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79
제 1079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던져두는 게 좋다.
특히 저 개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앞으로 많은 강호인들이 무척이나 탐을 내겠지.’
단순히 내단에 축적한 힘을 끄집어내서 조화를 부리는 게 아니다.
제대로 내공을 사용하고 있다.
거기다가 개.
주인에 대한 충심이 얼마나 깊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영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긴 데다가 영기든 내력이든 섭취만 잘하면 죽을 때까지 노화를 모른다 들었다.
그러니 백 년 묵은, 천 년 묵은 영물들이 있는 것이고.
잘만 길들이면 평생 세가를 모실 충견이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지. 우선은 일광부터다.’
일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인들이 모를 뿐. 천하삼존과 비등한 저 혈린광살의 제자다. 제갈세가의 괴물이 만든 또 다른 괴물이니… 시간을 끌어라. 어차피 저것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하니……. 더욱 시간을 끌기 쉬울 테지.”
기인이긴 했다.
강호인이며 그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니.
밥을 먹는 횟수보다 사람을 죽이는 횟수가 더 많은 살수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묘하군요. 그런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여태 살아있다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네. 물론 어지간하면 죽이지 않는다 뿐이지, 목숨이 위험하거나 혈선교같이 인육을 먹는 자들은 참한다 하더군.”
“목숨이 위험한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혈선교라 함은… 그 악랄한 놈들도 일광을 죽이기 위해 안달이 났으니 당연한 일 아닙니까?”
“보통은 죽이려 해도 한 번은 봐주기 때문이지. 물론 봐준다는 의미에는 단전을 폐하고 사지 근맥을 봉하는 행위가 동반되니, 보통 강호인이라면 죽는 쪽을 택하겠지만…….”
“…….”
오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일광의 ‘자비’를 받느니 차라리 강호인답게 죽는 쪽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공이 없는 삶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사지 근맥을 봉한다?
단순히 끊어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들었다.
양민들 중에서도 체력이 약한 양민 정도로 거동이 가능하다고.
평생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비참한데 거기다 몸까지 비실거리며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
차라리 죽여 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살이 말했다.
“마교의 전대 가주 중 하나가 오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그들에 대해서 모른다. 그들이 저것을 죽일 수 있을지 알 수 없구나…….”
‘대체 일광은 뭐 하는 자이지……?’
불살을 추구하는 상대라면, 당연히 사형인 일살이 압살해야 하지 않나.
죽어야 끝나는 싸움일진대 당연히 살수가 유리하다.
살수가 살행에 있어 망설일 리가 없으니까.
허나, 사형은 어째서인지 일광에게만은 한 수 접어주고 있었다.
“……사형. 정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철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정파가 아니라 사파이고 흑도.
굳이 명예나 자존심을 좇을 필요는 없으니까.
허나, 일살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럴 수 없다. 광면호리. 그것을 내버려 둔다면… 이미 흩어진 천기는 완전히 파멸로 들어갈 테니까. 천변검만공. 그 저주받은 무공을 대성한 자가 당대에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
“사마현을 죽여야만 한다. 그것만이 세계가 순리대로 흘러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쩔 수 없군요. 이 모든 것은 천기의 뜻대로 가야 하는 법이니.”
기묘한 대화.
여기서부터는 살수의 대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혈선교의 대화도 아니었다.
혈선교에 대한 증오가 그들에게 비쳐 보였으니.
이윽고 그가 말했다.
“다른 천기순행들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천기순행.
오살지파는 천기순행의 일원이었던 것인가.
“제각각이지. 백린의각이나 금혈방과 척을 지더라도, 사마현이 어릴 때 끌고 들어갔어야 했다는 자들도 있고, 이리된 거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자는 온건파도 있네. 흑도 쪽 천기순행과는 아예 말을 섞지 않겠다는 자도 있고.”
“위선자들이군요.”
“그래.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본디 사마현은 우리 오살지파로 들어왔어야 했던 것을……. 그때부터 많은 것이 뒤틀렸구나. 쯧.”
“원래라면 어릴 때 오살지파의 심공을 받아들여 천변검만공이 천변검살공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당시 일광이 우리가 보낸 고목혈마를 패퇴시키지만 않았다면 일어났을 일이지.”
고아. 그것도 아픈 동생이 있는 고아다.
그 동생도 조만간 사망할 운명.
눈에 띄게 착한 놈도 아니고, 도둑질 같은 걸로 근근이 먹고 살던 고아패들.
그 우두머리.
그런 고아를 위해서 목숨을 거는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진천희는 아무것도 없는 어린 고아 놈을 구하기 위해 당시 망설이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한 싸움.
그 싸움이 그 어린놈의 가슴에 어떤 모습으로 박혔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거기다 고목혈마가 거기서 패배할 줄도 몰랐다.
일광 한 사람, 그가 한 행동이 천기를 몇 개나 파괴시켰는지.
“그렇지. 그 천변검살공을 천변검만공으로 죽을 때까지 알고 있는 게 중요하네. 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천변검만공에 닿게 생겼으니 그게 가장 큰 위협이지.”
“하오문 소문주가 되고 하오문 내의 신공절학들을 닥치는 대로 익힐 줄 알았건만, 가려 받았죠.”
“그래. 그게 우리에게는 두 번째 기회였다. 오살지파의 심공은 강호에서도 손에 꼽는바. 당연히 탐을 낼 줄 알았지.”
하오문의 문주가 되려면 하오문의 뿌리가 되는 다섯 문파의 모든 무공을 익혀야 한다.
당연히 역대 소문주들을 전부 그 문파의 가장 뛰어난 것들을 받아 익히려고 했다.
사마현도 그랬어야 했다.
“도리어 형이 가르쳐 준 걸 우선하고 다른 무공들은 죄다 까다롭게 튕겨낼 줄은 몰랐다.”
그 결과 사마현은 끝까지 오살지파의 심공을 익히지 않았다.
불량식품일 수 있으니 안 먹겠다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놈이 이 정도로 의심이 많을 줄이야.’
천객만래(千客萬來) 같은 암기공 같은 것만 조금 집어 간 게 다인 상황.
결국 놈은 온전히 천변검만공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형은 그런 사마현을 지지하여 오성이 더욱 개화하도록 물을 뿌려주었다.
“아직은 대성하지 않았겠죠?”
“음…. 제아무리 놈의 오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지금 대성하는 것은 무리겠지. 저주받은 무공이라고는 하나, 쉬운 무공은 아니다. 애초에 그의 스승인 선대 하오문주조차도 천변검만공을 대성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놈의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대성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천재성을 생각하면 결국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목적은 바로 이것.
단순히 하오문 소문주의 정책이 싫어 반기를 든 게 아니었다.
그들은 천기순행으로서 사마현이 진정한 악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
다만 천변검만공이 아닌 천변검살공을 익힌 반쪽짜리 ‘악(惡)’이어야 했다.
“실패한 인형은 폐기되어야지.”
“더는 천기를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래. 일광이라면 모를까, 아직 천변검만공을 대성하지 못한 사마현까지는 내 힘으로도 가능할 것이네. 또한 일광도 마교의 선대 장로를 상대해야 할 터이니 쉽지 않을 테고.”
그들이 하늘을 부순 만큼, 하늘은 저항한다.
천기가 말하고 있었다.
그들을 하루빨리 제거하라고.
오살이 말했다.
“사형. 무운을 빕니다.”
“너는 너의 일을 해라. 나는 나의 일을 할 터이니.”
거기까지 말한 일살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신형.
아우는 감탄하여 말했다.
“마침내 사형께서 본문의 무공을 대성하셨구나!”
일반적인 무위를 아득히 초월한 모습이었다.
‘헌데, 왜 일광과의 싸움을 피하시는 거지?’
역시 일광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닐까?
아우 오살은 그리 생각했다.
* * *
광주로 다시 돌아온 진천희.
‘어어억, 현아. 대체 어디 숨어있는 거니.’
이 정도면 현이 귀에도 들어가야 정상 아닌가.
알고도 접근하지 않는 건가.
그런 거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굳이 형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
자존심?
아니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힘든 상황?
머리가 복잡하다.
다행히 같은 광주여도 최초 수색했던 장소는 아니다.
관제묘(關帝廟).
무신이자 군신으로 추앙받는, 삼국지의 바로 그 관우를 모시는 사당.
광주에는 상당히 거대한 관제묘가 존재한다.
이러한 관제묘의 관리는 관아에서 도맡아 하게 되며.
때문에.
야밤에는 경비병이 몇 명 있을 뿐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반대로 낮에는 관제묘에 기도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편이다.
그리고 지금 시간은 낮.
때문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컹컹컹!
황구가 관제묘로 들어갔다.
그리고 관우의 상 앞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열심히 짖는 게 아닌가?
꽤 명료한 행동에 진천희는 곧바로 황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여기서 현이의 냄새가 끊어졌어?”
왕왕!
‘그렇다는 건… 여기서 일부러 본인 냄새를 지웠다는 건데…. 부상을 입어서 숨은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려나……?’
진천희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
사람들은 관제묘를 오가며 진천희를 힐끔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거대한 개와 새를 옆에 끼고 서 있는 사람이 흔할 턱이 없으니까.
강호의 소식을 아는 이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낮추고 속닥거렸다.
‘저 사람…. 설마 일광 진천희?’
‘진짜인가?’
‘일광 진천희가 누구요?’
‘강호에 위명이 자자한 자를 모르나, 자네?’
‘매일 밭일하기도 바쁜데 내가 거기까지 어찌 알겠소.’
속닥이는 소리를 들으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호오……. 나를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하긴, 옛날에 연예인들이 사람들에게 밥 한 끼 얻어먹으러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을 했더니, 국민 MC로 유명한 사람인데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지.’
폰과 TV가 있는 세상에서도 그런데 여기는 더하면 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음. 자의식 과잉은 안 좋은 거야. 그러면 앞으로 어떻…….’
고작 찰나의 생각.
눈 한 번 깜짝이기도 전의 찰나에 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캉.
어라?
어느샌가.
근처에서 지나가던 노인의 칼이 진천희의 흉부를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천희의 금강불괴에 달하는 외공과 용린면사갑 때문에 당연히 칼날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현원전단신공으로 인지를 극대화시키던 와중이었음에도 살수의 공격을 허용하다니!
살수로서는 최고 수준에 이른 솜씨였다.
허나. 그럼에도 진천희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
때문에 살수도 놀란 모양이다.
“!?”
방금 전까지 인식되지 않던 노인에게서 기파가 흔들리며 흘러나왔다.
한없이 느려진 세계에서 진천희는 순식간에 주변을 파악한다.
‘기척도, 살기도 느끼지 못했는데 칼을 찌르다니. 대단하네. 이건… 정말 엄청난 경지에 이른 살수인데? 오살지파의 살수려나. 최고 간부라는 일살부터 오살까지 중 한 명?’
진천희 눈이 상대를 살핀다.
‘인피면구. 축근공을 쓴 것 같지만… 여성이구나. 그러면 사살이나 오살이려나. 최고 간부 다섯 중 사살과 오살이 여성이라고 했으니까.’
사살이 이미 사마현에게 죽었다는 사실은 일급 기밀.
진천희는 막연히 그리 추측하며 단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스윽-
멈춘 세계 속에서는 한없이 느린, 허나, 그들에게 있어서는 찰나와도 같은 속도이리라.
놀랍게도 상대가 그에 반응한다.
진천희와 같은 시간 속을 따라오고 있었던 것.
그는 단검을 빼내면서 독침을 입으로 발사.
그러나 진천희는 고개를 살짝 젖히며 회피한다.
살수는 경악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걸 피한다고?’
그 순간, 진천희의 머리카락이 의념을 받아 움직인다.
과거 천마를 만났을 때,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던 것을 본 덕분이었다.
놀랍게도 머리카락은 독침을 넝쿨처럼 휘감아 잡아채는 게 아닌가?
양민들이 주변이 있는 것을 보고 곧바로 독침을 막은 것!
내막을 알면 양민의 피해를 걱정하는 자비로운 행동이었으나.
모양새는 정반대였다.
머리칼을 촉수처럼 꾸물텅 움직여 독침을 잡아챘으니 눈앞의 살수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놀라움은 비단 그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아직 공격을 시작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던 다른 살수들도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문어 다리처럼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고?!’
‘이럴 수가! 저게 사람인가?’
허나, 진천희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우, 양민들이 있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어요우~’
미친 생각을 하며 탄지천통을 발사했다.
그야말로 극쾌의 속도!
정면에 있던 오살은 피하지 못하고 진천희의 공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쾅쾅쾅!!
음공이 극에 이른 진천희는 부딪치는 소리에서 금속음을 찾아낸다.
그러고는 현원전단신공으로 곧바로 깨달았다.
‘용린면사갑 정도는 아니지만, 보갑 같은 걸 몸 안에 입은 모양이시구만~ 하긴 오살지파에서 대가리 노릇 하려면 이 정도는 입어주셔야지.’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흡사 고양이처럼 몸을 뒤로 날린다.
그리고 팽팽하게 잡아당겼던 시간을 한꺼번에 풀었다.
멈춘 세계가 움직인다.
그리고.
진천희가 있던 그 자리에 사방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양민들 사이에 오살지파의 살수가 숨겨져 있었던 것!
‘공격을 피했어?!’
‘양민은 무조건 지키고 보는 게 아니었나?’
‘살기를 알아차린 건가?’
‘살기는 최대한 숨겼을 텐데? 그런데도 그걸 피했다고?’
살수들이 일제히 놀라서 눈을 부릅뜬다.
여기까지가 두 번째 수.
진천희는 다음 수로 이어가며 풀었던 시간을 다시 휘감아 붙잡는다.
극성으로 활성화된 인지 속에서 세계는-
“…….”
다시 느려진다.
현원전단신공의 세계에 현경이 더해지니 세상은 더없이 고요하다.
진천희는 죽음을 본다.
어떻게 때려야 이자들이 모두 죽을지를 깨닫는다.
동시에 놀란 양민들의 얼굴들도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살수가 변장한 게 아닌 진짜 양민들.
진천희는 생각한다.
‘아까의 살수는 오살이 확실했어. 나와 공수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마치 유령처럼 기척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 사람들은… 살기가 미약하지만 없지는 않지.’
오살은 실수했다.
아니, 실수라 할 수 있을까?
그저 실력이 부족한 것을 실수라고 표현하기도 어폐가 있겠지.
의념을 볼 수 있는 진천희에게 이제 그들의 공격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으니까.
진천희는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의 의념을 본다.
대장간에서의 경험.
신병이기를 만들며 보여주었던 의념의 색채가 진천희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도야시켰다.
수많은 의념들이 어떠한 궤적이 되는 것을 느끼며 진천희는 생각한다.
‘음, 그래. 첫 공격 전까지 내가 전조를 느끼지 못한 건 술법이나 특수한 대법이려나?’
이 장소에 진천희가 오길 기다렸다면 함정을 파는 건 당연한 수순.
허나, 기감을 아예 속일 정도로 미리 펼쳐두려면 쉽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이 넓은 강호에 해괴한 것들이 참 많구나.’
진천희는 머리카락을 꾸불텅 움직이며 생각했다.
그런 진천희를 보며 살수들도 생각했다.
평생 감정을 절제하는 수련을 해온 살수들에게도 진천희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과연 일광, 실로 해괴하기 그지없군. 인간의 이성을 망가뜨리는 저 움직임을 보라.’
‘저, 저, 저 머리카락! 꿈에 나올까 두렵구나!’
‘일광은 사람이냐! 저게 사람의 머리카락이냐고—-!!’
살수들이 복면 아래로 무슨 표정을 하는지 의원은 알 수 없다.
그러니 결심했다.
‘독해져야겠어. 이 해괴한 강호 살수들 속에서 살아남기에 나는 너무 연약해!’
꾸물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