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64
제 1064화
결국 진천희는 투덜거리면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매운 거……. 거기다 금왕야께서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으로 달라니.’
쓰읍.
진천희는 혀를 차더니 이윽고 손을 움직였다.
단단면(担担麵).
현지 발음으로는 담담미엔이나 탄탄미엔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중국집에서 팔기보다는 주로 번화가 같은 곳에서 따로 가게를 차려 탄탄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곤 한다.
‘사천성에서 인기 있는 음식인데. 본래 여기서 ‘단단’이라는 단어는 ‘짊어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공사장에서 탄탄면 장수가 육수 통과 면과 고명을 넣은 두 개의 통을 물지게처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판매한 게 시초라고.
사천성에서 발원한 음식답게 매콤한 맛이 특징.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제국 전역의 여러 공사장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다.
정식 메뉴로 파는 가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민의 음식이라는 것.
“특제 탄탄면 완성이오.”
“호오. 탄탄면이라? 이거……. 그거 아닌가? 공사장 인부들이 먹는다는 그거.”
“알긴 아시네요?”
“네 녀석 덕분에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거든. 흐음. 언제 한번 먹어 볼까 했는데 마침 잘됐어!”
그리 말하며 무릎을 탁 쳤다.
한 젓가락 입에 물고는 풍하은의 눈이 커진다.
매콤한 향과 간 고기의 육즙.
그 농후함이 혀를 스쳐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 보니 계속해서 젓가락을 움직이는 자신이 있었다.
“이거 맛있구나! 고기의 감칠맛이 육수에 묻어나오면서도 화끈해지는 매운맛이 즐겁구나!”
후룩, 후루룩, 후루룩!
매운맛의 쾌감에 멈출 수가 없다.
“그래. 이거라면 금이 놈이 먹은 적이 없긴 하겠군. 외유를 나가도 조심해서 먹는 놈이니 말이다!”
무아지경으로 면을 삼키는 풍하은이 흥겹게 웃었다.
그렇게 완식!
“정답이다. 진 태수. 완벽한 요리를 들고 왔군.”
무슨 차원문 안에 살고 있는 새카만 진리의 수호자 같은 소리를 내뱉는 풍하은.
그를 보면서 진천희는 그저 ‘네이네이. 그러믄요.’ 하고 심드렁한 얼굴로 답을 해 주었다.
“뭐, 다행입니다.”
그리 말하며 이번에는 단맛이 나는 후식을 내어주었다.
취기가 없는 감주 안에 한천이 들어있는 형태.
“과일 감주를 즐기시면서 수저로 천천히 떠드시면 됩니다.”
“귤이냐?”
“네. 귤 한천이옵니다. 좋아하시기에…….”
그리 말하니 묘하게 억울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귤은 네놈이 좋아하는 거지.”
“…….”
그런가?
사실 과일이라면 안 가리고 다 먹긴 하지만 간간이 당기는 건 역시 귤이긴 하다.
그래도 두 왕야가 곧잘 먹기에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바꿔드릴까요?”
“됐다.”
그리 말하며 상큼한 과일 한천을 즐겼다.
휘파람까지 불며 먹는 풍하은을 빤히 바라보다가 진천희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제독태감께서는 오늘 안 계시네요?”
“할아범도 공무가 있으니까. 금이 녀석하고 일하러 갔지.”
“은왕야는요?”
“나는 오늘 노는 날이란다.”
역시 순번 정해서 일하나 보다.
하긴 업무량이 어마어마하니 혼자서 다 했다가는 제명에 못 살겠지.
“아, 네.”
짧게 대답하고 마는 진천희가 내심 못마땅한지 눈치를 보더니 실버가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느냐?”
“철금방의 일 때문에 왔습니다만.”
“철금방? 금이가 저번에 이어 줬다고 들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보지?”
“그 일이 아니라…….”
진천희는 일단 전대 철금방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선황이 팔을 부러뜨리는 일도 들은 대로 가감 없이 이야기를 했다.
그걸 다 들은 풍하은이 인상을 썼다.
“쯧. 망할 아버지 이야기로군. 여봐라.”
“예, 폐하.”
“사관에게 명해서, 철금방 관련 기록을 찾아오도록.”
“예이!”
내관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뒷걸음질 쳐서 나갔다.
풍하은은 손가락 하나만으로 명령을 하더니 가뿐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기록을 찾아오는 동안에 너는 나와 좀 놀아 줘야겠다. 건강검진은 저번에 했으니까.”
“어…. 놀아요?”
논다는 개념을 모르는 사람처럼 묻는다.
그 모습에 풍하은은 한숨을 작게 쉬었다.
‘동창이 들고 온 이야기가 과장이 없는 이야기였던 모양이야. 아니, 행정을 하며 그 정도의 경지를 가지려면 어쩔 수 없나.’
현경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 세가 넘은 강호인도 넘지 못하는 벽을 장가도 안 간 놈이 넘었다.
그렇다고 초야에 움막 짓고 매일 폭포 밑에서 정진하는 것도 아니다.
활인(活人).
매일매일 누군가를 구하며 스스로를 정진하는 삶.
그것은 필시 뼈를, 영혼을 깎는 고통이겠지.
아득한 구도자의 길.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풍하은은 모른다.
다만.
“그래. 놀자고. 내 듣기로 네 녀석이 노는 꼴을 본 적이 없다던데… 그러다가 사람이 회까닥 돌아 버린다. 하긴, 네 녀석은 이미 활인천마라고 돌아버렸…….”
“와와왁! 그, 그건 저도 그냥!”
진천희가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 질렀다.
‘이제 좀 사람 같군.’
구도자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얼굴을 보고 싶을 뿐.
시큰둥한 표정 가면을 벗고 드디어 본래의 얼굴이 드러났다.
“왜, 활인천마 님?”
“우아와아악!”
풍하은의 속내와는 달리.
반면 진천희는 돌아버릴 것 같았다.
‘미치겠다. 이 소문이 이제 황궁까지 간 건가.’
아니, 세상 모든 것에 골드&실버의 눈과 귀가 깔려있으니 소문이 갈 것까지 없이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
‘아직 처티 이야기까지는 귀에 안 들어간 모양이군.’
다행이다.
실버가 턱을 치켜들고 물었다.
“그래서, 놀아 줄 거지?”
“후…. 예. 그런데 무엇을 하시려고요?”
진천희의 질문에 은 왕야가 답했다.
“뭐냐면… 적옥이다.”
적옥?
* * *
이 세계는 도박이 합법이다. 그리고 도박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국 전체에 대인기인 도박이 있으니.
바로 적옥이다.
그리고 지금.
진천희는 은왕야와 적옥을 시작했다.
“진 태수를 만나서 반갑소. 본인은 금의위(錦衣衛)에서 대영반(大領班)의 직위를 가진 양선(楊先)이라고 하오.”
제국팔가 중 하나 신창양가(神槍楊家)의 무인!
그 무위는 천하십육대고수에 뒤지지 않아 보였다.
단단한 인상에 선이 굵은 미남.
자그마치 금의위의 수장이다.
‘아니, 금의위의 수장하고 적옥 하는 게, 이게 맞는 거야?’
그리고 반대쪽.
“진 태수를 뵈어 반갑습니다. 본인은 도찰원의 도어사인 후유류(厚柳流)라고 합니다.”
이쪽은 선이 가는 미녀.
이쪽도 금의위 대영반만큼 강한 고수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
유호처럼 실눈캐다!
‘아니. 도찰원장인 도어사라면……. 사실 내 상관인데??’
진천희가 첨도어사니 이쪽은 당연히 상관되시겠다.
이런 존재들을 실버는 자연스럽게 모아놓고 말했다.
“자자. 적옥에서는 봐주는 거 없는 거야.”
그리 말하며 은 왕야가 꺼낸 것은.
달칵-
진짜 홍옥을 깎아 만든 초호화 적옥이었다!
공손세가에서 최고 장인들이 만든다는 가장 비싼 적옥 한정판!
하나하나가 보석인 이 물건을 진짜로 만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허나, 이런 사치를 하는데도 진천희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하나는 금의위 수장에 다른 하나는 도찰원 도어사라니. 이런 거물들을 사사로이 적옥 하자고 불러 모으다니, 화 제국 이래도 괜찮은 건가?’
평범한 관리였다면 이미 심장 마비로 사망했을 정도의 위압감.
‘그런 거물들로 고작 적옥이나 하다니!’
진천희는 죽을 맛이다.
“그런데 왕야. 굳이 적옥을 하시는 이유가?”
“적옥은 운발이 강하니까. 네가 현원전단신공 같은 거 써도 못 이길 것 아니냐.”
“아니, 그리 말씀하셔도…….”
“여기서 이기면 철금방 건은 확실히 처리해 주마.”
“?!”
‘치사하네.’
‘치사하군.’
순간, 함께 온 대영반과 도어사가 동시에 생각했다.
진천희도 같은 마음.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건가!’
진천희는 풍하은을 바라본다.
“…….”
싱글벙글 웃고 있는 미소를 보자니 그 속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사람의 일생이 달린 일이다.
고작 놀이 한 판으로 해결하겠다는 건가.
광오하다.
광오하고 부조리하다.
하지만 알고 있지 않나. 황제는 결코 선한 자가 아니다.
그저 군림하는 자이지.
불합리한 세계, 불합리한 시대.
고작 변덕 하나로 사람이 구명받을 수 있다면-
“후…. 왕야. 실수하신 겁니다.”
못 할 이유도 없다.
“응?”
“이 놀이를 누가 만들었는지 잊으셨습니까? 거기다 제갈세가의 사람에게 이런 종류의 오락으로 이기려고 드시다니요. 야레야레. 이겨드려야겠군요.”
이상한 말을 내뱉는 진천희.
장난스럽게 농을 거는 걸 보며 풍하은이 어이가 없어 웃는다.
“하! 어디 해 보시지? 내가 이래 봬도 말이야! 누님하고 금이 놈도 발라버리는 몸이거든?”
“후훗. 정저지와(井底之蛙-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군요. 보여드리죠. 저의 능력을!”
진천희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애초에 이자들은 모르고 있다.
진천희가 적옥을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나, 어릴 적 부루마블은 신물 나도록 했다는 것을!
* * *
얼마 후.
“승은을 입어 회임을 하였습니다. 두 칸 전진하고 제 말판을 업그레이드, 아니……. 승급시킵니다.”
“?!”
진천희는 빠르게 성장했다.
“내관의 부정부패를 발견했습니다. 패를 뒤집고 도찰원사는 전냥 패를 주시지요.”
“!”
진천희는 그렇게 주변의 전냥을 뜯었다.
“거기 걸린 칸은 마침 제가 준비한 함정 패가 놓여 있군요. 마침 잘되었습니다. 권력 패를 하나 주시지요.”
함정 패도 절묘하게 깔아 놓고 있었다.
“세 칸 뒤로 가십시오.”
진천희는 적옥의 왕이었다!
은 왕야가 어이가 없어 말판을 집어 던졌다.
“아니, 빌어먹을…….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것은 같이 적옥을 한 금의위 대영반도 마찬가지.
“그 확률을 뚫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도어사의 실눈도 크게 띄어졌다.
“세 사람이 동시에 견제하였건만 통하는 수가 하나도 없군요! 대체 무슨 조화를 부린 겁니까.”
진천희가 말했다.
“이것이 창조주의 실력, 아니……. 제갈세가의 힘입니다!”
도어사가 진지하게 물었다.
“마치 우리의 패가 어떤지 전부 아는 것 같았습니다만…….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겁니까?”
은 왕야가 말했다.
“네 녀석 속임수 쓴 거 아니지!?”
“우선 제가 이긴 게 맞습니까? 왕야. 알려주시지요.”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속임수가 있긴 한 모양이군. 크윽, 알았다. 네가 이겼다. 그러니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말해 다오.”
그 말에 진천희는 느물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후, 비법을 가르쳐 드리죠. 바로, 암패(暗牌)를 하는 겁니다!”
“뭣!? 패를 기억한다고? 하지만 어찌 기억한단 말이냐!”
“이 적옥 패. 진짜 옥을 깎아 놓은 터라 표면의 무늬와 결이 미세하게 다르죠? 그걸 기억해 놓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모두가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진천희 속으로 생각했다.
‘후훗. 옛 고전만화 중 이런 트릭이 있었지.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적자 중 하나가 마작 패 겉면의 대나무 결을 보고 패를 외워서 이기는 암패술이라는 걸 썼었다. 내가 이걸 쓰게 될 줄이야.’
만약 시중에 돌아다니는 저렴한 적옥이었다면 아무리 진천희라도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것은 진짜 옥을 깎아 만든 호화로운 한정판 적옥!
진짜! 트루! 그 비싸다는 청옥, 흑옥, 홍옥을 깎아 만든 놈이다 보니 무늬가 미세하게 다르다.
현원전단신공을 이용해 그것만 기억하면 될 터!
“크으으윽! 이걸 외울 줄이야. 좋다. 내가 졌다. 하지만 다음에는 안 질 거다. 다음에는 겉면이 맨들맨들한 일반 적옥을 가져올 테니까!”
“얼마든지 덤비시지요!”
진천희는 생각했다.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
처음 적옥 만들 때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미리 변수가 될 확률을 전부 계산해 두었으니까.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방식이야 이미 민간에 일종의 ‘공략법’으로 퍼지고 있지만, 아직 진천희만이 할 수 있는 방법들도 남아있다.
‘이 시대의 보드게임은 바둑, 장기, 마작 삼대천하니까.’
의외로 놀거리가 많지 않다.
덕분에 이렇게 파고들 변수가 생긴 것.
“대단하시군요. 그사이에 그런 술수를 쓸 수 있다니.”
도어사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속이는 것을 파헤치는 게 일이다 보니 더욱 그럴 만했다.
“금의위 중에서도 이렇게 적옥을 잘하시는 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지.
주사위를 교환하며 느꼈지만, 대영반 형님은 금의위에서 제법 적옥을 해본 고수.
속임수가 있다고는 하나, 황실에서는 걸리지 않으면 그조차도 미덕인바.
진천희를 달리 보는 눈치였다.
‘승리가 짜릿하군.’
바둑이 시간을 지배하고 장기와 마작이 천하를 비웃는 이 시대 속에서.
그렇게 억울한 사람의 구명이 걸린 적옥 한 판이 끝났다.
대영반과 도어사는 읍하고 물러갔다.
그때였다. 도어사가 은밀히 전음을 보냈다.
[이후에 한번 따로 뵙겠습니다.]그 말에 진천희의 눈이 살짝 커졌다.
‘도어사가 나에게 무슨 일이려나…….’
뭔가 용무가 따로 있는 모양.
그러는 동안.
환관이 기록물을 들고 나타났다.
풍하은은 서책을 받아 빠르게 읽어 보다가 문득 이마를 찌푸렸다.
“……네 녀석은 이자를 치료해 주고 싶은 게지?”
“그럼요.”
“그래. 허락한다. 치료해라.”
약속은 약속이다.
‘그래. 비록 이상한 내기였다고는 하나 은왕야는 허언을 하는 성격은 아니지.’
반드시 약속은 지킨다.
문득 저 기록물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진천희는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변덕스러운 황상을 상대로 이 정도 승기를 따냈다면 괜히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게 이득이겠지.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망극하면 만두 좀 만들어 놓고 가라. 나중에 내가 쪄먹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