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07
제 1107화
진천희가 현원전단신공을 발동시키자 세계가 한번 정지한다.
한없이 느려진 세계에서 진천희는 사마현의 안면 근육과 미친 눈을 한번 보고, 일단 상대도 본다.
여기서 현이만 단속하다가 비무에서 지면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으니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경과 유사하다는 거지, 완전히 같은 건 아냐. 성능으로 보면 절반 이하.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긴 하지만…….’
어지간한 신공절학보다도 더 뛰어나다 할 수 있다.
진천희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사고를 이어 나간다.
‘그 유사한 수준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저렇게 보완했다는 건가? 이 무공을 개조한 자는 결벽이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주의자군.’
무공을 전수한 자의 성격까지 파악하고는.
‘확실히 제국의 주인, 황실의 친위군답긴 하네.’
곧바로 날아올 다음 수를 대비한다.
지이이이이잉!
다섯 명은 오망성(五芒星)의 꼭짓점처럼 거리를 벌리고 섰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자세로 검을 쥐고 있었는데, 문제라면 그들 다섯의 몸 주변을 강기(强氣)가 휘감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호신강기가 저렇게 뚜렷하고 강렬하다니!
다섯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고 순환하면서 주변의 기운까지 끌어당겨 증폭된 것!
저것이 과거 전진교에서 자랑하던 천강북두진(天罡北斗陣)이다!
본래는 일곱 명이 펼치는 것이지만.
개량하여 다섯 명이 개진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보였다.
작은 진천희들이 일제히 속삭였다.
‘강해! 진기의 양만 치면… 적어도 십 갑자 수준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는 셈인데.’
‘저건 나라고 해도 정면에서 일격에 파괴하려면 제법 힘 좀 써야 할 것 같은데?’
‘게다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기가 증폭되고 있어.’
위윤을 볼 때 느꼈던 위화감.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그 신체적 능력이 저들에게서도 느껴졌다.
개정대법의 대가가 된 진천희로서도 이상하게 여겨지는 수준의 인체 강화.
그리고 이번에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건… 응룡님의 기운인 것 같은데…….’
‘아주 미약한…….’
‘하지만 인간에게는 과분한 힘. 뭐지? 응룡님 발톱이라도 달여 먹었나?’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던 작은 진천희들은 다시 사고의 방향을 틀었다.
‘그나저나 저거, 실험을 하기에는 좀 부적합한 것 같은데?’
차량 내구도를 테스트하겠다는 거지, 바주카포를 상대로 버티나 보겠다는 뜻은 아니니까.
‘괜히 현이 시키지 말고. 슬슬 내가 나서야겠…….’
그때.
척, 하고 사마현이 진천희에게 등을 보인 채로 한 손을 들어 보인다.
[나 믿어 봐, 형~]그리고 들려오는 전음.
진천희는 그 말에 움직이려던 것을 멈추었다.
그렇게 지켜보는 사이. 사마현이 움직였다.
“아~~ 아아~~”
부드러운 허밍.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가 퍼져 나간다.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웅성거린다.
“노래?”
“갑자기 노래라니, 이게 대체…….”
“미친 건가.”
“무언가 꿍꿍이가…….”
구경 중이던 금의위들이 수군거리는 순간.
사마현이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 * *
다섯의 꼭짓점으로 별을 만들고, 다섯이서 하나가 되어 강기의 벽을 만들어내는 진법이 개진.
그 진식을 보는 모두가 압도적인 그 힘에 전율하고 있을 때.
사마현은 생각했다.
‘보통의 무인과는 다른 묘한 힘을 쓰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래 봤자 보통의 사람일 뿐인데……. 재미있네. 이 정도면 썩 괜찮은 흥취 아닌가~?’
천 개의 가면에서, 가면의 주인에게 닿았던 경험은 마치 낙인처럼 남아 있다.
즐겁다.
없던 일로 되지 않는다.
단전에 백룡을 키우고 있음에도.
그렇기에 사마현은 무심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그래 봤자 욕망하는 나약한 자들, 그런 필멸자들이 감히 나의 형을 얕보고, 내 앞에서 오만을 떨다니. 정말이지…….’
즐겁다.
그것은 희극을 보며 폭소하는 비웃음 같은 감정.
그리고 이어진 것은.
가벼운 짜증.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생겨난 것은.
‘조금. 강하게 벌을 줘야겠는걸. 형이 죽이는 건 싫어하니까……. 이렇게 해 볼까나~’
즐거움인 것 같았다.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감정의 격류 속에서 사마현은 능숙하게 내면의 가면을 하나 꺼내서 얼굴에 쓴다.
그리고 분위기는 일변했다.
“♪”
진천희라면 ‘허밍’이라고 불렀을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곧이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고향을 떠나 소망하던 낙원을 찾으러 가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장소.
그곳은 유랑하는 우리의 쉼터.
동녘 하늘에 해가 떠오르고, 서녘 하늘에 석양이 지네.
즐거이 힘을 다해 춤을 추자.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자.
낙원, 고향, 낙원, 고향이여-
진천희는 곧바로 깨닫는다.
‘동대륙보다는 서대륙의 옛 가곡을 변형한 듯한…… 노래인데?’
그것은 중후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리고 마음을 내리누르는 듯한 노래였다.
혼이 실린 노랫소리가 강기로 만들어진 벽을 뚫고, 진법을 유지한 채로 다가오던 이들의 귀를 통해 마음에 스며든다.
우우우웅-
그들의 걸음이 멈추고, 그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한다.
반응은 다섯의 금의위에게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연무장의 벽 쪽으로 이동해 비무를 관전하던 이들 역시 영향받는다.
우선 슬며시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가슴이 진탕되고, 알 수 없는 서러움과 서글픔이 흘러넘쳤다.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이.
세뇌에 가까운 교육으로 철혈 같은 냉심을 가진 이들의 내면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고향.’
‘내… 고향… 어디였지?’
‘어머니가… 나를 팔았었지. 그래. 그랬어. 그런데 왜…….’
‘나는… 나는…….’
주르륵.
한 명이 고요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다른 이도 소리 없이, 오열하지 않은 채로 슬픔을 눈에서 내려보낸다.
순식간에 고요한 오열의 풍경이 번져나가고 만다.
그것은 진법을 유지하고 있던 다섯 명도 마찬가지.
그들의 진법이 깨어지고, 강기의 벽이 흩어져 버린다.
그 괴이한 감각 속에서.
사마현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갈(喝)——!”
웅웅웅웅!
그때.
도견 부지휘사의 목소리가 사방을 진동시키며 울린다.
그것은 미몽을 물리치는 의념.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명(正命)한 힘이 사마현의 노래를 끊어 내었다.
“헛!”
“컥!”
“내가……. 이 무슨!?”
금의위들이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다섯 무인은 그대로 쓰러지며 숨을 헐떡인다.
“이 무슨 요망한 사술을 쓰는 것인가! 감히 어느 안전에서!”
도견의 몸 전체에 호신강기가 타오르듯이 둘러져 있다.
지극히 분노한 그 모습에도 사마현은 느긋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대답했다.
“하하핫… 왜 그리 화가 나셨는지요. 도견 부지휘사님?”
“뭐라고!? 네놈 감히…….”
“저는 강호의 무부. 그리고 강호에는 무공만이 전부가 아님을 아시지 않나요? 섭혼술이라는 것도 금의위라면 지극히 경계해야 하는 힘이지요. 그러니 한번 겪게 해 드린 것이랍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좋은 경험이 되었을 테지요?”
그러면서 빙긋 웃는다.
사마현은 말하고 있었다. 형을 건드리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피를 볼 각오를 하라고.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협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게 하오문 차기 문주의 힘인가.’
모두의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반면 진천희는 다른 의미로 식은땀이 흘렀다.
‘사마현의 이성은 아까부터 계속 제대로 유지되고 있어. 그저 미친 척을 하고 있을 뿐이야.’
그저 하는 척이기에 자신을 놓지는 않는다.
춤을 추었지만, 그때의 그 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아득한 간극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의념까지 연기로 가능하다는 건가?’
자신의 무공조차도 속일 수 있는 경지라면-
‘이 얼마나 [거짓말쟁이]란 말인가.’
꽈악-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뒤통수를 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놈에게 멸망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그런 ‘척’만을 하고 있을 뿐.
그런 사실을 모르는 부지휘사는 더욱 의념을 끌어올려 소리를 질렀다.
“이노오오옴. 그렇다면 그 조잡한 사술을 나에게 써 보거라!!”
“도견 부지휘사.”
그때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도견은 흠칫했다. 아니 흠칫해야만 했다.
이 장소에서 유일하게 그보다 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으니까.
그의 시선이 옆으로 향한다.
조금 곤란한 표정을 한 미청년 진천희와 냉정한 시선의 천유랑이 그곳에 서 있었다.
“조금…… 일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군요.”
천유랑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이곳에서 가장 무공과 내공이 부족한 자이며, 그 무학 역시 미천하다 할 수 있겠지.
허나, 이 봄웜톤 사내는 결코 흔들리는 법이 없다.
도견의 행동을 탓하는 가벼운 질책.
그러나 도견의 직위에 대한 질책이기도 했다.
여기서 분노의 주체는 도견 자신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그는 부마와 주왕을 호위하는 한편 감시하는 자이니, 자신과 금의위가 무시받는다는 것에 저리 도발당해서는 안 되었다.
왜냐면 이 자리에는 부마 천유랑이 있으니까.
차라리.
섭혼술이라는 사이한 것으로 부마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며 화를 냈어야 했던 것.
“그리고 사마 소문주도 조금 심했습니다. 그대의 의형도 이리 곤란해하지 않습니까?”
“황송합니다. 부마. 용서를 청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해 주세요.”
그것은 평범히 용서를 청하고 용서하는 모습 같았으나, 금의위들에게는 아주 다르게 보였다.
그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뒤흔든 위험한 섭혼술을 쓰던 자.
그런 자가 천유랑 별가에게는 아주 공손하다는 것.
그것은 위계질서적인 면에서 그들의 뇌리에 박혀 들었다.
도견도 그것을 느꼈다.
‘심계가 간교하군. 사술을 쓴 것도 처음부터 나를 겁박하기 위해 쓴 것이었나?’
바둑으로 치면 최소 여섯 수 앞을 보고 움직인 행위다.
오싹-
얼핏 방만하게 느껴진 행동이었으나 그게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천유랑, 즉 유랑후는 진천희에게 자못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진천희는 그의 목숨을 살리고 주왕부에 큰 은(恩)을 입힌 자.
서열상 당연히 부마에 비할 바는 아니나 감정적인 위계는 또 다르다!
얼핏, 엉덩이 가벼운 강호의 흔한 무부의 행동처럼 보이나.
기실 촘촘하게 이루어진 간계였다.
‘나를 얼마나 더 엿 먹일 셈인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그는 느꼈다.
“죄송합니다. 부마. 주의하겠습니다. 허나, 이대로는 저희 금의위의 체면 문제이니……. 제가 직접 나서서 저들의 실력을 살펴보겠습니다.”
“그거야……. 뜻대로 하시지요.”
천유랑은 뒤로 한발 물러섰다.
도견은 굳은 얼굴로 다시 사마현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좋다. 그대의 강함은 확실히 인정할 만하군. 하지만…… 그런 사술은 정명한 힘에는 통하지 않음을 보여 주겠다.”
끌려가면 안 된다.
도견은 그리 생각했다.
그때-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도견 부지휘사. 제 의동생이 좀 지친 듯해서 제가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애초에 실력을 보기로 한 것은 저였으니까요.”
시기적절하게.
진천희가 끼어들었다.
‘나쁘지 않군.’
무력으로 누른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도견이 휙하고 고개를 돌려 진천희를 보았다.
“그랬지……. 좋소, 진 태수. 한번 그대의 실력을 보겠소.”
결국 무인은 무(武)로 승부를 보는 것.
이놈을 묵사발만 낼 수 있다면 끝이다.
도견은 주먹을 꽈악 쥐었다.
반면 진천희는 속으로 히죽 웃었다.
‘오우, 낚이셨군.’
이렇게 망신을 당해도 한 번만 승리하면 다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유혹.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방에 따서 갚으면 되잖아!’
도박사의 마음이 이래서 무섭다.
진천희는 강태공의 손맛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다 강소성 올림픽 개최를 위한 단초이니, 서로 원망하진 맙시다.’
화학 하는 대학원생도 이 비무에 걸려 있긴 했지만 본질은 올림픽이다.
그동안 주왕부에 민폐 끼친 것도 있고, 진천희를 음해하던 것도 있으니, 의원은 생각한다.
‘…아, 이걸 어떻게 패야 나중에 치료가 쉽지?’
의원인 이상 어쩔 수 없다.
때리는 놈도 나고, 그거 치료해줄 사람도 나다.
그것이 강호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