독기가 밀려오는 게 느껴진다.
오행상극독을 써서 가라앉힐 기력은 없다.
‘막지 못하면 죽는다.’
자신, 이곳에 모인 공손세가의 모든 무인들.
친우인 왕각연과 공손영까지!
‘아아, 이번이 내 또 다른 죽음이 아니기를.’
살고 싶다.
빌어먹게도 살고 싶었다.
다시 대가를 치르고 살아날 수 있음을 아는데도 죽는 건 여전히 두렵다.
다행이었다.
아직은 ‘사람’이다.
의원의 공포는 조금도 마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자.
모든 것을 걸고, 이 심상을 걸고.
그리고…….
‘지금, 현경으로 각성한다.’
우우우웅-
심상이 발아한다. 이미 필요한 조각들은 모두 모였다.
그 사이에 마지막 조각이 달칵, 들어간다.
‘살고자 하는 마음.’
죽음에 대한 인간 본연의 공포.
의원의 주변 풍경이 변화하고 마지막 깨달음에 닿아 심상이 모여 현경이 된다.
‘이게 현경인가.’
마침내, 허공에 떠 있던 두 개의 강력한 힘이 일그러지며 대폭발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