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57
제 1057화
‘오,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도는데?’
고오급 주점 스타일이다.
그것도 유통 몇 번 거친 게 아닌, 거의 도축업자만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신선한 소고기와 갓 튀긴 유부와 어묵이 함께할 테니 그 맛은 현대를 뛰어넘겠지.
하는 김에 육회 유부 초밥도 괜찮을 성싶었다.
고소한 참기름의 향을 극한까지 살려본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거기다 인간은 기생충 때문에 못 먹는 소간도, 요괴들은 먹을 수 있지 않나.
소간을 이용해서 만들어 주면 상당히 좋아할 것 같다.
‘좋아. 해보자.’
그렇게 녹력에게 육회 유부 말이와 육회 초밥, 거기에 어묵탕까지 해서 건네주었다.
그러자 녹력은 의심 가득한 얼굴로 진천희를 바라본다.
“지난번 매운 닭고기 찜도 잘 먹었습니다만.”
“응, 이번에는 육회니까 한번 잡숴 봐요. 먹어 보고 만약 별로면 다음에는 다른 걸로 대접할 테니.”
“존귀하신 분께서는…….”
“아, 유호는 따로 주었어요.”
유호는 겸상을 안 좋아한다.
눈치를 봐서는 녹력과 그리 친한 것도 아닌 듯하니 따로 줬다.
꿀꺽-
녹력은 목울대로 침을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유부 육회 말이를 하나 집어서 먹는다.
조심스럽게 한입 씹어 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처음 먹는 맛.
물론 날고기는 늘 많이 먹었다.
하지만 이것은 육회.
날고기와는 엄연히 다르다.
씹을 때마다 참기름과 마늘, 그리고 배의 아삭아삭한 질감이 밀려온다. 거기에 유부까지!
“오, 오오오오오!”
“입에 맞아요?”
“네, 네네네!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 봤습죠!”
“입안에 육회가 남아 있을 때 거기 천일취도 한잔 들어 봐요. 유호는 그렇게 먹는 거 좋아하니까.”
존귀하신 분이 그렇게 먹는다는 말에 녹력도 용기를 내어 한입 먹는다.
꿀꺽-
입 안에 꽃 향이 핀다.
깊이 있는 향이 비강을 그윽하게 채우고, 입안에 남은 육회가 조화를 이루어 무릉도원을 피워냈다.
“마, 마, 마, 맛있습니다! 맛있습니다!”
예쓰!
진천희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허나, 겉으로는 태연했다.
“녹력이 요즘 연구당에서 일을 열심히 해서 저도 솜씨 부려 봤습니다.”
“아, 역시 그렇군요.”
상인가!
그것도 먹을 걸로 상을 주다니!
인간 놈, 돈으로 줬으면 이렇게 기쁘지 않았을 텐데 제법 대단하다.
거기다가…….
‘그분의 신관이지.’
피부터가 뭔가 다르다. 알 수는 없으나 최상의 제물.
그들의 시점에서 진천희를 보았을 때 그랬다. 제물도 이만한 제물이 없었다.
그런 존재가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과 술.
음식도 못 만들었으면 모른다.
상대는 천하십대숙수에 오른 자가 아닌가.
심지어 음식에 내공까지 넣어서 더욱 그 맛을 피어나게 할 수 있는 자.
녹력 같은 존재가 이것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중에 괜찮으면 친구도 데려와서 같이 먹어도 좋겠네요.”
“……!”
역시 목적은 그거였나?
녹력은 계약서를 보고 나서야 다단계임을 깨달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다.
진천희는 녹력이 도망갈세라 말했다.
“아, 어디까지나 먼 훗날 이야기.”
“네, 네네네. 어, 언젠가는… 먼 훗날…….”
왜일까.
이놈에게 친구를 보여 주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방심할 수가 없군.’
하지만 이 음식은…….
‘거부할 수도 없군.’
악랄하구나.
인간 놈!
진천희가 말했다.
“다 먹으면 그릇은 그대로 두세요. 다른 사람들이 치워줄 테니까요.”
그리 말하면서 비파를 들고 일어난다.
“어디로 가십니까?”
“아, 유호가 풍악을 좋아해서요. 오늘은 밤공기도 좋으니 서비스해야죠.”
그리 말하며 각목이라도 다루듯 어깨에 척 비파를 얹는 게 아닌가.
짝다리까지 짚는 게 신관으로서 썩 불량한 태도였지만, 그래도 존귀한 자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모양.
그리고 본인은 부려 먹는 월봉 대신 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너무… 이상하잖아. 저 관계.’
저 인간은 존귀한 자에 대해 모르는 건가?
하지만, 모른다고 하기에는 존귀한 자에게 주는 그 신앙과 힘은 그야말로 막대하여 뭐라 할 수 없을 지경.
반대로 안다고 하기에는…….
‘존귀한 자를 저렇게 부려 먹는 게 가능한가?’
모르고 부려 먹으면 모를까, 알고 부려 먹는 게 말이 되긴 하나?
그때 녹력이 비장의 어묵탕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
데에에에엥-!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방금 먹은 육회도 천상의 맛이었지만 어묵탕은 또 달랐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탕국.
이것은 마치, 마치, 마치!
‘나를 위해 만든 듯한……!?’
어묵탕이 녹력의 취향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갔다.
* * *
[이것이 염전이다! 희망 편]진천희는 첫 글을 이렇게 썼다.
“이게 뭡니까. 소각주님?”
“염전 만들기까지의 기록이요. 그런데 심심해서 요즘 애들처럼 해보려고요.”
그동안 진천희는 이런저런 지식들을 글로 남겨왔다.
대부분은 강호식이 아닌 제목들이었다.
[강시에게 효율적인 검진(劍陳) : 연구에서 임상까지]‘너무 늙어 보이나…….’
요즘 젊은 애들 같은 제목을 지어야 아무래도 인기가 생기지 않을까.
진천희는 모르고 있었다.
본디 젊어 보이려고 하고 유행어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그게 이미 아재라는 증거임을.
애초에 강시 검진을 무슨 놈의 인기 때문에 읽겠나. 그냥 안 죽으려고 읽는 거지.
허나, 아재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이번 염전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김에 겸사겸사 제목도 이렇게 지어 보았다.
‘좋아. 희망 편이다. 희망적이어야 후대에 뭔가 메시지가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일지를 탁 소리 나게 덮었다.
우선 진천희는 염성현의 현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진천희의 직위는 태수. 사실 현령보다 높다.
하지만 대놓고 말하자면 남의 구역의 행정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로 구역이 다르니까.
그러니 염성현에서 사업을 좀 진행하려고 하니 양해 바란다는 서신을 먼저 보내는 게 기본 순서.
직접 가도 되지만, 이런 것도 절차가 필요하니까.
당연히 직속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성주인 주왕에게도 사람을 보냈다.
관례상 사용하는 미사여구들을 전부 거둬내고 거두절미해서 내용만 쓰면 다음과 같다.
-염성현에서 염전 만들려고 하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염상권은 황제에게 허가받았습니다.
그렇게 하고서.
진천희는 백린공방에서 건축설계사들과 숙련된 도편수 몇 명 그리고 백린대 백 명에 관병 삼백 명을 데리고 출발했다.
왜냐?
공식적인 태수의 행차이기 때문.
‘귀찮지만 어쩔 수 없나.’
평소라면 등에 약상자 하나 지고 움직이겠으나 관의 권한이 필요한 일이니 그쪽의 법에 따라야 한다.
그렇게 도착한 염성현.
현령이 현청에서 맞이해주었다.
직속 상사는 아니지만(구역이 달라서) 태수라는 직위가 현령보다 높은 것은 사실.
거기다가 황제의 주치의로 이름이 높고 정4품인 첨도어사이기도 하다는 건 관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감찰을 하는 기관인 도찰원의 수장인 도어사가 정이품.
그보다 몇 단계 아래인 정사품 첨도어사의 경우 직급으로 치면 도찰원장 밑의 부장급.
‘사실 혼자서 돌아다니기보다는 첨도어사 밑에 있는 정7품 감찰어사(監察御史)를 부려서 감찰을 하는 편이긴 하지.’
옛날에 처음 진천희가 받은 게 감찰어사였지만, 이제는 첨도어사패로 업그레이드된 지가 제법 되었다.
‘일전 남동사성 일을 해결할 때에는 한시적 도어사의 권한도 받았었지만.’
도어사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첨도어사 자리까지 쥐락펴락하는 게 도어사 아닌가.
어쨌든.
진천희가 현재 첨도어사라는 것은 관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태수의 직위가 정5품이니, 사실 본직보다 겸직이 더 높은 비정상적인 상황!
이런 진천희를 보고 관리들이 말하기를.
-겸직 천재라 들어보았소?
-겸직? 그게 무슨 뜻이요?
-본업보다 겸직이 더 뛰어난 자를 이르는 말이오. 일광은 의원이나 강호인보다 요리인으로서 이름이 더 높고, 본직은 태수인데 겸직으로 받은 첨도어사 자리가 더 높은 게 말이 되오?
-그래서 미친놈이지.
하여튼 그런 이유로.
진천희의 첨도어사 직 겸임은 조정에서도 꽤나 유명해졌다.
원래라면 태클을 걸어야 하는 게 정상이건만, 당시 진천희가 세운 공이 지나치게 컸다.
거기다 이제는 백린의각과 크고 작게 거래를 튼 세가들이 많아서 이 상황만 유명해지고 넘어갔다.
허나, 그렇다고 가만히 넘어갔으면 걔들이 권력의 주구가 아니다.
소금 판매권쯤 되니 그건 너무 과하다고 죽어라고 반대했었기도 하고.
거기다.
‘지금이야 황상의 총애가 아주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라 하겠지만, 실수하는 순간 피라냐 떼처럼 뜯으러 오겠지.’
그게 황궁 아마존의 생태다.
그렇기에 진천희도 나름대로 조심해서 살고 있는 중이다.
“오오! 진 태수님을 뵙습니다!”
“지금은 첨도어사 자격으로 온 것이니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염성현령은 아주 극진하게 진천희를 모셨다.
서신에 보낸 대로. 염전을 백린군에서 운영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황상의 재가를 받은 상황.
웃긴 이야기지만 여기까지는 대본이 없어도 서로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다음 이야기도 대본이 없는데도 무슨 대답을 할지 둘 다 알고 있다.
“뜻대로 하시옵소서.”
강호인이 보기에는 퍽 웃기겠지만 관은 이런 요식행위가 중하다.
이 절차 없이 그냥 넘어가면 이상하게 보는 문화.
‘현대인은 쪼끔 피곤… 아니다, 의국도 비슷하게 돌아갔었지.’
차원은 달라도 사회생활 하는 곳은 다 똑같나.
* * *
다음 날.
염전으로 갔다.
진천희는 가동 중지된 염전들을 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문제구먼…….”
일단 비 내리면 염전 가동은 중지다.
비 안 내리는 날에 한다고 해도… 그야말로 중노동.
“본래는 공노비(국가에서 인정한 노비)가 일하던 곳이었지만. 공노비가 줄어든 지금에 와서는 염전을 운영할 공노비가 오지 않고 있지요.”
“아, 황상께서 노비들을 해방했기 때문이군요. 제국의 홍복입니다.”
진천희의 말에 실무자가 답했다.
“네. 현황께서는 자비심이 하해와 같으셔서 장정 수백의 목을 한 번에 치면 치셨지, 요즘은 좀처럼 노비로는 삼지 않으시기도 하고요.”
“…….”
자비?
진천희는 마른세수를 했다.
페이퍼로는 이 시대의 위정자들이 얼마나 인간 백정인지 알고 있는데, 막상 이렇게 4D로 마주칠 때마다 신선하다.
‘인권… 없어? 없지. 그래, 없지.’
노비를 안 할 거면 죄수인데, 죄수 관리도 다 세금이지 않나.
그 돈 쓸 바에는 그냥 죽이고 편해지신다.
현대인은 심장이 쪼그라든다.
진천희는 잠시 화 제국 역사상, 황상을 해먹으려면 기본이 존속 살인자에 인간 백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나, 민주주의의 횃불을 들고 와서 투표제로 바뀌지 않는 한에야 계속될 것이고.
여기 사람들은 기본이 혹형주의에 연좌제와 사형은 당연한 옵션이라는 사실을 되뇌었다.
원래라면 이 시대의 평균 수명은 서른이고, 아이들은 태어나서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죽는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는 시대이며 지구 인류사에서도 인간은 권력을 위해 친혈육의 피를 보는 일들이 늘 있어 오곤 했으니까.
이런 시대에서 인간의 가치란 아득히 멀고.
강호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를 죽인다.
가끔은 현대인처럼 생각하다가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제야 여기는 현대 지구가 아님을 상기하곤 한다.
아직 인간은 죽음과 한없이 가까웠다.
사형이 흔하다.
“과거 사노비를 써서라도 소금을 만들던 현령이 있었지요.”
“아……. 그건 불법 아닙니까?”
“네. 그쪽도 전부 목을 치셨습니다.”
깔끔하군.
사형 집행에 옥새 찍은 건 골드일까, 실버일까.
누구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게 사노비는 현재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제국에서 노예 제도는 공노비를 제외하고는 없는 실정입죠.”
“네, 네에. 그래도 소금 생산이 없어진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예에, 맞습니다. 물론 노비가 아니라고 해도, 노비 비슷한 악덕 계약으로 묶어서 부리는 경우는 많긴 합니다만.”
“그런 계약은 무효 아닙니까?”
“무효인 계약이 어디 있습니까요. 수결하면 그만이지.”
‘…그렇군.’
죽음이 가까운 시대니 다른 것들은 더 가까웠다.
이 시대는 도박도 합법이고, 고리대금도 합법이다.
그리고 악덕 계약도 찍으면 어지간하면 그냥 합법인 동네.
“일단……. 어, 알겠습니다.”
진천희는 염전을 둘러보았다.
‘일단 토지부터 구매해야겠다.’
“참, 동창이 왔다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리가 은밀하게 속삭인다.
황상과 눈과 귀가 지켜보고 있다는 뜻.
보통이라면 모골이 송연하여 사지가 굳을 텐데도 진천희는 달랐다.
오히려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것참 잘 되었군요.”
진천희는 덫 놓은 사람에게 되레 엿을 먹일 줄 아는 자였고.
그리고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게 얼마나 개꿀잼인지 알고 있었다.
화 제국 절대 군주에게 진정한 플렉스를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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