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02
제 1102화
스승님께서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하긴, 여기는 올림픽이 없으니.’
인생 그런 거 아니겠나.
여기서 자기만 아는 말을 중얼거려 봐야 결국 이상한 놈으로밖에 안 보이겠지.
이미 혼잣말을 너무 하여 일광이라는 칭호까지 손에 넣은 자가 엄숙히 생각했다.
진천희는 일단 표면적인 것을 물었다.
“그걸로 강소성의 강호인들을 좀 풀어주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게다가 본 의각의 영약과 신공절학을 포상으로 걸면 상당히 많은 이들이 나타날 테고, 개중에 소속이 없는 이들은 백린대나 청린대로 영입할 수 있지.”
긴장 완화와 인재 영입인가.
하지만 이것만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제자는 방긋 웃었다.
“좋은 생각이세요! 그러면 이 제자,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렴.”
허락이 떨어졌다.
진천희는 기다렸다는 듯 호다닥 달려 나갔다.
그런 제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유호가 말했다.
“주인님. 전말을 완전히 다 가르쳐 주지는 않을 모양이시군요?”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은 이미 눈치챘을 걸세. 희가 알아채면 그걸로 좋고,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또한 좋은 일이지.”
아는 자는 반상에 설 것이오, 모르는 자는 조종당하는지도 모르고 말이 된다.
그의 제자가 어느 쪽을 택할지, 그걸 지켜보는 것도 스승으로서의 재미리라.
“…정말이지. 성격이 나쁘십니다.”
“…….”
제갈린은 피식 웃었다.
유호가 끓인 차에는 진한 계략의 향이 났다.
* * *
진천희는 사마현과 함께 이동 중이다.
“너는 이렇게 오래 있어도 되는 거야?”
슬슬 반야신공도 자리를 잡았고, 심마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슬슬 ‘퇴원’해도 될 것 같은데 아우는 아픈 척을 했다.
“아이고~ 가가~ 제가 요즘 심장이 자꾸 벌렁벌렁한 것이 눈앞이 캄캄해지곤 합니다요~”
‘농담을 치는 걸 보니 진짜 괜찮아진 모양이군.’
그래도 아직은 한가해서 곁에 있는 것이겠지, 만약 바빠지면 이놈도 돌아가겠지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황구를 타고 가기로 했다.
컹컹컹컹!
오랜만의 승마, 아니 승견(犬)에 황구가 흥분해서 최고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마현이 말했다.
“와우~ 이거 진짜 빠르네에에에에~~!”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질지 모르겠더라.”
들판이 순식간에 접히고, 아득하게 멀리 있던 산이 눈앞으로 달려온다.
그것은 경공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고.
무엇보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전혀 속도를 안 늦추는데……. 설마 안 지쳐?”
“……나도 그래서 걱정이야. 지금이야 어찌저찌 감당하고 있다고 해도, 훗날 내가 이 녀석 산책을 같이 다닐 체력을 만들 수 있을까.”
컹!
“황구는 타고 다니라는데?”
“설마 말 알아듣니?”
“그냥 눈치로……?”
황구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맞다는 뜻 같았다.
신기하기는 하다.
대체 어떻게 현이는 다른 세계의 말을 넘어 영물의 말까지 눈치로 잘 때려 맞히는 걸까?
‘뭐, 현이니까.’
깊이 생각해 봐야 아이고, 의미 없는 일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내달렸다.
허나, 황구가 이렇게 빨라졌다고 해도 백린의각에서 강소성주의 거처인 남경까지 하루 만에 주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그래서 중간에 야영을 시작했다.
팡!
언제나처럼 천막을 치고 간이 온돌을 만들고.
“사실 너나 나나 한서불침의 경지이고, 황구나 뇌진도 이 정도 추위에 어쩔 정도는 아니긴 하지. 그래도 따뜻하게 자는 쪽이 훨씬 기분 좋으니까…….”
한국인은 그리 말하며 온돌을 불에 뜨겁게 데웠다.
“우동이랑 탕수육 할 건데 먹을래?”
“음? 내가 요리해도 되는데~”
사마현은 너스레를 떤다.
진천희는 고개를 젓는다.
“에이, 앉아 있어.”
그리 말하며 요리를 시작했다.
진천희가 이번에 만든 우동은 일본식이 아닌 중국집에 있는 우동.
요즘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어찌 보면 백짬뽕과도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순식간에 면을 잘라서 집어넣고, 계란을 국물에 후르륵 풀어 마무리를 한다.
“이쯤 되면 야영식이 아닌데?”
사마현이 턱을 괴고 형을 본다.
형은 참 기묘한 인간이다. 하지만 왜일까.
이렇게 본인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볼 때면 절로 보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곤 했다.
그렇기에 형을 따르는 이들이 이리 많은 것이겠지.
“나가서도 잘 먹을 수 있으면 잘 먹는 게 좋지. 내가 현경인데 밥도 못 챙겨 먹을 거면 대체 왜 무학을 익힌 거냐?”
“……음, 강호 무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네~”
좋은 향, 좋은 소리.
‘음식 만드는 소리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풀벌레 우는 소리와 국이 끓는 소리, 장작이 탁탁 타는 소리가 함께 울린다.
쏴아아-
형이 국자를 휘저을 때는 그 흥겨움이 한층 더해진다.
“이 정도면 되려나?”
뭘 뿌린 걸까?
살짝 매콤한 향이 추가 되었다.
계란 까는 소리가 까둑, 울린다.
계란이 탕에 들어가 샛노란 맛을 입혔다.
진천희는 마침내 요리를 완성하고는 황구와 뇌진에게 산처럼 쌓아주고는 두 사람이 먹을 양을 덜어 내려놓는다.
미리 준비한 조림을 꺼내서 곁들일 수 있게 해둔다.
사마현은 형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한 젓가락 했다.
후르릅-
이번에는 맵지 않았다.
향만 조금 매콤했을 뿐, 소화에 좋은 음식이었다.
대신에 그 맛은 무척이나 깊었다.
고명으로 말린 해물을 올렸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 맛과 향이 농후했다.
그리고 계란도.
“시원하네.”
“그치?”
탕수육은 얼마나 쫀득한지, 와삭 씹는 순간 육즙과 달콤한 양념이 함께 배어 나왔다.
치이익-
찹쌀 피를 쓴 걸까? 입 안에서 탁탁 튀기는 이 느낌이 기분 좋아서 사마현은 절로 눈을 감는다.
“와…….”
입 안에서 맛의 축제가 열렸다.
좋은 소리, 좋은 향, 좋은 맛.
미친 소리 같지만 현경이 되니 요리가 더 늘었다.
‘이러려고 현경이 된 거라고 했지. 형은…….’
물론 몸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싶기 때문이라고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겸사겸사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면 좋고.
‘진짜 이상한 이유네.’
차라리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거나, 등선하려고 무공을 익힌다고 말하는 놈이 정상으로 보일 정도였다.
‘뭐, 부모의 원수는 강호에서는 의외로 흔한 사유던가?’
항주 밑바닥에 살던 소년은 어느덧 청년으로 자랐고, 청년의 손에는 너무 많은 피가 묻었다.
은원을 제법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누군가의 부모의 원수이긴 할 거라는 생각은 든다.
‘내 말년은 어찌 되려나.’
청년은 피식 웃는다.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멍하니 보다가 사마현이 말했다.
“야외에서 이러는 것도 좋네. 사실은 노숙 질색하는 편인데…….”
의외였다.
사마현이 ‘싫은 것’에 대해 이야기할 줄은.
어지간하면 다 좋다고만 말하는 녀석이라 도리어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노숙은 왜?”
“아아, 항주에서 돈을 벌고 토굴로 돌아가기 전에 해가 질 때가 있거든. 그때는 이동하기가 어려워. 보통은 깜깜해서 길 찾기가 어렵고, 그나마 밝은 게 주루가 있는 유흥가지만 그쪽은 다른 의미로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
문득 사마현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외모가 남달랐던지라 끈질기게 수청을 들라고 했던 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근처에서 적당히 숨어서 자야 했거든. 개방이라도 있으면 거지굴에 들어가서 함께 자면 되는데 근처에 그런 곳도 없으면 구석에서 숨어서 꾸벅꾸벅 졸았지.”
“노숙 싫어할 만하네.”
“응. 형이랑 하는 건 즐거워. 여기는 항주도 아니고 혜아는 건강하고……. 뭐, 나 없어도 씩씩하게 잘 지낼 정도니까.”
혜아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살짝 서운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부모 마음 같아 보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사마혜의 부모 역할을 한 게 사마현이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진천희가 그리 생각하는데 사마현이 불쑥 진천희에 대해 물었다.
형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는… 알다시피 거기서도 고아였어. 이제 와서는 그때 경험한 게 사실 꿈이고, 여기가 현실이 아닐까 싶을 지경이긴 한데…….”
그렇기에 더욱 지구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기억마저 없다면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기분이니까.
진천희는 생각했다.
‘결국 이것도 집착인 것이겠지.’
이것마저 놓으면 자신은 이유 없는 광인일 뿐이니까.
결국 같은 광인이라면 ‘이유 있는’ 광인이고 싶었다.
타인은 미친놈이라 손가락질한다고 해도, 이 짓을 하고 있는 이유를 간직하는 한에는 괜찮다.
뿌리가 있다는 것은 뻗어갈 곳도 안다는 뜻이니.
삶의 행복이란 게 별거 아니다.
입이 흥겹고 배가 부르니 사는 게 즐겁다.
진천희는 사마현과 도란도란 옛날이야기를 했다.
사마현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되묻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 모양이라며 혀를 차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정리까지 한 후, 두 사람은 각자의 천막에 들어갔다.
황구와 뇌진이 진천희의 양옆에 파고들어 겨울에 한증막을 만들었다.
‘지금은 혼자가 아니야. 그래. 이제는 가족들이 생겼지…….’
탁탁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를 듣다가.
어느덧 까무룩 잠이 들었다.
오늘은 외롭지 않은 꿈을 꾸었다.
* * *
제국에서 두 번째로 거대하고 부유한 대도시 남경!
그곳에 도착한 진천희 일행(두 마리의 영물과 두 명의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은 가도(街道)에 들어서자 황구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황구는 상급 영물이 된 후로 자유자재 크기 조절 기능이 붙었기에 사람이 많은 곳에 들어서면 보통의 개 크기로 변한 채로 진천희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개처럼 생겼지만, 문제라면 그 머리에 뇌진이 앉아 있다는 점이랄까?
이 모습을 보면 강호의 소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일 경우 누구나 이렇게 소리치고 말 것이다.
천하진일광이다!
그리고.
진천희 일행이 남경성에 가까워지자, 예전보다 더 과격해진 것 같은 느낌의 환영을 받게 되었다.
“추웅성! 제사십이 번 초소 경비 이상 무! 진천희 태수님을 뵙습니다!”
뭐랄까.
[형. 얘네들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다. 전보다 어째 심각해졌는데……?]떨떠름한 어조로 사마현에게 전음을 보내는 진천희.
“네. 수고하세요.”
“충서어엉!”
병사를 지나치고, 진천희는 ‘흐으으음.’ 생각에 잠긴다.
그러면서도 몸은 자동으로 남경성으로 향하고 있다.
“병사들이 저러는 걸 보니, 형의 위상이 대단한 모양인데?”
“아니, 내가 뭘 했다고…….”
“형. 솔직히 형이 한 일이 너무 많아서 문제 아닐까?”
“그런가아……. 으으음.”
진천희는 잠시 고뇌해 봤지만, 정답은 찾을 수 없었다.
사마현은 그런 형의 태도가 재미있어서 속으로 한참 웃었다.
‘보통은 형 정도로 공을 세웠으면 헛기침하기 바쁜데 말이야.’
형은 무심히 안으로 걷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형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눈에 존경심이 어리고 있었다.
‘저 눈빛을 봐라. 역시 보통 미친 눈이 아니다. 저 눈깔이어야 보이는 족족 다 들이박고 탐관오리들이 미친개라고 도망치는구나.’
‘한번 물면 절대 안 놓는다고 하죠. 크헤헤헷 웃으면서 사직서 낼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던데? 아니, 오히려 그 과정을 즐긴다던데!’
‘저희 태수님은 제국 최고의 괴도 처티… 아니, 광인이십니다!’
약간 아우로서 기대하는 존경심과는 조금 달랐다.
‘일광, 일광, 일광, 일광, 처티—!!’
‘저렇게 돈이 많아도 부득불 들어가서 도적질해 오는 우리 태수님을 찬양하라아아–!’
* * *
“오랜만이야! 자주자주 인사 좀 하고 그러라고.”
“어서 오십시오. 진 태수. 그리고 그 의동생인 하오문의 소문주도 환영합니다.”
왕좌에 앉은 주왕 전하의 인사말.
그리고 그 옆에 선 부마인 천유랑 별가의 인사말을 들으며 진천희는 포권을 해 보였다.
“주왕 전하를 뵙습니다. 천 별가도 별래무양하셨는지요.”
왕에게 하는 예법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털털한 모습!
사마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소문대로네.’
일찍이 자신의 의형 진천희는 황상과 주왕께 총애를 너무 받는 나머지-
‘알현 시의 예법조차 생략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
이거 덕에 조정 내에서도 이야기가 많은데, 형은 그쪽이 먼저 생략하라고 했다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나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형은 총애를 받고 있으나, 자신은 처지가 다르지 않나.
사마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베어 물며 주왕을 녹일 준비를 했다.
“호오?”
주왕은 사마현을 평가하듯 위아래로 내려다보았다.
마치 네놈이 감히 우리 진천희 곁에 있을 자격이 있는 놈이냐는 듯한 눈빛.
‘이상하군. 이 정도로 총애를 한다고?’
군주와 신하의 관계치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사마현은 깨닫는다.
‘……?’
형에게 대체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