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39
제 1139화
진천희는 혀를 차며 황보중헌을 치료했다.
‘에휴, 이 양반은 투포환 때 선천진기까지 쓰시고는……. 아무리 기연이 닿았다고 해도 정양 좀 더 확실하게 하시지. 대충 치료만 하고서는 뭐 이렇게 급히 비무 대회까지 나오셨대……?’
진천희의 손은 빠르게 부러진 뼈를 맞추고 기혈이 뒤틀린 곳에 침을 놓아 주화입마를 막았다.
“자. 이제 본격적인 치료는 백린의각 분타로 가서 하면…….”
그때.
“일광. 이리 올라와라. 한판 붙자!”
비무대 위에서 말하는 거라 그런지 조금 느린 목소리로 느껴졌지만 그래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 저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삼학사가 소리쳤다.
-우승자 흑정이 갑자기 벽안신의를 지목하고 있소이다! 아. 이게 무슨 일이외까?!
-그러고 보면 벽안신의가 출전하지 않은 건 무슨 이유요?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환자 치료를 해야 해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오.
-과연 벽안신의. 그러나 우승자가 이렇게 지목한다고 해서 굳이 비무를 해 줄 필요는 없는 법이니 아쉽지만 경기는 진행이 되지 않을 것 같소만…….
-아아~ 아쉽소이다!
그렇게 삼학사의 멘트가 진행될 때.
진천희도 내심 거절해야지 하고 있었다.
[희야. 한번 어울려 보거라.]스승, 제갈린의 전음!
‘잠시 자리를 비우셨던 스승님이 돌아오셨나?’
그나저나 스승님이 굳이 싸워 보라고 하신다면…….
‘음. 좋아. 우승자 이벤트 경기로 나쁘지 않겠지.’
다소 즉흥적인 무언가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대회의 묘미가 아닌가.
‘역시 좀 대충 돌아가는 느낌이구만.’
하지만 이게 강호다.
술을 먹고 대회에 참전해도 그 또한 하나의 멋으로 받아들이는 세계.
용봉지회도 이렇게 돌아갔음을 진천희는 알고 있다.
‘현대 올림픽과는 확실히 다르지.’
현대 지구와 정서가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이 다르니 정서도 다르겠지.
그래도 이것도 풍류인 셈 치자.
진천희는 일단 뒤에서 살기를 쏘아내고 있는 여하륜을 발견하고 잽싸게 말렸다.
[스승님이 한판 하고 오래.] [음?] [너 이미 ‘하나’ 한 거지?] [‘둘’을 부를 참이었다.]그러면 죽인다는 거네.
용케도 사망자가 안 나오고 있는 대회에서 소가주 난입으로 피를 보는 불상사는 없어야 했다.
진천희는 급히 여하륜을 말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좀 패줘도 돼?] [형을 건드렸으니… 죽여도 된다.]생사여탈권, 뭐 그런 건가?
과연 마교다.
진천희는 잽싸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
흑정은 광소를 했다.
“으하하핫! 좋다. 드디어 싸워 보는구나! 내 자손들을 손봐 줬다지! 이번에는 내가 손봐 주마!”
“과거의 일은 제 잘못이 아니라 철무문 잘못이었는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 새끼들이 맞았다는데!”
“철무문 사람들은 이미 다 풀려나지 않았습니까.”
철무문의 문인들은 단전을 폐하고 노역형에 처해졌… 다고 들었으나 얼마 안 가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관동성 지방이 부정부패가 쩐다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이 시대의 부정부패 스케일을 얕보았다.
물론 마교가 어마어마하게 돈을 싸 들고 갈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단전까지 폐한 교도를 한 명도, 진짜 한 명도 안 남기고 싹 다 들고 갈 줄은 몰랐다.
고담시의 박쥐 인간이 된 기분이다.
불살 좀 하겠다고 감옥이든 정신병원이든 붙잡아 놓으면 뭐 하나.
‘중원에서 부정부패가 근절이 된 역사가 없지.’
그래도 단전도 폐했고, 죗값이 큰 자들은 사지 근맥도 잘라두었으니 영원히 무공은 쓰지 못할 터.
그럼에도 회수해 간 것은…….
‘정보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막는 것이겠지.’
거기가 자기 사람 잘 챙기는 곳도 아니고, 뻑하면 자결시켜 버리는 곳 아닌가.
저렇게 돌아간다고 한들 마교에서 소모품으로밖에 쓰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철혈마가에서 입을 털면 그건 그거대로 귀찮아질 테니 천마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뿌린 것이겠지.
‘마교가 얼마나 대단한 황금을 쌓아 놓고, 얼마나 악랄한 협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뇌물이 당당한 시대에서 결국 협객들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관을 믿을 수 없기 때문.
‘앞으로는 어지간하면 호송을 백린군으로 해야겠다.’
아무튼 그런 진천희의 반론은 꽤나 일리가 있었다.
흑정의 말문이 잠깐 막힐 정도.
그것도 잠시-
“그런 건 모르겠다! 일광. 죽어라!”
다만 처음부터 진천희와 싸우고 싶었던 흑정이 듣지를 않을 뿐.
그는 말 대신 곧바로 쇳덩이 같은 주먹을 날렸다.
철혈마가 독문무공.
심무절기 철혈권–!
강기의 초월심무조차 통하지 않는 굴강함의 일권이 뻗어져 왔다!
‘그래. 대화가 통할 것 같진 않았다.’
쐐에에에에엑!
공기를 찢어 내는 소리는 덤!
그 일권에 음속 돌파 때 생기는 소닉붐이 생겨난다!
진천희는 칼을 뽑아 즉시 대응한다.
심무절기.
태을단선—!
콰쾅!
검과 주먹이 충돌하며 충격파가 파도친다!
허나, 연무장의 진법이 그 힘이 관객석에 가지 않도록 막아 주었다.
-아! 번외경기가 이루어졌소이다!
-철무문 전대 문주 흑정!
-백린의각 소각주 진천희!
삼학사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신호에 맞춰 동시에 크게 외쳤다.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아아아아—!!
* * *
진천희.
상대를 보며 빠르게 생각했다.
‘신창양가의 강기를 사용한 초월심무를 맨몸으로 버틴 외공. 그야말로 진짜 금강불괴나 다름없다.’
‘강환 정도가 아니라면 상처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만…….’
‘어쩌면 강환도 버틸지도.’
‘과연 철혈마가야.’
‘외공에 관련된 마공을 주로 익히는 마종육가의 하나라고 했었지.’
‘대단한걸.’
작은 진천희들이 저마다 속삭였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눈 한 번 깜빡이지도 않을 짧은 시간.
의원은 시간을 감는다.
그 순간, 풍경이 멈추고 공기가 멈춘다.
관객들의 얼굴마저도 느리게, 느리게…….
그야말로 금강불괴이며, 불사불굴의 육체.
거기다.
‘저자 또한 현경의 경지에 이르렀나.’
천마를 보필하는 칼 중의 하나라고 했다.
‘천마께서 등선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그 이유가 나(반선의 씨앗) 때문이라면 내가 있기 전에는 등선을 준비했을 거고. 그 준비가 바로 저런 자들이라는 뜻인데…….’
작금의 천마는 고요하고 조용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과거 그녀가 뿌린 핏값이 돌아올 리도 없을뿐더러, 이 ‘고요함’조차도 과거에 비하면 고요하다고 할 수 있을 뿐.
마교로 인해 죽은 자들은 아직도 많다.
‘스승님께서도 천마는 절대로 얕보지 말라 하셨지.’
딱히 그런 말씀 안 하셔도 천마를 상대로 방심할 자는 없다.
허나.
이 사내는 이질적이긴 하다.
‘천마님의 수족 중 하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계산이 없군.’
심계라고 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확하며 감정에 솔직하다.
어떠한 음모에 쓸 수 있는 말로는 보이지 않았다.
‘모르겠군. 그녀가 이자를 여기에 보낸 것은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일진대…….’
진천희는 눈앞의 상대를 파악한다.
‘현경이라는 경지, 그 경지를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집중했어.’
‘천지교태를 통해 천지만물의 기를 무한하게 쓸 수 있고, 그 힘을 오로지 자신의 육체에만 넣은 거야.’
‘그리한다면 필멸인 인간도 불멸이 될 수 있을까?’
‘대체 얼마나 심상이 단순하면 저리될 수 있는 거지?’
작은 진천희들이 속삭인다.
너무나도 단순하기 때문에 역으로 강하다.
하지만…….
‘귀곡문의 법보를 들었던 귀곡문주만큼 강할까?’
‘비록 반쪽짜리라고 하나 선(仙)에 ‘닿은’ 자와 선에 ‘닿을’ 자의 차이는 커.’
‘싸운다면 동수!’
모든 진천희가 일제히 같은 결론을 내린다.
‘귀곡문주의 공격은 저자에게 통하지 않고, 저자의 공격도 귀곡문주에게 통하지 않을 테니…….’
물론 또다시 황천의 하늘을 부른다면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쪽은 세뇌가 들어가니까.
허나, 이자가 뇌가 단순하다고 세뇌까지 쉽게 걸릴지는 미지수.
천마가 그냥 천마가 아닐 테니.
그녀 성정상 자신의 애완견을 아무나 끌고 다니게 두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이길 수 있다.
진법을 쓰지 않아도. 이긴다.
거기까지 사고가 닿는 순간,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의 게살탕수 중독 천마께서는 이런 현경인 자들을 발아래로 거느리고 있으셨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분은 대체 어느 수준으로 더 강한 걸까?’
현재까지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현경에 이른 자는 신선의 위계 천지인 중에서 적어도 인선 수준에 턱걸이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반선지경이 바로 현경의 정체.
그렇다면 혹시.
‘천마는 완전하게 인선 혹은 지선 수준인 것일까?’
‘알 수 없군.’
‘아직은 알 수 없어.’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흑정이 우직하게 달려오는 게 보인다.
느린 시간 속으로 그가 방어는 아예 하지 않는 게 보였다.
동귀어진의 필살일권!
‘하기사 초월심무의 강기지공조차 통하지 않는 몸이니 저게 맞는 전술이긴 하군.’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우리들은. [나]들은.’
‘모두이자 하나.’
‘군단이자 일인.’
‘그리고 지금.’
‘나는 제갈세가의 후계자다.’
제갈세가의 방법으로, 불사불굴의 금강불괴를 무너트린다.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 진천희는 검으로 명치를 찔렀다.
빙정검을 타고 강기가 검 위로 흐른다.
그 검에는 분명 의념이 담겨 있었고.
그럼에도-
쾅!
큰 폭음과 함께 검이 튕겨 나왔다.
과연 최강의 방패.
허나, 진천희의 표정에는 그 어떤 실망감도 없었다.
오히려.
‘일단 첫 포석은 완료.’
도리어 약간의 희미한 성취감마저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문득, 그걸 지켜보던 제갈린은 흑정의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웅웅웅-
검은 튕겨 나갔으나, 강기 일부가 남아서 흑정의 명치 부근에서 웅웅거리고 있었던 것.
기묘하게도 검을 떼었는데도 진동은 계속된다.
빙정검을 이용해서 뽑아낸 빙한강기의 속성 때문!
그리고 그 첫수에 응답하듯 흑정이 공격을 해 왔다.
“하하! 안 통한다!”
화아아악!
거대한 팔이 다가온다.
진천희는 침착하게 그 팔의 궤도를 보고, 속도를 가늠했다.
‘충분해.’
‘팔의 관절을 노리자.’
‘두 번째 포석.’
카캉!
빙정검이 흑정의 통나무 같은 팔의 팔꿈치를 때린다.
강기와 금강불괴의 육신이 충돌하면서 그대로 팔의 궤도가 빗겨 나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여전히 빙한강기가 그 팔꿈치 쪽에 들러붙는다.
그사이 천기미리보를 사용해 마치 유령처럼 그 공격을 피하며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명치에 검을 찔러 넣는다!
‘하하핫!’
회피하고 명치를 찌른다.
공격을 빗겨 가게 하고 명치를 찌른다.
진천희는 장난을 치듯 그의 명치를 계속해서 찔렀다.
그 모습이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허나, 흑정은 다른 의미로 즐겁다.
“하하! 바보! 반복해서 찌른다고 해도 내 외공은 안 깨진다!”
“과연 그럴까요?”
“음?”
진천희가 뒤로 물러선다.
“들리나요? 웅웅거리는 소리.”
그리고 검을 들어 흑정을 가리켰다.
흑정의 몸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빙한강기의 잔재들!
그것들이 계속해서 웅웅거리고 있는 중이다.
“뭐!?”
흑정은 그제야 진천희의 빙정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기묘하게 계속 울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리고.
자기 몸에서도 그런 소리가 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건… 뭐지?”
“자. 이번에는 깨집니다.”
마치 닭을 놀리는 여우처럼 진천희가 말한다.
흑정은 그런 진천희가 든 검이 무수하게 잘게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음공?”
역시 단순하다고 하나, 그 통찰마저 미흡하다 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금강불괴가 되기도 전에 한 줌 핏물이 되었을 터이니.
진천희는 자세를 잡았다.
진천희식 오의.
태을단선검.
초월심무.
태을단선 초공진검단(超共振劍斷)!
그것의 기수식이 펼쳐지자 공간이 접히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흑정도 기세를 끌어올렸다.
철혈마공.
초월심무.
철혈불굴-!
두 신공절학의 초월심무가 순식간에 동시에 펼쳐지며 충돌한다!
콰과과광!
-나왔다. 고수들의 최종절기 싸움! 죽느냐, 죽이느냐! 무의 끝에서 무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 것인가아아아!
-대체 무슨 무공을 사용하는 건지 호사가인 우리조차도 짐작하기 어렵소이다. 진법으로 느리게 보는데도 전혀 알 수가 없지 않소이까?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장이 울릴 만큼 전인미답의 승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강호사에 기록될 만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소이다아–!
우와아아아아!!
사람들이 경악하여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흑정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진천희의 초월심무 태을단선은 일반적인 무공이 아니라는 것!
초진동 칼날!
그게 정확하게 어떤 건지 흑정은 알 수 없었으나, 그의 본능이 속삭인다.
눈앞의 의원은 위험하다고.
‘이 느낌. 마치… 어릴 때의 천마님을 뵌 듯한…….’
분위기는 정반대이나, 솜털을 곤두세우는 감각은 똑같다.
왜일까?
아니다. 착각일 게 분명하다.
이 감각이 진짜일 리가 없다.
눈앞에 있는 자가 천마님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 자체를 흑정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흥! 그렇다면 맞받아 주마!’
그러더니 오히려 찌르려면 찌르라는 듯
아예 그대로 가슴을 내민 채 버티는 흑정이 아닌가?
-방어를 포기한 것이외까. 흑정?
-아아, 이 자세는 배 째라는 거 아니겠소? 그동안 수많은 강호 고수들이 흑정의 방패를 뚫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
-그렇소. 의념이 담긴 강기조차도 흑정을 뚫지 못하였지 않소?
-과연 일광! 일광은 뚫을 수 있을 것인가!
-본인은 힘들 거라고 생각하오이다!
삼학사들의 해설에 따라 사람들이 진천희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반면 진천희의 머리는 차갑다.
‘오우, 본능을 이겼어?’
분명 진천희의 안배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남았을 텐데도 자신의 몸뚱이를 내민다.
하긴, 그도 그랬다.
그 누구도 흑정의 방패를 뚫지 못하지 않았나.
상식적으로 봤을 때 같은 검강이라면 진천희의 검 역시 뚫지 못하리라.
‘상식적이라면 말이지.’
그와 동시에 진천희의 검이 그 몸뚱이에 틀어박혔다.
콰득!
-이,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일이외까아아아!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일이 방금 일어다아아아아아!
-그 어떤 강호 고수들도 성공하지 못한 것!
-흑정의 방패가 뚫린다! 뚫렸다! 일광이 뚫었다아아아아!
삼학사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의 아우성.
허나, 일광의 표정만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현원전단신공의 구결처럼.
모든 것은 천인의 계획 아래-
마땅히 그리되리라.