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36
제 1136화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해남파 혹은 해남검파.
검의 명문으로.
정사지간의 문파이나 대대로 무림맹에 속해 있긴 했다.
‘일전 용봉지회에 참여하기도 했지.’
그러나.
해남도는 저 광동성과 광서성 쪽에 외따로 떨어져 있고.
해상무역의 중심지라서 과거 해사방과 자주 다툼을 벌였었다.
섬이라서 폐쇄적이고.
‘또한 그 검은 악랄한 부분이 있으니까.’
현대인 입장에서는 결국 다 똑같이 사람을 죽이는 것인데 여기에 선악을 가를 수 있는 게 있나 싶지만, 또 강호인 입장에서는 다르다.
그런데.
“이번에 아예 무림맹에서 떨어져 나가 사도련에 들어갔으며, 심지어는 사도련주가 되었다는 정보를 들었어요. 얼마 안 된 정보니까, 아직 형 귀에는 안 들어갔을걸요?”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해남파가 사도련주가 된 건 형 탓이에요.”
“응?”
진천희 눈이 살짝 커진다.
그 모습에 천우는 내심 기가 찼다.
“형이 날려버린 흑도 문파가 어디 한둘입니까?”
“아, 아아아! 아아! 그렇구나. 그래. 맞아.”
형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런 형이었다.
그 많은 일들을 이뤘으면서도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남파가 문주 자리에 오를 줄은 몰랐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죠. 전통으로 간다면 가장 오래 사도련에 있었던 문파에 먼저 기회를 주었을 테니까요. 아마 술제 어르신이 나간 걸로 인해 뭔가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책사들의 분석이 있었어요.”
젊은 피를 수혈하였으니 방침도 젊게 가고 싶다, 그런 건가.
‘무림맹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이긴 하네.’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우가 말했다.
“그래서 괜찮다면 형의 황구를 빌리고 싶은데요.”
“황구를?”
컹?
황구가 바로 짖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천우가 말했다.
“네. 맹의 분석에 따르면 삼절추호를 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사람이 아닌, 영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마현이 말했다.
“아니지. 이미 사람을 다 썼는데 그래도 못 찾으니 이제 짐승에게까지 손을 빌리는 거지.”
그 뾰족한 말에 천우가 웃는다.
“하하하하. 현이 대단하다.”
그리 말하며 사마현의 그릇에 고기를 얹어주었다.
닥치라는 듯이.
“우리 현이가 역시 차기 하오문주답게 통찰력이 좋네요. 형?”
탕.
떨어진 고기가 육즙이 가득하다.
“…….”
왠지 진천희는 저 모습에서 무당의 심후한 태극을 느꼈으나 무시하기로 했다.
진천희는 황구를 내려다보았다.
끼잉-
황구는 귀를 축 늘어뜨리고는 고개를 흔든다.
애초에 진천희와 함께한 이유도 밥이고, 지금도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이유도 밥이다.
물론 개 본연의 인간에 대한 유대가 있지만 일단 밥은 짐승에게 중대 사안이었다.
천우가 진천희만큼 밥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게 또 맞는 말이었으니까.
“으음, 싫다고 하네. 이 녀석 고집이 워낙 세서…….”
낑끼잉!
진천희가 받아줄 것 같으니 앞발 사이에 코를 박으며 더 불쌍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와……. 저게 되네.’
사마현은 경탄했다.
영물쯤 되면 표정 연기도 수준급이다.
“…….”
그런 황구를 빤히 바라보던 천우가 말했다.
“형이 도와주시는 건 혹시 되세요? 형이 같이 가면 이 녀석도 함께해 줄 것 같은데.”
진천희가 황구를 본다.
불쌍한 척하던 황구가 갑자기 발가락을 쫘악 펴는 게 아닌가.
“하루 간식 다섯 번?”
낑, 낑낑!
황구는 불쌍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쓰읍……. 알았다. 황구야.”
컹컹컹컹!
그 순간, 황구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마구 흔들리더니 옆에 있던 뇌진도 함께 삑삑거린다.
황구가 먹는데 뇌진을 안 줄 수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
즉, 재주는 개가 부리고 간식은 같이 처먹는 셈.
자유의 상징, 새.
그들은 결코 주인에게 애교를 먼저 부리는 일은 없다만, 주는 음식은 마다하지 않을뿐더러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영물은 영물이네.”
천우는 어디까지 이걸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진천희가 황구의 넓적한 뺨을 쭉 당기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태극권도 썼었지.”
“네? 황구가 태극권도 쓰다고요?”
“그래. 권제님께서 직접 사사했으니 얘도 우리랑 동문이다.”
개랑 배분이 그렇게 된다고?
* * *
올림픽, 아니 강소성 무공 대회는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경기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개최되고 있고.
세상은 은거 기인들의 참전에 경천동지할 만큼 놀라게 된다.
암벽등반!
철봉!
팔씨름!
보통 무공이란 서로를 찌른 후에 살아남는 자에게 고수의 칭호가 주어지는 법.
순수하게 암벽등반을 시켜 보거나, 봉에 매달려서 버텨 보거나, 팔씨름으로 그 힘을 겨루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 자리, 강소성 무공 대회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강호의 기인은 장강의 모래알처럼 많다더니!”
“우와아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인이 참전했구려!”
그렇게 다양한 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수많은 상단들, 그리고 세가들이 이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군침을 흘렸다.
그리고 마지막.
천하제일 강소성 무림 대회.
이 대회의 꽃이 마지막 날에 피어났다.
무제한 비무 대회!
그리고.
각 경기에 우승한 이들 중,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회복하는 데 성공한 이들이 이 경기에 참여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경악을 준 것은 다름이 아닌.
“황보세가주 황보중헌이 참전하였다고? 분명 선천진기까지 써서 싸우지 않았던가!”
“듣기로는 깨달음이 있었고, 황보세가에서 대대로 전해져온 비약을 사용하였다 들었네. 비약만으로는 본래 힘을 돌리기 어려웠을 거고, 뒤이어 온 깨달음이 컸다 들었네.”
“허허허……. 대단하군. 대단하군!”
모든 것을 바쳐 혼을 던졌던 강호인이 다시 절벽 위로 올라오는 것은 어찌나 아름다운가.
그 말을 듣고 눈물까지 글썽이는 자가 있을 정도.
그만큼 황보중헌의 이야기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었다.
“이번에는 황보중헌 가주가 꼭 승리하셨으면 좋겠군.”
“당연하지! 강호인은 깨달음이 있을 때 진정 강해지지 않던가. 황보중헌이 아니면 대체 누가 우승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황보중헌을 응원했다.
허나, 황보중헌만이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신창양가! 노고수 양서천을 잊고 있는 것이오. 산동악가와 투창으로 대결하여 당당하게 금위락을 따낸 고수요. 그 기백을 잊은 것이외까?”
“아, 그렇지. 그 백발로 창을 용맹하게 휘두르는 모습은 강호의 귀감이라 할 수 있소.”
“수영은 어떻고. 수신문 초수영! 그만한 자가 당대에 또 있겠느냐.”
각자 가장 응원하는 자들을 열거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강소성 양민뿐만 아니라 강소성 밖에도 이 열기가 전해졌는데.
그것은 각 객잔에 있는 매담자(이야기꾼)들 덕분이었다.
하오문에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과정과 결과를 재미있게 각색하며 돈을 받았는데.
이 재미가 그만이라 사람 셋이 모이면 이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용봉지회도 이 정도로 뜨거운 적이 없는데 신기하군.”
“그건 젊은 아해들만 참석하고 노도사들은 손가락 빨고 있기 때문 아니겠나.”
“체면 문제도 있고, 자칫 진짜 문파 전쟁이 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강소성에서 그게 가능한 건, 백린의각과 진 태수의 독특한 위치 덕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가 있나.”
맞는 말이었다.
만약 무림맹이나 사도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자칫 문파 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터.
불타는 열기 속에 누군가가 말했다.
“허나,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소. 그동안은 투창이나 팔씨름 같은 것들로 자웅을 겨루었기에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진짜 비무를 벌이게 되면 제아무리 진 태수라도 막지 못할 수 있겠지.”
그 말에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 자들도 있었다.
“하긴, 팔씨름만으로 감정싸움으로 변해 문파의 혈사를 일으키기에는 좀… 쪼잔한 감이 있지만 비무는…… 다를 수 있지 않겠나. 자칫 죽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 비무이니 말일세.”
“…….”
양민들 중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자들도, 어쨌든 진 태수가 하는 일이니 그에 따른 안배를 안 했을 리가 없다는 자들도 있었다.
때로는 간단하게.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르지. 오륜회의 세력이 워낙 큰 데다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이득이 남으니 다음 대회를 기다릴 수도 있지 않겠소?”
“흐음……. 일이 그리 쉽게 풀릴까?”
그렇게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져 가는 와중.
이 열기에 묻어서 슬그머니 들어온 혈선교의 존재가 한 명 있었다.
여기는 남경성의 하오문이 운영하는 도박장.
“자! 누가 우승할 것인가! 걸어! 걸어!”
이 시대에 도박은 합법.
그러니 이 강호 토토도 불법 토토가 아니란 뜻이렷다.
애초에 길 가다가 사람이 찔려 죽어도 강호인이면 대충 넘어가는 미친 세계에서 도박이 불법일 수가 없다.
누가 봐도 부호라고 봐도 좋을 사내는 그런 도박장의 특별실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3층에 마련된 특별실은 비단으로 만든 휘장과 명장이 만들어낸 산호 조각상이 휘황찬란하게 있었으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어져서 1층에 있는 도박광들의 모습을 마음껏 오시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반선의 씨앗은 역시 재미있단 말이야.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걸까?”
“그는 확실히 특별한 자이긴 하오.”
대부호와 마주 앉은 무인이 답했다.
그 무인의 얼굴은…… 삼절추호.
기묘하게도 삼절추호는 혈선교를 앞에 두고도 태연하다.
“금천군 자네는 그치와 제법 친하지 않은가?”
금천군.
사내는 삼절추호를 금천군이라 불렀다.
분명 과거 동생에게 씌었던 것이 바로 금천군이 아니던가.
그 이름으로 삼절추호를 부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거에는 그랬지. 허나…… 이제는 지나간 인연일 뿐. 혼이라는 것은 결국 그렇지 않소.”
확실히 목소리와 얼굴은 삼절추호의 그것이라 할 수 있으나, 표정은 결코 삼절추호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의 금천군 것도 아니었다.
과거 삼절추호가 지었던 얼굴보다는 좀 더 장난기가 있으나, 그렇다고 과거 금천군의 표정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건조한.
마치 두 사람이 섞여 있는 형태의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 말에 혈선교인 대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자네 모습을 보면 반선의 씨앗이 어찌 반응할지 궁금하구먼.”
“아마 실망하고, 나를 혈선교에서 빼내려고 노력할 것이오.”
“물론 ‘금천군’ 자네는 넘어가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나?”
“그렇소. 혈선께 귀의할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본인의 마음을 괴롭혀서 저열한 기쁨을 누리고 싶소, 조천군?”
부호인 사내는 연금술사 조천군!
그가 감쪽같이 변장한 것!
“아니아니. 그런 건 아닐세. 그저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 말에 삼절추호, 아니 금천군이 말했다.
“그대가 요청한 것은 확실히 전달해 주었으니……. 본인은 이만 가 보겠소.”
“그러시게나.”
“…….”
그 말을 끝으로 삼절추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선다.
그녀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조천군이 피식 웃었다.
“자아…. 그러면 축제의 끝을 위해서 즐거…….”
우드드득-
그 순간, 어깨를 잡는 손길이 느꼈다.
무시무시한 악력에 강화된 육체가 기괴한 소리를 낸다.
‘이 무슨!? 기척도 느끼지 못했거늘!!’
조천군은 경악하여 몸을 움직이려 하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군!’
점혈인가?
그럴 리가 없다.
이 육체는 장천군의 버섯과 용린인의 실험을 이용해 만든 특별한 육체니까.
그저 순수하게 강력한 어떠한 의념이 그를 붙잡아 고정시키고 있는 것뿐.
심지어는 왜인지…….
‘고개조차도 움직여지지 않다니?!’
십천군인 그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았다.
눈알만이라도 굴려보는 조천군에게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꿀을 놓으니 개미가 걸려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렇지 않은가, 유호?”
“주인님은 참 성격이 나쁘십니다.”
제갈린.
그리고 유호가 그곳에 있다.
“?!”
경악하는 조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