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62
제 1062화
이윽고 모든 강호인들이 보는 앞에서 심 학사가 입을 열었다.
“과하게 먹였고, 또 과하게 먹은 게 문제가 아니겠소?”
일광은 잘못이 없다.
그는 그리 은근히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것은 티 안 나게 편드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괜히 목에 핏대를 세우면 반발심을 만들 뿐이다.
빠가 까를 만든다는 지구 별 고사성어를 그는 이미 통찰하고 있었다.
오호, 그렇군. 이는 욕심을 과하게 차린 자의 탓.
일광은 그저 거기에 일침을 놓았을 뿐이겠군.
강호인들은 심 학사의 촌철살인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기 시작했다.
강호 인플루언서를 날로 먹은 게 아니다.
만 학사가 답했다.
“그것도 있겠지만 들리는 말로는 어린애들을 염전에 써먹은 게 일광의 성질을 자극한 모양이오.”
“흐음…….”
심 학사는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일광은 애들 일 시키는 거 싫어하지 않소?”
그 말에 다른 두 학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익힐 나이에 일을 시키는 것은 백린군에서도 막고 있지요.”
“이젠 아주 그냥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구만.”
끄덕끄덕.
삼학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진 않지만 도리적으로 틀린 건 없군.”
“앞으로는 애 사다가 저런 일 시키는 놈들은 줄겠군.”
“백린군에는 어차피 없지만 말이오.”
“그렇기야 하다만 근처 강소성도 몸을 사릴 게 자명하니까 말이네.”
그리 말하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거품이 혓바닥을 지나 목을 부드럽게 긁고 지나가는 이 감각이 아주 중독적이다.
“재산 좀 있다 싶은 자들은 밤에 잠 좀 못 자겠구먼.”
“그쪽 집안은 안녕하시나?”
그 말에 심 학사가 답했다.
“우리 집안이야 예로부터 덕망 있는 집안 아니겠나. 소작료도 늘 가장 싸게 내어주고 있는 데다가 아버지께서 농기구 지원에 요즘은 상하수도 공사도 해준다네.”
“오오오! 대단하구만!”
“그렇지. 덕이 있어야 관리 일도 할 수 있는 거라네!”
그런 뼈대 있는 집안 날백수가 답했다.
만 학사가 말했다.
“일단 나도 우리 집에 전갈은 넣어두었네. 혹시라도 너무 어린애는 인부로도 쓰지 말라고. 나보다 아버지가 더 잘하시겠지만…….”
그렇긴 해도 자식 마음에 걱정이 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
장 학사가 답했다.
“우리 집 주 수익은 상단 쪽이라 괜찮네. 일광이 태수직에 올라갔을 때 이미 가주이신 어머니가 장부 정리 다 끝냈네. 인부들도 애초에 가정을 꾸린 성인들만 쓰기도 하고.”
“역시 자네 가주님도 대단하시구만, 아주 빈틈이 없어!”
“우리 부모님은 집에 먹여 살릴 입이 있어야 책임감 생긴다고 믿어서 그런 거지만 말일세. 사실 옛날 사람이지. 우리 부모님은.”
“그게 어딘가. 덕분에 일광 앞에서 떳떳해지지 않았나.”
그렇게 서로 자화자찬을 하며 금칠을 하는 시간.
이 시간은 백수들끼리 우애를 다지는 데 중요하다.
또한 엿듣고 있는 강호인들에게도 이런 분위기 풀어주는 토크는 중요했다.
그러다 문득 만 학사가 말했다.
“아, 그런데 최근 하오문 소식 들었나?”
“몹시 시끄러워졌다고 들었네.”
그 말에 심 학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분 중이라고 하더군. 예부터 하오문은 다섯 문파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던 곳이 아니던가? 그게 갈라지려고 한다 이거지.”
“흐음… 어찌 되려고…….”
“그 유명한 하오문 소문주 사마현도 이번에 고생 좀 하겠더군.”
“고생? 다른 문파의 문주급들이 그놈 하나 죽이려고 난리일세. 안 죽으면 다행이던데.”
“애초에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지 않던가.”
“…….”
그 말에 동의의 의미로 모두가 혀를 찼다.
심지어 사마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놈들까지 함께 한숨을 쉬는 게 아닌가.
사마현이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지금 상황이 나쁜 건 나쁜 거다.
무엇보다.
‘일광이 불쌍하지 않나.’
방송을 듣다 보면 MC 반응에 감정이 동화되듯, 삼학사들의 목소리에 절로 감정이 동화되고 있었다.
그랬다. 그들은 괜히 강호 인플루언서(feat.호사가)가 아닌 것이었다.
“일광이 아까운 동생을 잃겠군그래.”
* * *
불타고 있는 도관(道觀).
현판에는 상천파(尙天派)라고 적혀 있다.
사방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다만,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심히 뒤틀려 있는 것들.
그리고 그런 불타고 있는 도관의 한가운데.
두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한 명은 창을 든 노인.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부채를 든 흰색의 미인.
무림맹주 창왕 악진. 그리고 백린의각주이자 오륜회주 제갈린.
이윽고 창왕 악진이 탄식을 토했다.
“하…. 이런 이매망량 같은 것들이 사람 행세를 하고 있다니…….”
“말세가 성큼 다가오고 있으니 그렇지요.”
제갈린은 여상하게 부채를 흔든다.
그의 뒤에서 몇몇 무인들이 참상에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악진조차도 구역질을 억누르고 있는 인외마경의 풍경 속.
어째서인지 제갈린만은 소풍이라도 나온 듯 편안하다.
‘저자는 과연 나와 같은 인간이긴 하단 말인가.’
단순히 신경이 굵다는 표현으로는 이자를 설명할 수 없다.
창왕 악진만 해도 무림맹주 되는 자.
이 손으로 죽인 시체와, 이 손으로 거둔 시체가 산처럼 쌓여왔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인외마경은 사람의 심혼을 뒤흔드는 그런 광기가 있었다.
악진이 물었다.
“말세가 대체 뭔가?”
“산동악가는 군문의 가문이었죠. 군신 악비로부터 이어진 가문……. 흠. 그러면 모를 만도 합니다.”
“……?”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악진이 되물었다.
“뭘 모른다고 하는 겐가. 혈선교가 단순한 사교가 아닌, 이런 괴이한 것들의 소굴이라는 것은 이제 알겠네. 이걸 보여주고자 나를 부른 것도 알겠어. 그런데 대체 말세가 무엇이란 말인가?”
“거의 전부를 모르고 계십니다, 맹주. 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말세에 대해서도. 그러니 모산파를 찾아가 보시지요. 그들은 무림맹에 가맹하고 있으니, 그들을 통하면 제법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혹 모산파가 뭘 모른다면 나부파를 찾으시면 될 것이고요.”
“…….”
창왕 악진은 제갈린을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찌 이 사실을 알았지?”
“글쎄요. 이래저래 얽힌 일이 있다 보니……. 그리고 마음먹고 찾아보면 또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갈세가의 비경(秘經)에 적혀 있는 건가?”
“그걸 제가 답해드릴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자, 그러면 대담은 이걸로 끝입니다. 맹주. 정리를 하고 떠나지요.”
제갈린이 부채를 천천히 흔들자.
도관을 포함한 인근 지역 전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창왕 악진이 급히 후퇴를 외친다.
남은 무인들이 빠르기 물러난다. 악진은 문득 내려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없군. 귀신같이 사라졌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생각할수록 신묘한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