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38
제 1138화
“아야야야. 아프잖아!”
“다친 곳도 없으면서 말은 많군.”
“헤헤헤~ 들켰나?”
사마현이 방긋 웃으며 뒷목을 긁적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경박한지 마치 종이 인형과도 같다.
허나, 그 말대로 이 경박한 사내는 몸 어느 곳 하나 다치지 않았다.
사마현 본신의 외공도 엄청나지만, 반야신공을 알아본 천우가 힘의 방향을 순식간에 틀었기에 가능한 일.
“방금 보여준 그 신공… 원래라면 사공(邪功)을 익힌 네가 품을 수 없는 힘일 텐데?”
“누구긴 누구겠어? 큰형이 해준 거지.”
“…….”
천우는 생각에 잠긴다.
사마현이 말했다.
“그나저나 천우 형, 말도 안 되게 강해졌네. 대체 무슨 기연을 얻은 거야?”
“…글쎄다. 좋은 거?”
그렇게만 말하고 답하지 않는다.
이윽고 천우가 말했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호잇쨔!”
사마현은 재주 넘는 여우처럼 순식간에 도약하고는 애교를 섞어 미소 짓는다.
“이렇게 귀여운 나님을 때리다니. 에에~ 셋째 오니짱. 베드 가이네~”
그 모습에.
천우의 이마 한쪽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하하하, 그냥 큰형 보기 전에 지금 죽자.”
역시 셋째 형에게는 애교가 안 통한다.
“와우. 형. 설마 나처럼 귀여운 막내한테 진짜로 살초를 갈긴다고?”
“왜 못 하겠니.”
콰광!
* * *
같은 시간.
진천희가 참석한 비무장.
엄청난 비무가 열리고 있었다.
-모두가 기대하는 준결승전!
-신창양가가 마지막 한 수를 준비합니다!
-먹히느냐, 먹느냐! 노고수의 혼을 담은 마지막 한 수가 격발하는가—!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노인은 창을 늘어뜨린다.
신창양가.
주군을 찾아 평생을 살아가는 신창양가의 노고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군.’
노인은 생각한다.
이게 마지막 일격이 될 것이라고.
나이가 들어 근골이 예전 같지가 않다.
허나, 내공만큼은 젊을 때를 뛰어넘어 이제는 의념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틀림없이 젊을 때보다 강하다.’
기묘한 이야기였지만-
‘지금이 무인으로서의 내 전성기인 것이겠지.’
창은 강기와 일체화가 된 채로 빛을 스산하게 내뿜었다.
그는 문득 관중석에서 보고 있는 일광을 본다.
젊은 나이에 현경이 된 자.
‘…….’
그는 알 수 없는 푸른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체 무슨 수로 그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으나, 무학이란 늘 그렇지 않던가.
그것은 몹시도 불공평하며 사람을 가리니까.
허나, 그렇다고 그동안 갈고닦아온 시간이 헛된 것은 아니다.
이제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스스슥-
한 점으로 의념을 집중하고 또 집중하여.
초월심무.
관천일창(貫天一槍)—!
천지 그 자체가 쪼개지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터지게 하는 일격.
그 모습에 모두가 넋을 놓은 채 입을 벌리며 노인의 창끝을 바라본다.
그런데 전신을 새카맣게 물들인 근육 거한이 막지도 않고 복부로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는 게 아닌가?
콰드득!
분명 천지를 가를 창이었음에도, 사람의 뱃가죽 하나 가르지 못한다.
오히려 창날이 신음을 하며 금이 가는 것을 보고 노인의 눈이 커진다.
노인의 무공만큼이나 창 역시 명장의 혼이 깃든 최고의 창이기에.
“이럴 수가! 본좌의 창이 전혀 먹히지 않다니!”
자그마치 강기가 서린 창에 의념을 담아 초월심무를 펼치지 않았나.
당연하지만.
동등한 초월심무의 위력을 가진 무공이 아니라면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
“우와아아아!”
사람들은 감탄을 하며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내는 맨몸의 육신밖에 없음이다.
“흐하하핫! 너! 약하구나!”
흑정은 그리 소리치면서 주먹을 치켜들고 휘둘렀다.
가벼운 일권.
펑!
노고수는 창을 버드나무처럼 부드럽게 휘둘러 공격을 받아낸다.
그러나.
창은 상대의 공격을 받는 순간 너무나도 불길한 소리를 낸다.
까득-
그것은 창대가 신음하는 소리.
유(流)의 묘리를 담아 흘려보냈어야 할 공격이다.
결코 나서는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노인은 어째서인지 젊은 날의 자신을 떠올린다.
이 소리를 들은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허나 서둘러야 한다!
‘손을 떼야…….’
경험이 노인에게 경고를 속삭여 주는 것과 동시에, 아니 그보다 빨리 충격이 창대에 전달이 되고.
노인의 몸뚱이가 그대로 그 권강을 맞는다.
“이 무슨!? 크아악!”
어찌 이리 빠른가!
감탄을 하기도 전에 온몸을 사내가 만들어낸 충격이 휩쓸었다.
울컥!
단전에서 선혈이 치솟는다.
그와 동시에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지는 신창양가의 노고수!
콰과과과과광!
-장외패! 순식간에 장외패를 만들다니! 과연 흑정! 마치 팔두전차와도 같구나—!
“흠, 영감. 살았나? 죽었나?”
흑정은 잔혹하게 웃으며 쓰러진 노고수를 향해 걸어간다.
이미 승리하였음에도 살육의 본능이 쉬이 꺼지지 않는다.
흑정이 익힌 마공의 영향.
어차피 우승이 목적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정찰이 목적.
영감 정도면 상당한 고수이니, 이걸 죽이고 나면 이 살육 충동도 좀 잠잠해지겠지.
흑정이 순식간에 주먹을 뻗는다.
굳이 주먹이 살에 닿을 필요도 없다.
그저 권풍 정도로도 으깨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때.
검은 가면을 쓴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터엉!
빈 소리가 나더니 가면인이 순식간에 공격을 회수하는 게 아닌가.
심판은 흑정에게 두 번째 경고를 하려다가 다친 이가 없기에 멈춘다.
가면인이 전음을 보냈다.
[흑정 장로. 여기까지다.]가면 아래에서 전음이 들렸다.
[……소교주냐?] [여기서는 흑검문 소문주다. 기막으로 공격을 회수했다 하나, 다음에는 주의하도록.]가면 속에 선명한 붉은빛이 떠올랐다.
그것은 일월이었다.
소교주들 중에서 가장 일월에 가까운 자.
동시에 가장 죽음에 가까운 자이기도 했다.
흑정은 왜인지 이 사내와 싸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니, 이 충동은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되었던 것이었다.
‘천마님의 명령이 없었다면…….’
아쉽긴 했다.
“쳇. 알겠다!”
그리 말하고는 쿵쿵거리며 돌아가는 게 아닌가.
“흠.”
가면인은 팔짱을 끼고는 신창양가의 노고수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이미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네가 나설 줄은 몰랐는걸?”
진천희.
이미 흑정이 살심을 품는 순간, 몸을 날렸던 건가.
‘그야말로 절세의 경신법이군.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마치 축지법이라도 쓴 줄 알았겠어.’
여하륜은 작게 감탄하면서도 진천희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금방 만났군. 형.”
“그러게. 예전처럼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그때 여하륜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변장을 했지만 진천희는 곧바로 알아보았다.
일카나다.
“명령 때문에 온 것 같은데 바쁘지? 어서 가. 한가해지면 그때 보자.”
장난스럽게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술을 가린다.
“음. 조금 있다가 다시 보도록 하지.”
“그래. 둘 다 한가해지면.”
오랜만에 봤음에도 미련이 없다는 듯 명랑한 진천희의 말투가 여하륜을 살짝 불쾌하게 했다.
하지만 그게 형이다.
그리고 그 형이 사람을 치료하는 중이고.
여하륜은 아쉬움을 달래고는 곧바로 일카나를 따라갔다.
* * *
그야말로 무제한 대회!
흑정은 파죽지세로 모두를 다 이기기 시작했다.
애초에 흑정에게는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에서 금강불괴 아니오?”
“확실히. 노고수가 초월심무를 담은 공격을 날려도 몸으로 막아내는 것을 보며 기함했소. 이건 금강불괴가 아니면 불가능한 경지지.”
“우승자는 벌써 정해졌나?”
“초기에 누가 흑정이 우승하리라 돈을 걸었겠나. 배당이 말도 안 되겠군그래.”
사람들은 다들 흑정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괴멸한 줄 알았던 철무문에 이만한 무인이 있다는 것에 꽤나 놀란 눈치.
“대단하군. 마치 옛날 협객 이야기 같구려.”
“그렇지. 심지어 그자는 철무문을 몰락시킨 원흉이 있는 그곳에서 대회를 치르고 있지 않소.”
“엄연히 말해 철무문 자업자득 아닌가, 그건?”
“에이, 그래도 강호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진 않잖소. 어쩔 수 없으니 참가한 거고, 그렇다고 원한이 없어진 건 아니겠지.”
그리고 지금.
황보중헌과 흑정이 맞붙게 되었다.
“너! 제법이다. 선천진기 다 쓴 거 아니었나?”
“본가의 비술과 천운이 닿아 돌아올 수 있었네. 이 머리 색은 그 결과지.”
비록 내공이 돌아왔다고는 하여도 흰머리는 그대로다.
그 모습을 보며 강호인의 투지를 나타낸다며 울컥 눈물을 찍어 훔치는 자까지 있었다.
-황보중헌과 흑정!
-선천진기를 써서라도 승리하겠다는 황보중헌! 그저 날 때부터 야수인 듯한 자, 흑정!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싸움이니 모순(矛盾)이라 할 수 있겠구나!
삼학사들은 빠르게 해설을 했다.
사람들은 삼학사가 풀어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오오오!’ 감탄한다.
‘경기에는 서사가 중요하지. 현대 서바이벌 프로도 괜히 서사 쌓는 게 아니고.’
저런 금강불괴의 사내도 결국 황보중헌의 투혼에 졌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지켜본 강호인들이 말했다.
“허나, 선천진기를 끌어내는 건 두 번은 어려울 거요.”
“그렇지. 기적이 괜히 기적이겠나.”
“다음에도 선천진기를 쓰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소.”
“사실 기연이 닿았다고는 해도 전성기의 실력까지 끌어내는 건 무리라고 하오.”
“오오, 역시. 하지만 나는 믿소! 황보중헌 대협이 이겨낼 수 있기를!”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드디어-
-비무가 시작되었습니다아아아—-!
두 사람은 처음부터 공격 일변도로 최고의 절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쾅, 콰콰콰쾅!
수없이 교차되는 권격.
그중에 견제기 따위는 전혀 존재치 않았다.
-힘과 힘의 싸움!
허나, 그마저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침내.
두 사람이 손을 마주 잡고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했다.
크그그그-
-잡기술 따위는 일절 없는 혼과 혼의 충돌!
-처음 탐색전조차 사치라는 듯 싸워대는 두 무인이 마침내 힘으로 붙었다!
-밀어낸다. 밀어낸다! 밀리는 쪽은 어느 쪽이냐!
해설자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황보중헌이 말했다.
“너, 제법이다. 하지만 이기는 건 나다!”
까드득-
발이 뒤로 밀리는 것을 느끼며 황보중헌이 말했다.
“네놈… 네놈! 내가 이미 한 번 선천진기만 쓰지 않았어도 지금쯤 네놈 정도는 이겼을 것이다!”
“거짓말하지 마라!”
으르렁대며 양손으로 팽팽하게 힘을 겨룬다.
그러다가-
황보중헌이 갑자기 박치기를 시도했다.
빠악!
“컥! 이 새끼가?!”
“누가 네놈 새끼냐!”
흑정도 지지 않고 박치기를 했다.
콰앙!
-양손으로 서로 밀어내는 상태에서 박치기를 하는군요!
-그 어떤 기교도 용납하지 않는 강(强)과 강(强)의 대결. 이런 것은 누구도 처음 보는 광경!
-미냐, 밀리느냐! 그야말로 목숨을 건 야수들의 싸움! 그야말로 진기로다—-!
그 순간.
“너 약하다.”
흑정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황보중헌이 점차 뒤로 계속 밀려나는 게 아닌가.
“흐읍!”
황보중헌은 천근추의 묘리를 이용해 바닥에 단단히 다리를 꽂아 넣었다.
하나, 그 순간.
우드득!
황보중헌의 팔이 뒤로 꺾여버리는 게 아닌가!
“끄아아아아아악!”
“약하다고 했지?”
“…….”
황보중헌이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다시 선천진기를 끌어낼 수 있다.
허나, 그리되면 뒤는 없다.
이번에는 정말로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했다.
황보중헌이 목숨을 끊을 각오를 다시 하는 순간.
“아버지이이이이이!”
“아빠아아아아아아!”
두 자식의 목소리가 울렸다.
평소에는 죽일 듯이 서로 싸우던 놈들이 이번만큼은 한 몸으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그것은 결코 응원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다시 같은 선택을 할까 봐 걱정하는 자식의 외침.
그 외침을 조우하는 순간, 황보중헌은…….
“끄윽-”
결국 혼절하고 말았다.
툭.
흑정은 황보중헌을 대충 내팽개쳤다.
콰앙!
“쳇! 천살성 소문주가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 죽이질 못하네. 귀찮아!”
전투를 끝내도 마무리를 못 하니 역시 아쉽다.
-우승자 흑정! 여기 우승자가 나왔습니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 속.
흑정은 일광 진천희를 바라본다.
이번에도 환자를 살피기 위해 옆에 고요히 내려앉은 사내를.
대체 어떻게 관객석에서 여기까지 튀어왔는지, 흑정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마교에 이 정도 경신술을 펼칠 수 있던 자가 있던가.
“일광. 이리 올라와라. 한판 붙자!”
그때 흑정의 뒤로 전음이 들렸다.
[하나.]소교주 여하륜의 경고.
그러나, 흑정은 무시한다.
그는 살기를 풀어.
쿠그그그-
진천희를 겨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