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32
제 1132화
36.5도의 체온을 가진 현대인과 납의 심장을 가진 스승님.
그리고.
그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강호인들과 의원들, 양민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강호인의 귀감이오.”
“가슴이 절로 뜨거워지는군.”
“수명을 태워 세상에 이름을 떨쳤으니, 이것이 진정한 무인 아니겠는가!”
‘이게 강호에서는 미담이라고? 방금 도핑으로 선천진기까지 써서 금위락을 땄는데!?’
이게 강호다.
* * *
이해할 수 없었다.
금메달 하나 따겠다고 선천진기까지 끌어 쓰다니!
진천희가 경악하는데 사마혜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흑흑흑……. 황보 대협, 너무 멋있어요.”
“진정한 강호인이지. 그는 무인이고, 군자이자, 대장부요.”
사마혜 옆에서 침구당주님이신 사마병도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냉철한 분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건 극히 드문 일.
아니나 다를까, 같이 관객석에 온 다른 의원이나 무인들도 황보중헌의 투혼에 눈물을 닦고 있는 게 아닌가.
“과연 소각주님이시네요. 강호인들의 이 뜨거운 웅심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경기를… 주최하신 거죠?”
“맞네. 틀림없네. 거기다가 황보중헌이 혼자 선천진기를 태운 것뿐이라 의원이 딱히 할 것도 없고. 서로 맞찌르는 일도 아니고.”
“그렇구나. 의원 할 일을 줄이고 강호인들의 불타는 마지막을 보여 주기 위해 이런 경기를!”
‘아니, 듣고 있자니…….’
왠지 점점 진천희 자신이 쓰레기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고작 이딴 것에 선천진기를 왜 쓰냐고요!”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희야. 그만큼 황보중헌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겠지. 강호인으로서의 그를 축하해 주자꾸나. 마지막 길이시다.”
이딴 게…… 강호?
방금 순식간에 황보세가 가주를 보내버린 스승님.
그 스승님의 목소리가 침잠한 듯 느껴졌으나 진천희는 알고 있다.
[스승님. 역시 비약 복용은 제지했어야…….]결국 잠력 폭발에 선천진기까지 이렇게 빨리 끌어 쓴 이유는 황보중헌이 대회 전에 복용한 약 때문 아닌가.
약만 없어도 선천진기를 끌어 쓰기가 어려울 것이고 이렇게 막 나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이 차분히 말했다.
[그게 더 불공정한 것이 아니겠느냐. 어차피 저치들은 어렸을 적부터 각종 영약에 벌모세수도 받아온 자들이다. 애초에 시작이 불공정한 것이니……. 비약을 먹거나 잠력 폭발의 무공을 쓰는 것을 제약하면 아니 되는 것이다.]‘스, 스승님, 대체 몇이나 보내 버리시려고……?’
진천희가 푸른 눈으로 스승님을 바라본다.
명경지수와 같은 눈.
허나 스승님은 태연했다.
[들어 보렴, 희야. 저 마교에서 온 자를 황보세가의 가주가 이긴 것도 그런 이유 아니더냐. 만약 제한된 조건이었다면 저 마교의 흑정이라는 자를 이길 수 없었을 게다.] [아니, 그게…….] [너도 흑정이 마교인이라는 걸 보자마자 느꼈지 않느냐. 몸에서 뿜어나온 투기를!]보통 강호인이라면 알기 어려웠을 터.
하필 철무문과 생사결을 벌이고 나온 후라 그 움직임, 자세, 미미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으로도 진천희는 알아볼 수 있었다.
술 빨면서 올라오기에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너의 이질적인 시선은 알겠단다. 허나, 여기는 강호! 강호의 법을 존중하도록 하렴.]그건 그렇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그래. 스승님께서 뒤끝이 길어 은원이 있는 세가 장문인들을 평화적으로 다 치워 버리려고 그런 규정을 만드셨을 리 없지. 그저 형평성을 위해 하신 것일 테니.’
제자 고개를 휘휘 저어 망념을 물리친다.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제자, 잘못 생각했나 봅니다.”
스승은 그런 제자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
이걸 믿는군.
* * *
천하제일 강소성 무림 대회(feat. 올림픽)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하루에 3개에서 4개 정도의 종목이 진행되었고.
이 대회는 앞으로 최소 보름간 진행이 될 터.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물론 무림 대회답게 비무로 진행하지만.
비무 대회에 과연 몇 명이나 출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주력 종목에서 해괴한 단약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잠력까지 활활 태워서 대활약을 하는 강호인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
‘아니, 고작 대회라고! 왜 목숨을 거냐고! 내년에도 열 건데!’
죽어도 지지 않겠다는 강호인들의 자존심 싸움.
그들은 이거 한 번 이겨 보겠다면서 선천진기까지 끌어내기 시작했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내년에도 이 꼴이면 진짜 올림픽처럼 사 년에 한 번 열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별다른 이변 없이 우승을 차지하는 사람도 있긴 했다.
예를 들어 사마현이 참가한 제자리멀리뛰기가 그랬다.
-아! 토형보! 토형보입니다!
-강호의 기준으로 보면 많이 쳐줘도 이류 무학 정도로 취급받던 무공이죠?
-그렇습니다. 변화가 적고, 속도는 중하. 그런데 한자리에서 갑자기 뛰어오르는 도약력 하나만큼은 일품이라고 전해지던 보법이죠!
-아. 이게 제자리멀리뛰기에서 활약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천하십대고수인 무영투괴가 분한 듯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하오문 소문주의 경신보법이 이리 일절일 줄이야!
삼학사의 호들갑처럼.
사마현이 토형보로 제자리멀리뛰기에서 당당히 우승!
“애송아. 제법이구나. 게다가… 경지가 한층 더 높아진 듯한데?”
“하하핫! 의형께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 탓이지요.”
“그러냐. 그러면 다음 단거리 달리기에서 승부를 다시 보자.”
무영투괴.
경공신법으로 천하를 오시한 그녀다.
그런데 경공신법이 최대로 발휘되는 육상의 뛰기 종목에서 질 줄이야!
그녀도 역시 강호인인 듯 패배의 분함 때문에 질척거리고 있었다.
허나, 사마현은 형인 진천희에게 사사를 받은 자.
“저는 이 종목에만 출전할 생각입니다. 제자리멀리뛰기는 제 적성이었지만, 달리는 것에는 재능이 없어서요~”
“네 녀석, 지금 이기고서는 튀는 거냐! 그런 거냐!”
먹고 째는 것이 좋다.
아니다, 가장 좋다!
마작 같은 도박에서도 그런 놈들이 있다.
한 번 이긴 후에 다시는 붙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평생 동안 ‘내가 쟤 발랐어.’라고 입을 털고 다니는 놈들!
“이 비겁한 놈!”
“네이네이~ 저는 이기고 도망가는 비겁한 놈이랍니다. 하오문의 소문주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무영투괴 님에게 이길 수 있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잖습니까요~?”
“으으으윽!”
대놓고 말하고 있다!
이놈! 대놓고 말하고 있어!
“제 동생인 혜아한테 가서 자랑을 늘어놓아야지요. 의형도 좋아해 주시겠죠? 아하하핫!”
그러면서 가버린다.
무영투괴는 분노로 주먹을 우드득 말아쥐었다.
“후우, 내 저놈이 소각주 아우만 아니었으면 재산이 얼마인지 직접 전냥을 뒤져 봤을 텐데!”
월담을 하기에는 하필 고용주 동생이다.
* * *
제자리멀리뛰기 외에도 투창이라든가 역도 같은 다른 종목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장면도 많이 나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창의 명가로 소문난 두 가문! 결국 두 가문이 붙었습니다아아아!
-산동악가, 신창양가! 결승에서 만날 거라 호사가들이 점치긴 했지요.
이 두 가문에 속한 고수가 나와서는 투창에서 맞붙었다.
창을 던진다.
그래서 투창(投槍)!
창의 명가인 이 두 가문에는 각기 신공절학이라 불릴 만한 투창술이 있었던 것.
투창 종목은 두 가지가 하나로 혼합된 종목이었다.
명중률과 거리를 잰다!
-두 고수의 자존심 대결의 승자는 다름 아닌 신창양가!
-강호에서 투창으로 신창양가를 이길 세가는 없단 말인가!
그랬다. 산동악가의 고수는 은위락(은메달)을 따고 말았던 것.
그 이후에도 대회는 계속해서 진행된다.
이변도 일어났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무명의 무인! 그가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아아아!
전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문파의 초립을 쓴 고수가 나타나서 우승을 한 것이다.
수영 종목에서 수적 출신이나 해적 출신의 무인이 아닌 수신문(水神門)이라는 문파의 무인이 우승!
그 수영 실력은 다른 이들을 가볍게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변과 여러 가지 일화가 생겨나는 가운데.
이제 대회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아쉽지만 이제 중간 휴식 시간이지요.
-네에. 중간 휴식을 위해서 며칠간 경기가 멈추게 됩니다.
그 말에 모든 관객들이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재정비 시간은 필요했다.
특히나 여러 종목에 다수 참전하는 무인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축제는 계속된다.
사마현은 이 축제를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이야~ 대박이네, 대박이야. 엄청 벌었어~”
“얼마나 걸었기에 그래.”
“음. 가용할 수 있는 돈은 전부?”
하오문.
최근에 장사라면 안 끼는 데가 없다.
본인은 놀이 삼아 박은 모양이지만 이놈, 생각보다 야수의 심장이다.
거기다 신기하게 죄다 따고 있으니 이쯤 되면 도박이 아니라 투자인가 싶을 지경인데.
‘사마현 이놈은 어째 안 돌아가는걸. 괜찮나?’
하오문 소문주라고는 하나, 소문주 항쟁의 승리자 아닌가.
대충 생각해도 일이 적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사마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씩 전서 같은 것을 주고받는 듯하나 그게 업무를 전부 대신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뭐, 그래도 혜아가 있으니까.’
사마현이 말했다.
“형, 그러고 보니 우리 게살탕수 먹기로 약속했었지?”
“오옷! 그치!”
진천희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사마혜가 물었다.
“게살탕수 맛있어?”
사마혜의 말에 사마현이 게살탕수에 대해 설명했다.
“별거 아니야. 이름 그대로 게살로 탕수를 만드는 거지.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 단가가 잘 안 나와서 취급하는 가게가 별로 없어.”
하긴, 이 시대에 게맛살로 갈음이 될 것도 아니고.
게를 잡아다가 살을 하나하나 발라내야 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터.
거기다 유호 빙고를 발명했다고는 하나, 신선한 해산물을 공수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사마현이 말했다.
“그나마 강소성은 바다와 가까워서 게를 잡아올 수는 있어. 그건 다행이지.”
거기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오문이 운영하는 객잔 중의 한 곳이 요 근래 취급하게 되었다고.
“오우 다행이다!”
진천희와 사마혜는 그렇게 객잔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나왔다!
“게살탕수!”
촤아아악!
갓 튀긴 게살탕수 위로 달콤한 양념이 촤아악 내려앉아 있었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하면 배달은 취향대로 하는 게 좋다.
하지만 갓 튀긴 거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가게에서 명장이 만든 탕수라면 부먹, 아니, 볶먹이지.’
그 말대로 양념을 한 번 더 볶아내서 내오니 그 향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고맙다. 고마워! 현아!”
진천희의 목소리가 떨린다.
사마혜가 말했다.
“오빠는 늘 이렇게 세심하다니까.”
그때 옆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쿠웅!
“벽안신의를 뵙소이다!”
‘아, 아니……. 막 한입 먹으려는 참인데……. 아니다. 이때가 아니면 못 먹는다!’
진천희는 잽싸게 입에 하나를 넣었다.
와작!
탁 튀겨지는 소리와 함께 입 안에 게살 육즙이 쏟아지면서 절로 눈이 감긴다.
“으음~! 맛있다!”
그리고 두 입째 먹으려고 하는데 다시 외침이 들렸다.
“벽안신의를! 뵙! 소! 이! 다!”
망할.
결국 천하의 일광이라도 못 들은 척을 할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진천희의 입에는 게살탕수가 또 한입 물려있었다.
우적-
“누구셰여?”
앞에는 낡은 가죽으로 만든 겉옷을 입고, 무복을 입은 무인이 서 있었다.
그가 갑자기.
다시 한번 머리를 박는 게 아닌가.
쿵!
이마에서 피까지 흘러나온다.
“헐!? 왜 이러시는……?”
그 사내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벽안신의. 한 수 가르침을 청하오!”
“허어어어?”
사마혜와 사마현은 게살탕수를 게걸스럽게 먹으며 놀란 눈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작와작.
소리만으로도 맛있어 보였다.
두 남매의 시선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형, 안 먹을 거야?’
‘은공, 안 먹을 거예요?’
망할 게살탕수.
마침, 행인들이 삼삼오오 이쪽을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오오오! 진 태수께서 뭔가 엄청난 부탁을 받고 있는 모양이구만.”
“흥미롭네. 일광이 어찌할지.”
“과연 가는 길마다 강호의 이야기가 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그만큼 명성이 하늘을 찌른다는 뜻이니 보통 강호인이라면 어깨를 으쓱거릴 상황.
허나, 정작 일광 진천희는 혀를 찼다.
‘게살탕수에 무슨 마(魔)라도 들렸나.’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