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66
제 1066화
진천희는 철금방의 회계각에서 행정학사들을 만났다.
“오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워하는 사람부터.
“진 선생께서는 이번 조정에서 도입한 통행세에 대해 요즘 어찌 생각하십니까?”
고견을 묻고자 하는 사람들.
“진 선생, 진 선생! 진 선생께서 만들어 주신 음식의 요리법을 알고 싶소이다!”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아무튼 오늘은 취미생활의 끝을 보겠다는 놈까지 다양했다.
진천희는 그 사이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전수했던 대로 제대로 일을 하는지 점검했다.
“아무리 선생으로 온 자라도 함부로 남의 방파 예산을 볼 수는 없음이지요. 그러니 간단하게 쪽지 시험을 보도록 할까요?”
우와아아아!
화 제국 관리들과는 다른 열의.
진천희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뭐지? 추가 업무인데 싫어 하는 게 정상이지 않나?’
분명 ‘우우우우-’ 하는 야유가 올 줄 알았건만 모두가 눈을 빛내며 주먹을 쥔다.
한 학사가 귀띔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진 선생님께 좋은 인상을 남긴 학사는 진급을 크게 해주신다고 방주님께서 언질을 주셨거든요.”
‘아이구야. 이건 상상도 못 했네.’
너무 믿는 거 아닌가.
아니, 믿는 걸 뛰어넘어 진천희 당사자에게는 미리 언급도 안 했다.
아마도 후일 따로 차를 마시며 어느 학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은근히 떠볼 모양이셨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진천희를 보자마자 고견도, 인사도 아닌 조리법을 물어본 학사는 난놈은 난놈이다.
“진천희 사부의 시험!? 훗! 사서삼경을 돌파하고, 세외어까지 섭렵한 후 육식표준편차행정법을 경지에 이르게 공부한 이 몸이 통과해 주마!”
“크하하하! 이 몸이 누군지 아시오! 나는 인간 주판알, 장 학사요! 고작 열 살에 산술에 능통하여 경지가 하늘에 닿았소!”
“크크큭, 가소롭군. 이 몸은 태어나자마자 ‘응애! 육식표준편차행정법!’이라 외쳤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철금방은 학사들을 무슨 기준으로 뽑는 것인가.’
과거시험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더라도 천하십대상단 중의 하나다.
여기 들어오려면 상당히 어렵다 들었건만, 어째 모인 자들 중에 제정신으로 보이는 이들이 없다.
진천희가 학사에게 슬쩍 물었다.
“진급하면 월봉이 얼마나 나옵니까?”
“세 배로 늘어납니다. 그 정도면 매달 작은 집 한 채 살 정도는 되죠.”
“……!”
그렇군. 납득했다.
그렇다면 받아주마. 너희들의 그 마음(feat. 물욕)!
그렇게 쪽지 시험 후.
진천희는 방긋 웃었다.
“이런이런. 낙제점이 스물둘이나 나왔네요! 아무래도 보강이 필요하겠는데요?”
으아아악–!
역시 의욕과 머리는 별개다.
그 모습을 보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음, 다들 똑똑은 한데…… 그래도 조정 쪽 관료들이 더 빨리 익힌 걸 봐서는 과거시험이 장난은 아니구나.’
* * *
이 광경을 먼 곳에서 지켜보던 자가 있었다.
선대방주 철금천.
그는 진천희가 회계각에서 뭔가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학사들이 외치는 그 엄청난 고함을 주변에 있는 건물에서도 억지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선대방주 옆에 현 방주인 철금신이 서있다.
철금천이 물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꼴이더냐.”
“진 태수는 황상의 총애를 받는 의원이지만, 행정학에도 제국 내에서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능한 이입니다.”
그 말 한마디로 철금천은 아들인 철금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다.
“교육 중인 모양이군. 허……. 괴물 같은 제갈세가 놈이 자기와 같은 괴물을 키워 냈나 보구나.”
“그래서 아버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이제 와서 이 팔을 치료한들 뭐가 달라진단 말이냐?”
“…….”
선대 방주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진다.
제아무리 천하 명공이라 하더라도 권력자의 변덕 한 번에 꺾일 팔이다.
제아무리 그가 천하십대상단을 이끌어 왔던 선대방주라 하여도 결국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
사람들의 착각과는 달리 나이가 들었다고 딱히 더 단단해지지는 않는다.
한번 꺾여버린 날개는 추락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늙은 자신이 이제 와서 고난을 이겨낼 힘이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작은 한숨이 밀려온다.
이윽고 아들이 말했다.
“아버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제가 말린다 해도 어차피 다시 망치를 쥐실 것이라는 걸요.”
“내 너무 힘들다 방금 이야기하지 않았더냐.”
아들 철금신은 작게 미소 지었다.
“네. 소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일 아침 대장간을 달구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날 이후로 망치를 버렸다는 건 알고 있겠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장간을 버리지도 않으셨죠.”
“…….”
아비인 철금천은 다시 손을 내려다보았다.
“만약 말이다. 이 팔이 다 나아도 내가 그때의 실력을 못 찾는다면 어쩔 것이냐?”
“그것은…….”
“오랫동안 망치를 놓은 손이다. 다시 치료를 한다 하더라도 그때의 실력을 찾을 수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이 아비가…….”
“버티실 겁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바라본다.
빛나는 눈이 마주쳤다.
젊은 시절의 자신의 눈과 같았기에 철금천은 그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이었다.
다시 폭거를 당할 수 있다거나, 부조리함에 마음이 꺾였다거나 그 모든 것들은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더 두려운 것은 이 팔이 돌아오고 나서도 그 실력을 찾지 못할까 하는 걱정.
그 아득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천하장인이 삼류장인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차라리, 과거에 천하장인이었던 채로 남는 편이…….’
거기까지 생각하니 가슴이 따끔거렸다.
문득 푸른 눈의 청년이 떠올랐다.
한 점 티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바른 자세로 말했다.
틀림없이 좋은 무기를 만드실 수 있을 거라고.
곧은 등과 맑은 눈.
총명함으로 가득 찬 시선이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고, 가능하다고.
‘대체 이 늙은이의 무엇을 보고 확신하는가.’
그 눈을 생각하니 다시 명치가 아파 왔다.
따끔-
심장이 우는 소리였다.
‘그렇군. 중후, 자네가 옛이야기를 소각주에게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그를 신뢰한다는 뜻이겠지. 목숨을 걸더라도.’
또한 소각주도 마찬가지.
중후를 믿는 만큼, 자신도 믿고 있다.
그런 눈앞에서 장인은 거짓을 고할 수가 없었다.
따끔거리는 가슴을 쓸어 올리며, 그가 입을 열었다.
“……소각주를 불러오거라.”
* * *
내실에 진천희가 들어온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고치라는 설득은 없다. 마음을 결정했냐는 독촉도 없다.
‘내 결정에 맡길 모양이군.’
무엇을 택하든 결국 환자의 삶.
의원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진천희에게는 의외로 익숙한 일이나, 막상 저런 명경 같은 표정을 마주하니 철금천은 가슴이 술렁거렸다.
“우선 이 팔이 왜 부러졌는지 어디까지 알고 있소?”
“신병이기를 만들어서 세상을 어지럽혔기에 부러뜨렸다 들었습니다.”
“하하하핫……. 그래. 그리 말하는군. 역사에도 그리 기록이 되는 건가. 아니군, 아니야. 애초에 기록조차 되지 않겠지.”
철금천은 쓴웃음을 흘렸다.
내실에는 술병이라고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진천희는 속으로 생각하며 철금천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이윽고 노인이 말했다.
“과거 선황께서 내게 천하의 명검을 만들어달라 청한 적이 있소. 그렇기에 나는 온 힘을 다해 쇳물을 끓이고 강호의 신보들을 녹여 칼을 만들어냈지. 그리고 별빛 같은 검을 벼려낸 적이 있었소.”
그는 꿈을 꾸는 눈으로 말했다.
그것은 과거의 꿈.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내 최고의 검이라 자부하였소. 내 일생에 그보다 나은 검은 없으리라 자부하고.”
“…….”
그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선황께서는 그 검을 받고 흡족해하셨지. 천하일검이라 칭하였네. 분명 황실 비고들에 수많은 명검들이 묻혀 있을 터인데 그중에 천하일검이라! 이만한 칭찬이 없었고, 나 역시 천하제일의 대장장이가 되었음을 느꼈지.”
“경사로군요.”
“아니오. 횡액이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못난 칼을 만들 걸 그랬다고 평생 후회해왔소. 그 결과가 이것이었으니까.”
그는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황상은 후일 내가 똑같은 검을 만들 거라 우려하여 부러뜨렸소.”
“……간장과 막야로군요.”
옛날이야기.
똑같은 칼을 또 만들까 두려워해 장인의 팔을 부러뜨린 것까지 고사와 똑같았다.
“그렇지. 허나, 이야기와 달리 현실의 황제는 늙어서 죽었소. 그런 이야기지.”
그는 자신의 팔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옛날처럼 나를 고쳐줄 수 있소?”
“부술을 한다고 해도 어떤 것도 옛날과 똑같이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을 해볼 뿐입니다.”
“장담은 하지 못하는군.”
“선황께서 얼마나 독심을 품고 일을 저지르셨는지 알 수 없고, 또한 대장간 일이 얼마나 험한지도 아니까요. 양생공을 익히셨습니까?”
“음. 당연하지. 가장 정순한 것으로 익혔소.”
“다행입니다. 지금도 수련하고 계십니까?”
“매일 아침 운기조식을 하고 초식을 수련하오.”
“그 또한 다행입니다.”
이윽고 노인이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묻겠소.”
“하문하십시오.”
“…내가 확실하게 나을 수 있소?”
“자세한 것은 진맥을 해봐야 할 듯합니다.”
“그러면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연세도 있으시고 하니, 보통 석 달에서 완전히 뼈가 굳는 데까지 일 년 넘게 잡는 일도 있습니다만 강호인의 회복 속도는 양민을 뛰어넘고, 양생공의 성취에 따라 단축이 가능합니다.”
“…….”
“물론 이는 표면적으로 하는 이야기이고, 이 또한 진맥을 해야 정확하고요.”
노인은 눈을 감는다.
나는 다시 싸울 수 있을까.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허나, 가슴에 불이 끓어서, 이 불을 대장간에서 피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자네가 원하는 무구. 내가 만약 실패하면 어쩔 거요?”
“그 또한 운명이니 하렵니다.”
“대책 없는 돌팔이군.”
그 말에 진천희는 크헤헤헷, 웃음을 터뜨렸다.
노인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나을 수 있다고도 장담 못 하고, 회복 시간도 언제인지도 장담 못 하니 자네는 아주 돌팔이요.”
“크헤헷, 의원이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진맥 안 하면 어떤 의원이든 돌팔이가 되지요.”
“……그리고 망치 쥔 지 오래된 이 늙은이도 돌팔이가 맞고.”
아직도 흐를 눈물이 남았는가.
그가 말했다.
“돌팔이끼리 잘해 보십시다.”
“네이~”
진천희는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자, 그러면 진맥하실 거죠?”
“음.”
노인은 떨리는 팔을 움직여 진천희에게 내밀었다.
이윽고 살짝 이마를 찌푸린다.
“움직일 때마다 아프시죠?”
“진맥 안 하면 의원은 돌팔이라더니, 말하는 게 제법 있어 보이는 돌팔이고.”
“그런 돌팔이에게 맡기시는 선대 방주님도 돌팔이 대장장이구요.”
“그렇지.”
옛날 실력을 못 찾을 수도 있다.
천하제일 대장장이가 이제는 삼류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돌팔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나니 왜인지 시원해졌다.
“그래. 나도 돌팔이지. 다들 돌팔이로 시작하는 거고.”
다시 눈물이 쏟아진다.
노인은 싸울 준비가 되었다.
‘내 손은 오십 년 전의 기술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알 수 없다.
허나, 움직여라. 움직일 수만 있다면 이 뜨거운 불 속에 영혼을 태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
그를 부르기 전, 따끔거리던 명치가 이제는 화끈거렸다.
마치 화상을 입은 것만 같았다.
‘내 최고의 신병이기를 만들어주겠소.’
쇳물에 생명을 태워서라도.
이제 와서 무슨 짓이든 못 할 게 있나.
대장장이는 맹세했다.
“어떤 신병이기를 원하시오?”
“…….”
반백 년의 한(恨)이여.
불꽃이 되어 피어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