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22
제 1122화
그러나 하늘이 귀곡문을 도와준 것일까.
진천희가 상당수 성불을 시켰으나 문주께서 처음부터 보내준 망령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다행히도 적지 않은 수의 망령들이 저들 귀곡문도들에게 깃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진천희는 잽싸게 깨달았다.
‘강령술의 일종이구나!’
진천희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귀곡문도들이 방금 진천희가 날린 명조령에 경악하며 소리친다.
“이렇게 순식간에 진언을 완성한다고……?! 그것도 여기는 우리 귀곡문의 땅 아닌가. 분명 옛 주술의 힘으로 귀곡문 외의 술법들은 모두 통하지 않을진대, 감히 명조령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어? 그런 게 있었나?’
진천희는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명조령을 외울 때 딱히 힘든 건 못 느꼈기 때문.
진천희의 속내를 모르는 문도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놈도 미리 대비를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절반은 살렸으니 우리의 승리입니다!”
“과연 요망한 제갈세가! 천기라도 읽고 온 것이냐!”
“노오오옴! 검술로 무명을 떨친 놈이, 성불까지 할 줄 알다니.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
진천희는 답하지 않는다.
그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푸른 안광이 섬뜩하다.
안광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자들이 서로를 독려한다.
“모두 준비하라!”
귀곡문의 제자들 전원의 검에 검기가 둘러지고, 그들의 몸에도 호신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작은 진천희가 속삭인다.
‘귀기를 검기와 호신기로 바꾸는 진법이야!’
‘태고(太古)에는 많은 이들이 이걸 사용했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진법의 힘은 강해져.’
그때.
누군가가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이걸 쓸 만큼 대단하던 태고(太古)의 사람들이 왜 이제는 기록도 없어진 거야? 왜 귀곡문에서나 겨우 쓰고 있는 거지?’
‘…….’
답이 없다.
쨍, 쨍-
신경질적인 방울 소리와 함께 백 명의 정예.
그리고 다섯 명의 당주가 정면으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죽여라! 네놈의 목을 반드시 걸어둘 것인즉!”
“…….”
그때 진천희의 머리카락이 출렁인다.
푸른 안광이 호를 그리며 어둠을 밝힌다.
팟-
검기가 꺼진다.
아니, 내력이 부족할 리가 없으니 스스로의 의지로 끈 것.
‘뭣이?!’
설마하니 자살 시도일 리는 없다.
하지만 검기를 다시 발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물론 그 시간이 양민에게는 찰나와도 같을 터이나, 강호인에게는 생사를 가르기에 충분할 터.
그렇기에 무공에는 기수식과 초식 자세가 있는 것이었다.
허나, 진천희의 얼굴은 태연하다.
완전한 무방비, 그때-
펑!
모두가 보았다.
진천희 바로 머리 위로 사마현이 먼저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것을.
마치 길을 뚫듯 사마현이 앞서 나가자, 진천희의 소매가 일순 부풀어 오른다.
팡!
첫발을 내딛는 순간, 순식간에 신형이 선이 되어 길게 이어진다.
진천희가 만들어낸 녹빛 붓질이 사마현의 붉은 선의 속도를 뛰어넘었고-
‘역시 형의 경공은 천하제일이지.’
다들 형의 검술, 음공, 독공에 감탄하나 진짜 저력은 따로 있다.
바로 경공.
누구도 죽이지 않으며, 자신도 죽지 않는 유일한 무학.
그렇기에 형은 경공만큼은 의술만큼이나 진심이다.
‘나도 꽤 속도를 냈는데 이렇게 가볍게 쫓아온다고?’
마침내.
형은 사마현, 바로 그 뒤까지 도달한다.
사마현이 말했다.
“웰컴, 이랏샤이마세~”
사마현은 국적 불문의 인사를 하며 초식 자세를 취한다.
허나, 진각을 밟는 대신 아까 전까지 달려오던 속도 그 자체를 이용해 팔을 뻗었다.
무박자에 가까운 일격.
허나, 당주의 검은 검기가 서려 있다.
그것을 사마현은 그저 맨손으로 잡아 우그럭 뜯어버리고는 그대로 상대의 턱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당주는 급히 생각했다.
‘호신기, 호신기로 막아야 한다!’
망령을 이용한 절세의 호신기가 둘러졌으나 금색 손아귀에는 거침이 없다.
“아, 형~ 나 게 뜯어먹는 거 좋아해. 이 일 끝나고 게살탕수 먹을까?”
마치 게를 뜯듯이 순식간에 찢어발기며 콰아앙!
귀곡문 당주의 턱이 돌아가며 그대로 만화처럼 부웅 떠오른다.
사마현은 그 찰나의 시간, 자신이 날린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는 것과 당주가 의식을 잃었다는 것을 느낀다.
형과 같은 현원전단신공은 없지만 일종의 손맛이다.
때리는 것만으로도 공격이 얼마나 먹혔는지 몸이 바로 느끼니까.
그래서 사마현은 검보다는 손이 좋다.
“노오오옴!”
그사이, 두 명의 당주가 검을 찔러온다.
검진이 괜히 검진이 아닌 것.
생문도 아니고 사문(死門)!
그 사문을 향해 물소처럼 밀고 온 놈이다.
첫 당주를 일격에 쓰러뜨린 것은 가상하나, 검진이 그들에게 있다.
두 자루의 칼날이 느껴진다.
사마현의 동공이 살짝 부풀어 오르는 것과 동시에 등 뒤, 흰 칼날이 서리를 몰고 왔다.
차앙!
시간과 시간의 틈을 가르며 진천희가 들어온다.
빙정검 하나로 두 자루의 칼을 동시에 튕겨내는 솜씨는 그야말로 절묘하기 그지없었고.
‘우와!’
사마현이 절로 감탄하는 사이-
탕탕탕!
소매가 부풀어 오르더니 칼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탄지천통이 곧바로 날아가는 게 아닌가.
‘다들 형의 빙정검만 집중하지, 다른 손은 보질 않지. 사실 형은 양손잡이인데~’
사마현이 씨익 웃는다.
탄지천통이 도탄이 되어 천방지축으로 날아가 호신기를 뚫고 혈도를 제압해낸다.
“무슨 공격이 이렇게 빠른… 크어어억!”
“막아, 막……. 끄아아악!”
“좀 주무시지요.”
탁-
진천희는 순식간에 둘을 제압하고 사마현에게 말했다.
“현아, 방금은 너무 무모했다. 사문(死門)인지 알고 직행하다니.”
“가가께서 엄호할 것을 알고 있었지요~”
진천희는 그런 사마현의 어깨를 한 번 툭 건드린다.
칭찬일까, 아니면 다음에는 주의하라는 경고의 의미일까.
그것만으로도 아우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저벅, 저벅, 저벅-
진천희의 걸음이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의원의 걸음을 따라 문도들은 경악한다.
‘사문(死門), 사문으로 들어와 진법을 파훼한단 말인가!?’
진천희의 말대로 위험한 것은 맞으나, 심리전적인 측면에서 그 효과는 확실했다.
생문을 파고든 것도 아니고 죽으라고 만들어 놓은 사문을 정면으로 박살 내니, 그 정신적인 충격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치 아이가 어른에게 손목이 꺾인 것 같은 느낌.
압도적인 체급 차이를 느끼고 그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현이가 적의 심리를 갖고 노는 걸 좋아하지.’
아까 하는 걸 봐는 그냥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가끔 그런 놈들이 있다.
피부로 사람의 마음을 느끼는 놈들.
순식간에 세 명이 쓰러지자 남은 두 명의 당주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공격, 공격하라!”
와아아아아!
‘역시 직접 공격은 무서운 모양이군.’
대신 귀곡문도들이 파도처럼 칼을 세우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백 자루의 칼날이 파도가 되어 출렁인다.
마치 한 몸처럼 느껴지는 견고함이 있었다.
거기다 실제로 귀곡문도들은 아주 촘촘히 밀집해 있고, 그들의 호신기가 거대한 한 덩이처럼 몰아친다.
그야말로 호신강기의 덩어리!
그뿐이 아니다.
그오오오오오!
그 검에서는 귀곡성이 울려 퍼지는데, 마치 음공처럼 강호인의 심혼을 두드리는 힘이 있었다.
‘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필시 미쳐버렸겠네.’
제아무리 강호인이라 하더라도 검으로 만든 이형의 진법을 보는 순간 주화입마를 면하지 못할 터.
‘지금까지 상대한 진법들 중에서도 상위다.’
허나, 음공을 익힌 진천희. 그리고 마찬가지로 형에게 음공을 배운 사마현에게는 소리만으로 큰 타격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확실히 강해. 문파의 숨은 저력이 이런 거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사마현이 그대로 주저앉아 두 손을 땅에 박아 넣었다.
“검진을 쓰는 적들에게는 이게 즉효거든~”
그러더니 흡사 땅을 뒤집어엎듯, 후려치는 게 아닌가.
“호잇쨔!”
콰과과광!
땅이 터져 나가며 파편이 귀곡문도들을 덮친다.
지탱할 땅이 폭발하니 검진 역시 함께 흩어지는 듯하지만.
“노오오옴! 그런 잔재주에 우리가 당할 것 같으냐–!!”
의외로 버틴다?
콰지지직!
땅의 파편을 분쇄하며 짓쳐드는 귀곡문도들.
“현아, 화만 더 돋군 거 같은데 이거 어쩔 거야?”
“아이고오. 소인, 이리될 줄은 몰랐사와요~”
“책임져. 인마!”
진천희가 사마현을 발로 뻥 찬다.
사마현은 토형보를 응용하여 장난스럽게 낙법을 취한다.
“호이!”
극성에 달한 외공이 검기를 버텨내며 그의 손이 다가오는 검들을 죄다 쳐낸다.
카가가강!
역시 검진은 검진, 사마현의 손끝이 바르르 떨렸다.
“이야, 제법 묵직한 검인걸?”
그때 검진과 하나가 된, 아직 멀쩡한 당주들이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일광! 본 문의 검진은 제갈세가의 것도 능가한다!”
“술법과 진법을 융합한 주술검진! 그 힘을 네놈이 아무리 현경이라고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으냐!”
“본 문의 비술로 귀령들을 몸에 깃들게 하여 그 힘을 쓰는 것! 수천의 귀령이 우리와 함께하니 이곳에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의원이 눈을 부릅떴다.
“이럴 수가! 이 상황에서도 자기 어필을 빼놓지 않다니, 과연 강호다! 수백이서 사람 두 명 린치를 가해도 폼은 챙기는구나!”
“!”
그 말에 몇몇 귀곡문도가 얼굴을 붉혔다.
일광이 하는 말에 모르는 단어가 들어 있었지만 그 뜻은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사마현은.
“응응,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언제나처럼 우리 형이네~”
형의 이런 면이 참 재미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천희는 진법으로 하나가 된 이들을 보며 왼팔을 내밀었다.
“현아. 숨 참아.”
“오케이~”
사마현이 검진을 찢으며 달려 나간다.
절박한 상황에서 정, 기, 신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할 터.
그 와중에 호흡을 멈추라는 것은 원래라면 불가능하겠으나, 사마현에게는 가능했다.
시간을 벌려는 듯 토형보로 순식간에 치솟아 오른다.
탕!
월면을 뛰어오르는 토끼처럼 사내의 몸이 솟아오르는 순간.
두 남자의 시선이 교차하고-
‘바람 방향까지 딱 좋군.’
그것을 신호 삼아 진천희의 왼팔, 검은 기운이 폭발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 연기의 모양은 마치 흑룡과도 같았다.
흑룡은 삽시간에 귀곡문도들과 충돌한다.
화아아악!
검기도, 검강도 없다.
그저 연기일 뿐.
“어리석군. 고작 이런 공격으로……!”
고작 삼 초.
숨을 들이쉬는 정도만으로도 중독이 된다.
‘아니, 분명 미리 해독약을 입에 넣었는데?!’
풀썩.
앞 열의 귀곡문도들이 쓰러지고는, 다른 귀곡문도들도 같이 기절하기 시작했다.
“어…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사천당문의 해독환이 통하지 않다니!”
진천희가 말했다.
“아아, 어쩐지 아까부터 마비 독을 조금씩 사용해도 통하지 않더라.”
사천당문의 해독환.
독연이 터져도 이것을 물고 있으면 버틴다는 신묘한 약이다.
어지간한 독은 즉시 해독하고, 극독이라고 해도 제법 오래 버티게 만들어 주는 단환(丹丸).
음공 대비뿐 아니라, 진천희가 독을 쓰는 것까지 파악하여 천금을 들여 준비한 것!
“저를 제법 잘 조사해 오셨군요. 하지만 독공도 진화하는 법이지요. 이건 심독(心毒)이거든요.”
물론 처음 독은 오독문이 근본인 것이 맞으나, 지금으로서는 너무 많은 독이 섞여버렸다.
그저 적을 죽이고자 한다면 진즉 사용할 수 있었으나, 상대는 그저 사람.
강호인.
비록 흑도라고는 하나, 그래도 의원은 불필요한 살생은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밤에 잠자리가 조금 더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지.’
의원은 강호가 무섭다.
언젠가 찾아올 죄책감이 무섭다.
그것은 잊고 싶다 하더라도 결코 잊을 수 없으며, 그 흔적은 영원히 가슴에 남을 터이니.
‘노후에 조금이라도 평안하고자 하는 위선이지.’
그래도 그것이 의미 없지 않음을 의원은 알기에.
위력을 줄여, 줄여, 줄여서 사람이 잠시 무력화될 정도로만 사용한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귀곡문이 경악한다.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일광!”
왜일까.
이 사람들은 죽음보다 사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독이 더 퍼지기 전에 자결하려는 귀곡문도를 탄지천통으로 기절시킨다.
타당!
“죽이지 않습니다. 그런 독도 아니고요. 그냥 현경지독에 이것저것 섞인 것뿐이니까요.”
“그… 그럴 수가……. 이 얼마나 지독한 독인가…….”
저주를 날리며 문도들이 쓰러진다.
“…뭐, 마취에도 응용할 수 있는데 그건 신경 안 쓰시겠지……?”
후유증이 극히 적다는 게 장점이다.
사실 의료용.
‘역시 형은 미친 거 같아.’
태고의 악(惡)을 품은 아우는 진짜 광기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