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81
제 1081화
일광이 독심을 품은 반면, 철무문도 마찬가지.
여기서 기가 죽는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철무문의 선두에 선 자.
팔 척 거한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온다.
그 뒤로 철무문의 무인들이 질서정연하게 다가오더니 진천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
허나, 기묘하게도 진천희는 머리카락만 꿈틀거리며 그걸 그냥 지켜보며 기다려 주고 있었다.
‘어째서지?’
‘설마 우리를 얕본 건가?’
몇몇 철무문 무인들이 모욕감에 으득 이를 갈았다.
비록 놈이 이형(異形)의 무언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해도 이쪽은 대철무문.
그리고 진짜 정체는 일월신교 교인들이다.
일광에게 있어 그런 자들의 포위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이윽고 포위망이 완성된다.
“오만하구나. 네가 현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이제 막 경지에 발을 디딘 것뿐이면서도 그리 자신감에 차 있느냐!”
“오우, 그 말씀은 마치 저를 이길 수 있다고 믿고 계신 것 같네요?”
진천희는 특유의 기묘한 억양으로 되물었다.
첫 공격은 오살지파.
두 번째로는 도박파에서 끌어들인 오합지졸의 무인들.
‘세 번째로 나선 것이 철무문의 정예들인가?’
거기에 화포까지 동원했으니, 진천희 하나를 잡기 위해서 거대 문파 세 곳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여기는 대도시 광주의 관제묘.
진천희가 미리 진법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갈세가의 후예로서의 특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꽤나 핸디캡을 안고 싸우고 있는 셈.
여러모로 잘 만든 함정이라고 할 만하니 저들의 자신감이 이해가 가기는 한다.
하지만.
저들은 몰랐다.
진천희가 ‘진심’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철무금이 진천희를 향해 말했다.
“네가 오만하게 본문의 행사를 기다린 것으로써 이미 승부는 끝이 났음을 모르나. 나 철무문의 문주 철무금과 본문의 일백 정예가 너를 상대할 것이다. 철무금진. 개진!”
그의 명령과 함께 백 명의 철무문의 무인들이 전부 반쯤 마보를 취한 채로 기묘한 자세를 잡고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리고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른다.
그들의 내공이 서로 얽혀 들어가며 하나가 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동시에 그들 하나하나를 호신강기가 휘감기 시작한다.
“호오, 어디 한번, 진법을 견식해 볼까요?”
두 손을 마주 합장하는 진천희.
그리고 그 손안에서 오행진기가 무서운 속도로 응축되었다가 그대로 불안정하게 뒤틀렸다.
‘설마 일부러?’
현경의 무학에 다다른 자가 오행진기 응축을 미숙하게 할 리가 없다.
아니, 만약 불안정했다면 그 자리에서 흩어졌어야 할 터.
그럼에도 진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의 아슬아슬한 감각으로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터.
진천희는 웃으며 그 구체를 가볍게 내던진다.
오행합벽.
대폭발.
콰쾅!
강기로 이루어진 오행진기가 상생상극하며 대폭발을 일으키며 진법을 이루는 이들을 뒤덮었다.
그 파괴력에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떨리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져나가고 다시 가라앉자 진천희가 작게 탄성을 질렀다.
“오우.”
버텨냈다. 진법을 유지한 채로 그들은 진천희의 오행합벽을 버텨내는 쾌거를 이룬 것!
“어떠냐. 일광! 이것이 본문의 저력이다!”
‘정확하게는 마교의 저력이겠지.’
현경의 강기.
그것도 오행합벽으로 만들어낸 강기의 폭발이다.
그것을 모두의 검진으로 막아내다니, 소년 만화였다면 저쪽에 의당 주인공 자리를 줄 법하다고 진천희는 생각했다.
그야말로 우정, 노력, 승리.
세 가지 요소가 다 들어있는 진법이 아닌가.
놈들은 진법을 유지한 채로 아주 천천히 포위망을 조여대기 시작했다.
철벽이 줄어들며 사람을 압사시키는 기묘한 박력.
그 압박감에 보통 사람이라면 숨을 쉬지 못하고 혼절할 게 분명했다.
허나, 진천희는 태연히 이 상황을 관조한다.
이미 인외마경을 경험한 정신 때문일까.
생과 사를 넘나들 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저 뇌는 자신의 일을 할 뿐.
작은 진천희들이 시간을 쪼개며 말했다.
‘굉장한걸. 강기의 대폭발을 정면으로 맞고도 버티다니.’
‘이래서야 탄지천통으로 한 놈만 공략해서 진법을 흔들던 전략은 안 통하겠네.’
‘모용세가와 싸웠을 때의 정보를 입수한 건가?’
‘그랬겠지. 마교니까.’
‘그나저나 엄청나네. 방금 전의 대폭발이면… 무존도 상처를 입을 정도인데. ‘우릴’ 죽이려고 제대로 준비를 한 모양이야.’
‘오오, 인정!’
‘하지만.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지.’
현원전단신공이 답을 도출해낸다.
진천희는 빙정검을 뽑아서 경쾌하게 핑그르르 손가락으로 돌린 후, 그대로 땅을 향해 휘두른다.
콰직-
땅이 조각나더니, 그 상태로 진천희의 오행진기 중 토행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주변의 땅이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지고 뒤틀리며,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철무문의 무인들의 자세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발아래, 즉 대지 전체가 흔들리자 진법 자체가 깨지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경악하는 철무문. 그리고 철무금은 경악한 와중에도 흉포한 기색을 폭발시키며 진천희를 향해 덤벼들었다.
흔들리는 대지.
그 대지의 축이 쪼개지며 땅의 일부가 튀어나오거나, 내려앉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민가에는 피해가 없이 관제묘의 땅만이 이런 기기묘묘한 조화를 부리고 있었고.
진천희는 허공으로 가볍게 뛰어올라 철무금과 일전을 벌인다.
‘처음 한 잔은 부드럽게-’
허공에서 빙정검이 뻗어나가 철무금의 요혈을 노린다.
“이 철혈마가의 외공에 상대가 될 거라 생각하느냐? 제아무리 강기라 하더라도 지금 상태에서 우리 철혈마가의 무공을 이겨낼 수는 없을 터!”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 할 생각도 없는 모양.
‘뭐어, 그렇겠지. 마교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놈들은 모르고 있다.
진천희는 책에 빙의했으나, 실질적으로 그 정보를 십 할 다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하륜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은 그저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가 마교라면 다르다!
대성한 철혈마가의 외공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미 지존천마를 봤기에 알고 있다.
빙정검은 그를 찌르거나 베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귀 옆으로 부드럽게 지나가더니… 압축시켰던 의념을 확장시키는 게 아닌가.
‘의념의 압축과 확장이 이렇게 빠를 수 있나?’
다른 이라면 모를까, 가주이기에 진천희의 무학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무학을 얻을 수 있지?’
허나, 그것이 한 노인의 반백 년의 한, 그 한을 태울 때 곁에서 얻은 무학이라는 것은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인연(因緣)의 무서움을 그들은 모른다.
다음 경지를 여는 열쇠가 생사결이 아닌 사람, 그저 사람과 사람의 은(恩)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모르기에-
끼이이이잉!
그의 옆에서 끔찍한 파동이 일어났다.
‘둘째 잔은 강렬하게-!’
칠마금 심무절기
빙정검 개변초식
극강파음(極强破音)—-!!
소리에 강기를 담는 심무절기.
초월심무까지는 아니지만, 그 위력은 강력하기 짝이 없을 정도.
그게 빙정검을 소리굽쇠처럼 이용해 사용되었는데, 귀 옆에서 터지면서 철무금을 덮친 것!
첫 잔이 부드러운 만큼, 두 번째 잔은 독한 것으로.
꽤나 매콤할 거다.
평생 남을 맛이겠지.
‘싸움이라는 게 꼭 서로 내장까지 열어 봐야 할 필요가 있나?’
진천희는 의원이기에 음공의 진짜 무서움을 알고 있다.
금강불괴를 극성으로 달성한 철무금은 강기조차 맨몸으로 견딜 수 있지만.
끔찍한 음파가 귀와 고막을 때리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
고막을 단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순식간에 세반고리관이 흔들리더니 몸의 균형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뇌를 휘젓는 것 같은 감각에-
“크악!”
철무금은 그만 몸이 휘청거렸다.
토할 것 같은 감각.
“일광 이놈이 사술을!?”
그걸 놓칠 진천희가 아니다.
옆으로 누인 빙정검이 뺨을 후려쳤다.
짜악-!
의념이 실린 일격이 귀를 치니 칠공에 피가 흐르고, 놈은 변변한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혼절하고 만다.
진천희는 쓰러진 철무금을 밟고 섰다.
그 결과에 남아있는 자들의 눈이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철무금을…… 이겼어? 이렇게 쉽게?”
“문주님! 문주님, 정신 차리십시오오오!”
서로 피와 살이 튀는 생사결을 생각했는데, 일광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문주를 꺾었다.
중간에 이상한 수를 쓴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사술, 사, 사, 사술이다!”
‘오우, 마교한테 사술 소리를 들으니 기분 한번 끝내주는군.’
하도 많이 들어서 이게 이 동네 칭찬인가 싶을 지경.
우왕좌왕하는 무인들을 향해 진천희가 말했다.
“자. 다음 환자분. 진료받으실 시간입니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저. 활인천마 진천희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활인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라는 말도, 항복하라는 말도 없다.
진료라는 말에 강호인들이 이를 으득 갈았다.
“이렇게 된 이상 모두 동귀어진할 각오로 싸워라아아-!”
와아아아아–!
내력이 담긴 고함과 함께 모두가 함성을 지른다.
“호오……. 독이 바짝 들었군요. 역시 마교. 사파랑은 많이 달라요.”
그리 말하더니 진천희의 잔상이 흩어지듯 사라진다.
퍽, 퍼퍼퍼퍽!
강풍의 낙엽처럼 무인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강호에서 ‘힘’이란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만드는 마법.
“살려는 드릴게.”
살려만 준다.
딱 살려만.
* * *
철무문의 장로 철무백.
그 철무백은 먼 곳에서 이 광경을 보며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3개 문파가 동시에 공격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참여했거늘……. 괴물이로구나. 진실로 괴물이야. 역시, 전대 가주께서 오시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그러게~ 우리 형. 너무 강해진 거 같은걸~ 보는 나도 아주 즐거워.”
“그렇게 말하는 자네도 괴물 아닌가?”
“그런가~?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전대 가주께서 오시기 전까지 일단 몸을 숨겨…….”
문득 거기까지 답하던 철무백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나는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거지?”
무언가 꿈이라도 꾼 것 같다.
유령에게 홀린 기분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느꼈다.
“와아, 화경에 이른 고수라서 완전히 통하지는 않네? …어차피 문제는 없지만.”
마치 가위에 눌릴 것 같은 감각.
그는 눈동자만 겨우 굴려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화사하게 웃고 있는 미청년이 서 있었다.
눈물점이 인상적이어서 왜인지 시선을 뗄 수 없는 사내.
그는 빙글빙글 웃으며 폐허가 되고 있는 관제묘를 보고 있었다.
“그래. 형도 나도 괴물이 되어 가는 거지~ 응. 그게 강호니까.”
“네… 네놈은… 광면호리! 나에게 대체 무슨 사술을 쓴…… 크아아악!”
그 순간, 철무백의 얼굴에 사마현이 세례라도 하듯 손을 뻗는다. 희고 마디가 큰 손.
하얀 손이 빛을 받아 일견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우드득-
성수 대신 핏물이 솟구친다.
“끄억, 끄어어억! 끄아아아악!”
“음, 마교라면서 생각보다 고통에 약하네? 아, 속세에 너무 물들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자문자답하던 사마현이 눈동자만 핑그르르 돌렸다.
“형을 보고 싶지만 요즘 바빠. 일살과 숨바꼭질 중이거든. 천변검만공의 가면 아래, 모든 것을 녹이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고. 어라. 이제는 못 듣나?”
청년은 미쳐 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목소리에 이성이라는 게 남아있지만, 언뜻언뜻 비치는 광기가 청년을 좀먹고 있었다.
천재성이 광기를 부른다.
그리고 그 광기 속에서도 완전히 스스로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마 소중한 것들 때문이겠지.
사마현은 죽은 철무백을 바라본다.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그저 웃기만 했다.
“일살… 어디 있으려나. 괜히 형에게 민폐만 끼쳤단 말이지…….”
역시 일을 빨리 끝내야겠다.
사마현은 작게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라, 나 뭐 하고 있었더라…….”
사마현이 목소리가 한번 휘청거린다.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성대에서 튀어나왔고.
자아가 핑그르르 회전한다.
“…….”
그렇게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다시 말했다.
“…그렇지. 일살과 숨바꼭질을 해야지.”
다시 본래의 목소리로 돌아온다.
정신이 무너지고, 다시 회복되고-
“형, 형, 형, 형이 왔어. 날 구하러 형이 와 줬어~”
그리고 다시 정신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정신 속에서도 아우는 기뻐 보였다.
천변검만공.
강호의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저주받을 신공이자 마공.
그것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일살의 계산은 틀렸다.
대성까지 시간이 있을 거라는 계산.
허나, 사마현의 천재성은 이미 하늘에 닿았고.
저주받은 무공.
천변검만공이 일인(一人)의 천재를 만나 드디어 일세(一世)에 만개한다.
피어라.
-태고(太古)의 마(魔)를 부르는 천 개의 가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