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94
제 1094화
사정을 모르는 모산파 도인들.
그들은 다들 경악하여 부엌을 보고, 밥을 보고, 서로를 본다.
이게 환술이 아니라면?
‘분명 이 혀가 이상하거나, 이 요리가 유독 특별한 게 틀림없다.’
그래서 일단 다른 걸 먹어 보기로 했다.
우선 마파두부부터.
“허어, 이 맛이라니…….”
입 안으로 들어오는 매콤한 향 아래에 두부가 탱글탱글하게 들어온다.
단단한 두부가 아니다. 오히려 순두부에 가까운 말랑한 두부.
계란찜에 가까울 정도다.
수저로 푹 풀 때마다 두부의 말캉함과 사천식 마라의 매콤함이 함께한다.
‘거의 풀떼기만 넣어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산속에서 맑은 기운만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육류를 조심하는 도인들이다.
화기(火氣)도 조심해야 한다며 생식만 하는 노사님들도 계시지만, 그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먹으면 말년에 고생한다는 모산파의 경험적인 체득 때문.
그렇다고 해도 고기를 거의 육수용으로만 쓰는 것도 사실이고, 맛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니, 두부, 감자, 버섯, 이런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맛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맛이 없던 건 풀만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요리당이 요리를 못했기 때문이란 말인가!”
도사 하나가 그만 진리의 문을 열고 말았다.
“……!”
이제 그는 진리를 알아버린 대가로 두 번 다시 이것은 수행을 위한 밥이라며 정신 승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실로 등가교환의 무서움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도인이 이걸 만든 거요? 신참 중에 요리깨나 하는 친구가 있었나?”
“어디 전직 황실 숙수라도 모셔 온 건가?”
“그럴 리가! 우리 장문인이 얼마나 짠…… 아니 검소하신 분이신데.”
도사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에서 명상을 하며 수행에 정진하는 삶.
삶에 낙이라고는 사실 그리 없다.
물론 깨달음으로 생기는 그 찰나 같은 희열이 도가에도 존재하지만.
강호인들 수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무지막지하게 힘들다.
수행이 애초에 안락하고 평안하고 온유하기만 했으면 다들 산에 올라갔을 터.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삶의 낙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먹는 재미!
그리고 모산파는 맛이 없는 동네라 다들 이 낙을 포기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고.
그때 누군가가 부엌에서 나왔다.
“아이고, 후식도 하나 해놨습니다. 떡 구워서 물엿이랑 간장이랑 돌돌 섞어 놨어요. 차랑 같이 먹기 좋으니까 그렇게 드세요.”
‘일광!’
모든 도인들이 놀라서 바라본다.
그곳에는 진천희가 앞치마를 하고 나오고 있었다.
그랬다.
천하십대숙수 진천희!
그가 직접 모산파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그, 그렇다면 이것은 백린의각의 맛!”
“아무리 일광이라도 끼니마다 요리하지는 않을 것 아니오? 그러니 이런 맛이 매번 나오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
진천희가 말했다.
“아, 저희 식당 숙수분들은 모두 제 수제자이시지요.”
“……!”
도인들의 눈이 커진다.
‘수제자? 일광의 수제자라고?’
…그날 150명의 도인이 백린의각에 신청서를 넣었다.
밥은 중대 사항이었고.
모산파 장문인은 제갈 놈들은 역시 죄다 마귀 새끼라며 그날 비명을 질렀다 전해진다.
* * *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백린의각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우와, 150명이나 신청할 줄이야.’
백린의각이 장인들이나 연구원들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인들은 원래 많이 받는 자들.
사정이 다르다.
다른 명문 대파에 뒤지지 않을 돈은 지불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그들을 완전히 앞설 돈을 지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진천희는 철금방에서 만들어준 식칼과 국자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과거 흑갑오공을 잡고 만든 화과도 들려 있었다.
콰아아아-
‘돈으로 안 되면 먹을 걸로 간다아아앗-!’
오행진기를 담아 요리하는 진천희.
어째서인지 진천희의 주변의 색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현경의 경지.
만약 모산파 문주님이 그것을 보았다면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했을 터이나 다행이다.
이 부엌에는 진천희의 무학을 알아볼 자가 없었으니까.
화염은 오행진기를 먹으며 커지고, 의념은 음식에 스며 맛을 돋운다.
‘인류의 친구… 고용……한다. 많이……!’
한 인간의 집념이 세계의 법칙을 바꾸며 음식에 더욱 불맛을 입힌다!
여기에 식칼.
어느 대장장이 노인의 한이 담긴 검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닌 음식을 썰기 위한 것.
우우웅-
이 또한 틀림없는 신병이기.
용각생사침이 의술에 있어 신병이기라 할 수 있듯, 이 식칼도 요리에 있어서만큼은 신병이기라 할 수 있겠지.
‘오우, 이것도 나중에 이름 붙여줘야겠네.’
의술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 식칼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그리 깊이 고찰하지 못했다.
그렇게 진천희의 의념이 증폭이 된다.
모든 재료들이 자신이 가진 맛, 그 극한까지 현세로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어낸 매콤한 향에 도인들 모두 입에 침을 흘릴 정도.
심지어 참회동에서 면벽 수련을 하던 장로님이 식당에서 뭐 만드는지 알아봐 달라며 먼 곳에 육합전성 비슷한 술법까지 쓸 정도였다.
그렇게 맛없기로 유명한 모산파 식당은 미어터졌다.
이제 그들은 두 번 다시 옛날 입맛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일광, 일광이라고?! 언제까지 있다 가는 거요?”
“며칠 있다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일광이 가고 나면 원래대로 맛이 돌아간다는 뜻인가!”
“……!”
모산파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몰랐으면 모를까, 이 맛을 알게 된 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진천희는 그렇게 도인들에게 밥을 해주다 알게 된 점이 있다.
‘모산파는 여느 도가의 문파들이 그러하듯이 일대 제자부터 사대 제자까지 존재하는구나.’
일대 제자는 보통은 장문인과 장로들.
이대 제자들은 장문인과 장로들의 제자들로 중년의 나이를 가진 이들.
그리고 삼대 제자는 이제 현역이 된 이들이며, 사대 제자는 외부에는 나가지 않는 수련생의 신분.
‘백린의각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바로 이 삼대 제자들이군.’
왜냐?
모산파의 제자들은 삼대 제자가 되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문파에 남아서 살아간다.
문파의 일원으로서 일종의 월봉 비슷한 것을 받으면서 사는 것.
이른바 기숙사 도제 제도와 비슷하다.
둘째. 독립한다.
외부에 나가서 모산파의 하부 도관을 차리거나 방랑하면서 낭인 도사로 살아간다.
의원도 강호낭중이라고 떠돌이 의원이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모산파에는 속가제자라는 개념이 없지.’
제자가 되었다가 독립해서 나갈 수 있기 때문.
물론 모산파는 결혼도 가능하다.
자식도 볼 수 있고.
속세주의의 도가 문파라서 그런 것.
다만 비전의 선술과 도술 같은 것은 문파에 오랫동안 공헌하지 않으면 가르쳐 주지 않으며, 동시에 문파에서 나가 독립하지 않겠다는 술법적인 맹세를 해야 한다고.
그렇다.
‘백린의각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다수가 도사로서의 재능이 좀 떨어지고, 성취도 떨어지는 이들이란 거지.’
더 높은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독립하자니 애매하고…….
그런 와중에 진천희에게 혀를 붙잡혀 버렸으니, 죄다 백린의각에 몰려들었다.
“하필 단식 수행 끝난 다음 날 식당에 수를 쓰다니. 네놈이 사람이냐! 사람이 어찌 이리 악랄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장문인은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실수했는지 깨달았다.
‘과연 제갈세가로다. 아무리 달콤한 제안이라 하더라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었던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백린의각에서는 결코 어설픈 자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뿐더러.
단식 수행 기간은 이미 스승님께서 진천희에게 전달해 주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돈이 굳었군요. 스승님.’
…공명의 가르침이다.
* * *
모산파에서 신청을 받고 두 사람은 별채로 돌아갔다.
사마현이 말했다.
“우와아, 만선이네, 형. 주술당주가 백 명 구해 오라고 했다며?”
“그러게. 모산파 한 곳에서만 전부 채울 줄이야.”
심지어 예정 인원수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몰렸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인재는 필요하다.
그런 경우에 어떻게 사람을 끌고 올 것인가.
‘복지지.’
상사가 개빡돌게 만들어도 사내 식당이 맛있으면 한 번은 봐주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일이 너무 많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니 퇴사를 해야 하겠지만, 일하면서 한두 번 빡치는 일이야 늘 있는 법이고.
‘밥 잘 주는 직장이 의외로 흔치 않지.’
특히 식품 위생 개념을 날로 먹은 이 시대는 더더욱.
빙호빙고 덕에 요즘 들어 많은 게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 투 비 백린의각 각내 식당을 이기기 쉽지 않을 터.
거기다가 단식 수행.
그다음 날 첫 끼…….
인간의 무의식에 맛이란 것을 각인시키기 좋은 날 아닌가.
사마현은 솔직히 감탄했다.
‘확실히 형은 배울 부분이 많아.’
치밀한 사전 조사, 그리고 미끼인 척 일부러 살짝 접어주는 연기, 그리고 마지막 단 한 끼까지 패를 덮고 있는 인내심.
마침내 시기가 다다랐을 때 사력을 다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과감함까지.
실로 대담한 작전이 아닌가!
금혈방에 또 다른 방침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잠깐 이러면…….”
진천희는 뭔가 생각에 잠겼다.
‘호오~ 형이 또 엉뚱한 걸 생각하나 본데?’
푸른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저 동공 아래로 얼마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갈까. 사마현은 생각했다.
이윽고 진천희가 말했다.
“좋아. 이거 되겠는걸!”
“뭔데, 형?”
“포드이즘(Fordism)……. 할 수 있을지도. 아, 요즘 애들은 그냥 포디즘이라고 부르던가?”
포드이즘? 포디즘?
처음 듣는 단어.
사마현은 형이 말하는 그 이상한 언어를 바로 뇌에 박아넣는다.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왜지? 돈 냄새가 나는 단어인데?’
돈의 향기가 났다.
“그 포드이즘이 뭔데?”
진천희가 씨익 웃었다.
“좋은 거야. 잘만 쓰면 아주 좋은 거.”
무엇이든 쓰기에 따라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하니까.
* * *
오늘도 힘세고 강한 아침!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내 이름은 고단하.
고단하는 모산파의 삼대 제자로서 나이는 이제 서른둘.
모산파에서 실력으로 보자면 그저 그런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강호에 삼류, 절정, 초절정, 현경이 있듯이 이쪽 도인들도 삼류에서 현경까지의 단계가 정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단하는 그래도 모산파 제자라고 일류 수준의 술법사.
그러나.
‘우리 모산파 삼대 제자들 중에 일류 수준이 아닌 이가 거의 없지.’
강호에는 명문 대파에 이류 무인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삼대 제자쯤 되는 항렬이면 명문 대파 제자들은 전부 일류 수준은 된다.
안 될 수가 없다.
바로 명문 대파의 전통 있는 신공절학.
그리고 그것을 익힐 수 있는 체계적인 수련 과정과 우수한 스승들이 있기 때문.
‘거기다 못 따라올 것 같으면 일찌감치 잘라버리지.’
오오, 냉정한 강호여.
괜히 명문 대파가 아니다!
문제는.
일류의 경지를 뛰어넘어 절정의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은 명문 대파의 힘으로도 안 된다.
본인의 의지, 재능, 환경, 이런 것들이 영향을 끼치게 되는바.
‘이미 한번 재능으로 갈랐는데도 여기서 재능으로 또 갈리게 되지.’
일류 수준까지 가는 것도 재능이나, 이제 그 이상은 그 재능 있는 자들 중에서도 가장 재능 있는 자들!
그런 의미에서 고단하는 모산파의 삼대 제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류 술법사.
일전에도 언급되었듯이.
삼대 제자는 그냥 문파에서 월급 타 먹으면서 지내든가 독립을 하든가 해야 하는데…….
‘뭔 재주가 있다고 독립을 하나?’
이게 도인의 현실이다.
속가제자의 끝이 무도관을 차려 사는 것인 것처럼, 도인들도 하산하면 이렇게 자기 사업을 하는 게 최종적인 순서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양민들보다야 훨씬 많이 벌고, 자기 한 목숨도 지킨다 할 수 있겠지만.
‘사업이 어디 쉬운가?’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독립해서 잘된 이들이 그다지 없다.
독립해서 나갔다가 쫄딱 망해서는 다시 문파로 찾아와 몸을 의탁하는 일이 허다하다.
‘나보다 성취가 높았던 마 사형도 결국 다시 돌아와서 월봉 받아 도를 닦고 있지.’
강호가 너무 험악한 탓이다.
그렇다고 문파에 딱 붙어 있자니…….
‘나랑 동기였던 놈이 당주도 되고 승승장구하는 게 참…….’
……같잖다.
이럴 경우 제3의 선택지는 남의 문파에서 일을 하는 것.
무당파 같은 곳이 아닌 이상에야 보통 이런 술사들을 자체적으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외부에서 고용하는 것.
그러나.
‘강호이니 은원에 휘말려 죽는 일도 허다하지.’
나를 위해 죽는 것도 아니고 남을 위해 죽어야 한다.
충성심?
어릴 때부터 그 사람들과 한솥밥 먹고 큰 것도 아니고, 그냥 돈 받고 일하는 낭인들과 진배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런 잔잔한 고통 속에서 백린의각이 나타난 셈.
전능하신 일광이 개를 타고 내려와, 북두칠성 국자를 흔들며 주문을 외웠나니.
그 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더라.
-6일에 하루 휴가, 하루 4시진 노동!
“……!”
밥은 세끼 모두 공짜.
천하일미 간식 상시 대기…!
백마를 탄 초인, 아니 개를 탄 초인의 부름에 고단하의 가슴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 혀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현경의 의원이 만든 음식은 모두의 이성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고, 일광은 그들에게 환히 웃으며 말했다.
-잘되었습니다. 모두 유호를 만나러 가면 되겠군요.
“……?”
모산파 장문인께서 백린의선을 만났을 때 총관도 함께 왔다 들었다.
윗분들 이야기다 보니, 대부분의 도인들은 그 총관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뭔지 몰라도 모산파랑 연이 생긴, 이쪽 관리하는 인사인 모양.
모산파 도인들은 생각했다.
‘제아무리 총관이라고는 해도 글 좀 아는 무지렁이겠지. 그런 놈이 술법 돌아가는 걸 알겠나?’
이 시대의 도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소양이 하나 있다.
‘적당히 눈탱이 쳐서 월봉 속여 먹을 수 있을지도.’
대부분의 양민, 그리고 강호 무인들은 술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니 힘든 일을 하는 척 이빨을 까고 돈을 갈취하는 방법이 고대 삼황오제 시절부터 술사들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모산파 도인이 돌팔이…는 아니지 않나?
신통력은 진짜니까.
‘좋아. 선배들 하는 거 봐서 같이 눈탱이를 쳐버리자.’
유호 총관이라고 했나?
‘미안하게 되었지만, 약간의 잔재주일 뿐이라네.’
고단하는 눈을 빛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