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93
제 1093화
조로록-
모산파 장문인이 끓여온 차를 사마현이 잔에 모두 따른다.
손끝부터 손목, 팔꿈치, 어깨, 목에서 턱까지 이어진 선이 마치 예법의 화신과도 같았다.
사실 그 정체는, 금자까지 써가며 중원에서 휘핑크림 들어간 아아메를 만들어 먹는 출처 불명의 중원 사이비라고는 결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용정차에 소젖을 넣고 서대륙산 각설탕이 한 잔에 몇 개까지 들어가는지 시험하는 설탕 처돌이로도 보이지 않고.
“차향이 그윽하군요. 모산파와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허허허, 과찬이오. 금혈방의 소방주이자 하오문 소문주인 천면호리께서는 세상 명차를 다 마셔 보았을 텐데…….”
사마현은 절도있게 찻주전자를 뗀다.
“물론 중원에 명차는 많지요. 허나, 옛 선현의 말에 차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이라 하지 않습니까. 어디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지니…. 장문인과 함께 마시는 차야말로 제게 가장 명차인 법이지요.”
“……!”
그 말에 장문인의 얼굴이 붉어진다.
“커, 커흠! 제법 예를 아는 청년이구려.”
“예의라니요. 진심입니다.”
목소리도 얼마나 청아한지 듣는 이가 얼굴을 붉힐 지경.
사마현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장문인의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찻물이 출렁이나 단 한 방울도 넘치지 않는다.
‘실로 강호의 기둥이요, 미래로다…….’
장문인은 그런 사마현의 자태를 보며 감탄한다.
‘그동안 광면호리, 아, 아니…. 천면호리에 대해 악소문만 들었건만 실제로 보니 모두 허언이었군.’
깍듯이 이렇게 윗사람을 모시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현기가 돈다.
어찌 이런 인재가 금혈방에 갔을꼬.
모산파 장문인은 아쉬운 생각을 하면서 문득, 진천희를 바라본다.
‘반면 저 악랄한 강도 놈은 날 뜯어먹을 생각만 가득하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
그의 앞에서 형제는 이런 전음을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
[형. 모산파 사람들 산에 살아서 그런지 좀 귀엽네~] [……현아. 난 좀 네가 무서워지려고 한다.]장문인이 말했다.
“그래. 그래서 무슨 일로 본문에 들른 것이오.”
진천희는 자세를 바로 했다.
“모산파 문인을 정식으로 고용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흐음, 백린의각은 확실히 불가나 도가와는 좀 다르지…. 그 뿌리부터 세가(世家)의 색이 강하니…….”
“…….”
장문인은 수염을 쓸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흠, 우리 문파에도 외부에서 일하려는 이들은 제법 많이 있으니 주선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네. 그래서 조건은?”
진천희가 눈을 빛낸다.
“괜찮으시다면, ‘옵션’ 가격을 좀 조정해 드릴까 합니다만.”
그리 말하며 스윽 제안서를 밀어준다.
종이를 열고 한참 읽어 보던 장문인.
“에에이잉……! 이 정도로는 부족하네!”
“어허! 이게 잘만 되면 모산파에도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 문인들은 무인들에 비해 그동안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모산파는 용봉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비무장을 돌보고 객석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돕는 역할일 뿐.
직접 일대일 비무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다른 문파들과는 달리, 실전을 겪어 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듯.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너무 밑지지 않나? 우리 애들 데려가서 뇌격부 찍어 내게 할 거 내 모를 줄 알고?”
‘쳇. 영악한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뇌격부를 자체 생산해서 싸게 굴려 보겠다는 진천희의 야망을 바로 간파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만한 옵션 할인을 해드리기 어디 쉬운 줄 아십니까? 주판 한번 튕겨보도록 하지요.”
진천희는 소매에서 주판을 꺼내서 돈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아니아니아니, 주판 튕길 거 없네! 필요 없으니까!”
“돈을 보시라니까요. 돈을!”
둘은 치열하게 협상을 시작했다.
후릅-
사마현은 그 모습을 즐거이 감상한다.
* * *
“…….”
“…….”
두 시진이 지났다.
둘 다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저를 이렇게 몰아붙이시다니, 장문인 대단하시군요.”
“훅훅……. 누가 혈린이 키운 새끼 제갈 아니랄까 봐 아주 악랄하구먼! 하지만 이 몸은 모산파를 책임지는 몸! 자네의 수작에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걸세!”
그렇게 한 시진을 더 싸우고 나니, 이제는 결국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주판 구슬 하나를 옮겨 당기며 말했다.
“이 정도는 어떻습니까?”
“자네……. 진짜 징그러운 놈이군. 혈린과는 다르지만… 아니, 포기를 모르고 악랄하다는 점에서는 결국 똑같군.”
그렇게 한숨을 쉬더니 장문인이 말했다.
“좋네!”
“아싸아아!”
진천희는 폴짝폴짝 뛰었다.
모산파 장문인이 사마현을 향해 말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계속 앉혀 놔서 미안하네. 처음부터 대화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말이지.”
“아닙니다. 즐거웠습니다요~”
사마현은 장난스럽게 방긋 웃었다.
장문인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진짜로 사마현은 즐거웠다.
‘오랜만의 평안이네.’
모산파의 공기는 다른 곳보다 맑고 무거운 느낌이다.
사마현은 그게 좋았다.
도가나 선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자신이기에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랬다.
맑고 청명한 기운이 빈 곳 없이 꽉 차 있는 이곳.
암살 걱정할 필요도 없고, 광기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렸다.
빗소리를 따라 풍경이 딸랑거리고, 처마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좋은 화음을 만들어낸다.
고요하나 소리로 꽉 차 있는 이곳에서 사마현은 ‘휴가’를 느낀다.
‘형과 헤어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다시 긴장하고 반야신공을 키워나가야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괜찮다.
그것은 이 청년 인생에서 몇 없는 일이었다.
죽을 걱정도, 죽일 생각도 할 필요 없는 시간.
살문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돈은 살인을 부른다.
사마현은 다향(茶香)을 느낀다.
‘사실 조금 싸구려 차군.’
모산파 장문인은 답지 않게 짠돌이라 들었는데 사실인 모양.
그래도 장문인과 함께하면 그 어떤 차보다도 좋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형이 함께 있기 때문이지만.’
사마현은 거짓말쟁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가짜로만 말하는 사람은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진실이 담겨 있을 때도 많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사마현은 단전에 있는 백룡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확하게는 반야신공이지만 형이 자신의 진기를 바탕으로 구결을 읊어준 것이다 보니 왜인지 형과 닮은 데가 있어 보였다.
‘흐음, 신중한 부분도 비슷하고.’
수시로 천변검만공의 마공이 상단전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다.
아니, 요즘은 숫제 상전 노릇을 하려고 하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일까?
‘단전의 내공이 살아있는 듯이 스스로 움직이는 경험은…… 예전부터 있어 오긴 했지만 이런 건 좀 희한하네.’
천변검만공을 대성한 상황.
여기서 반야신공까지 대성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마현은 호기심이 생겼다.
* * *
다음 날, 모산파 도인들은 백린의각과의 협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들었나? 백린의각에서 직원을 고용한다고 하네!”
“호오, 우리 도사들을 고용한다고?”
“정확히는 술법을 쓸 수 있는 도사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술법을 원하는지는 모르겠군그래.”
그들은 모산파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기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음식들.
하지만 육수 정도는 들어간다.
소림사보다는 덜 까다로운 곳으로, 아예 고기를 먹지 않는 도인들이 말년에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몇 번 봐 왔기에 옛 조사께서 약간의 육식은 허용한 덕분이다.
‘하지만 맛없기로 유명한 게 우리 모산파 식당이지.’
외부에서 숙수를 초빙해 보기도 하고, 재료도 바꿔 봤지만 도통 맛있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식욕 또한 육욕 중의 하나이니, 마음을 정(淨)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걸 먹는 것도 수련의 일환이다.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야 할 지경.
심지어 손님들도 차는 모산파에서 먹어도 밥은 굳이 밖으로 나가서 먹을 정도였다.
“킁킁, 어라? 식당에서 웬일로 이런 향이 나는 거요?”
“그러게 보통 탄내나 짠 내가 나지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일이 있었나?”
“에이, 맛은 똑같겠지!”
속지 말자. 어차피 먹던 거 먹는 것뿐이다.
마침 단식 수행 기간이 끝난 터라 나름대로 별식이라고 만든 모양.
하지만 막상 먹어 보고 실망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백린의각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백린의각에서 주술당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들었소.”
“거기서 뇌력부를 만들어서 농사 개혁을 한다나?”
몇몇 도인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땅에 번개를 내리치면 지력이 상승하여 농사가 잘된다고 하네. 그것도 잘만 때리면 수확량이 열 배나 뛴다는데 못 할 이유가 뭐겠나!”
“열 배? 에이, 그건 좀 과장이고 많아 봐야 두 배 정도겠지.”
“두 배여도 대단한 것 아닌가?”
도인들은 그릇을 받아서 다음 음식을 받을 차례를 기다린다.
그릇에는 탱글한 두부가 매콤한 향을 뿜으며 올라간다.
“오오, 이것은?”
“사천식 마파두부요! 볶음밥은 저쪽인데……. 어라? 마파두부부터 받는 거요?”
도인은 그제야 줄 순서를 헷갈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밥은 따로 받으려고 하네.”
“아. 그렇군. 그것도 맛있지. 저쪽에 계란 버섯탕과 유부 조림도 받아 가시오. 아주 일미라오.”
‘우리 요리당 사람들은 밥맛 없게 밥해 주는 것으로 유명할 터. 이렇게 맛있어 보이다니 웬일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옛 조사께서 고기를 허용하긴 했다만 그거랑 후인들의 요리 솜씨는 별개다.
식은 나물 반찬에 두부 한 모.
거기에 간장이나 뿌려 먹으라고 하는 놈들이 모산파 요리당 놈들이다.
나물은 얼마나 질긴지 먹다가 이빨이 나갈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이리도 음식이 향긋하다니!
‘에이, 모양만 그럴듯한 것이겠지.’
기대를 하기에 실망을 하는 법이다.
‘분명 또 모래 맛만 날 것이다. 그리되면 그 또한 수련이라고 생각하며 주린 배나 문지르겠지.’
다들 같은 마음인지 오히려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써 화제를 돌린다.
“그… 백린의각 급여는 얼마라고 하오?”
동료 도인이 물었다.
“장문인께서 교섭하시기를…….”
모두가 삼삼오오 마파두부와 유부 조림, 계란 버섯탕을 들고 모인다.
조건을 들은 도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주는 편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다른 세가보다 유달리 높거나 한 건 아니군.”
“그건 그렇지.”
모두가 실망한 눈치였다.
“…….”
모산판의 도인들은 속된 말로 몸값이 비싸다.
부적 하나 써주는 것도 솔찬히 돈을 받는 게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백린의각 조건은 중상위 정도의 수준.
“아, 밑반찬이 더 나왔네그려.”
조리 도인들이 밑반찬들을 내오자, 수련 도인들이 후다닥 달려가 받아 온다.
분명 기대를 안 한다고 다짐했는데도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음……? 이것은 무엇이오? 두부랑 닮았는데 광택이 남다르군.”
“도토리로 만들었다고 하네. 이 지역 음식은 아닌 것 같군.”
사천식? 아니면 새외식?
평생 도문 안에서만 살아온 도인들이지라 이런 건 보통 사람보다도 잘 모른다.
매콤새콤달콤한 향 위로 얇게 썰린 오이가 얼마나 싱싱해 보이는지, 눈빛으로도 아삭아삭 소리가 들릴 것 같다.
“호오, 맛이 궁금하네그려. 거기다가 이건 뭔가 특별한 향신료를 넣어서 만든 무침 같군그래.”
“연근? 연근을 이렇게 졸인다고?”
“와, 여기 조림 좀 보게. 버섯이랑 같이 넣고 꽉 졸여버렸군. 젓가락에 포슬포슬하게 무너지는 건… 대체…?”
“감자입니다.”
다행히 모산파 도인들도 감자는 알고 있었다.
원산지는 아니나 아랫마을에서 재배를 하느라 가끔 주방에도 올라왔던 것.
다만, 현대인이 생각하는 그런 감자와는 조금 모양이 달랐다.
“감자? 감자는 더 작고 볼품없지 않나.”
“맛도 솔직히 별로지.”
“그 일광이 품종을 개량해서 여기저기에 뿌리고 있다 들었습니다. 화 대륙과 새외에 있는 모든 감자를 거둬서 만들었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면 십 년 넘게 감자 연구만 했던 셈이지요.”
일광이 모산파에 오는 김에 선물로 백린의각산 감자를 들고 온 모양이었다.
“감자를 연구해서 이렇게 만든다고?”
다른 도인들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놈 의원이 직업 아닌가?”
“의원이긴 하지만 강호인이고 태수이기도 하잖소. 닥치는 대로 다 하며 산다더군요.”
“…허, 참 재능이 부럽군.”
그렇게 몇 개 더 얹어오니 그야말로 호사스럽기 그지없었다.
“향기가 끝내주는군.”
“속지 맙시다. 단식 수행 끝났다고 별식 만들어 온 것 같은데 또 실망하기 싫으면.”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음식 종류가 처음 보는 것들이 있지 않나.”
대체 주방에 누가 있는 거지? 새 숙수라도 들어온 건가?
도인들은 갸웃했다.
“어쨌든 삼 일 만에 뭐 좀 먹어 보겠구려. 설령 또 모래 맛이 난다고 해도, 이 정도 향이면 괜찮겠지.”
“그래. 그렇지. 이것만으로도 조리당 사람들이 노력한 셈 아닌가.”
“그나저나 일광은 돈이나 더 쓰지는 아쉽군. 이래서야 다른 세가들과 월봉이 비슷하니 원.”
그리 말하며 감자조림을 젓가락으로 푹 쑤신다.
이상하게 손에 들어오는 감촉이 좋았다.
평생 감자만 쑤실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거기까지겠지.
모산파 도인은 일부러 기대를 접으며 말했다.
“딱히 매력적인 월봉이 아니니, 저는 무시하겠습니다. 우리 모산파 요리당 모래 맛 밥도 앞으로 오래 먹겠구려.”
“그렇지. 솔직히 약간 짜다 싶기도 하오. 백린의각은 돈도 많이 벌면서 더 쓰지 싶군. 차라리 요즘 돈을 미친 듯이 쏟아붓고 있는 남궁세가 쪽이 더 매력적이지 않소?”
그렇게 답하고는 감자 조각을 한입 입 안으로 넣었다.
“……!?”
입에 음식을 넣는 순간.
도인들이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분명 모래 맛이 나는 게 정상일 밥이었다.
그게 모산파 도인들의 식사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너무나도 달랐다.
입 안에서 눈처럼 사르르 녹는 감자의 질감에 모두가 삼킬 생각도 못 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충격, 경악!
그들은 동시에 새 숙수가 있을 부엌을 바라본다.
“이, 이게 무슨……?!”
화르르륵!
엄청난 화기(火氣)가 부엌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호, 혹시 단체로 환술에라도 걸린 겐가?”
얼마 전.
모산파 장문인은 진천희를 무시했다.
처음 진천희의 조건을 들었을 때도 ‘이 조건에 굳이? 고작 이 정도 월봉으로 악랄한 혈린광살 밑으로 갈 놈이 있겠나? 차라리 돈 많이 주는 남궁세가 쪽을 가고 말지.’ 이런 생각으로 승낙했다.
그렇게 되면 도인은 한 놈도 유출이 안 되고 모산파는 계약대로 이득은 이득대로 얻을 테니!
허나, 장문인이 잊어버린 게 있었으니… 일광은 새끼 제갈이다.
강호인들이 다 미친놈으로 보고 있지만, 그 미친 짓도 따져보면 다 연유가 있다는 듯.
새끼 제갈은 이유 없는 수는 두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의념은 세상을 바꾼다.
주조장인의 의념이 세계를 바꿀 수 있고, 대장장이의 의념도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여기 교수로 살아온 자가 있었다.
그는 단 하나의 의념을 밥에 담았다.
부디, 인류의 미래에 동참할 ‘친구’들이 많이 생기기를!
“……!”
경지에 이른 무학… 아니 요리학이 응답하고, 천지가 교태하며 그에게 무한한 내공을 준다.
마침내.
‘친구.’
맛있어져라.
맛있어지거라….
모에모에 큥……☆
그 의념이 밥에 닿아 맛의 향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하필 단식 수행 다음 날 첫 끼니.
진천희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부족하여 그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하겠지.’
마음은 본디 돈에서 나오는 것.
정해진 예산이 있으니 그 이상 마구 뽑았다가는 이성을 놓은 무월에게 멱살 잡힐 수 있다.
그러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진천희는 악어의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혓바닥은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반짝-
모산파 장문인도 미처 모르는 사이.
악마 새끼도 울고 갈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