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01
제 1101화
친구 만들기가 참 쉽지 않다.
호력은 본인이 건 내기에도 지고, 구속구까지 찼음에도 진천희를 죽이려고 했다.
결국 자기 보호차 진천희는 인류 최초의 대화를 사용했다.
주먹의 대화.
‘결국 내 대화에 납득해 주셨지.’
구속구를 차든 안 차든 일광은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드디어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음? 왠지 시선이 따끔따끔한데?’
강가에 이렇게 추운 밤인데도 보는 눈이 많다.
동짓날 축제에 이런 엄청난 싸움도 벌였으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만도 하다.
아마 그래서 그런 것이겠거니, 진천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호력과 양력. 두 명을 영입한 후.
그 둘은 백린의각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조-라고 쓰고, 강제적인 어떤 조치가 행해진 서약이라고 읽는-를 하고 헤어졌다.
그들 모두 유호의 계약 팔찌를 찬 이상 이제 효력은 계속될 터.
이제 그들이 어디로 가든 진천희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주술은 참 신기하네. 원리가 짐작도 안 가는 게 더 기묘해.’
애초에 무공도 과학을 벗어난 무언가였으나, 주술은 그보다 한술 더 뜬다.
“그러면 살펴 가십시오. 후일 백린의각에서 봅시다!”
진천희는 일단 그들에게 잘 다녀오라 인사했다.
그들도 자신들의 기반이라든가 하는 것을 정리해야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크윽, 인간 놈에게 부려 먹히다니 치욕이다!”
“일광 진천희! 이 원한 잊지 않겠다!”
“크헤헤헤헤헷!”
살기등등하게 협박을 하는 호력을 향해 진 교수는 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반가이 배웅했다.
녹력은 그런 진천희에게 읍소했다.
“저는 잠시 친구들의 분을 풀러 가겠습니다요.”
애프터 케어까지 완벽한 사슴이었다.
내기를 건 것도 친구 놈이고 패배한 것도 친구 놈이다 보니 녹력의 인간관계, 아니 요괴 관계는 지켜질 듯하다.
왔을 때처럼 술법을 써서 사라진 두 명과, 그 두 명을 휴가를 빌미로 따라나선 녹력까지 해서 삼청관의 세 도사(요괴)는 전부 가버리고 말았다.
배에는 아직 그득하게 남은 음식과 진천희 일행뿐.
“어이구, 고생했다.”
진천희가 스트레칭을 하며 허리를 두드렸다.
뱃사공이 없는 배이니, 돌아가려면 이제 직접 노를 저어야 한다.
하지만 별로 상관없다.
현경에 도달한 무인인지라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
“전부 가버렸으니 이제 생일이나 축하할까?”
“생일 축하? ……아!”
“형은 동지라는 건 빤히 알면서 본인 생일은 별생각 없단 말이지.”
‘진짜 생일이라기보다는… 그냥 버려진 날이니까.’
원장님이 그 날로 하기로 해서 그냥 그 날로 정해졌다.
딱히 사감은 없다.
진천희가 있던 보육원이 뉴스에나 나오는 그런 나쁜 곳도 아니고, 12월에 다른 원생들과 함께 생일을 ‘처리’해 왔으니까.
‘좀 귀찮기는 했지.’
당시 보육원의 똑똑한 아이 역할을 맡은 터라 어른이 직접 하기에 번거로운 역할은 모두 진천희 차지였다.
‘이곳에 와서는 주변 사람들이 챙겨주긴 했다만 어째 동지에 백린의각에 있을 때보다 밖에 있을 때가 더 많긴 했으니…….’
생일에도 피와 살이 튀었다.
죽지 않기 위해 달려왔다.
그래도.
‘음, 그래. 올해는 그래도 챙겨줄 사람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간지럽네.’
명치가 간질간질하다.
낯 뜨거운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사마현은 배 안쪽 공간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하오문에서 가져온 낯선 봇짐.
그 봇짐을 여니 놀랍게도 그것은… 케이크다.
“어?”
“비슷해?”
“……이걸 네가 만든 거야?”
“떡으로 만든 건데 모양은 좀 그럴듯하려나. 차가워서 딱딱해지긴 했네.”
예전에 진천희가 혜아와 현이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서 하나씩 대접한 적이 있었다.
거품기는 이 팔뚝이 있고, 효모는 연구당에서 훔쳐 왔다.
그때 잘라서 준 것을 나름대로 유심히 관찰했던 모양.
“……와…….”
진천희는 작게 감탄하며 한참 봤다.
“여기 초 꽂는 거 맞지?”
지구식이다.
예전에 지나가듯 현이와 혜아에게 해줬던 것을 기억하는 모양이다.
‘일광이 또 미친 짓 한다고 생각해도 좋으련만…….’
현이 이놈은 흘려듣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 웃기기는 하다.
“이다음에 형이 노래 불렀었는데 뭐였더라?”
놀랍게도 사마현은 어눌한 한국어로 ‘생일 추카함미다~ 생일 추카함미다~’를 부르기 시작했다.
“너…… 천재 뭐 그런 건가?”
“나도 그런 생일 축하 형한테 처음 받았잖아.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떡에 뭘 꽂아서 불붙인 다음에 노래 부르는데 미쳤나 싶었다고.”
‘이놈 새키…….’
진천희는 투덜거리며 같이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것은 중원에서 가장 있을 수 없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하지만 진천희가 가장 듣고 싶었던 노래였다.
찬바람에 떡케이크가 돌덩어리 같았고, 배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저놈들이 야밤에 뭐 하나 힐끔거리는 광경.
뭔가를 축하하기에는 비루하고, 이질적이다.
그래도 그것마저도 즐거웠다.
“형, 이다음엔 소원 빌고 불 끄라고 했던가?”
“응!”
진천희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부디 ‘멸망이 오지 않기를.’
그것은 생일 소원치고는 참으로 거창한 소원이었고-
“후우!”
사마현이 처음으로 만든 떡케이크는 잘리지가 않아서 결국 검기를 써야 했다.
“이거 어떻게 먹냐? 먹을 수는 있는 거니, 현아?”
“쓰읍, 잠깐만. 시도해 볼게요. 기다려 봐. 가가~”
“이거 모양만 그럴듯하고 속은… 먹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 같은데?”
황구조차도 소화시키기를 포기한 음식이 나왔다.
이게 어찌 가능한지 신기할 지경.
“원래 처음은 다 그런 겁니다. 가가~ 다음번에는 속까지 제대로 성공할 테니까.”
진천희는 그런 사마현에게 장난을 걸었다.
“크헤헤헷! 받아라. 돌덩어리!”
“와, 형. 나한테 이걸로 시비 거는 거야?”
차기 하오문주는 악력으로 떡케이크, 아니 바위케이크를 분쇄하여 한 방에 세 조각씩 던졌다.
그것을 진천희는 되받아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다 보니 애들 눈싸움, 아니 돌싸움에도 무학이 깃들기 시작했고.
파바바박!
강바람에 돌케이크 싸움이 시작되었다.
“와, 우리 좀 바보 같다.”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팥죽 위에 동동 떠 있는 새알심처럼.
두 사람은 배 위에 둥둥 그렇게 즐겁게 놀았다.
현경의 고수와 현경이 한 발자국 남은 고수가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쳤다.
밤이 가장 긴 날이나, 동시에 이제는 낮이 짧아질 일만 남은 날.
가장 춥고, 가장 밤이 긴.
겨울의 심처(深處)에서 두 형제는 웃는다.
그러다 문득 진천희는 까만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희망이 가장 어두운 곳에서 빛난다면-
‘그 희망의 생일은 밤이 가장 긴 오늘이겠지.’
의원은 문득 예감이 들었다.
오늘 밤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이 바보 같은 밤이 가슴에 담겨, 추억이 되어.
가장 추운 밤, 그의 팥죽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을.
인간은 의외로 이런 바보 같은 일로도 살아가는 생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굳이 웅장하고 대단한 추억이나 누군가의 유언, 가르침일 필요는 없으니까.
‘팥죽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야.’
바보 동생이 맷돌 케이크를 만들었으니.
바보 형은 오랜만에 팥죽을 끓여 보기로 했다.
입천장을 델 만큼 팔팔 끓여 버릴 생각이다.
그러고 나면 이 긴긴밤도 어느새 끝날 테니까.
참 이상한 생일.
이상한 동지(冬至).
* * *
띠링-
-주술당에 상급 도사 두 명이 추가되었습니다!
[주술사(요괴) 양력], [주술사(요괴) 호력]-백린의각 레벨 업!
-주술력이 30% 증가하였다!
-매달 소모 식재료 10% 추가!
‘아, 게임 판타지면 이런 상태 메시지부터 뜨지 않을까.’
진천희는 한국인의 비기 연필 돌리기를 하며 생각에 잠겼다.
“상태 창! 스테이터스! 능력 창!”
기세 좋게 외쳐 보았지만.
“…….”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 왜 나는 그런 게 없냐. 하다못해 아이템 창이라도 뜨라고. 아이템, 아이템!”
중원에 떨어진 현대인은 서러웠다.
아니, 이세계에 떨어졌으면 상태 창부터 뜨는 게 요즘 국룰 아닌가.
왜 매번 맨땅에 헤딩이란 말인가.
‘그래. 상태 창까지 주면 현원전단신공이 개사기가 되긴 하겠지.’
그래도 현대인은 상태 창이 부럽다.
그중 가장 부러운 것은 퀘스트 창.
누군가가 앞으로 할 목표를 정해주고 그걸 해내면 꼬박꼬박 보상을 준다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카드를 꺼내고, 비행기가 도착하기도 전에 여권과 기타 등등부터 찾아놓는 한국인에게 이것만 한 게 또 어디 있나 싶다.
진천희는 주판을 두드리며 서류들을 검토한다.
“내 상태 창은 안 떠도 다른 애들 상태 창은 보이게 해줘라.”
특히 요괴들은 그 능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쟈시 밑으로 양력과 호력 부장이 왔다.
여기에 녹력까지 합쳐져, 세 명이 그 밑으로 모산파에서 영입한 도사들을 총괄하게 된다.
“아니, 조, 존귀하신 분이 어, 어찌 여기에?!”
호력과 양력 모두 유호를 보고 말문을 잃었다.
덕분에 반란은 일어나지 않을 듯하다.
덕분에 뇌격부 생산량이 두 배는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원래 있던 150명에 고작 두 명 더해졌다고 두 배 생산이라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적어도 강소성 절반의 농가를 책임질 수 있는 수량이라고 서류에 쓰여 있군.’
거기다.
모산파에서도 백린의각 모던 타임즈…가 아니라… 가내수공업 공장 방식을 모방.
시험 삼아 돌리던 것을 이제 좀 더 개량해서 도입.
본격적인 대량 양산에 성공했다.
그로써 강소성 전체의 농지에 고루고루 뇌격부를 통한 전기 찜질이 가능해진 것.
내년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후, 뇌진, 천진, 난만 눈치를 덜 봐도 된다.’
그동안 부족한 전력(?)은 영물로 해결을 봤는데 새는 본질적으로 개랑 다르다.
이놈들은 하고 싶을 때 하고, 내킬 때 한다.
‘손!’ 한다고 결코 손을 내밀지 않는다.
대신 해바라기씨도 절단 내버리는 니퍼 부리로 주인 손가락을 절단 내겠지.
놈들은 알고 있다.
한번 말대로 해주면 앞으로도 음식을 먹기 위해 계속해서 ‘손’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럴 바에는 즉시 피의 혁명을 일으키는 게 바로 새다.
걔들이 괜히 자유의 상징이 아니다.
결코 잘 날아서가 아니다!
본디 ‘자유’란 피를 먹고 자라기 때문.
거기다 항간에서 말하는 새대가리의 뜻과는 달리, 머리도 엄청 좋다.
어차피 자신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놈의 살점을 뜯으며 45도 각도로 목만 갸우뚱하면 대충 무마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게 이 나라 사법부의 한계다.
그런 놈들이니 부리 빵빵하게 먹을 것을 물려 줘야 그제야 마지못해 날아가 번개를 흩뿌려주지 않던가.
심지어 뇌진은 요즘 황금과 보석 같은 금품도 요구 중이시다.
놈의 발밑에 보석을 그득하게 쌓을 생각을 하니 뼈가 떨릴 지경.
‘후, 싸게(?) 먹혔어.’
내년에 천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인류와 이물(異物)을 죄다 절멸시킬 각오로 비를 멈춰 버리면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강소성의 농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풍년을 맞겠지.’
이뿐이 아니었다.
겨울을 이용해 사방에 수로와 저수지를 만드는 공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강소성 전체에서 행해지는 일로, 혹시 모를 가뭄을 대비하는 것.
‘아무리 농사는 하늘에 달린 일이라지만 그래도 어중간한 가뭄까지는 버텨본다.’
다가올 저글링 떼를 대비하여 벙커를 짓는 일꾼의 마음.
미래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어도 오늘 한 줌의 미네랄이 있지 않나.
그렇게 백린의각은 평화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중의원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 각주님께서 부르십니다.”
손끝이 달달 떨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 겁을 먹은 모양.
“스승님께서 심기가 불편하신가요?”
“…….”
답을 하지 못한다.
하긴 그렇다.
스승님께서는 이제 그 존재 자체가 사람에게 압박을 주는 상태까지 가셨다.
의념이 숨 쉬듯 공기를 물들인다 할 수 있겠지.
‘옛날이면 진즉에 탈각하여 등선하시는 수순이겠지만…….’
이 세계 사람들은 세상에 조화를 부릴 수 있는 자를 신선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라면 스승님은 틀림없이 신선에 가까이 가고 있는 셈.
다만 그게 전래동화처럼 수염 하얗게 기르고 바둑이나 두는 그런 모습이 아닌 게 문제일 뿐.
‘음, 신선이라고 다 착하지는 않겠지.’
그랬으면 천기가 이따위로 돌아가고 있겠나.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소매에서 과자 뭉치를 꺼내 건넨다.
“와!”
과자는 애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하나, 으른도 좋아한다.
특히나 진천희가 직접 만든 수제 과자는 천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것.
‘헤헤헤헤……. 돌아가서 나눠 먹어야지.’
아이처럼 신나 하는 중의원에게 인사하고는 곧바로 스승님을 향해 갔다.
* * *
“무슨 일이신가요. 스승님?”
과연, 스승님 주변의 공기는 오늘도 좀 낮다.
약간 영안실이 생각나는 온도.
스승님은 그런 차가운 공기 속에서 팔팔 끓는 차를 후릅 마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강호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강호인들이요?”
대체 걔들이 문제가 있을 게 뭐가 있나.
힘들면 힘들수록 이것도 수련의 일환이라며 억세게 살아남는 게 바로 강호인이 아니던가.
제갈린이 말했다.
“너무 죄기만 해서도 안 된단다. 나중에 혈선교 놈들과 싸울 때 필요할 수도 있으니.”
“아…….”
“그러니 너는 강소성주이신 주왕께 가서 강소성 무림 대회를 열도록 설득하고 오려무나.”
“강소성 무림 대회요? 그거…….”
“그래. 무림맹에서 하던 것을 강소성에서 하는 것이다. 황상께서 주최하는 것은 너무 크게 나갔고, 강소성주 주최라면 딱 적당하지.”
문득 제자는 스승님께 무언가 속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의 수로 여러 가지를 처리하는 게 바로 스승님의 방식이니까.
‘이 또한 스승님이 계획하신 어떤 퍼즐 조각이겠군.’
하지만 천하제일 무림대회라.
‘음, 요리대회는 열어 봤는데 비슷하게 하면 되려나?’
생각해 보면 자신은 대회 주최 ‘경력자’!
경력자로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있겠지.
진 교수는 미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그런 진천희를 스승이 즐겁게 바라보았다.
“스승님, 1위부터 3위까지 금은동으로 상패를 주고 머리에 월계관을 쓰면 좋지 않을까요?”
“음?”
“저희가 일단 오륜회니까요.”
깃발 표식도 정했다.
경기 해설은 삼학사가 좋으려나?
-아, 김 대협! 한 줌 남은 내력으로 절기를 마지막에 펼칩니다! 하지만 닿나, 닿나! 닿지 못합니다! 상대 탈혼권법! 작렬합니다아아아아!
“……?”
이쪽이 양민 입장에서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