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10
제 1110화
녹림왕을 찾으러 가기 전.
우선 진천희는 쟈시와 양력에게 서신을 보냈다.
‘공간 확장 도구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야.’
양력이 보여주었던 그 술법.
단순히 술법만으로 끝일 수도 있으나, 분명 보구처럼 물건이 기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터.
유호가 함께라면 막무가내로 못 한다고 거짓을 말하지도 못할 터이니 시도는 해봄 직했다.
‘재료는 귀하고 비싸겠지…….’
쉽게 만들 수 있는 놈도 아닐 터.
그게 아니었다면 신외지물 취급을 받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필요해.’
매번 어디 갈 때마다 황구가 수레로 끌고 다니는 상황이다.
물론 그 또한 방법 중의 하나이나,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구호 물품은 한정되어 있고 매번 물자 부족에 허덕이며 사람을 구해야 하지 않던가.
조금이라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뭐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서신을 보낸 후 진천희는 시간을 체크했다.
‘무림대회가 개최되려면 최소 두 달은 더 있어야겠지.’
각 무인들의 준비 시간도 필요할뿐더러 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현재 무림대회 개최에 대한 소식은 강소성 전체에 뿌려지고 있으며, 하오문을 통해 인근 지역에도 뿌려지고 있다.
어차피 중원의 모든 무인들이 참여하려고 모이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대회라는 것은 자신의 무위가 최고라고 뽐내고 싶은 자들이 가는 것.
명성에 관심 없는 자나, 산야에서 고독하게 수련하는 자들이야 나올 일이 없을 거고.
살수들은 명성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일이 많으니 올 놈이 많지는 않을 터.
‘구색만 맞추면 좋겠는데…….’
진천희의 고민에 사마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형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참가할걸?”
“죽을 수도 있는데? ……아, 아니다. 어차피 이건 고려 대상이 아닌가.”
“응. 다만 용봉지회보다 많이 위험하긴 할 거야. 용봉지회는 결국 무림 초출들이 싸우는 것이니 그 능력은 각 문파의 장로급이 능히 억누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래. 그 장로급이 대회에 참전하는 셈이지. 그래서 내가 목검으로 싸우면 안 되냐고 스승님께 말씀드렸건만.”
“그건 흥이 식지. 자신의 무공이 타인들에게 노출되는데 목검 들고 원수를 쳐 죽이지도 못한다? 헤에, 안 하느니만 못할걸~?”
사마현은 느물거리며 웃었다.
하긴, 스승님께도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마현과 비슷한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어쨌든 백린군 본산에서 열리는 대회.
다른 여타 대회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것에 감사하라면서.
사마현이 말했다.
“어차피 규칙은 용봉지회와 비슷하게 할 거잖아? 대회장 밖으로 튕겨 나갔을 때, 전의를 잃었을 때,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패배. 일정 시간 동안 도망만 다니고 시간을 너무 끌어도 패배지만…….”
“……그래. 그 경우는 거의 없지.”
대회까지 온 놈이면 화끈하게 능력을 펼치고 싶을 터.
그런 예는 용봉지회 역사를 따져 봐도 많지 않다고 한다.
“꽤 많이 참여할 거라고 봅니다요~”
“어쩔 수 없구만.”
진천희는 약간 혀를 차면서 유호와 무월에게 각각 행정 명령을 보냈다.
스승님께 안부도 보내고.
“어쨌든 남은 건 2개월인가?”
시간은 소중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랑후와 실무진들이 움직일 테니 진천희가 건드릴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그 두 달 동안 녹림왕을 찾으러 가는 게 맞겠지.’
이만한 기회를 두 번 얻기 쉽지 않을 터.
“좋아. 당장 녹림왕을 추적하러 간다.”
“호이!”
사마현이 주먹을 쥐었다.
‘그나저나 대체 이놈은 왜 안 돌아가는 걸까.’
차기 하오문주가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거야?
‘어쩐지… 예전보다 더 한가해진 느낌인데.’
아, 혹시 경쟁자들을 다 죽여버려서 편해진 건가. 이놈?
진천희가 그리 묻자 사마현이 씨익 웃었다.
“맞습니다요. 가가~ 죽은 놈은 일을 안 늘리거든요.”
정답이었냐?
* * *
진천희 일행은 일단 녹림왕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지역으로 출발했다.
위치는 강서성(江西省)!
절강에서는 서쪽, 안휘성에서는 남쪽, 복건성에서는 북서쪽!
즉, 절강과 안휘 그리고 복건의 가운데에 끼어 있는 곳.
또한.
‘사도련의 영역이기도 하지.’
사마현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하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강서성에는 사도십이문 중 하나가 자리 잡고 있습지요.”
차기 하오문주답게 정보에 밝다.
사마현은 알고 있는 것을 쭉 읊었다.
새롭게 사도련의 주축이 된 문파.
귀곡문(鬼哭門).
역사가 제법 깊은 문파로, 이쪽도 본업은 장의사.
즉, 저 진주언가와 비슷하게 출발한 문파.
진주언가가 혈족 중심의 세가라면, 이쪽은 도가의 문파로 시작한 곳.
장례를 주로 하는 도교 문파로.
“시해선이 되는 것이 목표인 곳이기도 하지요.”
“그건 진주언가랑 비슷하네. 원래 장례업을 하는 곳은 비슷한가?”
“그럴지도? 역사는 깊지만, 사실 세력은 중소 문파 정도야.”
그런데 이번에 크게 세력을 떨치고 일어나서 사도련의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사마현이 장난스럽게 검지를 흔들었다.
“마교의 세력인지는 아직 불명.”
그리고 당연하지만-
“강시를 만드는 곳. 그리고 진주언가와는 다르게 상당히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고 해.”
“남의 시체를 유가족 허락도 없이 파내서 강시로 부린다거나?”
“…뭐, 그런 소문도 있지.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파가 왜 사파인지는 형도 잘 알잖아?”
“…….”
호사가들은 정파를 위선자들이라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 위선조차도 남지 않은 것이 사파다.
진천희는 눈동자를 돌려 말했다.
“녹림왕은 왜 귀곡문이 자리 잡고 최근 세력을 팽창 중인 강서성에서 모습을 드러냈을까?”
“흐음, 뭔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냄새가 나는데~?”
사마현은 눈을 반짝였다.
천 개의 악(惡)을 받아들이고, 태고의 악의를 마주한 이후로 사마현도 뭔가 변했다.
대단한 건 아니다.
사람의 악의를 깊이 이해하고 나니-
‘광기 대신이라면 대신인가.’
조금 더 즐거운 것을 찾게 된 것뿐.
하지만 이번에는 진천희도 흥미가 동한 것은 사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 * *
황구의 등.
빠르게 가기 위해서 황구를 타고 이동 중이다.
황구의 등 위에서 사마현과 진천희는 대화를 나누었다.
“아, 형~ 하오문에도 녹림왕 찾으라고 해 놨어~ 강서성에도 본문의 지부가 여기저기 있으니까 그쪽에 가서 정보를 받으면 될 거야~”
역시 현이다.
‘혼자서 다닐 때는 늘 탐문부터 알아서 해야 했는데 현이랑 가면 귀찮은 과정은 다 건너뛸 수 있구나.’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소문주도 아니고, 이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소문주.
지금의 문주께서는 사실상 현이가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갈 분이시고.
현이는 밑준비가 되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예전이라면 정보를 얻을 때도 사마현의 경쟁자가 정보를 역이용할 것을 걱정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
하오문의 막대한 정보망이 전부 사마현의 손에 들어간 것.
“그래도 하오문과 적대적인 곳은 정보를 얻기 어렵지 않아?”
“아, 그래서 ‘친구’ 몇을 거기에 파견해 두거든요~”
친구, 즉 첩자를 의미할 터.
하오문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상하진 않다.
다만 과거 유랑후처럼 고독을 몸속에 넣어서 강제로 조종하는 방식은 이제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마현이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하오문은 오히려 가족 있는 사람을 선호하게 되었지.’
고아는 지킬 것이 없다.
고독을 먹여서 강제로 일을 시킨다 하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이 아니기에 분명 문제가 생길 터.
사마현은 반대로 이번에는 지킬 게 있는 사람을 ‘친구’로 쓴다 들었다.
그게 고독을 먹이는 것보다 더 안전한 ‘친구’라고.
사랑은 늘 증오를 이긴다.
자신의 죽음은 괜찮다는 인간도, 하나뿐인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족속이다.
인간의 본질을 관통하는 말이었다.
‘옛날 같은 강제성은 없어졌지만 오히려 더 끈끈해졌지.’
이 넓은 중원에서 가족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인간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 자들에게 사마현은 ‘도움’을 준다.
그것은 지극히 자발적이나 고독보다도 강력하다.
도산검림 강호에 몇 없는 일이었고.
‘이상한 말이지만, 그래. 의외로 만족도(?)가 높다 들었어.’
진천희는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현아.”
“별말씀을~ 그런데 예전의 그 삼청관의 세 명 가지고 모자라?”
“……응. 모자라.”
진천희가 단호하게 말하자 사마현은 그런 진천희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
형이 보는 말세는 대체 어떤 모습인 것일까.
이만큼 준비를 하고도 부족하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사마현은 이 길을 같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천희는 진지하게 주먹을 불끈 쥔다.
“인류 보건 계획을 위해서 나는 멈추지 않는다!”
“하하핫! 형은 진짜 웃긴 사람이야~”
* * *
강서성.
전체 면적의 오 할(50%)이 산과 언덕으로 이루어진 곳.
평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은 이 할 정도에 불과하며, 사계절이 아주 뚜렷하다.
산이 많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광산이 제법 많은 지역이기도 하지.’
때문에 곡물을 외부에서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데, 강서성의 북쪽 지역에만 장강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물류의 유통에서도 문제가 많은 지역이다.
“관아에서 준 정보와 종합해 보면, 본래 녹림십팔채의 세력이 매우 강성했지만, 녹림십팔채의 세력이 와해되고 있는 지금 신흥 강자인 귀곡문이 세력 팽창 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
사마현은 형이 움직이기 좋게 빠르게 정보들을 취합하고 함께 이동한다.
그런 강서성의 경계를 돌파하고.
강서성에서도 하오문의 가장 큰 분타가 있는 지역에 도착했다.
포양호 인근에 있는 강서성의 성도, 남창(南昌).
강서성의 성도답게 대도시이며 활기찬 도시다.
귀곡문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
‘그렇다고 해도 겉으로는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평범한 집과 평범한 도로.
치안이 조금 흉흉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사도십이문이 지배하고 있는 땅치고는 꽤나 점잖긴 하다.
‘하지만 사파는 사파지.’
진천희는 빙정검 손잡이를 손으로 쓸고는 곧바로 하오문 남창 분타로 향했다.
남창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크고 화려한 객잔인 남룡객잔.
다들 진천희와 사마현을 알아보았다.
“오오! 일과…ㅇ……. 아, 아니 벽안신의 오셨습니까. 그리고 하오문 소문주님까지!”
하오문 분타나 되어서 진천희를 못 알아보면 그건 그거대로 자격 상실이다.
‘사실 황구와 뇌진 때문에라도 못 알아보면 이상하지.’
하늘 같은 소문주님이 오셨다는 말에 점소이들이 후다닥 움직인다.
“여기로 모십지요!”
너무 높으신 분이다 보니 차마 잘 보일 생각 따위는 못한다.
그들에게 있어 하오문 소문주는 천재지변 같은 존재이니까.
부디 이 태풍이 주변은 좀 덜 박살 내고 가길 바랄 뿐.
사마현이 미소를 지으며 은자를 팁으로 던졌다.
탱!
“목욕물은 따뜻하게.”
“네입!”
둘 다 특실로 안내되니 객잔 주인이 마침내 나타났다.
하오문 소문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옷까지 갈아입은 모양인지 의복은 광택이 났고 새 옷 냄새가 났다.
사마현은 창틀에 등을 기대고 삐딱하게 그를 바라본다.
객잔 주인은 사마현에게 예를 표하고는 머리를 땅에 쿵 박으며 빠르게 말했다.
“마침 전언대로 준비 중이었습니다! 녹림왕을 찾으신다 하여 모든 정보망을 가동해 두었지요.”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하는 모습이…….
‘어……. 사마현이 잡아먹는 줄 아는 거 아니야?’
저래 봬도 기분 나쁘다고 사람 막 죽이고 그런 애가 아닌데 다들 좀 오해를 하는 것 같다.
몸을 덜덜 떠는 객잔 주인에게 사마현이 물었다.
“다만?”
“네……?”
“방금 ‘다만’이라고 말하려고 하려던 거 아니었어? 좋은 이야기만 하면 꼭 뒤에 나쁜 말을 붙여 놓는 법이니까~”
사마현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헛, 허억! 네, 네, 네입! 그…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형이 놀라잖아. 편하게 말해~”
“……그… 다만… 다만… 다만… 네…….”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빠르게 말했다.
“다만, 이 사실을 인근의 다른 문파도 알게 되었다는 게 문제입지요!”
사마현의 자색 눈이 금색으로 물든다.
“……인근 문파라면?”
“귀곡문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그, 아랫놈들이 무능하여 기어이 못 숨기고…….”
“그만.”
“…….”
사마현은 살짝 짜증이 났다.
형이 보고 있는 앞에서 너무 과하게 두려워하지 않나.
이래서 지방 분타 놈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주나 백린의각 인근 분타들은 형 앞에서는 편하게 대하도록 ‘교육’시켜 놨는데. 이놈들은 그런 걸 못 하니…….
사마현이 부드럽게 웃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곳은 그들의 영역이니까~”
“네, 네, 네!”
살 수 있는 것인가.
저 잔혹한 마귀가 이렇게 일을 넘어간다고? 왜지?
이 동네 하오문 분타주는 유독 눈치가 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