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13
제 1113화
진천희는 관에서 추가로 제공한 정보와 하오문의 정보를 교차 검증.
연원왕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 추측되는 곳을 찾았다.
진성(晉城) 객잔.
“역시 정보는 여러 곳에서 찾아야 되네.”
결국 이런 곳에서 수집하는 정보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비슷하다.
모두가 그 정체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꼬리 만져 보고, 다리 만져 보고, 상아 만져 보고 하면서 그 정보를 조합해서 하나의 코끼리까지 도달하는 것.
“관의 정보가 가장 도움이 되었나 봐?”
“응. 아무래도 위치를 좁히는 게 가장 문제거든. 그것만 가능하다면 그다음은 하오문 정보로 세세하게 찾아볼 수 있고.”
진천희는 객잔 안으로 들어가 황구에게 연원왕의 냄새를 맡게 했다.
당시 연원왕이 두고 도망친 유리 구ㄷ…… 아니 연막탄!
과거 이미 황구에게 그 냄새를 기억하게 했으나, 한 번 더 상기시키게 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사마현을 추적할 때와는 달리 황구가 끼잉……거리며 고개를 젓는 게 아닌가.
사마현이 말했다.
“연원왕은 요괴다 보니 아마 쉽지는 않을 거야. 거기다가 여기는 손님이 수백, 수천도 지나가는 곳이니 더 어려울 거고.”
“그러게. 하긴,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진천희가 고민하자 사마현이 빙긋 웃었다.
“가가, 여기서부터는 이 동생이 도와드리겠사옵니다~”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진천희를 데리고 도로 밖으로 나왔다.
딸랑-
객잔 입구에 달린 방울 소리가 청아하게 울린다.
‘여기는 다들 문에 방울을 다는구나.’
보통 강시를 부릴 때 종이나 방울을 사용한다.
진주언가 쪽 지역에서도 집집마다 문에 방울을 달아 사람이 오가는 것을 살폈는데 이쪽도 마찬가지인 모양.
사마현이 말했다.
“하오문이 거대한 조직이지만… 사실 그 실체는 점조직에 연합체거든~”
“응. 애초에 하오문의 중추도 다섯 문파고.”
“잘 알고 있네. 역시 형! 그래서 하오문은 사실, 하오문에 속하지 않은 이들하고 거래도 많이 해. 정보도 그렇고 무인도 그렇고. 낭인 인력 시장도 그래서 하오문하고 친하지~”
하오문은 흑도다.
지금은 사마현의 집권으로 인해 서서히 정사지간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흑도를 떠올릴 때 하오문과 사도련을 떠올렸다.
“그 근본은 사실 강호인과 양민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문파들의 연합체야.”
“호오, 하오문의 기원 이야기구나?”
진천희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인다.
사마현은 엣헴 헛기침을 했다.
“맞아. 도가나 불가, 명문대파가 아닌, 양민이 무공을 익혔을 때. 그 강호인이 된 양민들이 모여서 자생하게 된 연합체 같은 것이지.”
“그게 뿌리구나.”
“맞아. 그러다 보니 흑도로 변질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긴 해. 특별한 이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켜야 할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과거 하오문이 어째서 저렇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오문에 속하지는 않지만 하오문과 거래하는 문파들을 찾아가 보자고. 이미 분타주가 접촉하긴 했겠지만, 우리가 직접 가면 또 다르거든~”
정보를 얻는 방법 중에 한 가지 더.
직접 가서 물어볼 것.
교차 검증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정보를 누구에게 어떻게 입수했느냐도 다르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말, 친우에게 하는 말, 상관에게 하는 말이 다 다르듯이 같은 정보도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자세함이 다르지~”
과연 정보를 다루는 게 업인 녀석답다.
사마현은 능숙하게 동선을 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오랜만이네~ 옛날 금혈방 소방주 올라가기 전에 이랬는데 말이야.”
어릴 적.
진천희와 사마혜, 두 사람과 헤어진 이후.
이 녀석이 살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알 것 같았다.
“…….”
진천희는 그런 사마현의 머리를 쓸었다.
‘그동안 고생했다’라거나, ‘앞으로 좋은 일 많을 거야.’ 같은 뻔한 위로는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하게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온기.
하지만 왜인지 사마현은 가슴이 간질거려서 그냥 아이처럼 웃었다.
살인자의 미소도, 하오문 소문주로서의 냉소도 아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시간을 돌린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알기에.
사마현은 웃는다.
그냥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한 웃음.
그걸로 충분했다.
그거면 되었다.
삶이란 내가 원하는 선물만 받을 수는 없지 않던가.
그보다는 살아남았음에 기뻐하면 족하리라.
사파의 왕은 이 손은 여전히 핏물 속에 있으나, 그래도 죽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이곳은 강호이고, 살인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있고, 자신이 살아있으면 된 일 아닌가.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리라.
* * *
두 사람과 두 마리.
길게 이어진 행렬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가장 앞장선 것은 사마현.
뇌진은 사마현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새로운 브레멘의 음악대를 계획 중이다.
뇌진이 보석을 좋아한다는 말을 형에게 들은 이후로, 사마현이 커다란 비취반지 두 개를 빼서 녀석의 입에 물려준 덕분이기도 했다.
“자, 그러면… 약간의 가내수공업을 해볼까?”
“음?”
사마현은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며 돈을 찔러넣어 주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동전 하나.
사마현이 그 사람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그다음 만나는 사람은 동전 둘.
그 사람 역시 사마현과 귓속말을 주고받고는 어딘가를 가리킨다.
‘다음 사람이 있는 곳인가?’
찔러주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난다.
어느 순간부터는 동전에서 은전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작은 초막 앞.
“여기서부터는 금전이지.”
사마현은 소매에서 금전을 꺼내서 던졌다 받는다.
진천희가 전음으로 물었다.
[여기가 어딘데?] [아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 거래꾼이 있어. 이분은 워낙 기인이셔서 찾아가는 것도 큰일이지~]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할 정보 거래꾼이 이런 성격이라고?] [응~]대체 뭐 하는 인간일까 싶었지만, 사마현은 잠시 형보고 밖에 있으라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 부끄럼도 많으셔서 사람이 둘 이상이면 싫어하셔~] [정보 거래꾼이 부끄러움까지 있다고?] [그렇게 되었어.]현대처럼 해킹으로 정보를 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시대에 정보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필수다.
속으로는 싫어한다고 해도, 일단 어울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뜻.
‘……희한한데? 그리고 현이는 대체 그런 사람을 어찌 아는 거지?’
역시 금혈방 차원에서 거래하는 ‘친구’, 뭐 그런 거려나.
이윽고 사마현은 움집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물어보고 나왔다.
[알아낸 거 있어?] [있긴 한데… 단편적이라서 다른 곳도 가야 해.]그리 말하며 설명하기를-
[남창에 자리 잡은 정보 조직만 해도 셋. 하나는 방금 만난 정보 거래꾼. 명패도 걸지 않았고, 워낙 거취도 일정치 않은지라 물어물어 가야 하지. 그래도 남은 둘은 쉬워.]나름대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점이방(店耳傍)이라는 문파가 하나.
남창거간(南昌居間)이라는 곳이 하나.
[점이방은 점소이들의 연합체라고는 하지만… 사실 점소이끼리 서로를 돕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야. 다른 대도시에 가도 이런 비슷한 조직이 있지.] [호오?] [남창거간은 일전 낭인왕을 만났던 만풍거간소와 같은 곳. 인력 시장 같은 곳이지.]양민들의 세계다.
그리고 명문대파 강호인들도 모를 세계이기도 했다.
아니, 세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문파가 크면 클수록 더욱더 먼 이야기가 되겠지.
사마현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원래 정보란 이런 사람들 속에서 고이는 법인데 높으신 분들은 무시하고 있지. 그 집안 쓰레기만 찾아도 그 집이 뭘 하며 보냈는지, 아픈 사람이 몇 명인지까지도 알 수 있는데 말이야.]그리 말하며 금전을 던졌다가 받았다.
티잉-
* * *
하루 종일.
일행은 돌아다녔다.
점이방 그리고 남창거간 두 곳을 전부 돌았음에도 쓸 만한 정보가 없었다.
딸랑.
남창거간의 문을 열고 나오며 방울 소리를 듣는다.
청량한 그 소리와 다르게 두 명의 마음은 살짝 답답해져 있었다.
“남창거간 쪽하고 점이방 쪽도 별다른 정보가 없고… 이렇게 종적이 묘연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아마도 주술 같은 것을 썼겠지. 그 ‘인간’도 그쪽 사람이니까.”
진천희가 화학을 잘하는 연원왕에 대해서 중얼거렸다.
“그 삼청관의 세 명처럼?”
“그래.”
요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다른 힘을 사용한다.
보아하니 모산파나 쟈시가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르나, 어쨌든 일반적으로는 모두 주술이라고 부른다.
요괴들은 모두 숨 쉬듯 주술을 사용하며, 그 힘은 인간을 아득하게 뛰어넘는다.
사마현이 턱을 쓸며 말했다.
“그렇구먼~ 그러면 좀 어렵겠는걸. 주술 쪽으로 추적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그쪽은 잘 모르는데~”
진천희가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일단 이걸 가져오긴 했는데. 보다시피…….”
모산파의 보물 중 하나.
원향반.
이것으로 남궁운을 추격하는 데 꽤나 도움을 얻었다.
허나, 이번만큼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조금도 알려주지 않았다.
사마현이 말했다.
“사람을 추적하는 지보 맞지…? 그런데 고장 난 것 같아 보이는데.”
“상대가 주술로 추적을 따돌리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거든.”
“무시할 방법은 없어?”
“쟈시에게 물어보니 사용자의 주술력이 방어하는 자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으면 가능하다는데, 고작해야 인간이 어떻게 대요괴를 추적해 내겠냐?”
진천희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결국 사마현이 가진 정보의 힘으로도, 진천희가 가진 무림지보로도 연원왕을 찾을 수 없었다.
“흐음. 그러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한다…….”
난항! 오리무중!
사마현은 그런 진천희와 함께 걸으며 고민에 빠진다.
그때.
딸랑-
맑은 방울 소리에 진천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왜일까.
평범한 방울인데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주술적인 힘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어디서나 볼 법한 놋쇠 방울.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여기저기에 방울을 많이 매달아 놨다.”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이 동네 풍습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진주언가처럼 이곳도 강시를 다루는 곳이니 이런 기묘한 풍습 정도는 당연히 있을 법했다.
진천희가 원향반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흐으음. 일단. 탐문을 계속해 보자고.”
“네이~”
그때 원향반이 한쪽으로 까딱였다.
“형?”
사마현이 진천희를 불러 세운다.
“어라?”
인간이 대요괴를 주술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터.
그런데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이 일어난다.
우웅.
진천희의 몸 위로 누구도 감지하지 못할 만큼 아주 희미한 빛이 서리더니.
드르륵-
원향반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